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여름밤의 호두까기 인형〉 제작 안무가 지우영
여름밤 배경의 가족 판타지 창작발레

 






김인아
지난해 12월 초연된 댄스씨어터 샤하르의 <한여름밤의 호두까기 인형>이 오는 7월 재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엔 제목에 걸맞게 한여름에 무대에 오르게 되는군요. 어떤 작품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우영 <호두까기 인형>은 여러 가지 버전으로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공연되는 클래식발레의 대명사죠. 공연을 볼 때마다 왜 호두까기 인형에 호두가 안나올까, 꿈속 여행을 마친 클라라가 어른이 되었을 때의 모습은 어떨까? 의인화된 호두까기 인형의 이빨은 아프지 않을까? 다소 엉뚱한 의문과 상상이 들었어요. <호두까기 인형>을 제 나름대로 새롭게 현대적으로 풀어내고 싶었지만 고전을 재해석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 그저 생각만 가지고 있었죠. 그러다 지난해 운 좋게도 메세나 지원과 극장대관이 진행되었고 좋은 기회에 신작으로 무대에 올릴 수 있었습니다.
<한여름밤의 호두까기 인형>은 원작과 달리 여름밤이 배경인 가족 판타지 창작발레입니다. 성인이 된 클라라가 스스로 호두까기 인형이 되어 바이러스 감염으로 유전자 변형이 된 돌연변이 괴물쥐들로부터 남편 프리츠박사와 딸 마리를 호두파이 여왕의 도움으로 되찾아 오는 내용이에요. 성장한 클라라의 이야기가 원작과 다른 새로운 감동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초연 후 보완되었거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초연 때에는 아무래도 무대디자인과 의상제작에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작년에 보여드렸던 홀로그램이미지 입체영상과 더불어 실제로 무대에 비가 내리는 특수효과를 선보입니다. 작년에는 어른이 된 클라라 역에 쌍둥이 발레리나를 캐스팅하여 선과 악, 용기와 좌절의 모습을 대비해 보여드렸어요. 이번에는 원래 대본대로 한 명의 무용수가 1인 2역처럼 폭넓은 연기력을 요하는 클라라를 소화해낼 예정입니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민간 발레단체로서 어려움은 항상 있게 마련이죠. 국내 춤계 상황에서는 안무가가 작업에만 집중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게 제일 힘든 것 같아요. 다행히 많은 분들께서 지지해 주셔서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한여름밤의 호두까기 인형>은 겨울보다 여름에 더욱 공연하고 싶었어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대관의 문제가 쉽지 않지요. 운 좋게도 이번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7월 셋째 주에 공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관지원사업의 지원도 받고요.
대관이 통과되고 나서는 공연기간이 문제였는데 5일간 7회 공연, 이렇게 많은 횟수를 잘 소화해낼 수 있을런지 걱정이 앞섰어요. 우연히 작년에 관람하셨다는 관객 분들의 연락을 받았는데 올해에도 이 작품을 공연해주었으면 좋겠다, 좋은 자리에서 꼭 다시 보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정말 감사하게도 관객분의 메시지로 큰 용기를 얻었어요. 7회 공연을 결정짓고 힘내서 공연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이번 공연의 주역 무용수들도 궁금합니다. 출연진도 스무 명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작지 않은 규모에 캐스팅도 만만치 않았을 듯합니다.
작년에 이어 이원철 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가 프리츠 박사 역을 맡습니다. 클라라 역에는 워싱턴 키로프발레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미국 컬럼비아 클래식컬 발레단(Columbia Classical Ballet)에서 주역 무용수로 활동 중인 진세현씨를 캐스팅했어요.진세현씨는 4-5년 전에 콩쿠르 현장에서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던 무용수입니다. 지젤을 춤추는데 실력이 출중할 뿐만 아니라 춤추는 모습에 순수함이 담겨있었어요. 작년에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됐고, 그때 매료되었던 기억을 되새겨 이번 공연에 주역으로 캐스팅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이번 공연에는 재독 안무가이자 YJK댄스프로젝트 대표인 김윤정씨가 호두파이나라 여왕으로 출연해 주십니다. 김윤정 안무가는 선화예고 선배이기도 하고, 제가 독일에서 유학할 당시 현지에서 활동하고 계셨던 인연이 있어요. SNS에서 연결되어 이번 작품출연을 제의 드렸더니 감사하게도 흔쾌히 응해주셨습니다.
아무래도 민간 발레단이다 보니 무용수 캐스팅에 어려움이 없진 않습니다. 기량이 뛰어난 무용수들도 좋지만, 정말 춤추고 싶어 찾아온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실력이 조금 모자라더라도 하려는 욕구가 있고 형식적으로 참여하기보다 함께 교류하려는 무용수들과 작업하고 싶어요.

