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럭거스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Barbara Bashaw는 〈춤에 관한 학문적 담론〉을 주제로 4월 16일 한국무용예술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미국에서 무용교육이 핵심교과로 위치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2014년에 나온 새 무용표준과정의 집필위원으로서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그의 발표는 무용의 예술교과 채택을 주장하고 있는 한국의 춤계에 많은 것을 시사해 주었다. 학술대회 후 미국 무용교육의 변모에 관해 이모저모를 물었다. (편집자 주)
박정선 안녕하세요? 학술대회를 마치고 피곤하실 텐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춤웹진〉 독자 분들을 위해 교수님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Barbara Bashaw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바바라 바셔입니다. 저는 현재 뉴저지에 소재한 럭거스 대학(Rutgers University)의 교육대학원과 예술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며 무용교육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수가 되기 전에는 뉴욕 시 소재의 공립학교에서 정식교사로 일했습니다.
이번에 한국에 오게 되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이화여대 김명숙 교수의 초대로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학회 회장으로 계신 김교수께서 한국무용예술학회가 주최하는 학술대회에서 미국의 무용교육에 관한 학술발표를 부탁하셨습니다.
우선 학술대회를 마치고 나신 소감부터 듣고 싶습니다.
우선 이렇게 큰 학술대회에 초대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0여 명이 넘는 석·박사 무용과 학생들과 교수진들이 참석했다고 들었는데, 이 자리를 빌어서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과 함께 발표한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특히, 함께 발표해주신 유미희 교수님을 비롯한 다른 발표자 분들의 내용은 다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분들의 발표에 굉장히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추후에라도 그분들의 논문이나 발표내용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교수님의 학술대회 발표는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국에서 무용교육이 핵심교과로 위치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2014년에 나온 새 무용표준과정의 집필위원으로서의 경험들은 지금 한국 무용교육계가 필요로 하는 너무나 중요한 주제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발표 내용에 대하여 간단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이번 주제는 특별히 미국 무용교육의 발전과 현재에 대해 발표해 달라는 한국무용예술학회의 제안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의 무용교육발달과정을 역사적으로 살펴보고, 제가 직접 참여했던 2014년 국가핵심예술표육교준(NCAS)에 대하여 발표논문을 쓰게 되었습니다. 무용교육 발달과정을 설명할 때 저는 PK-12(정규교육과정)과 고등교육에서 무용이 예술교과로서 어떻게 핵심교과로 편성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것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무용이 과학, 수학, 역사 등과 같은 교과와 함께 동등한 핵심교과로 여겨지는데 이 과정을 역사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이번 발표를 통해 2014년에 발간된 미국 국가핵심예술표준의 도입과정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미국의 무용교육에 대한 역사를 간략히 설명 드리자면, 당시 체육교사였던 드블러가 안식년에 컬럼비아대학에서 철학자 존 듀이를 만나게 되었고, 그와의 만남을 통해 신체와 정신의 연합에 대하여 깨닫게 되면서 1917년 위스콘신대에 복귀하여 무용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게 됩니다. 이어서 1926년 위스콘신대에서 첫 무용과를 설립되게 되지요. 그 후 1994년 Goal 2000: 미국교육개혁법의 일환으로 무용을 포함한 모든 예술교과목이 핵심교과과정으로 인정받게 되고, 이에 따라 예술계의 첫 학습 기준을 정립하고자 1994년에 국가예술표준교육과정(National Standards in the Arts)이 개발됩니다. 그리고 1998년에는 체육교과에서 무용교과가 완전히 분리되었지요.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14년에 새 국가핵심예술교육표준(NCAS)이 편찬되었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2014년 새 국가핵심예술교육표준(NCAS)는 어떤 과정을 거쳐 개발되었는지요?
새 미국 국가핵심예술교육표준은 무용, 음악, 미술, 연극, 미디어예술분야의 다양한 예술기관들에 의해서 발전되었습니다. 무용의 경우, 워싱턴 디씨에 소재한 미국무용교육협회(National Dance Education Organization, 줄여서 NDEO)는 집필위원들을 공개모집하였고, 전국에 있는 관련자들이 이력서와 에세이를 작성하여 신청을 하였습니다. NDEO 심사위원들이 원서를 토대로 총 8명의 집필위원들을 전국에 걸쳐 선출하였습니다. 이렇게 선출된 집필 태스크포스팀은 서부와 동부와 남부 등 각 지역에서 모여 구성되었습니다.
1994년 Goal 2000: 미국교육개혁법이 발표된 같은 해에 NDEO에서 국가예술표준 교육과정(National Standards in the Arts)을 개발하였으나, 20년이 지난 지금, 예술교육기관들로 구성된 컨소시움이 다시 힘을 합쳐 새로운 예술교육표준을 구상하게 되면서 2011년에 NCAS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NCAS 프로젝트는 2014년 6월에 마무리되어 현재 모든 핵심예술교육표준 항목들을 웹사이트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www.nationalartsstandards.org
2014년 새 국가핵심예술교육표준(NCAS)에서 교수님이 맡으신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요?
