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춤비평가협회는 2021년 춤비평논저상을 제정한 이래 2022년 9월부터 2022 춤비평논저상 선정 작업을 진행하였다. 우수논문에 선정된 김수인 수상자, 준우수논문에 선정된 박지선, 최기섭 수상자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여 수상 소감과 연구 경로, 향후 계획 등을 알아보았다. 그 내용을 본 지면에 게재한다. - 편집자
2022 춤비평논저상 알아보기 http://koreadance.kr/board/board_view.php?view_id=290&board_name=plan
우수논문 http://koreadance.kr/board/board_view.php?view_id=65&board_name=research
준우수논문 http://koreadance.kr/board/board_view.php?view_id=64&board_name=research
김수인 수상자 인터뷰
올해 논저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먼저 놀랍고 영광스럽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논문이 나올 수 있기까지 저와 교류하며 도움 주신 선생님들과 심사하고 게재해주신 한국무용예술학회 선생님들, 그리고 수많은 연구저서들을 읽고 평가하시느라 수고하신 한국춤비평가협회의 선생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면서 ‘이 정도면 잘 썼지’라고 뿌듯했다가도, 다음 순간 ‘이건 버려야겠어’라고 절망하던 날들의 연속이었는데, 이번 수상으로 좀더 자신감을 가지고 연구를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구를 통해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을 좀더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구논문을 쓰는 것도 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선명하게 그려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내가 정말 답하고 싶은 질문이 뭔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에서 지치지 않고 저 자신의 진정성을 찾을 수 있는 동력을 이번 수상에서 얻은 것 같습니다.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춤비평논저상으로 선정된 논문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댄스 리터러시에 있어 비판적 문화읽기의 중요성과 무용교육 사례에 관한 고찰”은 최근 많이 회자되고 있는 ‘댄스 리터러시’라는 개념을 비판적 무용연구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적용하는 연구입니다. 리터러시(literacy)는 ‘문자를 읽고 쓰는 능력’이라는 초기의 뜻에서 확장되어 오늘날 다양한 문화예술현상을 이해하는 능력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때문에 ‘댄스 리터러시’라는 용어가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데, 저는 여기서 “비판성”이 그러한 의미의 확장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종종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의미의 확장을 이끈 기호학, 언어학, 문화연구를 돌아보고, 무용을 읽고 쓴다는 능력에 비판성이 강조되어야 함을 논의하였습니다. 이어서 비판적 댄스 리터러시를 실제 무용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를 세 가지로 제시하였습니다. 여기서는 하와이의 훌라댄스, 스트릿댄스의 발생과 한국적 수용, 그리고 디지털 테크놀로지 속 춤을 다루었습니다. 이 수업에서 핵심은 학생들이 각각의 춤 지식을 숙달하는데 목표를 두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춤이 다양한 버전과 변주를 겪으며 생성하는 의미를 성찰하게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수업을 해보면 학생들이 선생님을 보고 따라 출 때 곧잘 따라하고 재미를 느끼지만, 그 이상 춤에 대한 생각이 발전하지 않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종종 ‘어떤 춤은 섹시한 춤,’ ‘어떤 춤은 지루한 춤’이라는 식으로 고정관념을 간직한 채 수업이 끝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춤에 대한 기본 정보를 주고 학생들 스스로 다양하게 버전을 만들어보게 했을 때, 비록 결과물은 어설퍼 보일 수 있어도 춤에 대한 이해와 깊이가 증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학 경력은 어떻게 되나요?
저는 예중, 예고에서 발레를 전공하며 춤을 시작했고요. 학부와 석사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했습니다. 그후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필라델피아의 Temple University의 무용과에서 조앨렌 맥린(Joellen Meglin) 교수님의 지도하에 Ph.D를 취득했습니다. 박사논문에서는 한국과 프랑스의 궁중무용의 동작이름을 언어인류학적으로 비교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주요 관심사 포함하여 연구 내용, 이력을 소개해주세요.
