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와이즈발레단 단장 김길용
대중과 소통하는 단체 지향, 중국 시장에도 진출
김인아 와이즈발레단의 창단 1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 11월 7-8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있었습니다. 신작인 〈The Last Exit〉는 어떤 내용의 작품인가요?
김길용 와이즈발레단 홍성욱 예술감독이 안무를 맡았으며, ‘현대인의 열망과 갈등’을 주제로 기획한 작품입니다. 현 시대의 사회적 이슈와 여성 직장인들의 갑을 관계, 비정규직 문제 등을 바탕으로 여성 직장인들의 간절한 바람과 갈등을 그렸습니다. 이 무대를 통해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처받은 서로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준비한 것입니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 중 가장 드라마틱한 곡으로 정평이 난 ‘백조의 호수’ 전막을 선곡하여 극의 흐름을 더욱 극대화시키고자 했습니다. 홍성욱 예술감독 특유의 모던한 안무감각과도 잘 매칭된 것 같습니다.
창작발레 작품으로는 드물게 사회적인 소재를 다른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무용이나 현대무용 단체보다 발레 단체의 경우 대중성 확보란 점에서 여건이 좀 낫다는 지적도 있지만. 출범 당시인 10년 전에는 지금과는 또 환경이 달랐을 텐데요. 창단 10주년을 맞는 소감은 어떤가요?
이인기, 홍성욱 선생과 함께 30대 젊은 패기로 시작한 발레단이 어느새 10년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 8번이나 이사를 다니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든든한 단원들과 성장하고 있는 발레단을 보면 그 수고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게 됩니다.
지금은 단체들을 위한 지원제도가 별도로 있지만 이들 제도가 시행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전문 춤 단체를 운영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았을 텐데요. 지난 10년 동안 컴퍼니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큰 문제는 재정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연습실이 없어 연습실을 빌려 사용하던 것, 단원들의 월급을 줄 수 없어 그만두는 단원들을 바라볼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또한, 작년 세월호 사건과 올해 메르스 사태는 성장하는 발레단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힘든 시간들을 보내야 했지요. 순간순간 힘들고 어려웠던 일은 책 한권으로도 부족하지만 함께하는 단원들이 큰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2011년, 영등포아트홀에서 <호두까기인형>을 처음 무대에 올렸던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2005년 창단이후 매년 <호두까기인형>을 올리고 싶어 노력하였지만 쉽게 올릴 수 없었는데 영등포아트홀의 도움으로 처음 무대에 올린 날, 단원들과 함께 펑펑 울고 공연했던 기억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또한, 2012년 영등포아트홀 상주단체로서 처음 시작한 날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동안 발레 대중화를 표방하면서 특정한 관객층을 겨냥한 타겟형 작품을 여럿 만들었습니다. 어떤 작품들을 제작했는지요?
2011년, 〈W series〉를 시작으로 꾸준히 창작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대중성 있는 작품으로는 2012년에 만들어진 댄스컬 <외계에서 온 발레리노>와 2012년 무용창작산실 우수작품 제작지원사업(구. 창작팩토리) 선정작인 발레컬 〈Once upon a time in 발레〉이 있습니다. <외계에서 온 발레리노>는 2013년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되어 2014년에 앙콜 공연을 가졌고 같은 해에 중국 광저우의 ‘International Arts Performing Festival’에 공식 초청되어 중국에서 공연했고 국내에서 100여 회의 공연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Once upon a time in 발레〉는 2014-2015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방방곡곡 우수프로그램’으로 선정되어 지역극장의 꾸준한 초청을 받았고 2016년에는 ‘무용창작산실 우수작품 재공연 지원작’으로 선정되어 공연을 가질 예정입니다.
홍성욱 예술감독의 〈Blindness〉 〈비틀즈 슈트〉 〈게임의 법칙〉 〈The Last Exit〉도 와이즈발레단의 또 다른 색깔을 만들어 내며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고, 객원안무가 유선식선생의 <사랑해주세요> <박수치고 행진> <춤추는 베토벤>도 발레단의 주요 레퍼토리입니다.
