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광주시립발레단 박경숙 예술감독
지역소멸과 노동유연화 시대의 지역 공공발레단
  • 일    시
    2025. 4. 17.(목) 11시
  • 장    소
    광주예술의전당
정옥희_춤비평가


지역소멸과 노동유연화가 현실이 된 한국 사회에서 지역 공공발레단의 현실은 어떠할까. 서울과 지역의 문화격차가 심화되고 클래식발레와 컨템퍼러리발레의 수용 격차 역시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지역 공공발레단의 사명은 무엇인가.
국내 유일한 지역 공공발레단인 광주시립발레단 박경숙 예술감독을 만났다. 박경숙 예술감독은 제2대 예술감독(1996-2002)을 역임한 후 2022년부터 제7대 예술감독을 맡고 있으며 2024년에 연임되었다. 〈돈키호테〉, 〈코펠리아〉, 〈디바인〉 등의 신작을 제작했고 올해 〈해적〉 초연을 앞두고 있다. 


20년 만에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 다시 오셨는데 그 사이에 발레계가 많이 바뀌었죠. 시립발레단은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일단 무용수가 달라졌어요. 단원들의 기량과 체격이 좋아져서 작업할 때 편하기도 하고 예술적 가능성도 많이 열렸습니다. 출신 지역도 바뀌었어요. 예전엔 이 지역과 타 지역 출신의 비율이 반반이었다면 요즘은 90% 이상이 타 지역 출신입니다. 광주시립발레단이 한강 이남의 유일한 시립발레단인데 인지도도 있고 내공도 있어서 전국에서 많이 오고 있습니다. 단원들이 책임감 있고 프로 의식도 있어 매우 감사합니다.

두 번째 임기에서 집중적으로 추구한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가 가졌던 비전은 클래식발레와 컨템퍼러리발레를 아우르면서 광주시립발레단만의 차별화된 레퍼토리를 구축하고 단원들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단원안무전을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원안무전의 경우 제가 2022년도에 와서 2023년, 2024년 2년간 실행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예산이 일괄 30% 삭감되어 단원 안무전을 못했습니다.
그래도 클래식 레퍼토리와 컨템퍼러리 레퍼토리 개발은 제가 계획한 대로 순조로이 진행되었습니다. 첫해에 〈돈키호테〉를 버전을 다르게 발표했고 주재만의 〈디바인〉을 초연했습니다. 작년에는 〈코펠리아〉를 발표했고 올해는 〈해적〉을 올릴 예정입니다.

클래식과 컨템퍼러리 레퍼토리의 균형을 잡는 것은 대부분 발레단의 숙제이고 지역 발레단에선 더욱 힘들 텐데요.
지역에는 발레 인구가 적기에 대중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호두까기 인형〉이나 〈백조의 호수〉는 티켓 판매를 걱정하지 않지만 여기서 조금만 벗어나도 티켓 판매가 어려워집니다. 그러니 제가 하고 싶다고 해서 어려운 작품을 할 수는 없죠. 예산 문제도 있고 레퍼토리 구축에도 도움이 되어야 하니 작품을 선별하는 일이 어렵습니다. 작년에 〈코펠리아〉가 성공적으로 공연되었고 올해도 〈해적〉 버전을 고심해 선정했습니다.
컨템퍼러리발레는 아무리 작품이 좋고 예술성이 있어도 티켓 판매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집니다. 그래서 〈해설이 있는 발레〉나 〈살롱 콘서트〉 등을 통해 클래식 이외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조금씩 소개하려 합니다. 이번 봄 소극장 공연에서 발레 뤼스를 주제로 〈장미의 정〉, 〈세헤라자데〉 등의 작품을 소개했습니다. 전문가 사이에선 너무 참신하고 좋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대중들은 벌써 어렵다, 생소하다고 반응하셨어요. 이처럼 지역에선 새로운 것을 하기가 참 어렵지만 그래도 자꾸 레퍼토리를 확장하려 시도합니다. 예산과 극장과 무용수를 가진 단체이니 어려운 작품도 소개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광주시립발레단 발레 뤼스 〈장미의 정〉 ⓒoncefilmworks





