From Abroad
[미국]
트럼프를 직격한 코믹 발레
올해 1월호 춤웹진은 알렉세이 라트만스키의 〈푸가의 기법〉이 뉴욕타임스 선정 2025년 최상의 공연작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고 소개한 바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2004년부터 4년 동안 볼쇼이발레단의 예술감독을 맡은 바 있으나 2009년 러시아를 떠나 미국에서 활동해왔다. 그러다 그는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에서 〈푸가의 기법〉을 창작하던 중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완성인 채 모스크바를 떠났다. 올해 그는 이 작품을 로열덴마크발레단에서 완성했다.” 뉴욕타임스는 〈푸가의 기법〉에 대해 “바흐의 장려한 곡에 맞춰 탄생한 이 새로운 작품은 극적이고 감동적인 만큼이나 감상적이지 않고 추상적이다. 각기 다른 무드와 톤의 다섯 부분으로 나뉜 이 발레는 바흐의 수리적 질서와 아름다움의 우주를 추론해 보도록 한다. 여기서 기하학과 시는 융합되고 전쟁과 반목 같은 인간의 어리석음에 맞서는 보루가 된다”고 평하였다. 그런 그가 지난 2월에 코믹한 황제 이야기를 소재로 정치를 풍자하고 오늘 이 시대를 들추어내어 뉴욕타임스의 주목을 받았다.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6/02/06/arts/dance/review-naked-king-ratmansky-new-york-city-ballet.html
뉴욕시티발레단 상주 안무가 라트만스키의 〈벌거벗은 왕〉(The Naked King)은 안데르센의 동화 〈황제의 새 옷〉을 재해석한다. 이 작품의 리뷰 기사를 뉴욕타임스는 대뜸 이렇게 시작한다. “게걸스레 먹은 왕이 하이힐을 신고 비틀대며 무대를 가로지르고, 수행원들은 그 부풀은 몸을 회전식 리프트로 옮겨준다. 오렌지빛의 금발 곱슬머리가 서툴게 화장된 얼굴 주위를 출렁이고, 붉게 칠해진 입술은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오므려진다. 선글라스와 넓은 뾰족한 챙의 모자로 눈을 가린 그의 왕비가 그를 보자마자 헛구역질을 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여기에서 왕과 왕비가 누구인지 특정되지는 않으나 리뷰는 이 대목에서 ‘누군가 떠오르지 않는가?’라 묻는 대목에서 트럼프의 부인을 보도한 뉴욕타임스의 패션 기사를 링크시킨다.(관련 이미지 검색어: 멜라니아 모자 패션) 트럼프와 멜라니아를 패러디한 공연이라는 것을 확인해주는 링크이다.
멜라니아 패션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5/01/20/style/melania-trump-hat-inauguration-outfit.html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1178974.html
〈벌거벗은 왕〉은 왕의 허영심을 이용해서 사기꾼 3명이 그를 속여 대중 앞에서 발가벗게 만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왕의 의상은 루이 14세 시대부터 1980년대 헤어밴드 스타일,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며, 천박하고 촌스러운 느낌을 주는 부스스한 가발, 표범 무늬 바지, 그리고 펜던트 같은 소재들과 함께 라트만스키의 가시 돋친 안무는 많은 이야기들을 전달한다. 여기에다 재단사들은 가발을 쓰고 경쟁하는 밴드들의 멤버처럼 울긋불긋 차려입고 왕국에 난입하였다. 그들은 실제 있지도 않는 천 위로 주르르 미끄러지는 손재주를 가졌고 보이지 않는 옷의 힘을 왕이 믿도록 수다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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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tmansky’s The Naked King ⓒKent G. Becker, Medium |
왕 배역은 어리숙함의 미묘한 뉘앙스들을 극대화하는 재주로 뛰어난 연기력을 보였다. 뚱뚱한 분장에도 불구하고 몇몇 아라스공 턴을 시전하는 가운데 그는 주로 우스꽝스러움과 역겨움이 혼합된 존재감으로 무대를 물들인다. 여왕 배역은 애인과 찰스턴 춤을 추는 와중에도 까칠하고 지루한 경멸감을 강렬하게 표현해낸다. 이 사람은 정부 관료인데, 자기가 진짜 사나이임을 과시하려는 절박함 때문에 황홀경에 빠지는 그런 모습은 만화처럼 우스꽝스럽게 묘사된다. 세 쌍의 아첨꾼들이 무대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왕의 화려한 복색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몸들이 한사코 감추려 할수록 마치 항복을 받아들이는 몸들이 된다. 이 모든 것들은 아메리칸발레학교(뉴욕시티발레단 부속학교) 재학생이 재치를 발휘한 아이의 순진한 지혜로 귀착된다. 아이는 무대로 뛰쳐나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외칩니다. “보세요! 왕이 벌거벗었어요!” 마을 사람들과 사기꾼들은 환호하고, 왕은 자신의 조그만 성기를 얌전하게 가린 채 무대에서 쫓겨난다. 돌발적 결말이긴 하나 만족스럽다.
