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거리예술축제 초대 예술감독 김남진
관객 우선 축제 지향, 부산 인재 발굴의 기회로 활용할 터
장광열_<춤웹진> 편집위원
 

 


장광열
부산 무용계가 변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산국립국악원이 주최하는 영남춤축제도 열기를 더해 가는 것 같고 부산국제즉흥춤축제(Bimpro)도 올해 10주년을 맞았지요. 부산거리예술축제도 새로이 출범하는 것 같습니다. 첫 예술감독으로 무용가가 선정된 것도 축하할 일이지요. 이 축제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것인지, 그리고 초대 예술감독을 맡은 소감도 궁금합니다.
김남진 몇 해 전부터 저는 고향인 부산을 오가며 경성대에서 후진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 거리축제에 대한 중요성들을 부산의 예술가, 기획자들에게 이야길 했었죠. 그 결과 금정문화재단에서 이렇게 축제를 만들어 주셨고 또 저를 초대 예술감독으로 초빙해 주셨습니다. 제가 제안을 했던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또한 제가 생각했던 거리예술축제의 필요성들을 축제를 통해 구현하고 싶습니다.



우주복을 입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포스터가 축제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네요. 올해가 첫해인데 어떤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9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개최되는 2017년 부산거리예술축제는 핀란드, 아일랜드, 스위스, 태국, 벨기에, 일본, 티벳 등 해외 7개 팀과 이태프로젝트, 상상발전소, 김종환, 신동호, 양일동, 마젠져스 스트릿, 이세호 등 국내 8개 팀이 참여합니다. 아크로바틱 서커스, 수중인간, 큐빅 아트, 현대무용, 코믹, 오픈 콘서트 등의 성격을 띤 작품으로 구성됩니다.

예술감독으로서 프로그램 선정에서 특히 어떤 면들에 초점을 맞추었는지요?
무엇보다도 관객과 소통하는 작품, 그러면서 예술성 있는 작품에 포커스를 두었습니다. 부산에서 거리축제를 할 때 몇 작품들을 보았는데 스피커 몇 개에 무대에서의 작품을 그대로 소개하면서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고민되어지지 않은 채 프로그램을 구성한 듯 보였습니다. 이 점을 많이 보완하여 관객이 우선이 되는 축제를 만들려 했습니다.

공연예술축제의 경우 공간이 어디인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개최 장소는 어디인지 왜 이곳을 선정했는지도 궁금합니다.
금정문화재단은 금정구라는 부산의 문화예술특구에 있습니다. 여기는 부산의 두 개 예술고등학교(부산예고, 브니엘예고)가 있으며 이제는 유일하게 ‘무용학과’라는 명칭을 가지고 존재하는 부산대학교가 소재하고 있습니다. 또한 부산의 대학로를 만들고자 하는 금정문화재단의 의지에 힘입어 부산대 지하철역 인근을 축제 장소로 정했습니다. 이제 부산대 근처는 젊음이 있는 곳, 무엇인가 항상 이벤트가 일어나는 곳이란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이며 앞으로 이 주변을 더욱 발전시켜 축제의 장으로 만들 것입니다. 

 


구 단위의 문화재단에서 국제 예술축제를 직접 주최하는 것도 신선합니다. 예산은 어느 정도인가요?

그렇습니다. 금정문화재단이 평창동계올림픽, 서울거리예술축제와 협업해서 올해 처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예산은 재단에서 공개치 말아달라고 하네요.