광주시립발레단 발레 뤼스 〈세헤라자데〉 ⓒoncefilmworks



감독님이 부임하신 후 올린 고전발레 레퍼토리를 보니 〈돈키호테〉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버전을 가져오셨고 이번에 올릴 〈해적〉도 프리모르스키-마린스키발레단 버전을 가져오시더라고요. 고전발레에선 버전이 작품의 정체성이라 할 정도로 중요한데, 버전 선택 및 제작에서 가장 고려하신 점은 무엇인가요?
고전발레는 관객들이 30년 이상 보아온 것이잖아요. 그래서 광주시립발레단만의 차별화된 레퍼토리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임기 초에 〈돈키호테〉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제작감독인 크리스토프 노보그로츠키를 초청해 재안무 했습니다. 올해 공연할 〈해적〉도 프리모르스키-마린스키 발레단의 예술감독이자 안무가인 알다르 알리예브(Eldar Aliev)를 초빙했어요. 알리예브는 마린스키발레단의 주역으로 활약하는 김기민이 추천해 주었는데 작품을 살펴보니 자기만의 안무 스타일이 구축된 사람이고 시대적인 변화도 수용하는 분이셔요. 고전의 모습을 간직하지만 개성 있는 버전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 선택했습니다.
〈코펠리아〉는 제가 재안무를 맡았습니다. 코믹 발레라 재미있고 음악도 좋고 마주르카와 차르다스 등의 캐릭터댄스가 처음 들어간 역사적인 작품이기도 해서 꼭 하고 싶었어요. 국내에선 접하기 힘든 작품이다 보니 올해 대한민국발레축제에도 초청받았어요.
제작에서 중시한 점은 선택과 집중입니다. 예전엔 전막 공연을 3시간 정도 했지만 이젠 2시간 이내로 하잖아요. 그래서 무엇을 살리거나 없앨 것인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늘어지는 장면을 줄이고 스토리텔링도 간결히 했어요. 〈코펠리아〉는 3막 작품인데 1, 2막은 드라마를 쌓고 스토리텔링이 되도록 집중하고 3막에선 춤을 화려하게 보여주었어요. 〈해적〉에선 노예시장 같은 장면이 시대착오적이기 때문에 이 장면을 최소화했고 알리 캐릭터도 나오지 않아요. 대신 남성 군무를 확대했죠. 생소할 수 있지만 차별화하는 전략이라 생각해요.





광주시립발레단 〈코펠리아〉 ⓒBAKI



컨템퍼러리발레 전막 작품은 〈오월 바람〉과 〈디바인〉(DIVINE)으로 모두 5.18을 주제로 한 작품이더라고요. 특히 〈디바인〉은 찬사를 많이 받았는데 어떤 의도를 담아 제작하셨는지요?
5.18이 45주년이 되었어요. 그동안 광주에선 5월에 5.18에 대한 작품을 해야 하고 이를 브랜드화 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작용했고 저 역시 예외일 수 없어요. 임기 첫해엔 제가 1월에 위촉되었는데 5월 공연을 신작으로 준비하기는 벅찼기에 전임 감독님이 하셨던 〈오월 바람〉을 재공연했어요. 그 이후부터 여러 전문가와 상의하면서 신작을 준비했어요.
그때 제 모토가 무엇이었냐면 5.18을 다룬다고 해서 꼭 피 흘리고 쓰러지고 죽는 리얼리즘일 필요는 없다. 고통을 승화한, 그리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제가 첫 임기 이후 민간에서 그린발레단을 운영할 때에도 다들 왜 5.18 발레를 안 하냐고 했지만 리얼리즘 스타일로는 하기 싫었어요.
신작을 준비할 때 국민일보 장지영 기자님이 주재만 안무가를 추천해주셔서 와이즈발레단에서 만드신 〈비타(VITA)〉를 보았어요. 주재만 선생님의 작품엔 예술성이나 안무력뿐 아니라 휴머니즘과 호소력이 있더라고요. 인간은 누구나 고통스럽잖아요. 세계 곳곳에 전쟁과 기아와 병마가 있지만 그래도 항상 희망이 있죠. 광주시립발레단이 만드는 5.18 발레가 그런 보편적인 주제와 감성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스토리텔링 대신 보편적인 감성을 각 장의 타이틀로만 제시하고 그 안에서 관객이 각자의 경험에 비추어 느끼도록 했어요. 처음으로 하는 본격적인 컨템퍼러리발레라 무용수들이 많이 고생했는데 잘 소화해냈어요. 저도 과연 잘 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소신 있게 하다 보니 좋은 결과물이 나왔고 관객과 전문가들 모두 호응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광주시립발레단 〈DIVINE〉 ⓒBAKI