뉴욕 타임스는 〈벌거벗은 왕〉이 유머를 통해 괴로운 우리 시대를 조명한다고 소개하였다. 라트만스키는 이번 작품이 최근의 ‘왕권 반대 시위’(No Kings: 지난해 하반기 미국 전역에서 일어난 반 트럼프 시위)에서 비롯되었다고 밝혔다. 전부터 그는 이 격동의 시대에 발레가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심해 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그는 죽은 아들 옆에 무릎을 꿇고 있는 아버지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은, 우울하고 가슴 아픈 작품 〈외로움〉(2024년)을 만들었다. 뉴욕타임스는 말한다. 〈벌거벗은 왕〉이 춤추는 길에서 원동력은 발레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확고한 신념에 대한 용기였다.
틱톡 속 몸짓의 새로운 쓰임새
틱톡은 전세계 젊은이 20억명이 공유한다. 틱톡은 보는 SNS에서 해보는 SNS로 진화하는 중이다. 틱톡을 활용해서 뮤지컬의 춤을 공유하는 시도가 빠르게 퍼지는 중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하였다. 뉴욕 브로드웨이의 어느 뮤지컬 제작팀은 지난해 5월 틱톡에 뮤지컬의 짧은 춤 영상을 게시하고 ‘집에서 따라 할 수 있나요?’라고 팔로우들을 자극하였다. 어느 인플루언서가 그 춤의 절반 속도로 따라하는 실습 영상을 올리자 2월 현재 16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댓글은 그 2배에 육박한다. 이를 모방한 영상들이 비좁은 아파트, 골목길, 부엌, 차고에서 쏟아졌다. 프로무용수들도 참여한다.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6/02/10/arts/tiktok-broadway-chicago-groff.html
춤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틱톡은 자신의 기술을 보여주는 명함 또는 일과 일 사이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수단이 된다. 영화 "시카고"의 롭 마샬이 안무를 맡은 "We Both Reached for the Gun"은 그들에게 완벽한 템플릿입니다. 원래 틱톡에 게시된 어느 뮤지컬 영상은 많은 사람들이 재즈풍 찰스턴 춤에 마리오네트 동작을 얹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틱톡에서 이 영상은 빠르게 변형되어, 출연자들은 저마다 재능에 맞춰 안무를 새롭게 해석하기 시작하고 게시하였다. 두 사람이 같은 춤을 동시에 하는 클립도 드물지 않다.
신작 뮤지컬의 소셜 미디어팀은 미끼를 던지듯 틱톡에 클립을 뿌려 참여도를 높이려고 애쓴다. 여기서 실습 시범(튜토리얼)은 중요한 과정이다. 이를 매개로 전국적으로 홈 챌린지를 제시하고 전국의 댄스 강사들이 이 챌린지에 동참했다. 이러한 소통 덕분에 객석에서 틱톡 클립을 따라하는 관객들이 눈에 띄었고, 〈저스트 인 타임〉은 최근 뮤지컬 중 수익성을 확보한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챌린지에 참여하기 위해 춤을 출 필요는 없다. 브로드웨이가 대중문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어 부유층과 인맥이 넓은 사람들만을 위한 틈새시장 상품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는 이 시점에, 틱톡은 정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반응의 범위는 넓은데, 돈, 나이, 인종, 성별, 지역, 능력, 체형, 심지어 기술 같은 참여의 일반적인 장벽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어느 틱톡커는 말한다. “장담하는데, 나는 세상에서 제일 춤을 못 추었다. 틱톡 클립은 이전에는 없었던 접근성을 제공해준다.”
