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인아_<춤웹진> 기자
김인아 새로운 국제 춤 축제인 <노원 국제코믹댄스 페스티벌>이 오는 6월 2일부터 열린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성격의 축제인지 궁금합니다.
김영욱 <노원 국제코믹댄스 페스티벌>이라는 제목이 일반적인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고 봅니다. 국내 지방자치단체 공공극장에서 ‘코믹’이라는 특정 테마로는 처음으로 개최되는 국제교류 무용축제입니다.
<노원 국제코믹댄스 페스티벌>은 세계와 지역을 동시에 지향한다는 점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국내 유수단체는 물론이고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노원의 지역 예술단체까지 아울러 네트워크를 엮는 다방향 예술축제로 전개될 예정입니다.
또 한 가지는 프로페셔널리즘과 아마추어리즘의 두 궤도가 양대 축을 이룬다는 점입니다. 노원의 무대에 초청되는 국내외 직업 무용단과 더불어 이미 공모가 진행되고 있는 대학팀과 노원구를 베이스로 활동하는 무용팀을 선발하여 15개 내외의 단체가 축제의 열기를 지필 것입니다. 노원역 근처, 노원문화의 거리 광장에서는 야외공연 무대도 펼쳐집니다. 이 기간 중에 여섯 차례의 무용 워크숍과 세 차례의 강의가 이루어지는 것도 특기할 만한 사항이죠. 무대공연 이외에 이러한 다양한 부대행사가 축제의 의미를 더욱 증폭시켜줄 것입니다.
국내 춤축제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테마를 가진 축제라 기대와 호기심이 앞서는데요.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춤축제’가 만들어진 배경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개최하게 되었나요?
뮤지컬을 중심으로 하는 연극과 클래식 장르는 21세기 들어 최근까지 보편적 장르로 확장되었고 이에 따라 관객층도 늘어났으나 무용은 여전히 관객들의 장르 편식현상이 두드러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타 장르에 비해 무용공연이 상대적으로 비중이 크게 낮은 것도 아니지요.
국내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국제무용제만 해도 연간 열 개 가까이를 헤아립니다. 여기에다 경향 각지에서 이루어지는 대학 무용과를 중심으로 한 공연과 콩쿠르 등을 합치면 무용 관련 행사는 그 수가 100여개를 넘을 거예요. 국립단체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몇 개의 공공 무용단과 전문 무용단이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 무용 공연장을 찾는 일반 대중들은 너무 적습니다. 시장적 관점에서 춤 공연무대에 자율적 관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만큼 미미하죠. 말하자면 춤이 일반 대중들과 여전히 격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대중들과 격리되어 있다는 것은 예술가와 관객들이 만나는 접점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공 극장이 무용 대중화를 위해 새로운 개념의 국제 무용축제를 기획한 것은 공공성을 획득하는 시도란 점에서 무척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극장이 예술가와 관객들이 만나는 물리적 접점이라고 볼 때 무용가와 관객들을 쉽게 만나게 하는 매개적 접점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지 고민해 왔어요. 그 대안의 하나가 바로 ‘코믹’일 것입니다.
<코믹댄스 페스티벌>은 춤의 마임적 특성에 무용가와 관객을 교감시키는 분명한 테마적 매체가 될 뿐 아니라 춤의 예술성에다가 대중성을 입혀서 관객들을 극장무대에 접근시키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프로젝트입니다.
<노원 코믹댄스 페스티벌>은, 말하자면 문화경제학의 관점에서 관객들의 수요보다는 예술가의 공급자적 창작욕구 일변도에서 비롯된 행위에 대한 반란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동안 순수 무용관객은 소외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어요. 아니 자생적 무용관객은 존재 자체가 매우 미미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노원 국제코믹댄스 페스티벌>은 창작자보다는 관객의 수요자적 관점에서 기획된 페스티벌이 되는 것입니다.
노원문화예술회관이라는 안정적인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국제 춤 축제인만큼 더욱 특화된 프로그래밍을 기대하게 됩니다. 해외에의 어떤 단체들이 초청되었는지요?
핀란드와 중국, 홍콩, 일본 등 4개국 5개 팀이 모두 7개의 작품을 공연합니다. 각팀 모두 자국에서 메이저 클래스로 활동하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팀들입니다.
참가작품들 모두 ‘코믹’ 또는 ‘유머’라는 공통분모 외에 한 마디로 요약되긴 어렵겠지만 개성이 특별난 시각적 무대장치, 귀에 익숙한 고전음악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 현대음악의 강한 비트가 동반되는 작품 등 다채로운 시각과 청각이 관객들을 눈과 귀를 압도할 것이라고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국내 초청작에도 관심이 쏠릴 듯합니다. 어떤 단체의 작품이 예정되어 있나요?
