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개관10주년 맞은 M극장, 밀물예술진흥원 이숙재 이사장
지나간 10년, 앞으로 딱 5년

 



 



김채현
: M극장이 오는 5월로 개관 10주년을 맞습니다. 먼저 10주년을 무용인들과 더불어 축하드립니다. <춤웹진>에서 지난 2010년 8월에 M극장을 주제로 인터뷰를 가진 지 벌써 6년이 흘렀습니다. M극장이 그간 신진 무용인과 창작자를 다수 발굴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10년 동안의 운영이 다사다난했을 것입니다. 10주년 기념 인터뷰 주제로, 대강 3가지 정도로 나눠봤어요. 하나는 지난 10년간의 실적과 춤계에서 가졌을 의미, 그리고 춤전문 소극장 측면에서 진단해 볼 일이 있을 것 같고요. 마지막으로 M극장이 이제부터 중점을 두고 싶은 점에 대해서도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춤소극장 경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상식입니다. 그래도 10년을 물러서지 않고 운영해오시면서 쌓은 경험이 헛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춤계에서 소중한 춤소극장을 다져나가는 뜻에서 무용인들과 그 노하우를 공유하면 많은 도움이 될 듯합니다. 우선 지난 10년간 M극장의 운영 실적을 회고를 곁들여 소개해주시지요.

이숙재: 2006년 5월 개관 때부터 10년을 돌아보면, 대개 1년에 120~140편의 안무가들이 약 20분 정도 길이로 죽 발표했는데요. 어떻게 10년이 지나갔는지 정신없이 흘러갔습니다. 상반기에는 하반기를 준비해야 하고, 또 하반기에는 그 다음해를 준비해야 하고... 저희 극장만 하더라도 일할 인원이 충분치 않고 또 파트 타임 식이 많다 보니, 해마다 체계적으로 인력을 확충해야겠다고 느끼면서도 그냥 저냥 지나간 편입니다. 애당초엔 목적이 아니었을지라도, 기획진으로서 일하다보니까 많은 것을 터득한 인력도 생겨나고 M극장이 안무가만 기르는 게 아니라 극장 운영 실무자를 기르는 데서도 일정 부분 이바지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청년층으로 하여금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좀 터주었고, 그걸 10년 정도 하니까 길이 조금은 보이는 것 같습니다. 무대 스탭진들도 아주 많이 참여했는데, 무용인들이 조명 플랜, 무대 제작 등 기술 스탭진으로서 활동하면 좋은 모델을 마련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M극장 초창기에 활동하던 신진 기술 스탭들은 이제 전국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춤 전공자들이 굳이 무용수가 아니더라도 자기 인식과 기량을 연마하면 자신의 길을 열 가능성은 많다고 봅니다.

 

 



김채현
: 그런 작업에 임하는 사람들을 춤 동반자라 부를 수 있죠. 지난 8년 M극장의 시즌 공연을 거의 빠짐없이 지켜본 저의 소감으로도, 춤 동반자 양성면에서 10년 동안 상당한 축적이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M극장의 지난 10년 운영에서 춤 동반자 양성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로 칠 수 있지요. 앞서 소개하신 대로 매년 120편 남짓 작품을 발굴해 오신 사실에 대해 소감부터 듣고자 합니다. 그렇게 10년을 했다면 적게 잡아도 모두 1200편은 된단 말이죠. 안무자도 상당수 되겠지요.

이숙재: 네, 중복 출품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4~500명으로 추산됩니다.

김채현: M극장 무대에서 자기 작품을 올린 신진 내지 소장 무용인 수가 적지 않습니다.

이숙재: 그러니까 지속적으로 프로그램 운영을 하다보니까 외국 가는 신인들은 여기 M극장에서 공연한 작품을 출품하더라구요. 여기서 찍은 것을 갖고 출품하는 것을 보며, 우리 M극장이 계기가 된다고 자부심을 갖기도 하지요. 말하자면 M극장이 전초기지처럼 되기도 하구나 여겨질 때도 있습니다.