저도 초연을 보았지만 컨템퍼러리발레의 경험이 많지 않은 무용수들과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만들었다는 게 대단했어요.
우리 발레단은 무용수가 50명이고 군무 솔리스트 주역까지 다양한 능력을 지녔어요. 다양한 씬에 다양한 개성을 지닌 무용수들을 적절히 배치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만들어졌어요. 게다가 주인공 역할을 한 이상규를 비롯하여 많은 무용수들이 내면으로부터 깊은 해석을 끌어내면서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무용수들의 실력과 작품 해석력도 높아졌어요. 클래식발레에선 이렇게 하기가 힘들죠.
〈디바인〉은 추상성 때문에 보편성을 지니기도 하고 완성도도 높아서 발레 애호가나 전문가들이 너무 좋아해요. 막상 지역에선 좀 어려워하죠. 일단 보시면 좋아하지만 컨템퍼러리발레는 어려운 데다 주제도 심오하고 무겁다 보니 엄두를 잘 못내시죠. 그래서 서울이나 다른 지역, 그리고 해외의 발레 시장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광주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이 충분히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 혼자의 힘으론 역부족이에요. 지역의 정치인이나 지도층들이 적극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디바인〉이 나온 지도 이제 3년째인데 다른 컨템퍼러리 작품도 준비하시는지요? 〈디바인〉이 5.18 소재이다 보니 다른 소재로도 넓히실 생각도 있으신지요?
〈디바인〉을 소화해내면서 무용수들이나 단체나 모두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제 새로운 작품을 하고 싶고 새로운 안무가도 발굴하고 싶습니다. 이전에 소극장 공연으로 국내 발레 안무가들을 꾸준히 초청해왔고 현재에도 여러 안무가들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광주시립발레단 〈DIVINE〉 ⓒBAKI



감독님의 목표로 무용수 안무 역량 강화도 말씀해주셨는데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요?
단원안무전은 매우 좋은 기회예요. 젊은 안무자가 밖에서 활동하려고 하면 예산과 무용수가 제일 문제인데, 여기서는 무용수, 극장, 예산까지 제공해주니 본인의 아이디어만 있으면 꿈을 펼칠 수 있습니다. 로열발레단이 이런 제도를 아주 잘 운영하고 있고 국립발레단에서도 이렇게 운영하죠.
단원안무전을 할 때마다 단원들에게는 큰 성장 기회가 됩니다. 한 번 할 때와 두 번 할 때가 다르더라고요. 단원안무전과 컨템퍼러리발레 공연이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단원들의 예술성과 안무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절감하고 있어요. 특히 첫해 안무전 후 〈디바인〉 초연 과정을 직접 겪으면서 많은 공부가 되었는지 이듬해 안무전의 작품 수준이 확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경험이 쌓이다 보면 나중에 발레단 밖에서도 실력 있는 안무가로서 활동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정기 공연이 주요 고전 레퍼토리에 치중한다면 소극장 기획 공연인 〈Voice of Springs〉는 무용수에게도, 관객에게도 다양한 작품을 경험하는 기회인 것 같아요. 특히 이번 봄엔 발레 뤼스 테마로 기획하신 점이 참신했습니다. 어떤 의도로 기획하셨는지요?
저희가 매년 봄가을에 두 번 갈라 공연을 합니다. 예전에는 클래식 작품으로만 했는데 계속 하다 보니 관객들도 식상해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발레 클래스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려 노력했어요. 이번엔 발레 역사에서 중요한 발레 뤼스를 소개해보자 생각했어요. 전공자들은 잘 알지만 관객들은 역시 어려워하더라고요. 발레 뤼스의 다양한 작품 중 보다 대중적이고 클래식한 미하일 포킨 작품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로 구성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카르멘〉이나 〈봄의 제전〉을 다룬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요. 관객이 조금 낯설어하더라도 발레에 대한 관점을 넓혀가는 것 역시 우리의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시면서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요?
무엇보다도 예산입니다. 아시다시피 문화예술기관 예산이 일괄 30% 삭감되었어요. 우리 단체는 제작 단체이다보니 모든 게 빠듯하고 어려워요. 올해 〈해적〉 초연을 하는데 보통 신작 제작에 최소 5억을 잡아야 하는데 4억으로 해야 해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한창 시너지를 받던 단원안무전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연간 공연도 줄었어요. 초반엔 연간 50회 했지만 작년엔 40회 했고 올해는 30회 예상하고 있어요. 이 예산에선 이 정도가 맥시멈입니다. 예산만 늘어난다면 훨씬 많은 것을 할 수 있는데 아쉽지요.

