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년으로 열리는 유럽에서 가장 큰 춤 시장 탄츠메세(International Tanzmesse NRW)가 다음 달 8월 27일-30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다. 전체 60여개의 공식 쇼케이스 가운데 우리나라의 5명 안무가의 작품이 탄츠메세 심사를 거쳐 한국특집 프로그램으로 선정되었다. 우리나라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탄츠메세와 함께 추진한 사업이다.
한국 현대춤의 잠재력에 대해 소개와 검증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뿐 아니라 탄츠메세의 공신력에 힘입어 한국춤이 유럽에서 교류될 수 있는 공식적인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한국 특집으로 소개될 단체는 브레시트 무용단 (안무가 박순호), EDx2 (안무가 이인수), NONAME SOSU(안무가 최영현), 아트프로젝트 보라 (안무가 김보라), 고블린 파티(안무가 임진호) 등이다.
오늘 인터뷰는 그간 방송프로그램 ‘댄싱 9’시즌 1에 참여하면서 대중적 관심을 모은 동시에 EDx2 창단공연을 올리는 등 많은 변화와 도약을 준비중이고 2010년 Kore-A-Moves에 이어 2014년 탄츠메세, 2016년 프랑스 샤이오 극장에 초청받은 <모던필링>의 안무가 EDx2의 이인수와 함께 탄츠메세 참가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이지현 오랜만이다. 댄싱9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방송 여파에 따른 호황은 누렸나?
이인수 아니다. 생방송 가기 바로 전 단계에서 떨어져서인지 별로 그렇게 느껴본 적은 없다. 물론 작년 창단공연 때 일반관객이 객석을 많이 찾은 건 사실이다.
그랬다. 무용 공연장에서 못 보던 광경이었다. 일반 여성관객들이 공연 한참 전부터 객석에 앉아 설레여 하고, 무용수의 작은 몸짓에 집중하고 반응하더라. 로비에는 포토존이 있고 출연자와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을 서있는 것을 봤다.
무용학원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방송 출연과 관계있는 건가?
그것도 아니다. 작년 7월에 오픈을 했는데 EDx2 단원과 얘기를 나누다가 다른 학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 조건이 열악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말을 듣고 그럼 우리가 직접하자 생각했다. 무용단 연습실도 되고, 아르바이트 조건도 더 나아질 수 있고 등등. 작은 규모는 아니었지만 오래 고민한 것은 아니다. 작은 결정은 오래 걸리지만 큰 결정은 쉽게 하는 편이다. (웃음)
1년이 넘었는데 운영은 어떤가?
처음엔 방송 때문인지 일반 수강생이 많았다. 한 2달 지나니까 거의 다 사라지고 무용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이 주를 이루더라. 지금은 거의 수입과 지출이 딱 맞아 떨어진다. 겨우 운영하는 상태랄까? 운영을 위해 고민을 많이 하거나 시간을 많이 투여하지는 않는다. 그러려고 오픈한 게 아니니까… 우리 단원들이 조금 몸과 마음 편하게 생활도 하면서 연습도 할 수 있으면 만족한다.
소문이나 추측과는 상당히 달라 놀랍다.
나도 알고 있다. 사실 학원 오픈하고 나니 주변에서 돈을 더 많이 벌고 뭔가 된 거 같다고 생각하시지만 사실은 반대다. 좋아진 점은 내가 돌아다니면서 가르칠 때 길거리에 버리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아 힘들었는데 지금은 이동시간이 없으니 훨씬 편한 상태에서 가르치고 수업이 없는 오전 시간에 우리 연습실에서 맘 편하게 연습할 수 있는 게 무용단과 나에게 생긴 좋은 변화이다.
댄싱9 참가 후 가장 고민이 됐던 건 무엇이었나? 예술적인 것과 대중적인 것이 부딪히는 첨예한 지점을 경험했을 텐데 어떤 고민을 했는지 궁금하다.
정말 고민이 많았다. 말하자면 난 댄싱9 나가기 전부터 작품 성향이 대중과 소통하려는 의도가 강했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상하게 댄싱9 이후에 내가 대중적인 것을 의식하는 것처럼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그게 뭐랄까 좀 납득이 안되면서 억울한 생각도 들었다. 더 이상한 건 내 자신이 혼란스럽다는 거다. 이제 정말 대중적인 것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이 많다. 지금도 새 작품 준비를 하고 있는데 고민이 정말 많이 된다.
그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간의 작품을 쭉 지켜 본 나로서도 댄싱9과 무관하게 이인수의 작품이 대중과 소통하려고 하고 공감을 위해 꽤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고 그것을 소통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하려고 노력해왔었다는 걸 알고 있다. 특히 혼란스러운 점은 무엇인가?
