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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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22년 8월 9일 오후 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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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소
- 아카데미아인(서울 동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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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윤경근, 최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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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에 춤의 흐름에서 유동적인 경향이 더해지고 있다. 춤이 분화되는 양상들이 증대함으로써 나타나는 경향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그런 경향에 노출되는 정도가 높을 것이다. 획일적이지 않고 불투명한 미래로 나아가며 시행착오를 회피하지 않고 자구책을 찾으려 하는 작업들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로 들어본다. 잠수함은 바깥을 관측할 때 잠망경을 이용한다. 보이지 않는 잠수함처럼 작업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고 그들의 고심어린 잠망경으로 꿈을 추적한다. - 편집자 |
ⓒ춤웹진 |
김인아: 〈춤웹진〉은 지난 3월부터 인터뷰 ‘꿈을 이루는 잠망경’을 기획 연재하고 있습니다. 잠망경은 잠수함 바깥으로 나온 망원경입니다. 잠망경처럼 더 넓은 세계를 모색하면서 꿈을 펼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무용인들, 여러 양상으로 분화되고 다원화된 춤세계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다양한 춤 현장의 인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 인터뷰에서는 ODBY와 함께 합니다. 참석해주신 두 분,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윤경근: ODBY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경근입니다. 주로 안무 작업을 하면서, 신체 이미지와 움직임에서 찾을 수 있는 흥미로운 지점들을 많은 사람과 공유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최승민: 저는 ODBY의 최승민입니다. 대학에서 경근님을 만났고, 프리랜서로 함께 작업하다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잘 맞아서 다양한 활동들을 같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ODBY와 ODD BODY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윤경근: 2021년 ‘서울시 실감형 영상 콘텐츠 제작 지원사업’ 무용 부문에 선정돼 영상 작업할 기회가 생겼고 ODD BODY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이때 작업한 영상을 더 발전시키고 여러 방향을 찾고자 올해 초 ODBY를 만들었습니다. 예술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잡고 있는 NFT 시장이나 영상 미디어아트 시장에 진출하면서 춤계에서 생소했던 개인의 작품 소유나 거래할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또 춤 장르는 단순히 공연장에서만 관객과의 관계가 이어졌는데, 공연장을 벗어나서 이 관계를 더 유동적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그리고 디지털 움직임을 활용한 2차 창작물을 제작하여 하나의 작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변화할 방법들에 대해서 찾고 있어요. 따라서 메타버스에서 움직임을 활용한 작품의 전시장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최승민: 부연 설명해 드리자면, 경근님과는 작년 7월에 ‘2인무 페스티벌’에서 〈파리대왕〉이라는 작품을 함께 하다가 의견이 맞아서 서울시 사업에 같이 지원하게 됐어요. 그 당시 댄스 필름을 만들고자 했고 선정된 이후 무보를 남기듯이 움직임을 기록할 또 다른 방법이 무엇일지 찾았습니다. 단순히 춤추는 걸 영상으로 남기는 것이 아닌 모션 캡처로 움직임을 따서 FBX 파일로 기록한다면, 이를 2차적으로 가공하며 기록할 수 있기에 재밌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죠. 그래서 모션 캡처를 활용, 결과물을 가공해서 NFT 시장에 진출하려 했어요. 이 프로젝트는 올해 7월에 끝났어요. NFT로 제작하면 끝날 일이었는데 그 사이 우리가 다른 지원 사업에도 선정돼 우리만의 페이지를 제작하게 됐죠. 그리고 점점 아이디어가 발전되어서 전시까지 열기로 했어요. 처음 계획했던 작업이 점차 뻗어나가게 된 거죠. 이렇게 작업이 이어진다면, 차라리 단체를 창단하는 게 좋겠더군요. 첫 프로젝트가 ‘ODD BODY’였으니, 그 약자를 따서 ‘ODBY’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현재는 만들어져있는 이미지를 2차적으로 재생산하고 가공해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많은 사람이 온-오프라인으로 접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이전부터 꾸준히 작업했고 그 연장선의 결과로 올해 초 단체를 설립했군요. ODBY가 해왔던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윤경근: ODD BODY 프로젝트는 디지털 매체에서 움직임과 신체는 어떻게 존재할지에 관한 궁금증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댄스필름의 경우 사람의 움직임을 그대로 담고 그 이미지를 상영합니다. 춤 작품의 장점은 움직이는 이미지를 넘어 실제로 느껴지는 에너지라고 생각합니다만, 영상의 경우 화면이라는 막 하나를 넘어서 보게 되잖아요. 그랬을 때 에너지가 결여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생겼고, ‘왜 영상에 사람이 나와야 하고, 영상 효과를 제대로 활용한 댄스필름을 만들지 못할까?’라는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단순하게 사람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영상 매체 안에서의 신체와 그것에 대한 움직임을 어떻게 디지털 효과와 결합할지 실험하고자 했죠.