김채현: 2008년 이후 저도 M극장의 공연을 두어 번 빼고 다 관람하면서 매번 캠코더로 찍었는데, 그 가운데 몇몇 안무가가 저한테 비디오 편집을 또 부탁을 한 경우도 있습니다. 어디 출품하려는데, 편집 부탁드려요 라고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춤소극장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실험무대인데, 실험무대 이전에 어찌 보면 M극장이 그 젊은 소장무용가들한테는 본인이 이제 그 무용가로서 입신하는 초창기 작업실 같은 그런 경우도 생각하게 됩니다.

이숙재: 예, 본의 아니게 그런 무대 역할도 하게 됐습니다.(웃음)

김채현: M극장이 없었더라도, 물론 그 가운데 일부는 다른 극장에서 했을 겁니다. M극장이 있으니까 좀 더 편리하게 했을 겁니다. 또 M극장이 기획을 하니까 기획을 통해서 창작자와 안무가를 발탁하였는데 그 점과 연관해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이숙재: 아쉽게도 애로부터 먼저 생각나는군요. 근래에는 문화예술위원회에서 공간지원이라 해서 연간 2,000만원 정도 지원받았습니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액수일 텐데, 안무가 개인 한 사람에게 지원하는 규모에 비하면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대개 한 시간 미만 공연들이지요. 창작산실 같은 경우는 8,000만원씩 지원하지 않습니까. 우리 극장에서 처음에 지원을 요청했을 적에는 운영비 지원 같은 단순 지원이 아니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가 요청한 지원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물론 여러 극장을 대상으로 형평성을 우선시하면서 지원을 결정하다보니 우리의 요청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하고 싶지는 않지요.

김채현: 춤소극장 지원 사업이라면 대개 운영비 지원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무슨 다른 명목으로 지원받기를 희망했는가요?

이숙재: 지원받기를 희망하던 애당초에는 외국 사례를 좀 참조했습니다. 춤소극장이 제작공연장으로서 기능하기를 희망했으므로, 제작 공연에 관한 지원을 제안했었습니다. 문화예술위 지원을 받은 공연물에 대해서도 저희 극장은 대관을 합니다. 그런 수동적인 대관보다 적극적인 제작 기능을 염두에 두었던 거지요. 우리 극장이 작품을 공모한 안무가가 우리 극장과 협의해서 우리 극장에서 제작 공연하는 사업에 대해 문화예술위에서 지원해주기를 극장 개관 때부터 건의했습니다. 1년에 4~5편의 작품을 공모한다면 이 사업에 작품 제작비로 1억 원 남짓의 지원금이 소요될 겁니다. 이런 사업을 5년 정도 충실히 지속한다면 춤소극장 나름으로 춤작품 발굴과 실험춤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가 따릅니다. 철저한 사후 정산과 결과 보고서 제출을 통해 2,3년 내지 5년 주기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지요.
그렇게 제안 건의하였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춤소극장 지원 내용이 안무가 지원 사업 같은 유형으로 되었습니다. 이런 지원마저 올해는 중단되고 올해 춤소극장 지원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 내용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인 줄로 압니다. 그래서 아직 공고도 나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춤소극장 지원 사업이 안정성을 가지면서 달라져야 한다는 소감부터 말하고 싶습니다.

 

 



김채현
: 이런 정황 탓인지 춤소극장 정책을 비롯해서 제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지난 연초에 춤소극장협의체를 만든 것으로 압니다.

이숙재: 서울에 다섯 곳밖에 안 되지만 지난 1월에 포럼을 갖고 춤소극장협의회를 구성했습니다. 소극장이 100개를 헤아리는 연극계와 비교하면 춤소극장은 적지요. 춤이 발전하려면 아무튼 전에 비해 늘어나는 춤소극장 지원 정책 또한 달라져야 합니다.

김채현: 그러니까 춤소극장 정책에서 어떤 묘수를 발휘해야 할 시점으로 보입니다.

이숙재: 처음 개관할 적에는 우리 극장이 실적이 없어 그런가 하고 이해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래서 2~3년 열심히 하면 제안이 받아들여지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습니다. 그렇게 몇 해를 넘기며 왔습니다만, 춤소극장 지원 시책에 별 변화가 없었어요. 이제 10년을 보내며 돌아보니 마냥 기다리기보다 적극 자구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마음도 듭니다.

