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꿈을 이루는 잠망경 6. 메타버스 콘텐츠 ‘기승전댄스’
신나는 메타버스 판을 준비합니다
  • 일    시
    2022년 11월 21일 오후 12시
  • 장    소
    아카데미아인(서울 동교동)
  • 사    회
    김인아 〈춤웹진〉 기자
  • 참석자
    김민영, 정재우

 
 

2020년대에 춤의 흐름에서 유동적인 경향이 더해지고 있다. 춤이 분화되는 양상들이 증대함으로써 나타나는 경향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그런 경향에 노출되는 정도가 높을 것이다. 획일적이지 않고 불투명한 미래로 나아가며 시행착오를 회피하지 않고 자구책을 찾으려 하는 작업들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로 들어본다. 잠수함은 바깥을 관측할 때 잠망경을 이용한다. 보이지 않는 잠수함처럼 작업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고 그들의 고심어린 잠망경으로 꿈을 추적한다. - 편집자








김인아: 2022년 3월부터 <춤웹진>은 새로운 춤 프로젝트로 꿈을 쫒는 무용인들의 인터뷰를 기획, 연재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에서 춤을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하시는 김민영 PD와 ‘기승전댄스’ 콘텐츠를 함께 하고 있는 정재우 안무가를 모셨습니다. 같이 활동하시는 김호연 안무가께서는 오늘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하였음을 밝힙니다. 먼저 두 분의 자기소개를 간략히 부탁드릴게요.

김민영:  2018년부터 무용 공연기획을 조금씩 시작했고, 2019년에 정식으로 ‘아르떼 사피엔스’라는 사업자를 내서 현대무용을 기반으로 한 무용 공연을 전문적으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부터 무용이 공연에 국한되지 않은 형태로 사람들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고 또 확장될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무용 콘텐츠도 기획하고 있어요.  

정재우:  ‘댄스컴퍼니 브레이브맨’이라는 단체를 운영하며, 주로 안무하고 있습니다. 어떨 때는 기획을 하고, 또 연출할 때도 있지만 베이스는 안무입니다.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지만 실제로 그 가상의 세계를 맘껏 누리는 분들은 아직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춤계에서는 더욱 드문 활동이라고 생각되고요. 그래서 오늘 두 분의 말씀이 더 기대되네요. 생소한 분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해 먼저 설명해 주세요.
김민영: 메타버스 플랫폼은 현재 모바일에서 최적화되어 어플을 다운받아 사용 가능합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의 ‘제페토’, SKT의 ‘이프랜드’가 있어요. 제가 활동하고 있는 이프랜드는 2021년 7월에 처음 만들어졌어요. 기존에 있던 ‘점프 스튜디오’가 변형된 것이죠.

메타버스에서 어떻게 활동하게 됐나요?
김민영: 제가 메타버스를 시작한 건 2021년 9월입니다.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핀님(piiin)이 있어요. 제가 핀님에게 아르코예술극장 40주년 기념 프로젝트 리뷰를 부탁드리면서 댄스필름을 전달드린 적 있는데, 필름을 보고 저에게 역제안을 주셨어요. 이프랜드에서 본인이 크리에이터로 선정됐고 이걸 콘텐츠로 하면 좋을 것 같다고요. 전 새로운 걸 하는 걸 좋아하는 데다 SK가 만든 가상세계라는 점이 흥미로워서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바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직접 크리에이터로 활동하지 않고 핀님이 진행하는 콘텐츠인 아트 토크에 초대받았어요. ‘메타버스로 소환된 아티스트’라는 콘텐츠였고 주로 미술과 패션 분야를 다뤘는데 저한테 무용 쪽을 맡긴 거죠. 당시 ‘멜랑콜리 댄스컴퍼니’에서 여러 필름을 제작한 상태였기에 영상과 사진을 발표했던 게 시작이었어요. 코로나 이후 댄스필름을 열심히 만든 게 이렇게 활용될 수 있어서 뿌듯했고 반응도 좋았어요.