발레단의 단장으로 그동안 만든 작품 중에서 사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어떤 것인가요?
댄스컬 <외계에서 온 발레리노>와 발레컬 〈Once upon a time in 발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중에게 더욱더 친밀하게 다가가기 위해 작정하고 만든 작품인데 많은 관객들이 사랑해줄 뿐만 아니라 발레단의 경제적인 부분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2015년 10월 분당중앙공원 야외무대에서 올린 파크콘서트 <호두까기인형>도 애착이 가는 공연입니다. 아마도 국내 야외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 협연과 함께 발레전막을 공연한 경우는 와이즈발레단이 처음이 아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5,500여명의 관객이 늦가을 10월의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큰 박수와 환호로 공연을 빛내주었습니다.
현재 마포아트센터의 상주단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상주단체로 선정되기 전과 이후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에서 가장 달라졌는지요?
상주단체를 시작하며 원했던 작품들을 조금이나마 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겨 와이즈발레단에게는 정말 소중하고 컴퍼니 운영에서 하나의 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전용극장이라는 즐거움으로 마포 주민들과 함께하는 모든 작업에 또 다른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상주단체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들은 지방극장에 초청받는 계기가 되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커뮤니티 프로그램들은 와이즈발레단의 새로운 관객층을 두텁게 하고 있습니다.
상주단체로 지정받고 나서 일 년에 어느 정도의 지원금을 받고 있나요?
2015년 서울문화재단으로부터 받은 상주단체 지원금은 8,900만원이었습니다. 극장에서는 3,000만원 내외의 지원금을 받았구요. 올해 와이즈발레단은 세 번의 대극장 공연을 통해 〈피터와 늑대〉〈The Last Exit〉〈호두까기 인형〉과 다섯 번의 찾아가는 학교공연 그리고 석 달간 <춤추는 우리동네>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1억여 원의 지원금으로 이 모든 사업을 진행하기 힘들지만 발레단의 자부심을 위해서라도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게 하려고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현재 몇 명의 무용수들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어떤 상설 교육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는지요?
27명의 무용수와 홍성욱 예술감독, 김수연 부단장, 최진수 지도위원, 유선식 객원안무가 그리고 4명의 기획팀이 와이즈발레단의 가족들입니다. 단원들 전부에게 월급을 줄 수 있는 형편은 안 되어 지금은 10명의 무용수에게만 4대 보험과 월급을 지급하고 있지만 점차 늘려가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교육프로그램은 4년째 진행하고 있는 커뮤니티 프로그램 <춤추는 우리동네>와 직접학교로 찾아가서 공연과 교육을 하고 있는 <춤추는 우리학교>가 있습니다. 커뮤니티 프로그램은 관객개발이라는 중요한 이로움이 있는 것 외에도 춤추는 즐거움을 함께하는 소통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향후 어떤 작업을 하고 싶고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요?
와이즈발레단은 2005년 창단 이래 관객과 가장 즐겁고 친밀하게 만나는 발레단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갈증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한국의 젊고 유능한 안무가들을 발굴, 육성하고 이 들을 세계무대에 진출하는 교두보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젊은 안무가들이 그 들의 세계를 표출할 무대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와이즈발레단은 이런 부문에서 다리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또한 2006년부터 계속 해오고 있는 중국시장 진출을 본격화 하고 있습니다. 매년 중국에서 초청받아 공연하고 있지만 중국의 전국곳곳을 누비며 공연하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춤웹진> 인터뷰를 통해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한국사회에서 민간발레단이 10년을 버틴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 하여도 거짓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행복했던 기억이 더 남는 것은 우리의 수고와 땀들이 가치 있는 것들이었음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와이즈발레단의 10년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발레단으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이 땅에 발레를 사랑하는 발레인들은 여러 모습으로 새로운 발레단을 탄생시킬 것입니다. 이들에게 와이즈발레단이 하나의 롤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