김채현: 춤소극장 지원 시책은 시책대로 개선 보완되어야 하겠는데, 아무튼 그간의 문제점들이 M극장에 대해서는 자립심을 재촉하는 성과 아닌 성과를 유발한 것 같군요.

이숙재: 다시 말하지만, 제작 극장 기능을 할 의사가 있는 춤소극장을 위한 지원 시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극장이 공공 재원으로 작품을 공모하고 업그레이드시키고 춤계에 자극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데, 외면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춤소극장이 공공 지원 기구와 협력해서 사업을 하려는 데 대해 다시 생각해주기를 기대합니다.

김채현: 짐작컨대 M극장 개관 첫해에는 문예진흥기금 지원을 받지 않으셨을 테고, 2007년부터 대개 얼마를 지원받았습니까?

이숙재: 1500만 원으로 시작해서 그 다음에 좀 높여줘서 3,000만원 한 번 줬고, 대체로 2,000만원~2,500만원 선이었습니다.

김채현: 소극장마다 다 지원해줘야 된다는 논리는 통할 수 없겠지요. 춤계 흐름에 뒤처지거나 동떨어진 극장에 대해 지원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춤계의 예술적 흐름과 호흡을 함께 하면서 공공성을 실현하는 정도가 높은 극장과 그렇지 않은 극장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일례로,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상업극 소극장에 지원하지 않는 것은 그런 소극장이 연극계의 예술 흐름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그런 극장은 일반적 공공성을 가질지는 몰라도 연극계 내에서의 공공성은 없거나 낮습니다. 그러므로 춤계의 예술적 흐름과 부합하는 춤소극장의 경우에는 지원을 적극 고려해야 하되, 인건비나 운영비 지원과는 다르고 작품 공연 지원과도 다른 척도로 지원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 10년간 지속 운영하는 데 사재를 많이 들인 것으로 들었습니다만, 밝힐 수 있는가요? 뿐만 아니라 주변의 희생도 작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숙재: 그 희생을 일일이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M극장이 자가(自家) 소유라 그래도 버텨온 건데, 만약에 집세를 내야 했다면 기획 공연이 대폭 줄었을 겁니다. 보잘 것 없는 규모로 근근이 지내왔을 테고, 수백 명의 창작자나 안무가의 참여는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김채현: M극장의 연간 기획 공연은 상하반기로 나눠서 반복됩니다. 그 리허설과 본공연 날짜를 고려하고 또 매년 대관 공연 15건 정도를 합해서 손익계산서를 추산해보면 적자가 쉽게 연상됩니다. 수입은 빤한데, 춤소극장이 도입기를 지나 성장기를 향해 가는 시점에서 지원시책에서나 극장 기획에서나 획기적인 전환을 이룰 발상이 나와야 할 것으로 봅니다.

이숙재: 올해 춤소극장 지원 사업과 관련해서 아직 공고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작년에도 4월에 지원 사업 공고가 떴고 지원금을 하반기에 수령했습니다. 이래 갖고서는 공공지원금을 예상하면서 극장 계획을 짜나가는 모습을 연상하기 어렵습니다. 모든 극장에 대해 똑같이 배분하기보다 가령 A급, B급, C급으로 나눠 지원하고 결과 평가도 철저해야 합니다.

김채현: 지난 10년 꾸준히 춤소극장을 운영해온 사람의 소견을 경청해줄 것으로 기대하며, 이제 다시 M극장을 주제로 지난 10년과 앞으로의 향방을 들으려고 합니다. M극장에서 올려지는 춤 장르는 제 경험에 비춰 현대춤이 많았습니다. 현대무용 계열의 현대춤, 한국무용 계열의 현대춤... 발레는 상당히 적었습니다. 고전발레에 치중한 교육이 갖는 한계는 여기서도 보입니다. 그 가운데 최근 2-3년 사이에는 한국무용 계열의 현대춤이 조금 줄어들었다는 인상을 받았고요. M극장을 거쳐간 사람들 중에 해외로 자기소개를 하는 사람도 드물지 않고 해서 지난 10년의 성과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도 극장 운영에서 기획공연이나 대관공연이 비는 날도 보이고 해서 이를 메우고 활용할 새로운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극장 이사장 입장에서 그 측면으로 새롭게 해보는 구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이숙재: 일례로 전통춤을 주제로 한 기획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전통춤 동호인들도 적지 않은 듯하고, 극장 규모도 적절하지 않나 싶어요. 이번 10주년 기획에도 전통춤을 넣었습니다.

