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표지인물 인터뷰_ 보스턴발레단 한서혜
이제 정말 숙제가 시작되었다
장광열_<춤웹진> 편집위원

 한서혜가 보스턴발레단의 간판스타가 되었다. 2014년 가장 주목할 만한 25명의 댄서에 선정되어 미국의 〈Dance Magazine〉 표지인물로 소개된데 이어 올 2월 〈오네긴〉의 올가 역, 5월 〈백조의 호수〉 오데트 역으로 캐스팅된 후 수석무용수로 승급되었다. 클래식과 컨템포러리 발레 모두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그녀를 인터뷰했다. (편집자 주)


 



장광열
수석무용수 승격을 축하합니다. 지난 2월 미국을 방문하는 길에 보스턴 오페라발레극장에서 한서혜씨가 출연한 〈오네긴〉에서 올가 역으로 춤추는 것을 보고 오히려 타티아나 역을 맡은 무용수를 능가하는 빼어난 기량과 연기력이 인상적이었었는데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오데트 공주 역에 캐스팅된 데 이어 수석무용수 승격까지 경사가 겹친 것 같습니다. 우선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한서혜 〈백조의 호수〉에서 주인공인 오데트와 오딜을 연기한다고 처음 들었을 때는 감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고 설레었습니다. 하지만 연습을 하는 기간 동안 스트레스와 책임감도 많이 느꼈습니다. 〈백조의 호수〉는 가장 큰 발레 중 하나로 발레리나라면 누구나가 꼭 한번은 주인공으로 춤춰보고 싶은 작품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어려운 작품이고 그만큼 꿈의 역할이란 생각에 선생님들과 함께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연습하고 인내하며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이런 좋은 소식까지 함께 찾아왔고 값진 결과에 그 어느 때보다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그렇습니다. <백조의 호수>는 잘 알려진 작품이지만 어려운 작품이기도 하지요. 대작인 데다 잘 훈련된 일정 수의 군무무용수들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고 그들 군무진들이 앙상블을 구축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공연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발레단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작품이지요. 오데트 공주로 출연한 날은 언제였나요?
첫 번째 공연은 5월 14일 토요일이었고 두 번째 공연은 5월 21일 토요일에 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는 5월 22일이 되겠네요.

직접 가서 공연 현장을 보지 못해 아쉽습니다. 캐스팅 소식은 언제 들었나요?
〈백조의 호수〉에서 오데트 공주를 춤출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오네긴〉 공연을 했던 2월 전부터 알았습니다.

 

 



그 전에도 주역급 역할을 맡는 등 소식을 접할 때마다 머지않아 수석무용수가 될 것이란 예상을 했었지요. 수석무용수 승급은 본인에게도 그렇겠지만 우리나라 무용계도 크게 기뻐할 일입니다. 승급 소식은 언제 누구로부터 어떻게 전달받았나요?

5월 21일 〈백조의 호수〉 공연 후 무대 위에서 미코 니시넨 예술감독님이 직접 전해주셨습니다. 갑자기 앞뒤 설명 없이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너에게 너의 승급 소식을 알려주는 거야. 너는 다음 시즌 시작인 8월 15일부터 우리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서 춤을 추게 될 거야” 라고 간단히 말씀하시면서 축하한다고 안아주셨습니다.

두 번째 공연을 마치고 예술감독이 승격 소식을 전해준 것이네요. 오데트 공주 역할은 처음인가요? 앞서 얘기해 준 것처럼 여성 발레무용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배역인데 공연을 마친 다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무엇이었나요?
주인공 역인 오데트 오딜 연기는 제가 한국에서 유니버설발레단에 있을 때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도 많이 힘들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아마 유니버설발레단에서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번 보스턴발레단에서의 공연이 더 힘들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사실 공연을 마친 뒤에는 다른 생각할 여유도 없이 승급 소식을 접하여서 너무 정신이 없었습니다.

함께 출연한 파트너 무용수는 누구였나요?
〈오네긴〉 때 렌스키로 춤췄던 중국 무용수 준 자오와 다시 한 번 〈백조의 호수〉를 연기했습니다.

 

 



어떻게 공연을 준비했나요?

이번 달에는 〈백조의 호수〉만 공연한 게 아니라 “Smoke and Mirror”라는 현대발레시리즈도 함께 공연했습니다. 하루는 현대발레 그 다음날은 〈백조의 호수〉, 어떤 날은 낮밤으로 작품을 번갈아가며 춤췄습니다. 5주 동안의 쉴 틈 없는 너무 힘든 스케줄에 발레단의 모든 무용수들이 고군분투 중입니다. 저 또한 〈백조의 호수〉에서 주인공만 하는 게 아니라 네 마리 백조와 파드트루와 그리고 현대발레에서 다른 작품들을 동시에 겸하고 있어 연습기간이 매우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사실 이렇게 뒤돌아보니 “정말 힘든 시간이었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함께 춤추고 있는 채지영 무용수도 너무 힘든 공연기간에 지쳐 있었을 텐데 쉬는 날에도 함께 나와 제가 연습하는 것을 도와줬습니다. 하루 쉬는 날에도 함께 연습실에서 춤추는 것을 봐주며 지쳐있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줬습니다.

전막 공연의 주역무용수로 출연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스트레스로 다가오던가요?
잘해내야 한다는 정신적 압박을 벗어나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춤출 때 기쁘고 행복해야 하는데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저 자신의 모습에 많이 놀라고 당황했었습니다.

공연 후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동료들이나 트레이너 혹은 예술감독의 특별한 코멘트가 있었나요?
모두가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기뻐해줬습니다. “너에게는 마음을 건드리는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어”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콧등이 시큰한 정도로 감동했습니다.

 

 



보스턴발레단에는 몇 명의 수석 무용수들이 있는지요?