작품에서 썼던 대사가 있는데 “이해하고 같이 공감하고 싶어서다”, “객관성”과 “원칙이라는 건 뭘까” 등 나는 내가 고민하는 것들을 작품에 그렇게 옮겨 놓았었다. 그 대사를 생각한 당시처럼 요즘은 내가 전체 속에 섞이고 있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 낯설게 느껴진다. 왜 사람들은 저렇게 판단하고 행동할까가 다른 때보다 더 낯설다. 말하자면 이해가 잘 안되고 공감도 잘 안된다. 특히 요즘 내가 그간 믿었던 것에 대해 스스로 흔들리고 약해져 있기 때문인 거 같다. 나에 대한 여러 오해들이 잘 이해가 안된다. 나에 대해 더 많은 고민과 공부가 필요한 거 같다.
이번 탄츠메세에도 <모던 필링>을 가져 간다.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이번 탄츠메세 에서 선보이는 <모던 필링>의 특이한 점은 나와 진욱이가 100회 넘게 해오던 작품을 이번에는 우리가 하지 않는다는 거다. 제자 뻘 되는 어린 친구들을 출연시키려고 지금 연습 중이다.
그건 놀라운 소식이다. 이인수와 류진욱이 하지 않는 <모던 필링>이라… 어떤 친구들이 그 춤을 대신 추나?
22살 21살 친구들인데, 한 명은 현대무용 배경이고 한 명은 비보이 배경이다. 지금은 순서를 익히고 있는데 굉장히 새로운 느낌의 <모던 필링>이 탄생할 거 같다.
사실 <모던 필링>은 이인수의 대표작이라 할 만큼 여느 작품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섬세하고 묘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100회 이상 했다고 했는데 그 정도 하면 느낌이 어떤가?
아… 그 작품은 우리의 실제 관계로부터 만들어진 작품이고, 작품과 관계가 분리되지 않는 묘한 작품이다. 게다가 나에게 많은 상과 많은 해외공연 기회를 안겨준 작품으로 나 역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여느 작품처럼 공연 전에 연습을 한다거나 맞춰보는 것을 미리 하면 오히려 공연에서 그 맛이 안 나오더라. 그래서 무대 조건만 확인하고 연습 없이 올라간다. 공연한 횟수가 워낙 많아 그렇기도 하지만 몸이 완전히 이완되어야 컨택의 순간적인 감각과 반응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움직임이 나오고 그것을 주고 받아야 맛이 나지 만들어진, 연습 되어진 느낌으로 하면 아주 작은 시간의 차이로 집중이 깨져버린다. 그러면 육체적으로도 엄청 힘들어 진다. 그리고 물론 맛도 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새로운 친구들이 하는 것에 어려움도 있다. 하지만 이 친구들의 순수함이 색다른 맛을 내는 것을 봤다. 나 역시 가슴 떨려 하며 실험 중이다.
그렇다 해도 나이도 어린 친구들과 함께 하는 건 여러 가지 불안하지 않은가?
그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프로 댄서들은 장점도 있지만 오히려 순서 중심으로 춤을 추는 경우도 많고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익숙해진 친구들은 연습을 적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서 작품에서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을 위해 몸 받쳐서 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이라면 순수한 열정을 가진 조금 서툰 친구들을 데리고 하는 게 이 작품에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에미오 그레코와 작품을 하면서 배운 건데 무용수가 이런 동작을 할 줄 알고 이런 기능이 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으면 안 된다는 거다. 아니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 나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믿던가… 무대 위에서 자신이 할 줄 아는 것 이상이 나오는 게 중요한데 무용수가 자기가 할 줄 아는 것에 대해 알아 버리면 스스로 한계를 정하게 되고 그러면 공연은 정해진 것을 하는 재미없는 것이 되고 만다. 중요한 것은 기능은 좀 떨어져도 무대에 대한 간절함이 있는 친구들의 춤이 감동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기준으로 본다면 이 친구들의 <모던 필링>도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
나 역시 기대가 된다. 이후 공연 계획이 있나?
2016년에 프랑스 샤이오 중극장에 초대 받았다. 작품을 보러 와서는 <모던 필링>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작품은 내가 스스로 신작을 하겠다고 제안했다. 그 작품을 지금 구상 중이다. 여태껏 했던 스타일과 다른 것을 해보고 싶은데 여태까지가 너무 메시지 중심이어서 춤을 맘껏 추지 못한 거 같다. 나 스스로도 댄서인데, 연출적인 거 생각하느라고 춤을 추는 일을 오랫동안 못했다. 이번엔 나도 춤을 많이 추고 싶다. 춤속에 모든 것을 녹여 담아내고 싶다. 그런 춤을 맘껏 춰보고 싶다.
이지현 춤꾼 이인수로 돌아 온 거 같아 기대된다. 좋은 무대 만들어 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