ODBY 윤경근 ⓒ춤웹진 |
최승민: 오프라인 공연에서 제약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미디어 아트의 형태로 남게 되면 더 자유로울 수 있기에 많은 시도를 하고자 했어요. 우리의 베이스는 춤이고, ‘신체를 썼던 사람이 디지털 상에서 어떤 형태로 창작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신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슈가 됐던 NFT 컬렉터블 아트를 보면, 대체로 평면적인 캐릭터만 존재했습니다. 무대 공연예술도 거의 정면에서 보고, 미디어 아트의 기록물 역시 정면에서 보잖아요. 이 안에서 여러 각도를 찾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메타버스로 넘어가게 되면, 그 안에서 존재하는 3D 아트를 더 가까이 자기가 원하는 각도로 자유롭고 볼 수 있고, 창작자 역시 평면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죠. 그래서 이와 같은 형태가 나온 것 같아요.
2차원의 평면성을 거부하고 3차원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들이 ODD BODY 프로젝트에 담겨있군요. ODD BODY 프로젝트의 취지, 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요?
윤경근: 신체와 움직임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춤 장르와 기술과의 협업을 통해 더욱 다채로운 방식으로 계속 나아갈 방향을 찾고, 궁극적으로는 작품만 만들어내는 창작자의 입장을 넘어서서 공연예술에 새로운 문화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단기적인 목표는 NFT 시장과 디지털 매체로 진입하여 타 장르에 비해 소외된 춤계에 폭넓은 관객층을 모으고자 합니다. 더 나아가 무용수와 안무가가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기를 희망합니다.
어떤 갈증이 있었을 거라 짐작합니다. 이와 같은 목표를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윤경근: 경제적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있습니다. 예술 활동의 중점이 경제적 이득은 아니지만, 활동하는 데 있어서 무시할 수 없습니다. 현재 작업 환경에서 경제적 여건이 제대로 만들어지기 어렵게단 생각에 시야를 넓히고자 했어요.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예술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를 극복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습니다만, 영상물이 공연의 대체제일 수밖에 없는 작업 결과물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꼈어요. 그래서 영상만으로 만들 수 있는 작업을 시도해보고자 했어요.
궁여지책으로 영상물이 갑자기 쏟아졌는데, 그런 점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는 것이죠?
최승민: 네, 본질적인 건 그대로 있지만, 형태가 변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전에 따서 먹어야 했던 게 나중에 직접 가서 사 먹어야 하고, 시간이 더 흘러서 가져다주는 것처럼요. 본질적인 것은 내가 무언가를 구매하고 먹는 것이라면, 그 형태가 변하는 것이죠. 공연 또한 접할 수 있는 매체가 달라지는 것이죠. ‘공연을 왜 이렇게만 해야지?’라는 것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현재도 잘 돌아가고 있고 코로나 역시 어느 순간 지나갈 텐데, 댄서든 안무자이든 당연하게 생각한 공연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에 관한 생각을 미리 해보거나 언젠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본질적인 걸 가진 채로 다른 형태로 다른 옷을 입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정답은 없지만 여러 방향으로, 다른 형태로 계속 시도해보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러한 생각으로 바라보다 보니 2차 창작물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영상에 대해 아쉬움도 느끼는 것 같아요.