안산과 서울에서도 거리예술축제가 있습니다. 이들 축제와는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연계를 맺거나 할 계획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저는 각 축제들이 서로서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극장과 축제 등이 긴밀한 상호 관계로 적은 예산으로 수준 높은 공연을 관객들에게 선사합니다. 저는 서울거리예술축제, 안산거리극축제, 광주 ACC 프린지 인터내셔널과 긴밀한 상호관계를 가지고 작업 중입니다. 또한 차별성이라고 말하긴 뭐하지만 축제를 개최하면서 이곳에 출품된 작품들이 다른 곳에 초청받을 수 있도록 지역의 작은 소축제의 관계자를 초청하여 지역예술가들을 소개하며 그들이 많은 무대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 축제가 부산 지역 예술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는지요?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부산은 관광도시, 예술의 도시로 나아가야 합니다.
곧 부산항에 시드니를 모형으로 하는 오페라하우스가 생길 것입니다. 또한 부산에는 부산국제영화제란 세계적인 페스티벌이 있습니다. 반면에 올해 경성대학교는 무용학과를 폐과시켰습니다. 이것은 시의 행정과 부산의 예술교육이 같이 가지 못한다는 결론이지요. 저 큰 오페라하우스는 이제 누가 채울 것이며 누가 문화를 향유할 것입니까? 작은 힘이나마 이 축제를 통하여 재능 있는 지역의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이 부산의 문화를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이 되고 싶습니다. 프랑스의 몽펠리에댄스페스티벌 예술감독인 쟝 폴 몽타나리가 숨은 인재를 발굴하여 작은 별이 큰 별로 거듭나게 하듯이 말입니다. 

 


예술감독으로서 가장 볼만한 프로그램을 추천하라면 어떤 것을 고르겠습니까?

부산거리예술축제는 아크로바틱 서커스에 많은 중점을 두었습니다. 태국 방송에서 큰 스타로 발돋움한 Leng은 2011년 국립현대무용단 안무자베이스캠프에서 제가 초청안무자로 작품을 할 때 출연을 한 태국의 예술가입니다. 그의 환상적인 줄타기 아크로바틱 외에도 스위스의 테입을 이용한 현대무용, 그리고 이세호라는 부산의 피아노 연주자와 벨기에 크리스틴 르부뜨의 협업 콘서트도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크리스틴은 벨기에 Sidi Larbi Cherkaoui의 전속가수로 제가 이 무용단에 있을 때도 같이 공연했죠. 앞으로도 이 Cherkaoui무용단에 있는 재능 있는 친구들을 많이 초청하려 합니다.

축제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예산부분이겠죠. 좀 더 좋은 작품과 많은 공연을 초청하고 싶은데... 앞으로 조금씩 더 노력하여 정말 스펙터클한 공연들을 초청하며 부산의 유명한 축제로 거듭나겠습니다.

 


안무가로서 김감독님의 다음 스케줄도 궁금해집니다.

저는 지금 경성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서 학생작품 안무로 9월 부산 대학무용제에 공연을 하구요. 10월의 SIDance와 청주 초청공연, 11월엔 부산시립무용단이 초청 안무가로 불러주어서 〈또 다른 봄〉이란 작품의 초연이 있습니다. 내년 2월에는 동경 오차노미즈 대학 계절학기 수업과 초청안무, 4월 동경 공연, 그리고 지난 8월 캐나다 공연에 참가했었는데 차기작을 보내 달라고 해서 2014년 창작산실 선정작인 〈Eye〉로 해외투어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춤웹진〉 독자들을 위해 본인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현재 경성대 무용학과 초빙외래교수로 재직 중이며 댄스씨어터 창의 예술감독입니다. 프랑스 렌느국립현대무용단(1998-2002), 벨기에 SIdi Larbi Cherkaoui 무용단(2002-2007)에 한국인 최초로 입단하여 세계 여러 극장과 국제적인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했었습니다.

새로 탄생한 예술축제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5년 내지 7년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축제를 주최하는 공공 기관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해 조급하게 어떤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기다려 주는 자세도 필요할 것입니다. 성공적인 축제가 되길 기대합니다.


- 참고 기사 -
[부산일보] 부산대 앞에 '8개국 거리예술판' 깔린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2017년 9월 26일 보도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70926000232 

 

2017. 09.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