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표지인물 인터뷰_ 〈라 수르스〉에서 주인공 발탁 파리오페라발레단 박세은
하고 싶었던 배역 비슷한 분위기에 연습과정도 만족

2007년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의 예술감독을 맡았던 강수진은 당시 영스타로 출연했던 박세은을 보고 메이저 발레단에서 활동할 가능성이 높은 뛰어난 무용수라며 미래의 월드스타 후보로 점찍었다. 세계 최고 파리오페라발레단 입단 3년 만에 솔리스트를 꽤차더니, 11월 29일 오페라 갸르니에에서 개막되는 <라 수르스>에서 주인공 나일라 역으로 전격 발탁된 박세은을 인터뷰했다. (편집자 주)





장광열_<춤웹진> 편집장

 


<라 수르스>의 주역으로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언젠가는 주인공 역할을 맡을 거라 생각 했었지만, 승급 속도도 그렇고, 깐깐하기로 소문난, 어떤 컴퍼니보다 치열한 경쟁의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이렇게 빨리 주역을 맡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입니다. 2007년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때 예술감독을 맡았던 강수진 단장이 당시 영스타로 초청된 박세은씨의 춤을 보고 “아주 좋다”며 앞으로 큰 무용수가 될 것이라고 칭찬했던 생각이 납니다. 파리오페라발레단 입단 3년 만에 주역을 맡게 되었는데 축하드립니다. 우선 소감이 궁금합니다.
박세은 믿겨지지 않아서 한동안 어리둥절했어요. 아직도요. 몇 년 동안 큰 무대에서 계속 군무만 했기에 자신감도 살짝 떨어져 있던 상태였는데, 며칠 전부터 주역 리허설을 들어가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이 저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 연습하는 과정이 어렵기보단 재미있습니다.

<라 수르스> (La Source)는 우리 말로 ‘샘’(水源)을 뜻하지요. 중앙 아시아 코카스 지방을 배경으로 한 로맨틱 발레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어떤 작품인가요?
19세기 발레 타입의 프랑스 작품입니다. 작품 원제인 la source의 요정 나일라는 인간 남자 제밀과 사랑에 빠지지만 정작 제밀은 누레다만을 바라봅니다. 하지만 누레다에게는 이미 정략 결혼 상대인 칸이 있습니다. 칸은 제밀에 의해 모욕을 당합니다. 그리고 결국 나일라는 제밀과 누레다의 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 자신을 희생합니다. 의상도 아주 예뻐요. 패션 디자이너로 유명한 크리스티앙 라크루아가 디자인한 것입니다.

스토리는 사랑의 순애보이네요. 유명 디자이너의 의상제작에 스와로브스키가 200만개가 넘는 크리스털을 협찬했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이번 작품에 어떻게 해서 캐스팅되게 되었는지 궁금해지네요.
<라 수르스>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에뚜왈(주역 무용수)이었던 장기욤박의 안무 작품입니다. 그는 모든 프랑스 발레의 역사를 완벽하고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발레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천재적인 재능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2011년에 접했던 그의 발레에서는 '미'를 추구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작이나 동선이 참 특이하면서 아름답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장기욤박에 의해 주인공인 나일라 역으로 직접 캐스팅 되었습니다. (소문으로 들었습니다만...)

입단한지 3년이 되었는데 이 작품에 출연한 적은 있나요? 공연은 언제 시작하며, 세은씨가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날은 언제인가요?
2011년 발레단에 입단하고 처음 출연했던 작품이 바로 <라 수르스> 였어요. 무대 한 켠에서 주인공을 맡은 무용수의 춤을 지켜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저 춤을 출 것인지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작품은 11월 29일부터 12월 31일까지 오페라 갸르니에에서 공연 되구요. 저는 12월 28일과 30일 2회 공연을 합니다.

이번 작품에 주역으로 캐스팅된 또 다른 무용수는 누구인가요?
두명의 에뚜왈 루드밀라 파그리에로(Ludmila Pagliero)와 아만딘 알비송(Amandine Albisson), 프리미에 덩수즈인 뮤리엘(Muriel), 그리고 수제 샤흘린(charline) 이렇게 5명이 주역에 캐스팅 되었습니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는 어떻게 입단하게 됐나요?

사실 전 김선희 교수님으로부터 제대로 된 러시아 교육을 오랫동안 받아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 발레를 배웠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고 덕분에 많은 콩쿨에서 우승도 하였고 여러 가지 춤을 출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얻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생으로 다시 복귀를 했을 때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활동하셨던 김용걸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교수님의 수업이 저에게 남다른 강한 인상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접하는 프랑스 스타일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도 교수님의 열정과 춤을 대하는 자세를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오디션을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김용걸 교수의 경우 승급 과정을 포함해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의 활동 하나하나가 화제가 되었었지요.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무용수들의 활약상은 그대로 우리나라 무용수들의 해외무대 진출에 큰 자극제가 된다는 것을 세은씨가 입증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입단 후에는 어떤 작품에 출연했나요?
처음 몇 년 동안은 코르 드 발레로 <돈키호테><라 실피드><지젤><라 바야데르><파키타> <노트르담 드 파리><잠자는 숲속의 미녀><오네긴>〈le palais de cristal〉(George Balanchine 안무), <레이몬다><고집쟁이 딸><세레나데>〈Troisieme symphonie de Gustav Mahler〉(John Neumeier 안무) 등에 출연 했고요. 솔리스트로 승급된 이후에는 〈le palais de cristal〉<돈키호테><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여러 역할을 맡았습니다.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프로 무용수로 생활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을텐데요?
공연이 너무 많아서 가끔은 몸이 견뎌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마음 같아선 모든 공연을 부상 없이 다 소화해 내고 싶은데 코르드 발레+솔리스트로 25회 공연을 뛰고 나면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무용원 졸업 이후 2007년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2에서 활동했고, 2009년에는 국립발레단에 특채로 입단했지요? 두 발레단과 비교해 파리오페라발레단이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글쎄요...., 하나부터 열 가지가 다르지만 비교를 하긴 좀 힘들구요. 세 컴퍼니 모두 저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을 만들어줬어요. 나중에 개인적으로 물어보면 답해 드릴게요.