ODBY 최승민 ⓒ춤웹진 |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앞당겨 위기를 기회 삼아 이번에 시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최승민: 네. 그래서 일각에선 우리가 메타버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데 10년 정도 필요했다면, 코로나 때문에 2년으로 줄었다고 하잖아요. ZOOM 역시 이전부터 있었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이제 불가피하게 ZOOM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훈련되었죠. 이러한 삶을 2~3년 살다 보니 더 피부로 와닿는 것 같습니다.
구성원들과 어떻게 함께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볼까요?
윤경근: 이 프로젝트의 시작을 함께한 최승민은 이전에 공연을 진행하면서 뜻이 잘 맞았어요.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 맨땅이었기 때문에 보장된 게 없고 시행착오를 계속 겪었어야 했지만 그 순간들을 같이 즐기면서 해결해나갔어요. 지금도 완벽한 로드맵이나 작업 과정의 시스템이 완성되지 않았지만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여건들을 함께 만들고 있고, 다양한 실험들에 흥미를 가지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작업이 미디어아트나 디지털 쪽이다 보니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속한 사람들을 만나야만 했습니다. 매번 우리의 아이디어를 말이나 글, 움직임으로 보여줄 수 없다 보니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따라서 드로잉을 전적으로 맡는 송민영님을 섭외했죠. 그리고 ODBY의 구성원은 아니지만, 함께 협력하는 회사인 ‘레트로미디어’의 대표 옥광명 피디님이 우리의 작업이 유연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력해주고 있습니다.
ODBY 〈COMBINATION〉 아이디어 드로잉 ⓒODBY/송민영 |
ODBY 〈나무〉 아이디어 드로잉 ⓒODBY/송민영 |
최승민: 대학 때 컴퓨터 코딩과 프로그래밍을 전공, 한예종 전문사에 재학 중인 박수영님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교환 학생으로 핀란드에 있습니다만, 화상 회의에 참여하고 있어요. 학교에서 박수영님과 우연히 만나서 대화했고, 프로그래밍했던 수영님이 메타버스나 그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은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무용하는 사람이 왜 댄스필름이나 디지털 형태로 움직임을 기록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기록으로 남으면 우리의 몸이 점으로 남는 것뿐인데...”라고 하더군요. 디지털에 신체, 움직임을 기록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해답을 찾으려는 수영님의 말을 듣고 어쩌면 우리와 언어가 다를 뿐이지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함께 그 의미를 찾고자 팀 활동 제안을 했죠.
픽셀로 존재하는 것의 궁극적 의미를 찾는 과정 중에 있군요. 즉각적으로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는 분, 코딩과 프로그래밍을 능숙하게 다루며 조언하는 분, 그리고 작업을 수월하고 유연하게 진행할 수 있게끔 자문 및 도와주시는 협력 피디님으로 구성되어 있네요.
최승민: 네, 그리고 전반적으로는 프로젝트가 어떻게 흘러갈지 경근님과 제가 담당하고, 피디님은 영상으로 기록될 때 언어를 번역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지요.
이렇게 모인 구성원들이 어떤 결과물들을 만들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주력하고 있는 여러 사업이 있습니다만, 그중 제일 눈에 띄는 것이 NFT 관련 내용인데요, 우선 NFT를 소개해주세요.