50여 명의 무용수를 이끌어가시는 것도 만만치 않으실 텐데요 어떤 점이 힘드신가요?
20년 만에 돌아온 예술감독으로서 젊은 세대의 사고 방식에 적응하는 것이 너무 중요했어요. 옛날에 제가 무용수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예술가의 열정과 자존심이 먼저였지만 요즘 세대는 실용적이고 합리적이잖아요. 워라벨이 아주 철저해요. 저도 머리로는 알지만 현장에서 능숙하게 적용하는 데에는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했어요. 우리는 열 시반에 클래스를 시작하고 점심시간이 있고 네 시에 리허설이 끝나야 해요. 춤이 끝나지 않아도, 외국 안무가가 와도 예외가 없어요. 그 이후에 하려면 대체휴무를 줘야 해요. 실질적인 리허설 시간이 세 시간이니 신작 안무는커녕 기존작 리허설도 빠듯하죠. 그래서 세 시간의 리허설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피를 말리며 스케줄을 짭니다. 예술적인 작업도 중요하지만 단원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정말 중요하다는 점을 피부로 느끼게 있습니다.

무용수가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또한 공연을 앞두고 작품을 충분히 소화하고 기량을 향상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 텐데 지금의 조건에서 가능한지요?
단원들도 그 점을 인지하고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리허설 시간 안에서는 마킹(marking)도 일절 하지 않을 만큼 철저히 임하고 있어요.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저도 일 초도 낭비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공립발레단으로서 겪는 어려움도 있을까요?
무용수의 노령화를 들 수 있어요. 공립무용단들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로 무용계에서 지속적으로 이슈화 되었죠. 광주시립발레단은 발레단뿐 아니라 광주예술의전당에 소속된 여덟 단체에 똑같이 적용되는 조례에 따라 정년이 60세입니다. 오케스트라나 관현악단은 60세까지도 큰 무리 없이 활동이 가능하지만 발레단은 전 세계적으로 40세 전후 평균적으로 은퇴하죠. 하지만 모든 단체에 일괄 적용되고 있는 것이 어려운 점입니다.
상임단원의 경우 2년마다 정기 평정이 있고 비상임단원은 매년 오디션이 있어요. 정기 평정은 세 번까지 재심을 볼 수 있고, 오디션 평가 항목도 근무 경력이 30%, 실기가 70%입니다. 연차가 높을수록 유리한 구조이니 평가의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당장의 공연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이 줄어들고, 한정된 인원이 주요 역할을 하다 보니 부상의 위험도 올라갑니다. 단원들의 노동권 보장과 순조로운 공연 진행이 충돌하는 상황입니다.
비현실적인 조례의 대안으로 임금피크제가 제시되어 왔습니다. 임금피크제는 무용수로서의 노동력이 가장 좋은 35세에 최고 임금을 받고 이후부터는 임금을 줄여가는 방식입니다. 공립무용단으로선 현실적인 방안이고 공감대도 많이 형성되어 있지요. 하지만 시작 임금이 거의 2배 오르기 때문에 예산이 많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공무원들이 새로운 제도의 시행착오에 대해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고 담당자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구조이니 좀처럼 진척되지 않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에 전문성을 지닌 공무원이 있어야 추진될 텐데 아무도 나서지 않으니 제자리걸음입니다. 임금피크제만 적용된다면 전국에서 재능 있는 무용수들이 몰려올 것 같은데 안타깝습니다.