미국 유학시절에 배웠고, 귀국 후 강의한 인류학, 사회학, 문화연구가 제 주요 연구 분야입니다. 특히 나의 상황, 오늘날 무용가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왜 내가 미국에서 배운 것과 한국에서 연구하는 방식이 다른가에 궁금증을 가지고 “춤의 언어화, 문서화, 기록보관을 둘러싼 담론의 역사적 변화과정에 대한 연구”를 썼습니다. 그리고 스트릿댄스가 오늘날 대학 제도에 빠르게 유입되고 있지만 용어에 대한 보편적인 합의가 안되어 혼란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스트릿댄스 용어에 대한 인식 현황과 정전화 현상”을 연구했구요. 또한 문화재 제도와 관련하여 전통춤 전공자들이 겪는 혼란과 갈등을 보고 “한국 춤 유산의 보존과 (재)창조” (The Unreconciled Dichotomy: Preservation and (Re)Creation of Dance Heritage in South Korea)를 썼습니다. 그래서 쭉 보면 분야는 이것저것 다양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무용가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나 왜 이렇게 살고 있지?”가 제 연구질문이 되겠네요. 한국에서 나오는 논문의 많은 경우가 실기 전공 3분법의 틀 안에서 진행되는데, 저는 이론연구가 굳이 그 틀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평과 동행하는 연구를 위해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춤현장과 이론연구의 조화입니다. 무용이론이 전문화되면서 실제 춤추는 몸이 잘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연구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물론 그런 연구도 필요하지만 현장에서 춤추는 살아있는 몸이야말로 무용연구가 학계에 기여할 수 있는 고유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연구를 하면서 이점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소개해주세요.
계속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무용가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연구할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스트릿댄스의 생태계를 흥미롭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약 100년 전 예술춤이 걸었던 행보를 반복하고 있는 공통점도 있고요. 다른 점은 기존의 미디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은 채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만 유통되는 네트워크의 경제 생태계를 보인다는 것인데, 이 특성이 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예술춤의 생태계와는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관찰하고 있습니다.
박지선 수상자 인터뷰
올해 논저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박지선입니다. 저는 현재 성균관대학교 유가예술문화콘텐츠연구소 책임연구원이자 임학선댄스위 수석단원으로서 연구와 공연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선화예술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2월, ‘한국춤비평가 협회 주목할 논문상 수상’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은 정말 뜻밖이었어요. 무용학의 발전을 위해 무용학 관련 우수논문을 선정하여 시상을 하는데 제가 선정되었다는 것, 그리고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분의 성함들, 눈이 동그래져 가며 몇 번을 읽고 또 읽어 내려갔습니다. 한 해의 시작점에서 새해 계획 리스트를 구상하고 있던 차였어요. 누구나 그렇듯 말이죠.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희소식은 수많은 감정을 불러일으켰고 결의를 다지게 해주었습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정진하는 무용학도에게 큰 용기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춤비평논저상으로 선정된 논문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이번에 선정된 연구논문 제목이 좀 길어요(웃음). 「음양대대(陰陽對待) 미학을 통해 본 제례무 방위개념의 활용 : 문묘일무의 무위(舞位)와 춤구성의 설정」인데요, 동양철학과 미학적 관점에서 유교제례무인 문묘일무를 분석한 연구입니다.
문묘일무는 저의 오랜 연구주제입니다. 2001년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석전대제(釋奠大祭)에 참여했어요. 성균관 문묘(文廟)에서 공자를 비롯한 유학자를 모시는 제례인 석전대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85로 지정되어있습니다. 이 의식에 올리는 문묘일무는 한국 유래 900년을 넘긴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시가무(詩歌舞)가 융합된 종합예술입니다. 예로부터 이 춤은 교육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사람을 교화하기 위해 활용된 역사를 갖고 있어요.
문묘일무 연구는 춤 현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문덕을 높이는 문무(文舞) 32동작과 무공을 기리는 무무(武舞) 32동작의 순서를 외우기 급했었죠. 그러나 지도교수님의 문묘일무 연구를 좇아 이 춤의 본모습과 뜻을 찾는 복원작업에 함께하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았습니다.
춤비평논저상으로 선정된 「음양대대(陰陽對待) 미학을 통해 본 제례무 방위개념의 활용 : 문묘일무의 무위(舞位)와 춤구성의 설정」은 저의 오랜 관심사이자 연구대상인 문묘일무 연구의 한 갈래입니다. 현재 저는 문묘일무 시연자이자 연구자, 그리고 교육지도자로 있어요.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진 문묘일무에 있어서 값진 역할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수학 경력은 어떻게 되나요?