이민자 춤 활동마저 위축시키는 미국 이민세관집행국
지난해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한 이래 미국의 이민세관집행국(ICE)이 불법 이민자들을 검문해서 미국 바깥으로 추방하는 데 혈안이 된 사실은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이런 사태의 와중에 이민자들의 춤 활동 또한 위축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립예술진흥기금(NEA)은 다양성 증진 사업에 대해 연방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이민세관집행국(ICE) 요원들은 소규모의 다양한 이민자 인구를 표적으로 삼는 중이다.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6/01/29/arts/maine-immigrants-cambodian-dance.html
미국 메인주는 아시아권의 전통춤 기법을 보존하기 위해 1990년에 이민자들이 대면 교육으로 가르치는 견습 프로그램을 1990년에 시작하였다. 소말리아, 멕시코, 콩고의 전통 춤과 예술 활동도 지원해왔다. 메인주의 경우, 연간 예술 예산 200만달러(28억원) 가운데 절반은 NEA에서 지원된다. 이 예산으로 교육 멘토는 최대 3천 달러를 지원받아 교육비, 재료비, 교통비 명목으로 사용하였다. 지난해 트럼프는 보조금 지원 중단 등 NEA를 폐지할 것을 제안하였으나 아직은 각 주의 예술위원회에 대한 기금 지원은 이뤄지고 있다. 메인주에서 1월초에 ICE 요원들이 대거 투입되었다가 비판이 일자 유입이 종료되었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민자들은 더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장소에서 견습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엘빈에일리무용단의 이색적 기부금
앨빈에일리무용단은 1958년에 흑인들이 창설한 단체로 컨템퍼러리댄스와 모던댄스를 통털어 현대무용 계열 단체로는 미국에서 최대로 손꼽힌다. 흑인 시각에서 모던댄스의 미학을 꾸준히 추구해온 단체다. 초창기의 공연작 〈계시〉(Revelations)는 흑인 영가와 가스펠, 블루스 음악을 토대로 흑인의 구원을 노래한 춤으로, 더 말할 나위도 없이, 지금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명작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앨빈에일리무용단이 무려 1천만 달러(140억원)의 기부금을 확보한 사실을 보도하였다. 기부 규모가 대단한 것은 물론이고 보도로 소개된 기부 내용은 특이하다.
기사 링크
https://www.nytimes.com/2026/02/04/arts/dance/alvin-ailey-dance-artistic-director.html
기부자는 금융 서비스업계에서 은퇴한 여성. 그녀는 대학을 갓 졸업했던 50년 전에 〈계시〉를 관람하고 그 공연에 완전히 매료되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2011년에 무용단의 이사로 임명되였고 2014년부터는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다. 뉴욕타임스는 이번에 확보된 기부금은 매년 50만 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것이고 무용단에서 예술감독의 연봉을 보충하는 용도로만 사용된다고 보도하였다. 앨빈에일리무용단은 연간 예산이 5천만 달러(700억원)로 재정이 아주 탄탄한 편이며, 전체 예산에서 2/3는 입장권 판매 등의 자체 수익이 차지하고 나머지는 기증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60년 묵은 발레의 가학성과 세련미의 융합