최승민: NFT(Non-fungible Token)은 대체 불가능한 토큰을 의미합니다. 흔히들 드는 예는 모나리자입니다. 네이버 검색 엔진에 ‘모나리자’를 검색하면 수많은 이미지가 나옵니다만, 진품은 루브르 박물관에 있습니다. 제가 검색된 이미지를 다운받아서 출력 후 액자에 걸어둔다고 해도 진짜 모나리자가 아니잖아요. 디지털 상에는 수많은 복제본이 존재합니다. 작품에 고유 번호를 부여받아서 고유인증번호가 등록되면 NFT로서 디지털 블록체인에 기록됩니다. 이로부터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게 된 거죠. 그래서 음악이나 미술처럼 저작권에 예민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은 복제본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빠르게 이 시장에 진출한 거죠. 또 NFT 기반으로 한 예술가도 탄생하고 있고요. 이처럼 NFT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으로부터 보호받고 수입이 발생하는 음악과 달리 춤은 저작권이 애매합니다. 만약에 방송 쪽에서 안무한다면, 그것에 대한 안무 사례비만 받고 아티스트에게 귀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저스틴 비버가 공연할 때마다 안무가에게 몇 프로를 지급하는 것이 이례적인 일이 된 것처럼요. 그래서 우리가 NFT 시장에 진출한다고 해도 어떻게 존재할 것인지 잘 모르겠는 거예요. 미술이나 음악은 저작권위원회를 거치지 않아도 이걸 즐기는 사람과 창작자가 직접 컨택할 수 있으니 간편해진 것인데, 춤은 애초에 저작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죠. 그래서 춤을 어떤 형태로 NFT에 기록할 수 있을지 질문이 커졌어요. 또 코로나 시기와 겹치면서 언택트 시대를 겪었고 이 질문을 해결하고 싶은 욕망이 커졌습니다. 답이 없다고 해도, 이 안을 돌아다녀 보고 싶었어요. 만약 우리가 춤을 하지 않은 사람이었으면 이미 활성화되어 있는 NFT 시장에서 놀았을 텐데, 우리는 춤을 한 사람이기 때문에 춤을 가지고 새로운 방법론으로 뛰어들고 싶었어요.
프로젝트 내용을 보면 NFT, 메타버스, 온라인 예술시장 등 비대면 상황에서 나오고 있는 키워드들이 집합되어 있는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나요?
윤경근: ‘영상 작업물’, ‘메타버스 전시장’, 그리고 공연작품과 연계되는 ‘NFT작품 〈모서리 X ODBY〉’, ‘ODD BODY 홈페이지’가 있습니다. 먼저 ‘영상 작업물’은 ODD BODY 프로젝트의 캐릭터 오디(OD)의 움직임과 미디어 효과가 만난 작품입니다. 총 5가지 영상물이 있고, 각 제목과 주제에 따라 몸의 움직임에 다양한 미디어 효과를 접목했어요. 주제에 따라 스토리라인을 설정하고 안무를 한 후, 모션 캡처를 이용하여 움직임을 데이터화하고 후작업을 통해 최종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10월 12~16일 경리단길 G 컨템포러리에서 퍼포먼스와 함께 이 작업물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전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ON-Road 지원 사업에 선정돼 열게 됐어요. 전시의 큰 주제는 퍼포먼스와 뒤에 화려한 영상물이 담긴 미디어 아트가 있을 때, 그리고 퍼포먼스와 미디어아트의 움직임이 동일하다면 관객의 시선이 퍼포먼스에 머물지 혹은 미디어 아트의 시각적 효과로 인해 시선을 빼앗길지 비교해보고, 만약 영상물에 시선이 가있다면 실제 움직임은 어떤 의미가 있을지 질문해보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전시를 통해 사람들에게 우리를 알릴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ODBY 영상작업 〈Balloon〉 ⓒODBY |
ODBY 영상작업 〈Of me〉 ⓒODBY |
ODBY 영상작업 〈나무〉 ⓒODBY |
윤경근: 세 번째 프로젝트로 NFT, 가상공간 갤러리로 활용되고 있는 스페이셜을 이용해서 영상물과 영상 속 캐릭터의 움직임을 3D로 볼 수 있는 메타버스 전시장을 제작 중입니다. 작품들을 평면적인 영상물을 넘어 3D작품으로 볼 수 있게 구상하여 관객들이 같은 작품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들고 있어요.
11월 18~19일에는 SAC아트홀에서 진행되는 춤 공연과 더불어 공연의 움직임을 디지털화한 NFT 작품 〈모서리 X ODBY〉를 함께 발표하려 합니다. 작품을 본 관객들이 마치 굿즈를 사는 것처럼 디지털 영상물을 구매할 수 있게끔 제작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체 프로젝트 소개, 영상물, 메타버스 전시장 등 여러 작업물을 정리해서 한 번에 볼 수 있게끔 홈페이지를 제작했습니다.