이프랜드 최초 무용 밋업 '멜랑콜리댄스컴퍼니' (2021년 9월) ⓒ김민영




김민영: 멜랑콜리댄스컴퍼니의 밋업이 굉장히 성공적이어서 SKT에서 메타버스크리에이터 핀님께 무료로 홍보지원을 해준다고 하여 두 번째 무용 밋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는 핀님께서 소개하셨던 미디어아트 조민서 작가님과 함께 콜라보를 하자고 제안하셨죠. 그래서 배경화면에 미디어아티스트 조민서 작가님 작품을 송출하고 저를 포함하여, 김혜윤, 곽유하, 정록이, 윤채영 현대무용가들이 아바타 군무를 했어요.
이를 계기로 이프랜드 크리에이터 그룹 ‘이프콜랩’과 프로젝트 댄스그룹 'IF댄스프로젝트'를 결성하여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있으며 이를 현실의 예술 씬으로 이어오고 있어요. 예를 들어 큰 흥행을 거둔 팀보타 <탐의 숲>(22. 3. 20-8. 20.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전시에서 IF댄스프로젝트 그룹 정록이 안무가가 마지막 날 클로징 퍼포먼스를 진행했었는데요, 현실에서 이렇게 큰 전시에 퍼포먼스를 진행해 달라는 제안도 힘들고 잘 받아들여지지도 않지만 이프랜드를 통해 연결되어 진행할 수 있었던 점이 매우 고무적이었어요. 시공간 초월이라는 메타버스의 특성을 통해 많은 분들과 연결되고 이것이 또 하나의 현실 프로젝트로 탄생하는 게 보람되고 즐거워서 메타버스를 지속하고 있죠.




  

이프랜드 두 번째 무용 밋업 ‘이프콜랩-IF댄스프로젝트’ (2021년 10월) ⓒ김민영




김민영: 사실, 우리가 현장에 많이 길들여진 사람들이다 보니까 아바타로  조작하는 것에 어떤 매력이 있고  우리에게 무엇이 좋을지 그다지 확신이 서지 않는 상태였어요. 그런데 막상 참여해보니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들의 커뮤니티가 점점 확장되고, 유저들도 늘어나는 추세더군요. 게다가 상호 ‘소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어요. 저는 기획자의 입장에서 춤계 사람들이 아닌 대중들이 어떻게 해야 무용공연을 보게 되는지 항상 관심이 많았었는데 메타버스를 통해 소통을 하고, 물론 초대권 제공이었지만 공연마다 새로운 관객들이 10분 정도 꾸준히 찾아주셨어요. 저에게 10명이라는 숫자는 굉장히 컸기 때문에 메타버스를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크리에이터의 콘텐츠에서 무용을 이야기하다 직접 메타버스 콘텐츠를 기획하게 된 거군요.
김민영: 네, 무용 콘텐츠를 기획하고 싶더라고요. 공연 외에도 새로운 걸 하고 싶은 갈증이 컸던 때였는데, 아무래도 기획자로서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돼있고 매달 공연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죠. 메타버스에서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게 됐어요. 김호연 안무가님과는 예술교육 프로젝트를 같이 하고 있었고, 정재우 안무가님과는 공연에서 만났고 성향을 잘 알고 있었어요. 오늘 김호연 안무가님이 오시지 못해서 아쉽지만, 호연 안무가님이야말로 다양한 장르를 가장 먼저 도전하셨다고 생각합니다. 김호연 안무가님은 “아무거나 기획하면 일단 다 해보겠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리고 정재우 안무가님이 윈드밀에서 했던 <실전무용>을 보면서 바로 제가 원한 것이라는 걸 느꼈어요. 이후에 재우님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재우님은 “안무 말고 다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저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걸 시도해보고 싶어 했죠. 그렇게 뜻이 맞는 김호연, 정재우 안무가와 함께 해보기로 했어요.

정재우 안무가는 메타버스 콘텐츠에 참여를 제안 받았을 때 흔쾌히 수락하셨나요?
정재우: 그럼요. 크게 부담을 느끼진 않았어요. 셋이 만나서 이야기했을 때, 긴 시간을 투자해서 만드는 작업과 달리 가벼운 느낌이었거든요. 가벼운 콘텐츠더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메타버스라는 생태계를 파악하고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겠단 생각도 있었고요. 무엇보다 저 역시 어떻게 하면 일반 관객을 늘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어서 시도하게 됐죠.