1912년 A. 쇤베르크는 가곡집 〈달빛에 홀린 피에로〉(피에로 뤼네르·Pierrot Lunaire)를 발표하였다. 소규모 클래식 실내악단과 한 사람의 여가수 낭송가가 연주하는 곡이다. 이탈리아 장터 촌극 코메디아 델 아르테(르네상스 시기부터 일반화된 거리극)를 구성하는 중요한 광대 피에로를 캐릭터로 해서 그의 심리와 초현실적 방황을 묘사한 노래이다. 여기서 피에로가 탐미적 달빛에 홀려 사랑과 환상에 빠지고 죄의식과 공포에 시달리다 악몽을 벗어나 평온한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극히 개인적인 환상이 그려진다. 〈피에로 뤼네르〉는 100년 전에 전통을 벗어나 현대음악에서 모더니즘과 표현주의를 제시한 곡으로서 그 의의가 컸었다. 무조음악으로 흐르는 악곡에 더하여 소프라노가 말하듯이 노래하는 스타일(슈프레흐슈티메)에서 그 혁신성이 감지된다. 음악뿐 아니라 여러 예술 분야에서 영감을 준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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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rrot Lunaire ⓒCamilla Greenwell, Bachtrack |
가디언은 이번 2월 로열발레단이 공연한 〈피에로 뤼네르〉를 리뷰하였다. 이 공연작은 1962년 글렌 테틀리가 안무한 것으로서, 뉴욕에서 초연할 당시 모던댄스와 발레의 기다란 라인을 결합하는 기법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한다. 모던댄스와 발레가 무대 위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있던 당대 미국 춤계에서 관객들이 처음 보던 생소한 작품인 것은 물론, 지금도 테틀리의 최고 걸작이자 모던댄스 계열에서도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그후 테틀리는 유럽으로 건너가서 NDT, 슈투트가르트발레단 등에서 활동하였다. 더욱이 영국에서 당시 탑2였던 램버트발레단이 이 작품을 받아들이면서 램버트무용단으로 탈바꿈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 만큼 모던댄스와 발레의 역동성과 우아함을 융합한 공연으로 관객들의 뇌리에 깊이 박혔고 당시 태동하던 컨템퍼러리발레와도 연관이 깊었다.
기사 링크
https://www.theguardian.com/stage/2026/feb/11/pierrot-lunaire-review-royal-ballet-reaches-for-the-moon-with-a-creepy-dance-of-desire
로열발레단의 이번 공연은 글렌 테틀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올려졌다. 건축 현장에서 쓰는 비계(飛階) 구조물을 장치로 해서 고독한 광대 피에로, 아름다운 여인 콜롬바인, 피에로를 조종하는 브리겔라, 3명의 출연진이 원작을 재현하였다. 가디언은 〈피에로 뤼네르〉 움직임에 대해 “춤 스타일은 고전 발레의 길고 날렵한 선과 마사 그레이엄 특유의 중력 끌어당김, 긴장감 서린 각도, 그리고 본능적인 몸짓이 대담하고 효율적으로 결합된 형태”라 소개한다. 그리고 “출연자들은 쇤베르크의 차분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악보가 자아내는 막연한 불안감과 미끄러지듯 흐르는 히스테리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표현한다.” “피에로는 싹트는 욕망 때문에 수치심을 느끼고 벌받는 소년, 콜롬바인은 살아있는 인형, 리본으로 장식된 신부, 붉은 창녀 등 다양한 모습의 여성, 그리고 브리겔라는 크고 나쁜 남자/아빠로서 다리 사이에서 나무 칼을 꺼내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가디언은 전반적으로 퇴행적인 저속함과 가학적 분위기가 세련된 스타일, 정교한 디자인, 그리고 강렬한 연기와 결합된 것은 참으로 기괴하고 섬뜩하다고 강조한다. 최근의 명작을 재현한 리뷰여서 그다지 새삼스러울 것은 없으나, 〈피에로 뤼네르〉는 지금 시각에서 봐도 컨템퍼러리한 정취가 완연하며, 이 작품이 초연 이후 수십년간 꾸준히 공연되는 생명력을 견지해온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한국의 시각에서 되짚어 봐야 할 점으로서, 가학적 분위기에 세련된 스타일 같은 그런 대조적인 요소들을 접목하는 것이 해외 발레계에서 이미 일상화되었다는 상식이 한국의 주요 발레단들에서는 여전히 생소하다는 사실이다.