국립발레단을 비롯 5개의 전문 무용단 등 모두 6개 단체의 작품이 공연됩니다. 애매모호한 무용단, 시나브로 가슴에, 제이제이브로(JJ bro), NOW무용단, 댄스시어터 샤하르가 바로 그들입니다. 현대무용은 물론 한국무용과 발레작품들까지 망라됩니다. 공연작품들은 희극성이라는 공통적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예술감독에 의해 선정된 작품들은 코믹한 요소를 전개시켜 나가는 양상도 모두 달라 작품을 보는 재미를 더해 줄 겁니다.
올해 첫 발을 내딛는 축제인데 기획과 운영에 있어서 어려움은 없으신지요?
올해는 노원문화예술회관이 문을 연지 11년이 되는 해입니다. 기초 단위의 지역 공연장은 그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지요. 작년에 10주년이라는 큰 마디를 지나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첫 국제적 공연예술 축제가 바로 <제1회 노원코믹댄스 페스티벌>입니다. 앞으로 연례적으로 정착되어 노원 문화예술회관의 브랜드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로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올해 첫 공연예술축제로 기획되다 보니 조직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준비되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기는 합니다만, 다행히 극장과 아트메니지먼트(IPAP)의 협력 파트너십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매년 우리 극장과 더불어 무대에 서는 예술가와 관객들 모두 해를 거듭해 가면서 배가 부르리라 기대하는 마음으로 첫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코믹댄스를 표방한 축제가 춤계에 자극을 불러일으킬만한 신선한 시도란 점에서 이 축제의 앞으로의 향방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됩니다. 앞으로 노원 국제코믹댄스 페스티벌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신지요?
노원문화예술회관의 <국제코믹댄스 페스티벌>은 지역과 세계의 문화 거버넌스 개념입니다. 지역과 예술축제의 가치. 이것이 효과적으로 부각될 때 예술가의 창작 역량은 확장되고 새로운 예술 경향이 창조되지요.
올 첫해는 해외 4개국에 불과하지만 추후 외국팀을 대륙별로 균형 있게 늘려나가는 한편 국내팀의 참여도 더욱 증대되는 방향으로 갈 것입니다. 향후 2회, 3회... 10회....새로운 마디를 늘려가면서 세계무용의 흐름을 주도하는 공연장으로 세워지기를 희망한다면 지금으로서는 과욕일 수도 있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앞에서도 거론했지만 무용가들의 창작무대를 위한 ‘그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이 무용축제를 통해 자율적인 무용 관객 창출의 튼실한 기반이 되어서 춤이 대중화되고, 궁극적으로 다수 시민들에게 생활의 일부가 되는 축제의 한마당이 되는데 궁극적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댄스 페스티벌의 모든 기획 역량은 이 점에 초점을 둘 것입니다.
그밖에 노원문화예술회관의 올해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노원문화예술회관은 지역성과 세계성의 두 가지를 동시에 지향합니다. 지역성과 세계성은 서로 다른 방향이 아니라 한 방향이에요. 지역의 독창성이 보편성을 획득할 때 그것은 세계인에게 어필되는 것과 마찬가지죠. 또 노원문화예술회관은 서울 동북부 5개구를 대표하는 아트센터이기도 합니다.
노원은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은 역사유적과 문화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재료로 몇 개의 이야기를 복원하여 연극과 국악 뮤지컬로 꾸며 대중화하는 ‘지역 재생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올 사업의 가장 중요한 핵심대목 가운데 하나입니다.
<춤웹진>의 독자들을 위해 본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혈기방장한 20대 시절 세종문화회관에서 몇 년간만 알바로 끝내겠다고 본의 아니게 시작한 극장 일이 지금까지 왔습니다. 어느새 업종을 바꿀 수도 없는 나이가 돼버렸네요. 공연쟁이로 그뒤 정동극장, 서대문문화회관을 거쳐 그럭저럭 노원에서 25년째를 보내고 있습니다. 공연기획자와 극장 운영자는 예술가를 빛나게 하고 관객들을 기쁘게 하는 일입니다. 무대와 객석은 나의 것이 아니에요. 내가 무대에 설 수도 없고 내 종사하는 극장 객석에 앉는 것은 내 몫이 아니죠. 주인공은 예술가와 관객입니다. 극장 운영자는 그들을 위한 진정한 조력자가 될 때 비로소 주인공으로 완성된다는 믿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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