제작중인 ODBY의 메타버스 전시장 ⓒODBY |
최승민: 가상 전시장 같은 경우는 VR을 착용하고 들어갈 프로그램으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나무를 3D로 만들고, 그 안에서 돌아다니면서 보거나 움직이는 캐릭터를 원하는 배경에 배치할 수도 있겠죠. 우선 움직임을 2D 영상으로 기록하고, 가상 전시장에 들어갔을 때 영상을 2차적으로 가공해서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사이즈나 환경 속에서 감상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 중 하나입니다.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면면이 홈페이지에 정리되어 있군요. 움직임을 데이터화한 영상물, NFT 작품, 메타버스 전시장과 같은 작업은 진입하는 것부터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떤가요?
윤경근: 말씀처럼 모르는 영역이어서 쉽게 접근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고, 그 환경에 있던 분의 첨언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막상 들어가 보니 그렇게 힘든 부분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시행착오를 몇 번 겪었던 사람들이 더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프로그램을 개선했고 커뮤니티들이 이미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쉽게 진입할 수 있어요. 단순히 우리가 몰랐기에 들어가지 못한 부분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영역도 내가 몰라서 가기 힘든 것뿐이지 막상 가보면 아무렇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디지털 매체로 들어갈 때 프로그래밍하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건 우리의 영역이 아닙니다. 이미 어느 정도 갖춰진 곳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곳을 자세히 관찰하고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유연하게 우리의 모습을 바꿀 수 있을지, 어떤 식으로 우리의 형식을 바꿔서 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집중을 했던 것 같아요.
ODBY 홈페이지 http://oddbody.art/ |
진입한 후엔 생각보다 수월하게 추진 중이네요. 제작 과정은 어떤가요? 이 정도 사업의 규모를 제작하는 데 상당한 노고가 따를 텐데요. 어떤 식으로 프로젝트를 꾸려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윤경근: 저와 승민님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를 냅니다. 일차적으로 큰 대안들을 만들어 놓고, 우리의 계획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한 첨언을 듣습니다. 그것에 따라서 활동 방향이 계속 정해지는 것 같아요.
최승민: 포기하지 않을 만큼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웃음) 경근님과 제가 동시에 느꼈던 건 우리 둘이 답을 찾으려고 했던 것이었어요. 예를 들면 홈페이지 제작할 때 우리가 완전히 모르는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폰트나 디자인을 선택했는데, 막상 페이지 디자이너와 상의해보면 완전히 다른 방향이거나 더 쉽게 갈 수 있는 방향이 있었던 거죠. 영상 역시 며칠간 머리 싸매고 만들어서 피디님한테 보여드리면 이렇게 하면 잘 보이지 않을 거란 조언을 들었죠. 실제로 우리 생각대로 해봤는데 완전히 이상해지더라고요. 이런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것을 계속 경험하다 보니 누군가에게 첨언을 듣는 상황이 되었어요.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못 한다기보단 그전에 너무 우리끼리 해결하려고 했던 거죠.
해당 분야의 전문가와 소통하면서 실현가능성을 타진하고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군요.
최승민: 네, 손을 뻗어야 닿는데 손을 뻗지 않고 보이는 것만 했던 것이죠. 그래서 이전에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우리 둘이 했으니까 둘이서 해결해야 하고, 우리 머리에서 나온 것들로 창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프로덕션이 커지면서 전문가들에게 첨언을 구하고 다가가는 걸을 기피하지 말고 오히려 지향해야겠다고 생각을 바꿨어요. 그래서 현재 우리의 프로젝트 운영 방식은 무언가 재밌는 걸 진행하고 싶거나 일을 벌이려 할 때 전문가를 찾아가서 손을 뻗고 있어요.