뛰뛰 남성들의 재미난 익살
프랑스 무용단 Chicos Mambo의 〈뛰뛰〉(TUTU)는 코믹한 춤 볼거리로서 2014년에 초연되었다. 여장을 한 6명의 남성 무용수들이 뛰뛰, 여성 수영복, 타이츠, 바지 등을 바꿔 입으며 볼거리를 펼친다.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4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였고 2017년 에든버러 프린지에서는 관객상을 수상한 바 있다. 80분 동안 20여 장면이 펼쳐지고 등장하는 춤 캐릭터는 40가지가 넘는다. 춤도 고전 발레부터 모던댄스, 힙합, 볼룸, 심지어 피겨 스케이팅까지 펼쳐진다. 안무자 필리프 라페유(Philippe Lafeuille)는 소년기에 모리스 베자르의 공연을 접하고 춤에 빠진 후 탭댄스와 인형극에 종사한 바 있다. 올해 2월에 〈TUTU〉는 런던의 새들러스웰스에서 공연되었고, 가디언의 리뷰를 간략히 소개한다.
기사 링크
https://www.theguardian.com/stage/2026/feb/12/chicos-mambo-tutu-review-sadlers-wells-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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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os-Mambo Tutu ⓒSeeingDance |
〈뛰뛰〉 쇼는 우스꽝스런 춤과 의상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데 중점을 두고 키치적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의상은 확실히 재미있다. 파우더 퍼프와 프릴 달린 화장지 커버를 섞은 듯이 부풀린 플라밍고 색깔의 뛰뛰 바지, 채소처럼 생긴 모자.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새끼 백조들은 뭉뚝한 의상을 걸친 멍청한 오리로 변신해서 차이콥스키 음악에 디스코풍을 더한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도 있고, 무용수들의 숨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는 진지한 유럽풍 컨템퍼러리댄스도 있다. 배우 스웨이지(Swayze)의 허리를 잘 쓰는 골반 움직임, 간지러운 겨드랑이, 그리고 리프트까지 완벽하게 재현한 〈더티 댄싱〉(Dirty Dancing) 촌극 패러디도 있다.
놀라움을 자아내는 흥미로운 부분들도 있다. 아주 대조적인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마오리족의 전투춤 하카를 뒤섞는다든가 토슈즈를 신고 뒤뚱대며 걷는 남성들 모습에서 웃음을 끌어내기도 하지만, 어느 출연자는 토슈즈를 신고 아름다운 솔로 춤을 프웽트로 펼친다. 여섯 남자들이 기저귀 찬 아기로 분장하고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의 강렬하며 날카로운 화음에 맞춰 비틀대며 코를 후비고 엉덩이를 질질 끄는 장면도 있다.
재밌게 잘 만들어졌으며, 영리한 점들이 있고 반면에 아닌 것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치밀하게 연출된 익살극 같다. 무용 전문가와 초보자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이 농담 공연에 그래도 뭔가 더 숨겨진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뛰어난 기술력과 재치 넘치는 코믹 연기, 그리고 슬랩스틱 코미디를 결합한 〈뛰뛰〉는 주목을 받는 남성 댄스 쇼다. 가디언의 리뷰가 이와 같이 비교적 긍정적인 데 비하여, 이 공연물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다른 매체들도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는 흉내낸 패러디들을 짜맞추어 어설프게 진행해서 부정적으로 보였다는 반응이다.
아이들을 위한 분장, 바뀌는 생각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공연예술에서 분장을 필수적인 관행인가? 아이들에게도 그것이 필수적이어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의문은 시대 정신과 결부되어 있어 관심을 끈다. 호주에서 조용히 제기되고 있는 탈 분장의 움직임을 소개한 가디언의 기사를 발췌 전재한다.