김채현: 이번 10주년 기념행사가 4월 초부터 매주 주말에 5월까지 열리지요?

이숙재: 4월 2일부터 5월 28일까지 매주말 열립니다. 모두 47편의 작품이 올려집니다.

김채현: 지난 1월에 M극장이 주동이 되어 ‘민간 춤소극장의 역할과 전망’을 주제로 토론회도 가졌습니다. 춤계로서는 처음 있는 토론회였지요. 지난 10년 동안 극장경영을 경험한 덕분에 그 경험에 비추어 소극장들의 협의체도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이런 포럼을 열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 포럼이 한 번 열렸다 해서 가시적인 성과가 당장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저는 그 토론회를 가지면서 춤소극장연합회나 협의체를 제안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그것이 꼭 결성이 되면 좋지만 어쨌든 뭔가를 제안함으로써 협의체나 유사 기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또 실제 행동에 나선 데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어찌 보면 지난 10년간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토론회도 가능했다는 생각이지요. 그래서 그렇게 해보신 결과 용기 같은 것을 얻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제 짐작입니다만...

이숙재: 네, 확실히 고무적인 힘을 얻었습니다. 결실이 어찌됐든 간에 그렇게 우리가 모두 원해서 만들었어요. 제가 나서서 만든 게 아니라 그것이 필요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힘이 되고 있습니다. 사막에 혼자 버려져 외로운 상태는 아니구나, 나 같은 사람들도 몇이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지요. 어떤 점에서는 위로도 많이 됐구요. 이제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해서 같이 모여서 할 수 있는 어떤 계기는 마련됐죠. 하나의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채현
: 이제 앞으로 M극장이 어디다가 중점을 두고 기획을 했으면 좋겠는지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이숙재: 2014년 12월에 국수호 선생, 2015년 12월에 한명옥 선생 같은 분의 춤을 모아 정리해보는 며칠간의 프로그램을 M극장에서 가졌습니다. 우리 춤계에 중견 대가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분들에 초점을 맞춘 무대가 저는 많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올해 2016년에는 상반기, 하반기에 한 분씩 초청해서 며칠간씩 여는 기획은 어떨까 싶습니다. 한국무용 계열이 아니라 현대무용, 발레에도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봅니다.

김채현: 네, 저는 발레에서도 소품 위주로 개인 창작자의 레퍼토리가 구성될 수 있다고 봅니다. 고전 소품을 곁들일 수도 있겠지요. 춤계에 익숙지 않은 프로그램이라 주제가 되는 창작자가 언뜻 생각나지 않아 드물 듯해도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겁니다. 춤 작가론 같은 무대를 구상할 수 있겠지요. 창작자가 자신의 작가론을 자신의 춤으로 펼친다고 상상하면 관심이 새로울 겁니다.

이숙재: 이 기획을 해도 극장의 수익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래도 하나의 관행을 세우는 생각으로 하고 같이 무용가 본인과 공동 협력하는 그런 작업이 되었으면 하는 거지요. 이런 작업은 지원 사업이 젊은층 위주로 흐르는 폐단과 거리를 둔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원금 같은 것에 구애받지 않고 그냥 정말 자기 작품을, 자기 예술성의 작품을 정리하고 펼쳐보는 것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 자기 팬들도 보고 자기 춤을 사랑하는 사람도 오고 또 누군가의 해설과 설명을 토대로 다시 생각하는 그런 프로그램이 어떨까 싶네요.