저는 5가지 예술과목: 무용, 음악, 연극, 미술, 미디어 아트 중 무용부문을 담당했고요, 무용부문은 다시 ‘창작하기’, ‘공연하기’, ‘반응하기’, ‘연결하기’ 영역으로 나뉘어졌는데 저는 이 중에서 ‘공연하기’를 담당하였습니다. 영역별로 두 명씩 한 팀을 이루어 총8명의 집필위원들이 새 국가핵심예술교육표준을 작성하는데 참여하였습니다. 저와 제 파트너는 2013년까지 총 공연하기 영역을 위한 총 153개의 표준을 작성하고, 2014년까지 전문가들에 의한 심사를 걸쳐 수정되어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바바라 교수님은 어떻게 무용과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저의 무용에 대한 첫 기억은 제가 어렸을 때 집에서 춤을 추고 있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제 부모님은 항상 음악을 틀어놓으셨는데 저도 그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부모님이 저를 위해 무용수업을 등록하기로 결정하셨고 무용은 항상 제 삶의 일부였습니다. 사람들이 종종 왜 무용을 선택했냐고 물을 때마다 저는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무용은 항상 거기 이미 있었다’라고, ‘나의 정체성의 일부다’라고 답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계기로 무용교육자가 되셨는지 궁급합니다.
무용 외에 저는 항상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방법이라든지 아이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늘 좋아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가 학부생일 때 어떤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한 교사가 아이들을 데리고 창작무용수업을 하는 비디오를 보여주셨는데, 그것을 보는 순간 저는 정말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았고, 마치 세계가 멈추어 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야말로 이것은 내가 그토록 원해왔던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도 아이들과 창의적으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계기로 교사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계획해야하는가, 단지 무용수가 아닌 훌륭한 교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질문하며 준비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이 저의 무용교육자로서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한 교수가 보여준 비디오를 통해 아이들과 함께 하는 무용교사의 예를 보게 된 것이 저에게 그리고 저의 직업에 정말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다 준 것이죠.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무용교사가 다른 음악이나 미술교사들처럼 공립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어렸을 때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던 것이죠. 그래서 그것을, 그 가능성을 발견했을 때 너무나 감격했습니다.
현재 럭거스대학에서 가르치시는 무용교육 프로그램에 대해서 좀 더 듣고 싶습니다. 어떤 수업들을 가르치시나요?
제가 속한 럭거스대학 무용교육 프로그램은 뉴저지 주를 통틀어 최초로 무용교육 석사학위(Ed.M)를 수여하는 무용교육학과입니다. 이 학과를 설립하는 초반에는 선례가 없었기에 제가 거의 모든 수업을 가르쳤고요, 지금은 다른 교수진들을 채용하여 나눠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가 주로 가르치는 과목은 ‘무용교육 개론’이 있습니다. 이 수업은 자격증을 소유한 정식교사로서의 무용교사 역할을 살펴보고, 교사의 자격이나 역할이 일반 개인 스튜디오 선생님이나 대학교육 교수와 어떻게 다른지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커리큘럼 제작 및 평가’를 가르칩니다. 이 수업은 한 해의 단원을 기획하고 수업계획안을 제작하게 하며 특별히 미국교육계에서 잘 알려진 위긴스와 맥타이(Wiggins & McTighe)의 “backward design"을 사용하여 커리큘럼을 디자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무용교육 연구법’과 ‘무용교육 세미나’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세미나 수업을 통해서는 학생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 무용교사의 수업현장을 실습하며 ‘준교사’로서 이른 아침부터 수업종료까지의 학교에서의 모든 일과를 경험하고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예술 커뮤니티수업’을 가르치는데요, 이 수업은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예술교육을 받기 힘든 지역에 직접 찾아가 방과 후 교사로 가르치게 합니다. 마지막 코스로 ‘리더쉽 이슈’ 수업을 가르치는데요, 졸업 후 학생들이 교사가 되면 그곳에 단지 교사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특별히 PK-12(정규과정)무용교사들은 교사가 그 학교에서 무용을 대표하는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어떻게 무용을 가르칠까를 생각하는 것 뿐 만아니라 어떻게 학교에서 잘 무용을 이끌 수 있을까,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느냐를 생각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 수업은 졸업 후 진출 한 학생들이 교사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통해 겪는 이슈들을 배우게 하여 리더쉽을 지닌 전문인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한국의 무용교육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한국의 모든 아이들이 무용을 알게 합시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아는 한국의 무용교육자들은 지식이 풍부하고, 열정이 많으며, 헌신적인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분들이 무용교육을 위해 앞으로 놀라운 일을 이룰 것이며, 또한 이미 놀라운 일을 하고 계시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모든 아이들이 무용교육을 받게 되도록 계속해서 힘써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한국에 오셔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이번에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박물관, 덕수궁, 남산공원 등 많은 곳을 방문하였습니다. 그중에서 특별히 한국의 예술과 역사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의 예술과 역사는 건축물, 사람들이 입는 옷, 혹은 사람들과의 소통방식 등이 세상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체현되어진 것 같아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무용, 디자인, 건축, 미술 등을 통해 나타난 세상에 존재하는 감각적인 표현이 굉장히 풍부했고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제가 속한 문화에서는 없는 굉장히 독특한 문화를 경험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