기사 링크
https://www.theguardian.com/lifeandstyle/2026/feb/21/toddlers-in-mascara-dance-teachers-and-parents-rethink-stage-makeup
호주의 어느 댄스아카데미는 포용성, 자신감 고취, 그리고 학생들의 편안함을 중시한다. 이 학원의 원장은 그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유니폼, 단정한 머리, 대회, 공연용 화장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 “춤, 특히 어린 시절의 춤은 외모보다는 기쁨, 움직임, 자기 표현, 소속감에 관한 것이다.” 호주에서 이런 흐름에 동참하는 학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이 강조하는 점은 상당히 인간학적이다. “아이들은 꾸미지 않아도 이미 아름답다. 우리는 화장이 ‘뭔가를 하기 위해서는 달라 보여야 한다’는 미묘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들은 또한 분장이 참여에 실질적인 장벽이 된다고 생각한다. “화장이라는 요건을 없애면 특히 공연 시즌 동안 가족들의 비용 부담과 압박이 줄어든다. 우리의 접근 방식은 어떤 아이도 개인적, 문화적 또는 의학적 이유로 소외되거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보장한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분장이 얼굴 윤곽을 살려 관객이 표정을 읽도록 하는 이점이 있다고 옹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린 무용수들에게는 절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분장의 목적은 자연스러운 이목구비를 은은하게 부각시키는 것이지, 과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나이에 맞고, 세련되고, 절제된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메이크업은 무용수를 돋보이게 해야지, 경쟁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분장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종종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특정한 모습으로 보여야만 사회에 어울리고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우리가 나이가 들면 스스로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지금 하고 있는 것으로 이미 충분하다는 것이다. 참여하기 위해 자기 외모를 바꿀 필요는 없다.”
원주민 문화와 춤을 결합한 아이들 프로그램
호주의 ABC방송이 2월에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댄스 위드 톰〉(Dance with Tom)이 관심을 받고 있다고 가디언이 보도하였다. 남성 진행자가 애니메이션 배경 앞에서 호주 원주민의 이야기와 자연, 야생동물을 활용해서 춤과 언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아직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으나 가디언은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의 누구나 모두 좋아한다고 소개하였다. 애니메이션, 음악은 원주민족 출신 미술가와 음악가가 만들었다. 원주민족 출신의 진행자가 친절하면서 활기차게 진행하는 것도 프로그램의 인기에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사 링크
https://www.theguardian.com/tv-and-radio/2026/feb/20/dance-with-tom-abc-kids-tv-show-first-nations-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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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ce with Tom 유튜브 이미지 |
가디언은 〈댄스 위드 톰〉은 겉보기에는 작고 단순해 보이지만, 놀랍도록 풍성하고 폭넓은 감을 준다고 한다. 실사 영상과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프로그램에서 주축을 이루는 것은 춤과 몸짓이고 아이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동작들로 구성된다. 5분 정도 길이의 프로그램에서 진행자는 태양, 쐐기꼬리독수리, 병정게에 대해 이야기하고 간단한 춤을 곁들인다. 안무를 맡은 진행자 토마스 켈리는 나이스다댄스칼리지를 졸업하고 원주민 현대무용단의 예술감독으로 있다. 진행자는 앞으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호주 대륙을 누비며 다양한 원주민 공동체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한다. 그에게 있어 〈댄스 위드 톰〉은 단순히 귀여운 어린이 프로그램이 아니라, 호주의 다양한 원주민 공동체가 소중히 여기는 전통을 기리는 기회이기도 하다. 진행자는 “호주 원주민 문화(First Nations Australian culture)는 호주에서만 찾아볼 수 있어서 매우 독특하다. 진정으로 호주다운 것은 호주 원주민 문화(First Nations Australian culture)뿐일 것이다”고 밝혔다.
김채현
춤인문학습원장.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명예교수. <춤웹진> 편집장. 철학과 미학을 전공했고 춤·예술 분야 비평 수백 편과 저서 『춤과 삶의 문화』 『춤, 새로 말한다 새로 만든다』 『뿌리깊은 나무 샘이깊은 물』(1)을 비롯 다수의 논문, 공저, 『춤』 등의 역서 20여권을 발간했다. <국립무용단 60년사>(2022년 간행, 국립무용단)의 편집장으로서 편집을 총괄 진행하고 필진으로 참여하였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예술춤과 국내외 축제 현장을 작가주의 시각으로 직접 촬영한 비디오 기록물 수천 편을 소장하고 있으며 한국저작권위원회, 국립극장 자료관, 국립도서관 등에 영상 복제본, 팸플릿 등 일부 자료를 기증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