ODBY 모션캡쳐 촬영 현장 및 모션캡쳐 화면 ⓒODBY |
진정한 협업 방식을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대에서 몸짓이 자주 노출되었고, 무대 공연이 익숙했던 분들인데 2차원의 평면 영상물을 제작하거나 디지털 매체로 구현하는 방식을 하고 있잖아요. 이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최승민: 예를 들면 집에서 여기, 홍대입구역까지 올 수 있는 경로들이 너무 많잖아요. 걸어서 지하철 2호선을 타야 가장 빠르게 도착할 수 있다거나 길이 막힐 때 이 버스를 타야 시간을 단축하고, 조금 돌아가고 싶으면 경유하지 않고 여기서부터 걸어가면 되겠다 등등. 그런데 우리가 춤으로 NFT에 진출할 때 옵티트랙으로 찍어서 무언가를 만들거나 언리얼로 어떤 프로그램을 가공해서 춤이 메타버스 상에 기록하면 잘 될 거라는 느낌이 없는 거예요. 물론 어떤 단체가 춤작품의 장면을 잘라 NFT로 작품을 판매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런데 NFT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 외에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NFT를 산다는 건 어떤 신에 대한 소유권을 갖는 건인데, ‘왜 이걸 소유하고 싶을까?’ 또 ‘2차적으로 생산이 될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이 이걸 가지고 놀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가 목표로 삼고 생각하는 결과물이 아직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또 춤 쪽으로 잘 기록해서 시장에 진출한 사례가 드물다 보니 조언을 구하기 힘들고 헤매게 되는 거죠. 이를테면 “빨간 박스 안에 선물이 있으니 빨간 박스를 찾아”라는 말을 듣고 가봤는데 사방 천지에 박스가 깔려있는 거죠. 그래서 하나하나 다 열어봐야하는 게 숙제인데, 조금 게을러지면 엉뚱한 박스를 열고 별 것 아닌 게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게 선물이라고 우길 수 있는 상황까지 되더라고요. 우리가 열 수 있는 박스를 다 열었지만 혹여나 그 안에 선물이 없더라도 연 박스 안에서 우리가 선물을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더욱 ‘게을리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요.
우리가 프로젝트를 하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가 이를 향유하는 관객층을 넓히기 위함인데, 처음 춤을 접한 사람한테 이것을 줬을 때 단순히 무용의 이미지, 영상의 클립만 줄 것인지, 춤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무엇을 줄 것인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무용수가 춤을 잘 추는 것도 좋지만, 작품에서 어떠한 것을 다루는지가 중요해지는 순간이 올 텐데, 관객에게 어떤 언어로 어떤 각도에서 보여줄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고 숙제인 것 같아요.
윤경근: 소통 과정이 중요합니다. 아예 환경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고 생각하는 회로 자체가 다릅니다. 그렇기에 공통적인 언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지점이었던 것 같아요.
디지털 매개의 프로젝트에서도 결국은 춤의 어떤 점을 드러내어야 하는지 그 본질이 중요하다는 말씀이 와닿습니다. 또 새로운 분야와의 협업에서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은 항상 주의를 요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에게 이 프로젝트가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윤경근: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우리는 NFT 시장으로 갔지만 우리를 보는 아티스트들이 다른 문화나 환경에 들어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더욱 확장시켰으면 합니다. 그래서 춤 장르 전체가 확장되길 바라요. 또 NFT 시장은 하나의 트렌드이고 아직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는 플랫폼이어서 발전 가능성이 있고 나중에 예술 시장에 보편화된다면, 춤 장르에서 NFT에 진입하려는 아티스트들이 생겨날 거라고 봅니다. 우리가 NFT 시장에서 명민하게 활동하고 길을 터주는 단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파놓은 길을 보고, 다음 사람들이 들어올 때 더욱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최승민: 무용수로서 교육받았다면 갈 수 있는 길이 좁은 것 같아요. 보편적으로 기획자, 댄서, 안무가 등을 떠올리는데, 더 많은 선택지가 있을 거로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 활동으로 인해 디지털 미디어 아티스트라는 옵션이 추가되길 바라요.
이러한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는 단순히 장르를 구분 지을 수 없는 경계에 놓여있단 말이죠. 경계를 희석시킨 채 그 안에서 전방위적 활동을 하는 롤모델이 되면 좋겠습니다. ODBY 활동 기간이 길지는 않습니다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무엇을 얻었는지 되돌아보면 어떨까요?
윤경근: 열린 시각으로 춤계와 다른 장르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한 번 시도해보니 폭넓게 바라보며, 더 많은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도 얻었습니다.