김채현: 네, 동감입니다. 축적된 춤계라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들 하지요. 이런 프로그램을 생각하게 되는 것도 지난 10년 동안 운영에서 터득한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운영을 해봤으니까 이런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거지요. 잘 구상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재정 때문에 놓치신 기획도 있을 텐데, 기업 협찬 같은 것은 생각해 보았는지 궁금합니다. 10년 동안에 이 정도 실적이라면 민간이나 기업에 좀 자신감을 갖고 제안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숙재: 별 생각을 다 해본 편입니다. M극장이 돈은 안 되니까 어차피 이건 공공의 사업이라 여기면서 M극장이라는 말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고까지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M극장 앞에 어느 어느 기업 이름을 붙여도 좋다고 보고 후원도 물색하고 싶습니다.

김채현: 그럼 애플 M극장도 혹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웃음)

이숙재: 네, 고려해볼 제안인 것 같네요.(웃음) 실현가능성이 문제겠지만요. 어느 식으로든 성사되면 우리 극장에서 해당기업 사원교육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물론 기업은 기업 나름의 공간이 있어 자신들이 더 선진적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극장 나름 가치도 있지 않을까요. 기업의 내부 설비가 대체할 수 없는 우리 극장만의 가치를 더 살려야 하겠지요. 그리고 우리 극장이 주택가에 있어 외졌다고 하는데, 그게 오히려 이점 아니겠습니까.

 

 



김채현
: 지금 연극계는 외지지 않은 대학로의 오염된 판을 벗어나자는 탈(脫)대학로 기류가 드셉니다. 지금까지 외진 곳에 있어서 이만큼 운영되어 왔다고 봅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봐도, 장소의 역설처럼 좋은 장소라고 해서 매사 좋은 것은 아니지요. 지난 10년 동안 여기를 줄잡아 수백 명의 신진 무용인들이 거쳐나갔던 거지요. 그러고 디지털시대니까 이 공간 내에서도 디지털적인 영상 이미지와 춤을 결합하는 작업이 다양하게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다만 그걸 해낼 역량이 춤계에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지만 말입니다. 일반 갤러리에서의 디지털 작업과는 다른 차별성을 여기 장비와 공간 형식에서 실현할 수 있다고 봅니다. 국제교류 프로그램도 그간 ‘포켓 댄스 페스티벌’이라 해서 3년간 열었지요?

이숙재: 네, 2013년을 전후로 3회 열었습니다.

김채현: 근데 해보니까 어떻습니까? 국제교류가 좀 더 강화된다는 판단이 들던가요?

이숙재: 네, 강화돼야 될 필요가 있는데, 이와 관련 지원금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 힘이 듭디다. 왜냐하면 극장은, 극장운영 명목으로 지원받으면 그 외의 프로그램으로는 지원받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국제 교류로 해외에 좀 알려지니까 외국 단체들이 포켓 댄스 페스티벌 때 나를 초청해 달라고 편지를 보내오더군요. 항공료는 자기가 대겠으니 M극장에서는 개런티와 숙식을 해결해주면 된다는 식으로 제안해오고 있는데, 3회로 일단 중단된 상태입니다.

김채현: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이숙재: 15주년도 금방 올 겁니다. 저는 15주년을 극장운영 데드라인으로 잡고 싶습니다. 그 때 되어서도 우리 춤예술인들한테 어떤 보람을 크게 안기지 못한다면 더 이상 운영하는 것이 무의미하지 않을까 합니다. 극장을 처음 열었을 때, 모두가 3년 하면 관두겠지 했지요. 그 다음에는 5년 하면 관두겠지, 8년 하면 관두겠지 했지요. 그러다 이제 10년 하니까 모두 관두겠지 하는 말은 안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제 조금 긍정적으로 받아주시는 것이 그간의 보람이 아닌가, 제가 생각할 때는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배타적인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M극장이 공연을 제대로 진행시키고 있다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보람으로 여겨집니다. 그래도 15주년이 제1차 데드라인인 것은 분명합니다.

김채현: 이런 말씀은 의외입니다. 지난 10주년을 이야기한 끝에 앞으로 10년을 또 전망하며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일단 5년이 남았고, 오늘 인터뷰 여운도 잊혀지지 않을 것 같군요. 그동안 그만큼 애로가 컸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그래도 저는 앞으로 10년을 상상하면서 M극장이 무용인들과 함께 새롭게 뻗어가는 모습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장시간 솔직한 소감과 제언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2016. 04.
사진제공_김병윤 , 공연사진 제공_M극장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