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춤공간Shin 후원회 고문 김진길
예술가를 믿는 것이 중요, 부산춤 발전에 힘 보태고 싶어

 



 부산 동구 범일동의 한 건물. 입구에 들어서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참을 올라 ‘부산춤공간Shin’에 다다랐다. 부산학원 빌딩 10층과 11층에 위치한 이곳은 신은주무용단이 운영하는 춤 전용공간이다. 대개의 소극장이 지하에 둥지를 틀고 있는데 비해 높다란 건물 고층에 자리한 것이 이색적으로 느껴진다.
 2011년 8월에 개관한 부산춤공간Shin은 민간 무용단이 운영하는 공간으로서는 제법 큰 규모를 자랑한다. 10M(W) x 13M(D) 면적의 10층 공연장은 무대와 객석의 다양한 배치와 운영이 가능한 공간으로 수납식 객석 90석과 이동식 좌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음향, 조명 등 무대 시설의 완비는 물론 무용연습실, 분장실도 갖추고 있다. 꼭대기 11층에는 예술인들이 거주하며 창작 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레지던시 공간이 자리하고 있고, 옥상으로 연결되어 있어 야외 춤공연을 올릴 수도 있다.
 서울에 비해 춤 공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산지역에 이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지역의 춤 창작 활동에 촉매제가 된 것이 사실이다. 개관 이래 지난 4년간 부산국제춤마켓, 국제 레지던시 작가전, 부산국제즉흥춤축제 등의 다채로운 춤공연과 행사가 이 공간을 빌어 꾸준히 펼쳐졌다. 올해 10월에는 6회를 맞는 부산국제춤마켓이 열리고, 연중으로 국제 레지던시 활성화 사업과 문화예술교육사업이 계획되어 있다. 이외에 매주 한 번씩 국내외 무용가를 초청해 춤을 선보이는 ‘춤릴레이’(가칭)도 기획 준비중이다. 특히 해양도시 부산이라는 지리적 특성, 부산춤공간Shin의 레지던시 환경을 기반으로 국제 무용교류를 전개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부산지역 유일의 춤 전용 소극장이 민간 무용단에 의해서 설립ㆍ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지원하고 있는 후원회에 대해 궁금증이 더해졌다. 부산춤공간Shin과 신은주무용단의 후원하고 있는 김진길 후원회 고문을 만나 후원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인아
어떤 계기로 신은주무용단을 후원하게 되었는지요?
김진길 부산 지역의 노숙인 쉼터를 운영하면서 무료급식 센터에 봉사자로 참여한 신은주 무용가를 만났습니다. 무용가로 활동하고 계시다는 말씀을 듣고 우연한 기회에 신은주무용단의 공연을 보게 되었어요. 그때까지 춤이라고는 아무것도 몰랐었는데, 처음으로 춤예술을 접하고 한순간에 매료되었습니다. 신은주 선생의 춤은 혼자 보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감명 깊었어요. 이렇게 좋은 춤은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작은 후원의 개념보다 관객을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부산지역 관객들에게 제대로 된 예술을 전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2007년 12월부터 신은주무용단을 후원하기 시작했어요. 후원활동이 확대되면서 2011년 8월 부산춤공간Shin도 개관하게 되었습니다.

부산춤공간Shin의 전신인 신은주무용단의 부산 S스튜디오(부산 광안리 소재)도 후원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몇몇 분이 함께 후원하는 건지요?
네. 부산 S스튜디오도 2007년부터 함께 후원했습니다. 부산 S스튜디오는 신은주 선생이 2007년 7월에 오픈한 소극장이었는데 그해 12월부터 후원을 시작하게 된 셈이지요. 현재 오봉진 MJ교육센터 대표, 박정호 대창 솔루션 회장이 함께 후원회를 이끌고 있습니다.

부산춤공간Shin의 개관 배경도 궁금합니다.
오봉진 후원회장이 소유한 부산학원 빌딩에 춤공간을 만든 것입니다. 좋은 공연을 제작하고 선보이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시설이 갖춰진 공간이 새롭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었지요. 건물 두 개 층에 극장과 레지던시 공간을 마련했기 때문에 시설비용이 적지 않게 필요했는데, 설립 당시 후원인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현재까지 부산춤공간Shin의 모든 운영비용은 후원회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후원회 일을 하면서 다른 무용가들의 무용 공연도 자주 보는지요?

무용단을 후원하면서 다른 분들의 무용공연도 많이 보았습니다. 춤예술의 환경이 어떠한지, 어떻게 후원하면 좋을지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보게 된 것이지요. 다양한 공연을 보면서 열정과 예술성을 갖춘 예술가를 지지하는 일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후원 활동에 전적으로 만족하고 있어요.

후원하는 기업인들이 예술가들을 후원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예술가의 입장을 항상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후원(後援)은 뒤에서 도와주는 것이지 앞에 나서서 이끄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에요. 예술가를 믿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조언하는 것은 필요하겠지요.

부산 무용계의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정체된 부산 춤을 일깨우기 위한 첫 번째는 부산 무용인들의 적극적인 실천과 의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창작 활동도 중요하겠지만 시대 흐름에 맞춘 ‘관객 개발’이 필요해 보입니다.
후원자 입장에서는 부산춤공연의 관객 개발을 위해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조언하는 등의 능동적인 자세가 중요할 것입니다. 현재 신은주무용단을 후원하고 있는 분들이 모두 기업을 경영하고 계시기 때문에 경영의 노하우가 무용단과 춤공간이 발전하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후원인 입장에서 부산시나 정책 기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부산지역 문화예술계 발전을 위해서 실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합니다. 행정 매너리즘에 빠져 현재 부산 문화예술계의 요구사항을 파악하지 않는 점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현재 예술계에 무엇이 필요한지,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관객들은 문화예술계에 관심이 적지 않습니다. 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폭넓은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부산 춤계 활성화를 위해 지원 시책이 유연하면서도 효율적으로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춤웹진> 독자들을 위해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향후 계획되어있는 후원활동도 말씀해주세요.

부산지역에서 제법 튼실한 기업체인 (주)환경바이오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토목설계 분야로 건설, 기계제조, 엔지니어링에 관련한 일을 하고 있어요.
올해에도 부산춤공간Shin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기획 중에 있습니다. 이번 부산춤공간Shin의 기획 토론회처럼 부산 무용계 활성화를 위한 자리는 매년 꾸준히 열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무용단과 후원회와 협의해서 지속적인 개최 방안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저희 후원회는 무용단과 춤공간, 더 나아가 부산 문화예술계에 힘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아울러 신은주무용단의 활동과 부산춤공간Shin의 기획 프로그램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후원 활동이 부산지역 춤계 활성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발적으로 무용단을 후원하는 것이 좀처럼 드문 국내 춤계에도 큰 자극이 될 것입니다. 오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2015. 03.
사진제공_부산춤공간Shin, http://blog.naver.com/shineunju14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