정재우 ⓒ춤웹진




처음 메타버스 무용 콘텐츠를 기획할 때 고민했던 지점은 무엇이었나요?
김민영: 처음에는 이프랜드가 아닌 SK가 개발한 음성기반 플랫폼 ‘FLO’에서 할까 했어요. 당시 트렌드가 영상에서 음성으로 넘어가면서 ‘팟빵’과 같은 음성기반 플랫폼 붐이 일어났고, 크리에이터를 모집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핀님이 저보고 활동비를 받고 크리에이터로 활동할 것을 제안했는데, 안타깝게도 FLO는 우리가 하려는 것과 맞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유튜브를 하기엔 일이 너무 커지는 것 같았고요. 재우님이 “오히려 이프랜드가 우리와 맞지 않나요?”라고 제안해주셔서 이프랜드를 기반으로 하게 됐어요.
타깃을 무용인으로 할지, 기존 이프랜드 유저로 할지도 고민이었습니다. 무용인을 대상으로 새로운 걸 하려는 건 아니었고, 무용을 널리 알리자는 게 취지였거든요. 그리고 무용하는 분들이 이프랜드에 많이 접속하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죠. 반면, 새로운 분들 대상으로 하자니 그들이 무용에 관심을 가질까 두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5:5로 해보자 했죠. 무용 연습이 거의 오후 10시에 끝나기 때문에 오후 10시 30분에 시작하는 것으로 해서, 올해 5월 11일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20회 넘게 하고 있는 것 같네요.




단체사진으로 밋업을 마무리한다 ⓒ김민영




메타버스 콘텐츠 ‘기승전댄스’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김민영: ‘기승전댄스’는 무용과 그 언저리에 있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나누는 콘텐츠예요. 춤작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건 하고 싶지 않았어요. 기존에  핀님이 이미 관련 콘텐츠를 하고 계셨고, 비슷한 기획은 크리에이터로서 좀 무례한 것인데다 저 역시 색다른 걸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우리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아티스트로서  삶을 사는 것 같은데, 아티스트이기 이전에  사람이잖아요. 사람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관심을 갖게 되어야 관객으로서 극장을 찾는다고 생각했죠.
콘텐츠의 키워드를 ‘메타버스 예능’이라고 잡았어요. 예능처럼 다가가기 쉽고, 그래서 편하고 재밌게 하고 싶단 생각에서요. 전 예능 프로그램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배우가 작품을 하고 예능에 출연해 홍보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들은 행위자를 알아야만 작품도 눈여겨봅니다. 행위자한테 매력을 느끼면 작품이 좋든 싫든 크게 개의치 않고 관대한 태도로 보더라고요. 저는 춤추는 분들이 연예인보다 더 멋있고 매력적이라고 늘 생각해 왔기 때문에 이들의 매력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커요. 예능 프로그램처럼 ‘기승전댄스’를 통해 무용하는 사람들의 매력을 알리고 싶었어요. 한편으론 항상 바쁜데 매번 진지하게 준비하기 어렵잖아요. 예능 성격이 콘텐츠의 지속가능성 면에서도 좋을 것 같았죠.

‘기승전댄스’에서 이야기 나눴던 흥미로운 주제는 무엇이었나요?
김민영: 첫 주제부터 재밌었어요. ‘다시 태어나면 무용한다 vs 안한다’였죠. 무용을 좋아해서 지금도 계속하고 있긴 하지만 돈을 벌기엔 굉장히 힘든 분야이기에 항상 양가적 태도를 갖게 되는 것 같아요. 무용이 좋다가도 그만둔다고 말하고, 그만한다 했다가도 춤으로 돌아오는 이런 모순된 상황을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서 잡았던 주제죠. 그리고 찬반토론을 했어요. 가위바위보로 입장을 정했고, 상반된 입장의 근거를 각각 준비해서 꽤 흥미진진하게 진행됐었어요.
안무가들이 사용하는 공연 소품에 대한 밋업도 호응이 좋았어요. 기승전댄스의 유저는 무용종사자, 이프랜드 내 유저들, 무용을 굉장히 좋아하는 일반인 매니아로 크게 나뉘는데 이 밋업은 일반인 매니아 중에 무용학원을 다니며 공연을 많이 보러다니는 분들이 굉장히 좋아했어요. 실제로 두 분은 기승전댄스가 요즘 낙이라고 디엠이랑 카톡도 보내주셔서 힘이 났죠. 하나의 공연에 100개 정도의 소품을 사용한다는 김호연 안무가의 이야기, 실제 공연 소품을 직접 제작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정재우 안무가의 아시바 조립 이야기도 재밌었고요. 어쩌면 무용 애호가 분들은 완성도 높은 작품을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공유되기를 원하는 것 같아요.