저는 성균관대학교에서 학사-석사-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기간은 저에게 더없이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아카데믹한 연구업적과 독창적인 창작활동을 이어온 훌륭한 스승을 만나 체계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을 받았습니다. 나아가 좋은 친구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고 배운 것을 실천하는 법을 익히며 성장했어요. 공연 활동을 통한 단체생활과 무용교육자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 및 자질 등을 학부 때 접했습니다.
인문학(동양철학)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교육환경에서 석-박사 동안 한국춤의 역사, 춤 철학, 미학을 공부했습니다. 인문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한국창작춤을 안무하고 공연하는 것에 매료되어 한동안 파고들었습니다. 공연과 연구를 병행하면서 다시 마주한 한국전통춤은 보물과도 같았어요. 기나긴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것,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과 전승체계를 갖춘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춤의 의미를 찾는 예술철학, 춤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미학, 춤을 분석적으로 보는 무용비평 등 인문학적 뿌리를 내리고 춤 예술을 대하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춤(공연)-연구-교육은 유기적으로 상생하는 활동이라는 인식의 틀이 형성되었습니다. 학부 시절부터 싹틔운 인문학적 사고가 단단해진 덕분이라 여깁니다.
주요 관심사 포함하여 연구 내용, 이력을 소개해주세요.
이제껏 주력해온 연구주제는 약 20년간 파고든 ‘문묘일무’입니다. 대학에 입학하여 1년에 2차례 석전대제에 문묘일무로 참가했습니다. 그 이래 문묘일무의 의미와 상징에 대해 배우며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어요. 석사 공부를 하며 저의 문묘일무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그 결과 2006년 석사학위 논문 「유교제례무의 예악사상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문묘일무의 실천철학적 성격과 미학적 특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현재는 학술논문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학술연구 활동에 대해 소개해봅니다.
1. 「문묘일무의 사의적(寫意的) 표현과 간고(簡古)의 미학 연구」- 유가사상을 그려내는 문묘일무의 춤사위는 형상보다 정신에 치중하는 사의예술로, 간결한 춤 형식으로 표현되며 간고(簡古)의 미학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밝혔다.
2. 「유가 수양론과 문묘일무의 교육철학적 함의 : 현대 교육에 주는 시사점」- 문묘일무의 수양적 성향에 대해 논하며, 이 춤은 인재양성을 위한 하나의 교육지침서임을 밝히고 그 교육적 가치를 추출했다.
3. 「동서양 예술론을 통한 한국 문묘일무의 예술교육적 가치정립 및 그 활용방안 : 공자와 존 듀이의 예술론 교차연구」- 동양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통용되는 일무의 예술교육적 가치를 입증했다.
4. 「창의인성 함양을 위한 무용교육 수업모형 개발 연구 : 유교제례무 체험을 통한 전인교육 실현」- 문묘일무의 현대적 활용을 위한 초석을 다지며, 현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양성과 인간의 오랜 염원인 행복으로 나아가는데 일조하는 예술교육프로그램 설계했다.
5. 「무무(武舞)의 지향점 탐구를 통한 한국 문묘일무의 독자성 연구」-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문묘일무의 정통대로 문무와 무무의 유형을 전승하고 있는 한국 문묘일무의 독자성을 밝혀 우리 문화유산의 보전·전승에 대한 인식 확보했다.
6. 「『논어』를 통해 본 인문정신문화로서의 예술에 관한 연구」- 공자 사상을 통해 예술은 인문정신 토대 위에 인간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인문정신문화임을 밝히며, 예술학의 인문학적 연구방법론에 대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
7. 「임학선 호흡표기법 실용화 방안」- 실제적인 춤 예술의 이론적 체계(한국춤의 구조분석을 통한 움직임 기능과 예술적 표현 향상, 춤의 철학적 접근과 미학적 분석을 통한 춤의 역사와 전통의 맥을 잇는 방법론)를 세워 춤 현장과 교육, 무용학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발전에 기여하고자 했다.
8. 「음양대대(陰陽對待) 미학을 통해 본 제례무 방위개념의 활용 : 문묘일무의 무위(舞位)와 춤구성의 설정」- 문묘일무의 방위개념을 음양대대의 미학적 관점에서 살펴봄으로써 이 춤에 설정된 무위와 춤구성을 파악하여 문묘일무의 예술성을 논하며 예술철학적 가치를 증명하고, 인문학과 예술학 융합기반 연구방법론의 구축에 힘썼다.