발레단의 레퍼토리 중에서 앞으로 어떤 작품에서 주인공을 맡고 싶나요?
저희 발레단은 레퍼토리가 상당히 많은 걸로 유명해요. 4년 동안 같은 작품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요. 그만큼 다양한 레퍼토리를 접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역할도 너무 많아요. 2011년 입단했을 때 꼭 해보고 싶은 주인공이 바로 이번에 데뷔하게 되는 <라 수르스>의 나일라 역이었어요. 꿈이 이루어져서 너무 기뻐요. <라 바야데르>의 니키아와 감자티 두 역할도 모두 해보고 싶어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조금 특별해요. 누레예프 안무도 그렇고 의상도 예쁘고...

 



새로운 예술감독으로 벵자멩 밀피예가 부임했지요? 10월부터 임기를 시작했으니 예술감독으로 출근한지 한 달도 채 안되었겠네요. 새 예술감독 부임 후 발레단내에서 달라진 것들이 있는지요?

저도 잘 몰라요. 그냥 백팩에 캡모자, 바스켓을 신고 다니는 아주 젊은 감독이에요. 프랑스에선 벵자멩 밀피예가 "유행" 이라는 표현도 해요. 모두들 아시겠지만 나탈리 포트만의 남편... 공연 리셉션에서 한번 봤어요. 그리고 밀피예라는 이름이 불어로 하면 "천개의 발"이라는 뜻도 되는데 이름처럼 인맥이 정말 넓어서 세계에서 유명하다는 인사들이 가끔 발레단에 구경하러 와요. 그럼 우리 단원들은 난리나는거죠... 오늘 누가 왔다, 누가 왔다 이러면서요. 감독이 오면서 벌써부터 많은 것이 달라졌어요. 캐스팅부터 발레단 구조까지... 단원들의 말을 잘 귀 기울어주고 실제로 친근하게 접근해요. 전 예전 감독도 너무 좋아했지만 지금 벵자멩도 너무 좋아요. 훗남이시기도 하구요.  

여러 국제 콩쿨에 출전했고 입상도 많이 했는데 학생시절 국제 콩쿨의 참여가 무용수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우승을 하건, 안하건 많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국제 콩쿨 같은 경우는 제 위치와 실력을 알게 해주었고 많은 출전자들을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됩니다. 해외 첫 콩쿨은 “제가 세계로 나와 있구나” 라고 느낀 첫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무대로 나가고 싶다는 큰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개의 작품에 출연했는데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배역이 있다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요?
한국에서는 다들 저를 생각하면서 <돈키호테>나 <백조의 호수>에서 흑조 역을 이야기 합니다. 아무래도 테크닉 때문이겠죠. 그런데 여기 발레단에서는 요정, 파랑새 같은 아기자기한 역할에 주로 캐스팅되어 춤춰왔습니다. 글쎄요, 아직까지 잘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여러 캐릭터를 다 잘 소화해 내고 싶습니다.^^

클래식 발레와 컨템포러리 스타일의 발레 작품 중 어떤 것에 더 흥미를 갖고 있나요?
박세은은 무조건 클래식에 잘 어울리는 무용수라고 생각했던 단장과 동료들에게 얼마 전 큰 반전을 보여주게 된 것이 안무가 안 테레사 드 키스메이커의 〈Rain〉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맨발로 머리를 풀고 달리고 구르고 들고 하면서 추는 컨템포러리 작품인데 안무가가 직접 저를 캐스팅해서 공연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외 콩쿨을 준비하면서 컨템퍼러리 작품을 두세 번 해봤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컨템포러리 작품을 하면 갇혀진 틀 안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는 기분이라서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세은씨의 앞으로의 공연 일정도 궁금해지네요.
<라 수르스> 말고 내년 2월 존 노이마이어 안무의 창작 작품 〈Le Chant de la Terre〉에 솔리스트로 캐스팅 되어있는 상태라 많이 설레입니다. 그 이후엔 <마농>과 <백조의 호수> <파키타> 등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 박세은 프로필

2013년 11월 파리오페라발레단 sujet (솔리스트)로 승급
2012년 11월 파리오페라발레단 coryphée로 승급
2012년 8월 파리오페라발레단 정단원 입단
2011년 8월 파리오페라 발레단 준단원 계약
2009년 국립발레단 특채입단
2007년 아메리칸발레씨어터2 활동

예원, 서울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졸업

2013년 prix du cercle carpeaux상 수상
2010년 바르나 콩쿨 금상
2010년 로마 콩쿨 금상
2007년 스위스 로잔 콩쿨 그랑프리
2006년 잭슨 콩쿨 은상
2005년 동아 무용 콩쿨 학생부 금상

 

2014. 1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