 



뮤지컬 발레 <사운드 오브 뮤직>, 코믹음악발레 <이상한 챔버오케스트라>, 교육무용극 <춤추는 슈퍼기린> 등 대중을 겨냥한 작품을 꾸준히 창작해 오셨어요.

작품 구상단계에서부터 관객 중심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보시는 분들이 난해하게 받아들일 것 같은 점들을 되도록 줄이고 관객 입장에서 작품을 풀어가려고 하죠. 그래서인지 일반관객 분들이 저희 공연을 많이 봐주세요. 재관람율도 높은 편인데, 한번 본 관객이 다른 분들을 모시고 다시 올 때도 많고요. 관객 입장에서 생각한 것들이 대중적인 작품을 만들어낸 큰 요인인 것 같아요. 관객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것이 예술가의 도리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용이 어렵다는 편견 대신 이해하기 쉽고 편하다는 느낌을 받길 바라고, 무엇보다 제 작품을 보시고 행복해 하셨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곳 ‘예룸예술학교’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서울시교육청 위탁형 대안학교로 올해 3월 개교했습니다.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에서 서울시민의 심의를 거쳐 최종 선정, 총 1억 6천 4백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노원구청·서울특별시교육청과 함께 만든 학교입니다. 경계선지능 청소년을 위한 학교로서는 국내 최초이고요. '경계를 허물고 예술로 꿈을 이룬다'는 교육목표를 가지고 경계선지능 청소년의 예술적 잠재능력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사회 자립 적응력을 향상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경계선지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듯합니다. 경계선지능이란 무엇인가요?
정신지체 장애와 정상 사이에 놓인 것을 뜻합니다. 지능검사에 의해 산출된 지능지수(IQ)가 71에서 84범위에 해당되는 경우로서 전 인구의 약 6-7%, 국내에는 80만명이 경계선지능에 해당됩니다. 한글 해독이 거의 가능하고 간단한 돈 계산 등도 가능하지만, 적응 능력이 부족해서 사회적, 직업적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뚜렷한 정신장애가 없더라도 쉽게 좌절하거나 혼란되기 쉬운데, 적절한 지도로 이러한 정서적 혼란을 경감시킬 수 있어요. 경계선지능 청소년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특수한 배려를 하거나, 촉진학급·특수학급 등 특별한 조직을 구성하여 능력에 알맞은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경계선지능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중학교 입학 시기에 가장 큰 고비를 겪어요. 일반 중학교에서는 제대로 된 학업을 수행할 수 없는데 그렇다고 장애 쪽으로 갈 수도 없기 때문이죠. 제 아들도 경계선지능에 속하기 때문에 아이의 교육에 항상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이런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제가 가진 인프라로 예술교육을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교과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국내 최초 학력을 인정해주는 예술 대안학교이기 때문에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도덕 등 보통교과도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안교과의 경우 무용, 음악, 미술, 연극 등 순수예술분야에 해당되는 교과목으로 진행되고요. 모든 교과과정은 전액 무료입니다. 국내에서 경계선지능 청소년을 위한 학교로는 처음 설립되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매뉴얼이 현재로선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개교 첫해인 지금 경계선지능 청소년에 대한 연구와 교재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향후 저희 학교와 같이 경계선지능 청소년 대상의 예술 대안학교가 더 많은 지역에 설립되어 뜻을 함께했으면 합니다.

공연활동과 예술학교 운영까지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계신데요.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올해 하반기에는 문예회관 레퍼토리 지원사업으로 신작 <백사마을의 천사이야기>를 노원문화예술회관과 공동기획으로 올릴 예정입니다. 일반관객을 확보하고 있는 저의 장점을 살려서 춤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대중적인 작품 창작을 지속할 계획이에요. 기존에 완벽하지 않았던 작품들도 보완해서 좀 더 업그레이드된 작품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5. 07.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