메타버스 콘텐츠 ‘기승전댄스’의 애착소품을 주제로 한 밋업. (아래 진행사진에서) 배경으로 실제 공연영상을 선보여 유저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김민영




김민영: 춤 현장과 직결되는 주제도 있었는데 ‘무용 공연 티켓, 얼마가 적절할까?’였습니다. 그때 유저들의 참여율이 제일 높았어요. 실제로 한 분께 초대권을 드리려고 했는데 안 온다고 하시더니 나중에 티켓을 구매해서 오셨더군요. 무용공연의 실상을 들어보니 초대권은 못 받겠다고 하시면서….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아무튼 소극장 60분 공연 대극장 60분 공연의 티켓 가격을 어떻게 책정해야 할지에 대해 채팅과 음성으로 이야기 나눴습니다. 반은 무용계 종사자였고, 반은 무용과 관련 없는 분들이었죠.
움직임과 MBTI를 엮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어요. 이프랜드에서 콘텐츠로 먼저 진행해보았는데 일반 유저들의 반응이 월등히 좋았어요. 정재우, 김호연 안무가와 저의 MBTI 조사 결과를 공유했고, 두 안무가의 영상을 보며 성향에 따른 작업 스타일을 분석했었죠. 영상을 MBTI 성향과 엮어서 감상한 점이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추후 이 주제로 콘텐츠나 이벤트를 계속 진행해 보려 해요.






메타버스 콘텐츠 ‘기승전댄스’의 다양한 주제 ⓒ김민영




정재우: 저도 티켓비에 관한 주제가 재밌었거든요. 워낙 돈 이야기를 좋아해요.(웃음) 이 주제가 특히 기억 남는 이유는, 전 티켓비가 만 원이어도 충분하다는 입장이었는데 참여자들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높게 책정하셨기 때문이에요. 기준을 뮤지컬 티켓비로 잡더라고요. 7만원이 적절하다는 분이 꽤 많았어서 굉장히 혼란스러웠어요. ‘나만 이렇게 무용 공연의 가치를 낮게 책정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시장 경제에서 무용 공연의 가치를 새삼 다르게 느낀 계기였겠네요.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중에 가볍지 않은 토론과 생각들로 확장되는 듯해요. 한편으론 재밌는 주제를 계속 발굴하는 게 힘들 것 같고요.
김민영: 네. 콘텐츠 기획은 굉장히 창의적인 분야라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처음이다 보니 매회 주제를 잡는 게 상당히 어렵더라고요. 자칫 나의 역량을 착각할 뻔했었는데  나는 세상의 먼지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걸 느끼면서 자극 받고 공부도 많이 하게 됩니다. 계속 같은 결의 주제로 가야 할지 아니면, 하고 싶은 걸 해도 되는지 고민한 적도 있는데 색다르게 저희가 가상의 캐릭터를 정하고, 그 캐릭터의 입장에서 고민을 상담해주는 컨셉으로 진행하기도 했었죠.  

이프랜드의 콘텐츠 방향성도 초기와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김민영: 네, 초기에는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올리는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유저들이 소통하는 걸 훨씬 원합니다. 그러다보니 기존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 방향이 아예 달라졌고 저도 더 자유로워졌죠. 처음에는 무용 관련된 주제만 하려다 보니까 한계가 있었는데, 지지난주에는 좀 더 넓게 ‘내 인생 가장 아찔했던 순간’을 주제로 잡아봤어요. 두 분 플레이어는 공연할 때 아찔했던 상황을 이야기했어요. 유저들도 각자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고 가장 공감 가는 유저에게 상품을 전달했습니다. 소통을 중심으로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점점 일반인들도 말할 수 있는 주제, 교집합이 있는 주제로 점차 확장되고 있어요.