최승민: 앞서 말씀드린 부분과 비슷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 우리 안에서 편협하게 해결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어깨 너머로 다른 세상을 보고, 우리가 저 세상에 가는 길은 어떤 모양이고 도착했을 때 어떤 형태일지 상상했는데, 가는 길조차 개척해야만 했죠. 2명에서 힘이 부족하면, 전문가와 함께 가면 더 수월했을 텐데 너무 둘이서 해결하고자 했어요. 누군가에게 손을 자꾸 뻗어야 하는데, 앞으로 손을 뻗을 대상도 선택해야 하고 주저하면 안 될 것 같아요. 혹여나 비슷한 실수를 한다고 해도 어떻게 유연하게 대처할지 고민하고, 어느 순간에는 결단력 있게 끊어야 하는 순간도 있을 텐데 그 방법도 배워야 할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기댈 곳이 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수를 많이 해야 합니다.
향후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윤경근: 초반부터 승민님과 했던 이야기가 있어요. 그래도 춤이 최종적으로 남아있어야 할 곳은 공연장이라는 것이죠. 그랬을 때 ODBY는 많은 사람이 공연장에 갈 수 있는 물꼬가 되어주는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또 작업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선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있는데 수익 구조는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 단순히 NFT 플랫폼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디지털 매체 안에서의 움직임이라든지 게임 캐릭터의 움직임 등을 활용한다면 다채롭게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ODBY는 사업 구조를 탄탄하게 만들고 여러 영역으로의 확장을 계속 시도할 예정입니다.
최승민: 춤을 향유하는 사람들끼리 재밌게 놀면서 물고 뜯고 즐기는 커뮤니티가 있으면 해요. 어딘가에 있는데 제가 모르는 걸 수도 있고 재미없어서 가지 않게 되는 걸 수도 있는데, 우리끼리 신나서 이야기하며 놀 수 있는 놀이터는 어쨌든 없지 않나 싶습니다. 춤을 향유하는 계층이 놀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든다는 건 큰 의미가 있어요. 그런 것들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재밌는 커뮤니티를 가진 단체가 되길 희망합니다. 우리가 기획하려 했던 것들이 나중에 커진다면, 가상 갤러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공연을 볼 수 있는 공간을 새로 만든다거나 커뮤니티를 형성할 방법이 다양할 것 같아요.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또 다른 재미가 있잖아요. 그래서 이런 쪽으로 아이디어를 내서 사람들이 재밌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 어떻게 기술이 발전할진 모르겠어요. 코로나로 인해 예방 접종 유무를 증명할 때, 블록체인 기반으로 만들어진 COOV라는 앱을 사용했잖아요. 그런 것처럼 사람들이 NFT라고 하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기술이기에 받아들이기 힘들어’, 또는 ‘NFT를 접한다고 해도 즐기려면 기술을 이해해야 할 거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네이버 페이지에서 라면을 검색할 때, 그 과정에 대한 코딩을 이해하지 못해도 사람은 검색합니다. SNS도 마찬가지고요. 즉,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 없이도 어플을 깔면 블록체인상으로 기록된 나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된 거죠. 우리 역시 몸을 기록해 NFT로 만들어낸 과정을 이해하지 않아도, 즉 사람들이 블록체인으로 이루어진 댄스라고 느끼지 못한 채로 사용해야 진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용법을 꼭 알아야만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알고 보니까 NFT였다’는 느낌으로 접근하기 쉽게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어플을 비롯해 모든 디지털 인터페이스는 매우 직관적입니다. 기술이 복잡해지고 발전할수록 반대로 사용자의 편리성은 높이는 방식이죠.
최승민: 네, 예를 들어 NFT로 티켓을 발행한다거나 하면 거부감이 들겠죠. 거래소에 들어가서 사야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잖아요. 아예 이런 생각이 들이 않게 편리해져야 합니다. 말하자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춤을 즐기고 있는 거야’라는 것조차 모르고 해야 진짜 커뮤니티인 것 같거든요. ‘우리 여기에서 만나서 몇 시 공연 같이 보고 무대에 올라가자’처럼 놀아버려야 재밌는 생태계가 형성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ODBY의 여정을 춤계 많은 분들이 주목할 것 같습니다. 생소한 분야에 용기 내어 도전하고 앞장서 헤쳐 나가는 시도 자체가 유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계획대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춤의 영역을 확장시키길, 온-오프라인 춤의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아볼 그날을 바래봅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감사합니다.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