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술의전당에서 주최하는 축제(그랜드시즌, 스프링 페스티벌, 코미디 아츠 페스티벌)가 해마다 무용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지역 관객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제롬 벨의 (2013), 마기 마랭의 (2014) 같은 실험작을 과감하게 소개하였고, 올 해는 지역예술단체 중심의 축제인 ‘스프링 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최성옥 안무의 <방랑의 노래 -카르미나 부라나(Carmina Burana)>를 선정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카르미나 부라나>는 칼 오르프(Carl Orff)의 오페라 곡으로 1장과 25장의 웅장한 선율이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곡은 1994년 국립합창단과 국립발레단이, 작년에는 국립합창단과 국립현대무용단이 협업으로 무대를 구성한 적이 있으나, 오롯이 현대무용으로만 재해석하여 올린다는 점이 흥미롭다.
4월 10일과 11일 공연을 앞두고 연습중인 작업현장을 찾았다. 꼼꼼히 적혀진 캐릭터 연구 작업노트, 모형 무대장치를 만들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연출진 그리고 13명의 열정적인 춤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안무자 최성옥을 만나 만만치 않은 작업과 관련한 이모저모에 대해 들었다.
김혜라 대전지역 유일한 현대무용단인 메타댄스프로젝트의 예술감독이신 최성옥 선생님께서 현대무용으로 <방랑의 노래-카르미나 부라나>를 올린다는 점에서 기대가 됩니다. 더구나 지역예술인들을 중심으로 꾸려가는 특색 있는 축제인 ‘스프링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최성옥 그렇습니다. ‘스프링페스티벌’은 대전예술의 전당 기획으로 지역예술인과 무용수들을 발굴, 활성화 하자는 취지를 가지고 시작된 축제입니다. 작년에는 합창으로 개막하였고, 올 해는 현대무용으로 시작합니다. <카르미나 부라나> 곡은 대전예술의 전당에서 지정하였고 저에게 안무를 의뢰한 것입니다. 그 취지에 적합하게 지역 무용수 발굴을 위해서 공개오디션으로 무용수들을 모집하였습니다. 그런데 지역의 특성상 적극성이 부족하여 많은 무용수들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메타댄스프로젝트의 단원들을 포함, 오디션을 거쳐 지역무용수들 15명이 뽑혔습니다.
기존에 이 곡은 대중들에게는 영화음악 배경으로 익숙하고 교향악 아니면 합창곡으로만 접할 수 있었습니다. 1시간 정도의 긴 곡을 춤으로만 구성하는데 있어 어디에 중점을 두고 안무를 하셨는지요?
먼저 음악이 정해져 있었기에 그 음악 속에만 묻히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전체 음악은 3장으로 구성되어져 있고 단순 반복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1막은 봄, 2막은 선술집 그리고 3막은 사랑이라는 주제이죠. 제가 25장으로 구성된 곡 가사를 다 분석한 뒤 신화적 모티브로 주제와 가사를 다시 연결시켜 각 장마다 어울리는 이미지로 재해석하였습니다. 그래서 작품 제목도 “방랑의 노래”로 전체 테마를 구성했고, 1시간동안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 장치, 의상, 다양한 볼거리를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음악을 분석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신 것 같네요.
네. 총 25곡인데 가장 긴 곡은 4분 30초이고 짧은 곡은 30초인 것도 있습니다. 길이는 다르지만 음악패턴이 거의 3번씩 반복, 변주됩니다. 음악대로만 춤추기에는 맥이 빠지고 그렇다고 음악을 배제시킬 수는 없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작품을 진행하면서 음악을 계속 듣다보니 단순 반복되는 선율에서 중독성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작곡가의 의도와 그 단순성의 이유를 알고자 많은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신기하게 솔로곡이 2막 넘어가면서 연달아 바리톤, 독창, 소프라노로 구성, 3막까지 다 솔로곡으로 구성 되었기에 그 부분을 유념해서 작품을 안무했습니다. 음악 분석을 한 후, 한 달 동안은 음악 없이 가사로만 연습했습니다. 음악에 묻히지 않으려고 즉흥으로 진행하며 적합한 움직임을 선택하고 다시 음악과 곡의 중간지점을 무용수들과 찾고자 했습니다.
총 준비기간은 어느 정도 되었고, 제작비는 어떻게 확보하셨는지요?