보통 몇 분 정도가 참여하나요?
김민영:  30명 정도 참여해요. 초반에 무용인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다른 분들이 더 많아요.




한 번의 밋업에 보통 30명 내외가 참여한다. 위 밋업에는 33명이 참여하였다 ⓒ김민영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아바타라는 가상 속의 캐릭터가 되어 이야기하게 되는데, 어떤 특이점이 있을까요? 현실에서 나누는 소통과 다른 지점이 텐데요.  
김민영: 현실에서는 사람과 대면할 때 조건을 따지잖아요. 바쁘다보니 시간을 할애할 만큼의 상대인지 고민하는 거죠. 아바타로 만날 때는 오로지 음성으로만 소통하니까 상대에 대한 편견을 없애주고 마음을 열게 된다고나 할까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분을 만났었는데, 다소 원활하지 않더라도 메타버스이기 때문에 함께 소통할 수 있었어요. 흔히 현실과 메타버스에서의 삶을 지칭하는 줄임말로 현생, 메생이라는 말을 사용하곤 하는데 메생을 통해 편견이 있었던 스스로를 반성하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사고를 넓히고 많은 부분을 배우게 됐고 처음 보는 분들과 소통을 잘하게 됐죠.

정재우 안무가님은 메타버스에서 어떤 특별한 점을 느끼셨나요?
정재우: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무용가들이 희귀하기에 환영받는 느낌입니다. 제가 준비한 작품을 메타버스에서 공연하면 좋아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무용하는 사람과 이야기해보는 것 자체를 환영하는 것 같아요. 꼭 좋은 무용 콘텐츠를 준비하지 않더라도 이야기를 나누는 걸 흥미로워하는 것 같았어요. 이런 반응이 관객 저변 확대로 이어진다면 더욱 좋겠죠.
김민영: 현실에서도 환영 받으실 만하죠. 저희가 실사도 올리고 영상도 올리니까 어떻게 환영을 하지 않겠어요. 다들 실물을 보고 싶다고 하죠. (웃음) 




김민영 ⓒ춤웹진




춤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콘텐츠에 담아낸 적은 없던가요? 전문 무용인들의 움직임을 유저들이 보고싶어 할 것 같아요.
김민영: 요구는 없었는데, 어쨌든 무용하는 사람이다 보니 움직임이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초반에는 각자의 의견을 아바타 안무로 표현했어요.  토론했을 땐 진 사람이 그다음 날 오프라인 벌칙 영상을 만들어서 그다음 주에 공개하기도 했고요.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두 분 다 즉흥을 너무  잘 하시니까요. 그렇지만 준비가 만만치 않아 아쉽게 중단했죠.
그리고 기승전댄스는 한 달에 3회하고, 댄스 배틀 콘텐츠를 진행했어요. 이프랜드 내 프랜차이즈 카페가 있는데 ‘만약의 카페’라고 해요. 콘텐츠로 창업을 할 수 있는 곳이죠. 저는 ‘만약의 춤카페’를 만들어서 기존 무용과 입시 제도를 도입, 유저들이 춤 오디션에 참여하여 마치 무용과 합격을 경험하도록 했어요. 무용과 입시제도인 따라하기와 개인 작품으로 오디션을 개최하는 거죠. 먼저, 김호연 안무가와 정재우 안무가가 아타바 따라하기 작품을 보여주면 참가자들이 똑같이 따라했어요(그냥 누르면 똑같이 동작하지 않나 생각할 수 있지만 순서를 외워 노래의 정확한 타이밍에 누르는 것이 심사 기준). 두 번째로는 우리가 즉흥으로 플레이하는 노래에 맞춰 가장 적합한 아바타 모션을 조합해 추는 사람에게 1등을 선정했어요. 이렇게 예선과 결승 심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2명에게 상품도 주고요. 특히 김호연, 정재우 안무가의 심사평이 매우 재밌었는데 마치 <아메리카 갓 탤런트> 같았죠. 이런 흥미로운 방식으로 콘텐츠에 춤을 녹여냅니다.

