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수진 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이 2월 3일자로 3년 임기의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에 재임명되었다. 문체부는 “강수진 감독이 클래식부터 네오클래식, 모던발레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레퍼토리를 확보하고 공연 횟수 확대, 군부대 발레교실 운영 등을 통해 발레 대중화에 기여했고 예술과 행정을 아우르는 유연한 리더십으로 국립발레단 운영 평가에서 2년 연속 '우수'를 받는 등 단체 및 한국발레 발전에 기여한 점이 인정됐다"고 연임 이유를 밝혔다.
장광열 2014년 2월에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 부임했으니 이제 3년이 지났다. 지난 30여년 대부분을 프로 발레단에서 무용수 강수진으로 살아왔던 만큼 처음 맡았던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에 대한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우선 지난 3년 동안 예술감독 직을 수행한데 대한 소감을 듣고 싶다.
강수진 정말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국립발레단에 와서 지난 3년간 계획했던 것들이 예상보다 더 훌륭하게 그리고 더 많이 이루어졌다. 이 모든 것은 단원들을 비롯하여 스태프들, 국립발레단에 많은 조언을 해주시는 관객, 무용가 등 많은 분들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연임이 결정되면서 2월 3일부터는 예술감독으로 제2기 임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향후 어디에 가장 중점을 두고 국립발레단을 운영할 예정인가?
국립발레단에 온 이유는 2014년 2월이나 2017년 2월이나 한가지이다. 단원들의 역량 개발이 오직 나의 중점 사항이다.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하겠다.
연속으로 공공 예술단체 경영평가에서 최우수 판정을 받았다.그 비결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어느 조직이건 간에 팀웍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원들, 사무국 직원들, 무대 스태프들까지 한마음으로 한곳을 보고 움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레퍼토리가 다양해진 점, 공연 장소가 여러 곳으로 확장된 점, 다양한 캐스팅, 군무진들의 앙상블 향상 등은 현장에서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국립발레단의 변화들이다. 예술감독으로서 지난 3년 동안 국립발레단이 거둔 성과를 꼽는다면?
3년이라는 시간은 길 다면 길지만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취임식 때 내가 이야기 했던 것이 있다. 클래식을 바탕으로 하여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21세기형 발레단’이 그것이다. 지난 시간동안 역대 단장님들과 단원분들의 노력으로 잘 해오고 있었던 많은 것을 바탕으로 하여 클래식 발레, 네오 클래식, 모던 발레까지 레퍼토리를 조금 더 확장시키고자 하였다.
또한 KNB 무브먼트 시리즈를 통하여 무용수에서 안무가로 폭넓게 활동하는 단원들이 생기고 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통하여 지난해 7월 슈투트가르트 극장에서 주최한 ‘Next Generation ’행사에 강효형 안무작인 〈요동치다〉가 초청되기도 하였다. 단원들의 기량 향상은 물론이고, 국립발레단 단원들의 우수성이 해외 무대에 입소문이 날수 있도록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해외의 유명 게스트 티처들을 다수 초대했었다. 2월 벨기에 플랑드르 발레단 초청으로 〈스파르타쿠스〉의 주역인 예기나, 크랏수스 역을 우리 발레단의 박슬기(수석무용수), 변성완(드미 솔리스트) 무용수가 맡게 되었다. 이제 시작이다.
두 무용수의 벨기에 초청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게스트 티처와 코치들이 국립발레단에 들어와 연습을 지도하다 두 명을 캐스팅했다. 당시 변성완씨는 군무 등급이었는데도 실력만 보고 초청한 것이다. 이제 세계 여러 발레단과의 교류가 점점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평소 단원들에게 어떤 점을 강조하나?
예술가로서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해, 관객들의 선택권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무용수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군무 무용수들에게는 무대에 서는 순간 뼈 속까지 X-레이가 찍힌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라고 주문한다.
올해 국립발레단 작품 중 관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말해 달라.
국립발레단은 언제나처럼 모든 공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올해 선보이는 신작만 이야기하면, 5월 CJ토월극장에서 강효형 안무로 〈허난설헌-수경월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약 50분정도 분량의 작품으로 강효형씨가 안무가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기를 기대하며 마련한 무대이다. 6월에 있을 대한민국발레축제 갈라공연에서 선보일 〈트로이 게임〉은 25분 길이의 소품으로 모두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11월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기원을 위한 공연으로는 크리스티안 슈푹 현 스위스 취리히발레단 예술감독이 안무한 〈안나 카레니나〉를 준비하고 있다.
창작발레 〈허난설헌-수월경화〉의 경우 안무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발레단 단원에게 새로운 2막짜리 창작발레를 맡긴 것에 대해 다들 놀라워하고 있다. 강효형씨를 발탁하게 된 배경은?
위험한 시도가 없다면 그 어떤 발전도 멈추게 된다고 생각한다. 강효형은 2015년 〈요동치다〉, 2016년 〈빛을 가르다〉를 통해 안무가로의 발전가능성을 보여준 단원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난해 독일 초청공연 때도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안무 경험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전에 준비하는 열정은 그 어떤 안무가에게 뒤지지 않을 것이다. 어떤 작품이 나오게 될지 나또한 궁금하고 기대된다.
〈안나 카레니나〉의 경우 2014년에 초연한 비교적 최근작이라 섭외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크리스티안 슈푹은 유럽무대에서 활동하는 새로운 세대의 안무가이자 예술감독이다. 내가 있었던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유럽에서 활동하는 안무가들이 모이는 그런 컴퍼니가 되었고, 그 곳 출신이기에 컨택이 어렵지는 않았다. 〈안나 카레니나〉는 움직임과 음악 모두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고 있다. 클래식, 네오클래식 나아가서는 모던까지 한 작품에서 모두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모든 장르가 조화롭게 어울려 좋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클래식, 네오 클래식, 모던을 좋아하는 관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 작품은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며 올리는 작품이다. 물론 2017년 한 해 동안 국립발레단은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며 다양한 이벤트도 펼칠 계획이다. 올림픽은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이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자 세계적인 명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다.
과감한 캐스팅, 새로운 무용수들의 승급 등 단원관리에도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00여명의 단원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나름대로 어떤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실력과 성실’. 성실한 연습이 바탕이 되었을 때 실력이 제대로 발휘된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코르드발레 단원이건 드미 솔리스트이건 ‘실력과 성실’이 바탕이 된다면, 그 어떤 배역이라도 맡길 예정이다.
국립발레단을 대표할 수 있는 창작발레 레퍼토리에 대한 요구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한 예술감독으로서의 생각을 듣고 싶다.
지난 3년간 가장 많이들은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창작 레퍼토리가 하루아침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 KNB 무브먼트 시리즈와 같은 기획은 이런 의도에서 기획되었고, 꾸준히 한걸음씩 3년간도 하고 있었고 지금도 해나가고 있다. 조금 더 지켜봐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국립발레단이 메이저 발레단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결해야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현재도 국립발레단의 수준은 세계 어느 발레단에 뒤지지 않는다. 나의 과제는 이런 발레단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더욱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공연을 위해 모두들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 국립발레단을 통해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지난 3년간도 아주 바쁘게 하나씩 해나가며 지내왔다. 또한 이번 3년도 하나씩 순차적으로 해나갈 예정이다. 이제 막 연임이 되었으니, 일단 이번 2017년을 잘 지내고 싶다. 오늘 지금 이 순간도 내가 바라는 것은 부상자 없이 오늘 하루도 국립발레단이 잘 성장해 나가기를 바라면서 노력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