9. 「동양철학 관점에서 본 한국무용 기본춤으로서의 〈입춤〉 연구 : ‘立’의 해석을 통한 입춤의 의미」- 동양철학적 관점에서 입춤의 본질을 탐색하여 입춤이 기본춤으로 기능하는 이유와 오늘날 예술로 승화된 입춤의 의미를 밝혔다.
위의 3번과 4번은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이고, 9번은 한국무용연구학회 국제컨퍼런스에 참가햐여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한 연구입니다. 그리고 8번은 이번 한국춤비평가협회 춤비평논저상에 선정된 연구이고요. 연구의 끈을 놓지 않고. 하나를 파고들었기 때문에 감사하게도 춤비평논저상에 다다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춤 #인문 #예술 #문화, 엄청나게 엉겨붙어 유기체로 존재하는 이 단어들을 애정합니다. 예술은 인간의 문화 활동으로 빚어진 산물로 인문학이 기저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어요. 한국춤을 논하며 동양철학의 인문적 바탕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춤은 인간이 일궈온 문화 현상이므로 인문예술이다"라는 것이 제 의견이에요. 이러한 제 주장은 저의 춤(공연)-연구-교육의 토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비평과 동행하는 연구를 위해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춤 현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춤과 관련한 모든 것은 춤 현장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니까요. 그래서 제 몸이 허락하는 날까지 춤 현장을 떠나지 않으려고 합니다. 춤을 추는 순간, 현장에서 발생하는 살아있는 것들을 워낙 좋아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춤은, 공연은 공간을 메우고 흩뿌려집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여 허공으로 사라지는 춤 예술을 영상으로 기록하게 되었다지만, 생생한 현장감을 그 시대의 관점에서 기록하고 읽어내려가는 비평작업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 여깁니다. 춤 현장으로부터 연구의 소재를 발견하는 연구 또한 결을 같이한다고 생각해요. 춤 예술이 비평적 관점에서 연구의 소재가 되고 학문으로 발전하려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지요.
춤 활동뿐 아니라 연구와 비평작업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이들은 항시 공존해야 한다는 생각에 글을 썼습니다. 그것이 연구업적이 되고 비평문이 되었지요. 주로 춤전용전용극장 두리춤터의 공연 작품들을 〈댄스포럼〉, 〈유교신문〉, 〈예술의 전당〉 등 잡지와 신문에 리뷰를 남겼습다.
“무용학 박사로서의 해박한 지식과 현장춤을 익혀온 경험은 춤을 평하는데 적확성을 기하고 있다”라는 평을 받으며, 2022년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로부터 평론부문 ‘주목할예술가’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올해 한국춤비평가협회 춤비평논저상을 수여하게 된 것까지, 춤 현장에 있으며 이를 기록하고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향후 계획에 조금 더 힘을 내보려 합니다.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소개해주세요.
“문묘일무 3000년사, 한국전통춤 100년사, 한국창작춤 50년사”가 앞으로 저의 오랜 연구 방향입니다. 다 해낼 수 있을지 의아할 정도의 광의적 연구이지만 목표를 높게 세웠어요(웃음). 현재 연구가 진척된 부분도 있고, 단서를 찾아 실마리를 풀어가는 중인 작업도 있습니다.
이 같은 활동이 가능한 것은 ‘춤(공연)-연구-교육’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 하에서 철저히 교육받고, 연구하고, 창작활동을 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해요. 한국무용을 시작으로 하여, 춤 속에 녹아있는 동양철학에 기반한 무용학 연구를 토대로 공연사회 및 해설과 비평적 글쓰기, 그리고 그 정신을 담아낸 공연 활동을 통해 다져진 성과입니다.
자연과 사람의 본질은 불변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하는 트렌드는 그에 맞는 옷을 다르게 갈아입죠. 기본을 지키며, 본질을 잊어버리지 않고, 변화의 중심에서, ‘춤(공연)-연구-교육’의 상생효과를 한껏 발휘해보고 싶습니다. ‘호학(好學)하는 탐험가의 여정’과 같이 말이죠.