예산은 예전에 대전예술의 전당과 작업했을 때와 거의 비슷해요(웃음). 많은 부분이 부족하죠.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1월에 공연 결정이 나서 3개월 정도 준비하느라 시간이 부족했어요. 사실 제가 생각한 무대 세트가 있는데 실제 공연에 사용하기에는 여러 여건상 맞지 않아 무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점이 참 아쉽습니다. 그래도 현재 의상은 다 제작되었고 작품도 거의 완성되어 부분적으로 조정만하면 됩니다. 남은 기간 동안은 영상을 구체화 하는 작업만 남았습니다.
오늘 연습 현장을 지켜보니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굉장히 많습니다. 에너지 소모가 많아 보이는데 연습은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요?
무용수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정도로 무대 경력이 많은 친구들입니다. 열정만으로 춤을 추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항상 문제입니다. 춤만 추어 생계를 이어나갈 수가 없는 현실이기에 다들 아르바이트도 해야 해서 일주일에 4번 모여서 합니다. 그리고 대전예술의 전당 연습실과 실제 무대 넓이도 비슷해서 한 번 작품을 하고 나면 거의 에너지가 다 소진됩니다. 그러면서 발생되는 일이 무용수들의 부상인데 여건상 마사지와 치료를 병행할 수 없어서, 제가 미국에서 배워온 필라티스로 근육을 치료해가며 연습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구성에서 각 춤꾼들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은 특별히 주인공이 없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예전 작품에서는 주역과 군무로 나눠서 작업했는데 이번은 모두가 솔로이자 주역이라고 보면 됩니다. 솔로 의상마다 원색으로 강렬한 포인트를 주었기에 시각적으로도 주목받을 수 있고 개인의 역량이 충분히 발현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무대 중심에 자리 잡은 원형 세트는 무엇을 의미하는지요.
세트는 2막에 등장하는 선술집 분위기를 변형해서 만들어 보았습니다. 원형모양 세트는 해체시켰다 조합하기도 하는데 이는 곡의 순환성과 인생의 방랑성을 은유한 것이기도 합니다.
대전 지역 한국무용은 대전시립무용단이 어느 정도 영역을 확보하고 있으나 현대무용단으로는 메타댄스프로젝트만이 지속적으로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춤꾼들 생계문제도 조금 전에 언급하셨지만 2001년 창단되어 거의 15년을 동안 단체를 이끌고 오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으리라 짐작됩니다.
제가 충남대에 재직하면서 제자들 졸업 후 활동 무대를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을 키워 할 만하면 다른 곳으로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결혼 등 개인사로 정착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댄스프로젝트가 현존하는 것은 선배들의 희생이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아마도 몇 년 전에는 정단원이 3명만이 남았었습니다. 그래도 그 친구들이 포기하지 않고 후배들 개인사까지 챙겨주며 정성을 들였더니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일부로 저희 단체를 홍보하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한 길을 걸어오면 지역 언론에서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만한데도 그러지 않는 점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지난해 메타댄스프로젝트가 서구문화원 상주단체로 지정된 후 젊은 안무가들의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물론 서울에 비하면 여러 열악한 무대 환경과 요소가 있었으나, 춤꾼들의 기량과 안무적 노력은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상주단체로 선정된 후 저희 무용단이 안정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상주단체 교육사업과 정기 공연까지 감당해야 하는 것에 비하여 무용수들에게 개런티가 충분히 지급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무용수들에게 석·박사 공부까지 하라고 독려하며 춤만 추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이 친구들이 공부와 무용단 활동 그리고 직장까지 다녀야 하니 열정적으로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 연습현장을 보고 메타댄스가 지역에서 활동해온 그간의 행보를 들으니 이번 공연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올해 계획도 듣고 싶습니다.
저희는 지속적으로 인근 지역의 인재들을 키우고자 순천향대와 전북, 충남지역이 함께 지역축제를 해오고 있었습니다. 반갑게도 이 사업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축제 사업에 선정되어 올 해는 큰 힘이 됩니다. ‘뉴댄스 페스티벌’로 지역권별로 유능한 젊은 인재를 뽑아 지원금도 주려고 합니다. 많은 지역의 춤꾼들이 참여해서 즐거운 축제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메타댄스는 축하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아마도 <춤웹진>을 보시는 많은 인재들이 ‘뉴댄스 페스티벌’에 참여하실 것으로 예상됩니다(웃음). 남은 기간 준비 잘 하셔서 <방랑의 노래 -카르미나 부라나>의 성공을 기대하겠습니다. 바쁜 시간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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