광주시립발레단 홈페이지를 보니 상임단원보다 비상임단원이 더 많더라고요. 그것도 노령화 문제와 연결되나요?
맞습니다. 단원들이 노령화되다 보니 시에서는 비상임 체제가 더 낫다고 생각하고 계세요. 발레단에서 상임단원 네 명이 퇴직했는데 상임단원을 뽑지 않고 비상임단원으로 계속 채우고 있어요. 모든 단체가 비슷한 상황입니다.
제 입장에서 볼 때 노령화 문제도 있지만 단원들의 사기 문제도 있어요. 주역이나 솔리스트 역할을 하는 무용수가 5-6년째 계속 비상임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매년 오디션을 새로 봐야 하니 사기가 떨어지죠. 그래서 제가 차선책으로 수석, 차석 오디션이라도 따로 열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실력 있는 무용수들이 응시해서 수석단원, 차석단원으로 바로 활동하면 사기도 올라가고 발레단의 운영도 현실화될 수 있잖아요. 이러한 방안을 계속 건의하는 상황입니다.

감독님은 1996년부터 광주시립발레단 단장을 역임하시고 광주여자대학교에서 오랫동안 재직하시다가 다시 발레단에 부임하셨지요. 오랫동안 광주에서 활동하셨으니 이 지역의 상황에 대해 잘 아시리라 생각하는데요, 광주 발레의 상황은 어떠하고 광주시립발레단의 역할이 무엇일까요?
지역 인구가 줄고 발레 인구도 줄고 있어요. 어떨 땐 광주에, 광역시이지만 이렇게 작은 도시에, 발레단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여요. 그래도 다행히 유아발레나 성인발레 때문에 관람 인구는 크게 줄지 않았어요. 〈호두까기 인형〉이나 〈백조의 호수〉 같은 클래식 공연은 반드시 보러 가는 공연이 된 것도 감사하지요. 하지만 광주를 비롯한 전라도 지역 대학에 발레 전공이 전멸한 상황이라 전공자의 순환이 잘 안되어요. 대학이 없으니 맥이 끊어졌고 예고가 있지만 국립이라 서울의 예고처럼 집중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광주시립발레단은 지역 사회와 연계점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역 대학에서 특강을 하기도 하고 찾아가는 공연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발레단이 단원들의 외부활동을 장려하지는 않지만 이들의 존재가 지역의 무용계를 견인하고 있기 때문에 그 역할도 외면할 수 없는 점입니다. 그 외에 전당 내 다른 예술단체와 협업하거나 지역 예술가나 단체와 협업하는 작업들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남은 임기에서 구체적으로 계획하신 목표가 있을까요?
올해가 제 연임 마지막 해여요. 임기 동안 광주시립발레단만의 차별화된 레퍼토리를 확보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초연작인 〈해적〉을 잘 하고 〈호두까기 인형〉까지 잘 끝내는 것이 현재의 목표입니다.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내년이 광주시립발레단의 50주년이기 때문에 비전을 새로이 할 심포지엄도 하고 중요한 레퍼토리들도 나와야 한다고 소망하고 있습니다.

정옥희
춤 연구자 및 비평가. 이화여자대학교 무용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미국 템플대학교에서 무용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니버설발레단과 중국 광저우시립발레단의 정단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Dance Chronicle 자문위원이며 이화여자대학교 무용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진화하는 발레클래스』(2022), 『이 춤의 운명은: 살아남은 작품들의 생애사』(2020)가 있다.​​​​
2025. 5.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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