최기섭 수상자 인터뷰
올해 논저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춤비평논저상 수상에 감사드립니다. 노력의 결과를 인정받는다는 건 기쁜 일이기도 하거니와 연구자로서 상을 받는 건 처음이라 더욱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이번 수상으로 저는 한국춤비평가협회에 더욱 각별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동료들(김원영, 라시내)과 함께 만든 작품 〈무용수-되기〉로 지난 2022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시상하는 한국춤비평가상 베스트6를 수상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하는 일들에 응원과 지지를 받는 것 같아 한국춤비평가협회에 무척 감사한 마음입니다. 앞으로 해 나갈 시간에 비하면 저는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은 것에 불과한 시점이지만 이번 수상을 기억하면서 앞으로도 의미 있는 연구를 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끝으로 무용 연구자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데 여전히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는 국내의 열악한 제도적 여건 속에서 무용 연구의 의미와 그 중요성을 모색하는 데 앞장서는 한국춤비평가협회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춤비평논저상으로 선정된 논문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뉴노멀 시대 모빌리티 매체로서의 스코어를 통한 동시대 안무적 실천에 관한 연구: 춤의 역량 회복을 중심으로」(美學, 2022)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에 국내에서 발표된 두 작품(제롬 벨, 〈갈라〉 / 마텐 스팽베르크, 〈그들은, 배경에 있는, 야생의 자연을 생각했다〉)을 사례로 현대자본주의와 컨템퍼러리댄스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논문입니다. 두 작품 모두 안무 스코어를 활용하여 원거리-비대면 방식으로 제작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이를 가능하게 한 스코어의 이동성이 어떻게 권력 관계의 재생산에 개입하는지 규명하는 것이 논문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은 춤이 개념(언어)에 잠식된 동시대 무용씬의 경향과 신자유주의의 관계를 밝히는 데에 있습니다. ‘춤의 역량 회복’이라는 부제에서 드러나듯 저는 춤이 가진 잠재성을 논증함으로써 춤을 옹호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 논문을 썼습니다. 그렇다고 저는 개념이나 이론이 무용 작품의 중심이 되는 것을 비판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위 ‘개념무용’에 대해 막연한 불편감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이 논문을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수학 경력은 어떻게 되나요?
한양대학교(안산)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 전문무용수로 활동을 하다가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공연예술학전공 석사과정에 진학하면서 이론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무용, 연극 등 전통적인 공연예술뿐 아니라 예술사적 맥락에서의 퍼포먼스 전반의 역사와 미학을 배우면서 연구자로서 기초를 닦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석사과정 졸업 후 박사과정을 마치고 박사 논문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제가 연구자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도교수님이신 신혜경 선생님 외에도 전예완 선생님과 여러 선배 선생님들의 도움이 무척 컸어요. 연구자로서 갖추어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 몸소 실천하면서 저와 같은 후학들에게 귀감이 되어 주신 선생님들께 이 인터뷰를 기회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주요 관심사 포함하여 연구 내용, 이력을 소개해주세요.
무용의 이데올로기를 규명하는 것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석사 논문에서의 주제이자 2019년 무용역사기록학에 투고한 〈안무의 초기 개념 연구: 푀이에와 라반의 무용기보법을 중심으로〉은 안무 개념이 어떠한 사회적, 정치적 맥락에서 형성되었으며 그것이 춤추는 몸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고찰한 논문입니다.
비평과 동행하는 연구를 위해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비평과 연구 모두 대상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의미를 밝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비평적 연구 작업에서 의미는 분명한 문제의식을 발판 삼아 규명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예술의) 역사를 아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고, 그러한 앎으로부터 우리 시대가 요청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확립할 수 있으며, 그러한 문제의식을 통해서야 비로소 작품의 의미를 마주할 수 있는 독창적인 관점을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퍽이나 진부한 대답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무용 전공자로서 저의 경험과 연관되어 있는 대답이기도 해요. 무용을 배우던 시기에 움직임을 능숙하고 유려하게 수행하는 것만이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저는 늘 모종의 답답함을 느꼈는데, 돌이켜 보면 그것은 문제의식이 부재하는 무용 교육 시스템 특유의 문화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문제의식을 설정하고 확립하는 방법을 배운 건 대학원에서 이론을 연구하면서부터였지만, 이것은 무용 교육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움직이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움직이는 것의 ‘의미’를 성찰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소개해주세요.
무용은 몸의 해방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사도라 던컨이 토슈즈를 벗어던지고 맨발로 춤을 추었을 때, 이본느 라이너가 일상복을 입고 평범해 보이는 움직임들을 수행했을 때 그것은 몸의 해방을 부르짖는 목소리였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일 것입니다. 저는 동시대 무용에서도 그러한 목소리들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있었지만 은폐되어 왔던 그런 몸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그 몸들의 의미를 드러내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