여자 수석무용수는 7명 남자 수석무용수는 4명입니다.

지난 2월 공연 때 보스턴발레단의 예술감독인 Mikko Nissinen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는 서혜씨에 대한 칭찬과 함께 한국무용수들의 활약상에 크게 만족한다고 말했습니다. 서혜씨의 뒤를 이어 채치영씨가 활동하고 있고 올해 새로 우리나라 무용수들이 입단할 것이란 이야기도 덧붙이더군요. 채지영씨도 만났었는데 서혜 언니가 너무 잘 챙겨주어서 든든하다는 말을 하더군요.
다음 시즌 시작인 8월 15일부터 이소정 무용수와 이승현 무용수가 새로 단원으로 입단합니다. 한국인 무용수가 네 명으로 늘어나 너무 기쁘고 행복하지만 선배로서 책임감이 막중합니다.

발레단 관계자로부터 한서혜씨의 경우 너무 많은 배역에 캐스팅되어 한국무용수들이 혹사당하고 있다는 농담도 들었습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올가 역, 오데트 공주 역 외에도 다른 어떤 작품들에 출연했는지요?
한 작품에서 역할을 한 가지만 맡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주인공을 하더라도 그 외에 여러 가지 다른 역할을 함께 병행합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무용수가 그렇게 열심히 춤추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첫 공연에 〈Third symphony of Gustav Mahler〉에서 Lyric couple 과 또 다른 역할 두 가지를 함께했고 〈호두까기 인형〉에서 주인공과 그 외에 여러 가지, 〈오네긴〉에서는 올가, 〈백조의 호수〉에서는 주인공과 그 외에 네 마리 백조, 파드트루와 그리고 5월 "Smoke and Mirror"라는 현대발레 믹스 프로그램에서는 〈Resonance〉에서 주인공과 솔로이스트 두 가지 다른 역할을, 〈Bitches brew〉에서는 seeker를 춤추고 있습니다.

 

 



2년 전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무대에서 해외로 떠난 지 3년 만에 빼어난 춤을 선보여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었지요. 특별히 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을까요?

특별히 춤추고 싶은 배역은 따로 없지만 할 수 있는 모든 배역을 다 해보고 싶습니다. 아직 춤춰보지 못한 발레가 많이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기회가 주어져 계속해서 멋진 역할을 맡아보고 싶습니다.

보스턴발레단에는 어떻게 해서 입단하게 되었는지요. 혹 다른 발레단으로 옮기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보스턴 발레단은 보스턴 국제발레콩쿠르에서 일등을 하고난 뒤 발레단 단장님께 직접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현재 제가 있는 이 자리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2014년 미국에서 발행되는 〈Dance Magazine〉의 표지인물로 선정되었고 그 사진을 본 많은 사람들이 한서혜씨에 대해 궁금해 했었습니다. 미국 전역의 무용단 무용수 중에서 주목할 만한 무용수 25명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 것도 이슈가 되었구요. 당시 표지 선정은 어떻게 해서 이루어진 것인가요?
〈Dance Magazine〉 쪽에서 발레단으로 연락이 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장님께서 저를 추천하셨고 그렇게 해서 표지모델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한서혜씨가 타이틀롤을 맡은 보스턴발레단의 내한공연도 기대됩니다. 한국에서 공연을 가진다면 첫 공연은 어떤 작품이었으면 좋겠나요?
한국에서 첫 공연을 한다면 보스턴발레단만의 색이 강한 작품들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클래식발레도 좋지만 보스턴발레단은 컨템포러리발레도 함께 공연합니다. 좋은 작품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 흔하지 않은 특별한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무용수로 성장하고 싶은가요?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무용수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는 발레를 하기에 완벽하지 않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레리나들만큼 아름답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심을 다해 춤을 추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춤을 추고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로 제가 받기에는 과분한 자리까지 올라왔습니다. 승급소식을 들었던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에 제가 했던 생각은 이제 정말 숙제가 시작되었다는 것, 이 자리에 걸맞는 무용수가 되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그저 잘하는 무용수가 아닌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는 무용수가 되기 위해 항상 배움의 자세를 잊지 않는 겸손한 마음으로 춤추고 싶습니다. 항상 저에게 춤만이 아닌 아름다운 영혼을 보여주시는 보스턴 발레단의 '라리사' 선생님을 보면 용기가 생기고 의지가 됩니다. 선생님은 이미 발레를 그만두신지 오래되었지만 아직까지도 가장 아름다운 선을 가지고 계십니다. 현재 저의 롤 모델이십니다.

향후 공연일정이나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이번 공연이 끝나면 휴가가 두 달 주어집니다. 아직은 아무 계획이 없기에 정말 쉬고 싶습니다. 너무나 고생하고 정신없이 춤추느라 고장난 몸도 치유하고 싶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음 시즌을 위해 준비를 하여 건강히 돌아오면 기다리고 있는 다음 작품에서 좋은 역할을 맡기를 바라야죠. 〈잠자는 숲속의 미녀〉〈호두까기 인형〉〈해적〉 등과 많은 좋은 컨템포러리 작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곱 살 때 처음 발레를 시작한 한서혜는 2005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예술영재로 입학했다. 2008년 동아무용콩쿠르와 불가리아 바르나콩쿠르에서 각각 금상과 은상을 차지했고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활동했었다. 2012년 보스턴발레단에 군무단원으로 입단, 세컨드 솔리스트를 거쳐 2년 만에 솔리스트로 승격했다.
 한국인으로 해외 메이저 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는 무용수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강수진과 강효정,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의 최영규, 핀란드국립발레단의 하은지,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서희,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김기민 등이 있다.
 어머니 목미애씨는 발레 지도자로 활동 중이다. 

2016. 06.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