정재우:  메타버스 춤 카페는 오디션 같은 느낌이었는데, 처음에는 좀 이상했어요. 저는 현실에서 춤을 추기 때문에 처음에는 아바타들이 춤추는 것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거든요. 물론 지금은 전혀 없지만요. 이제는 눈에 익어서 그런지 메타버스에서의 안무가 이상하지 않고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랜덤으로 음악을 틀어줬는데, 이프랜드를 오래 사용하신 유저들은 움직이는 방법을 다 외우고 계신 것 같았어요. 음악에 따라 적절한 움직임을 잘 조합하더라고요.

김민영: 이 점이 다른 안무가들을 섭외하기 어려운 포인트이긴 해요. 아바타들의 춤이 장난처럼 보이기도 해서 설득시키기 어려운 부분이죠.

정재우: 메타버스 공간에서 아바타가 춤추는 그래픽을 무용의 테두리 안에 넣는 걸 대부분 싫어하죠. 저게 무슨 무용이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에요.










이프콜랩 현대무용 프로젝트 (2022년 8월) ⓒ김민영




지난 여름 진행했던 ‘이프콜랩’ 프로젝트는 춤추는 아바타에 대한 인식을 조금은 변화시킨 계기가 되었을 것 같아요.
김민영: 네, 맞아요. ‘이프콜랩’ 프로젝트는 이프랜드에서 현대무용을 더 소개하고 싶어 핀님과 함께  기획한 프로젝트예요. ’이프랜드에서의 콜라보레이션’을 줄여 이름 지었죠. SK 운영진에 요청해서 홍보 지원을 받아 8월에 진행했어요. 2천만 원 정도의 금액이 드는 광고비를 무료로 지원해주셨어요. 우리는 메타버스 공연도 의미가 있지만 앱이 사라지면 모든 게 삭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오프라인으로 연결되는 것을 지향해요. 이프콜랩은 실제로 메타버스에서 맺어진 인연으로, 현생에서 진짜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걸 목적으로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제가 라인업을 담당했는데 핀님은 대중들이 원하는 단체, 대중들이 납득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섭외해달라고 요청했어요. 처음엔 안무가들께 아바타 공연을 제안하는 게 참 어려웠습니다. 기분 나쁘게 생각하실 수도 있잖아요. 물론 거부한 팀도 있었고요. 다행히 콜렉티브 에이, SIDance, 아트프로젝트 보라, 브레이브맨과 함께하게 됐죠. 아바타가 춤출 때 배경에 어떤 영상을 상영할지가 중요한 포인트였어요. 차진엽 안무가는 BAKi와 작업한 <리버런(Riverrun)> 배경으로 사용했는데 아바타의 움직임과 그래픽이 너무 잘 어울리더라고요. 그리고 공연을 굉장히 열심히 준비해오셨어요. 정말 멋있었어요. 당시 밋업 최대 인원인 50명이 입장했었죠. 처음엔 메타버스의 이질감 때문에 조금 어려워하셨지만 마지막에는 즐거워하시고 또 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뿐만 아니라 모든 안무가들이 참여 후 생각보다 재미있다면서 유저들과 소통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꼈다고 했어요.

정재우 안무가도 ‘이프콜랩 프로젝트’에 참여하셨는데, 어떠셨어요?
정재우: 핀님은 밋업 여는 데 정말 진지하세요. 민영 PD님과 호현님과 할 때는 편하고 재밌는 느낌이라면, 핀님과 할 땐  굉장히 열심히 준비하게 되죠. 아바타 안무를 심혈을 기울여 짜고 음악과 뒤에 띄울 영상도 신경 써서 선정하고요. 저는 <아뇌쿠메네> 하이라이트를 아바타 안무에 맞게 편집해서 배경에 상영했었어요. 메타버스 공연에서 독특하고 유쾌한 감각을 느꼈습니다.

콘텐츠 제작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재정적인 부분을 포함해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김민영: 너무 감사하게도 두 분께서는 제가 주도적으로 콘텐츠를 진행하면 플레이어로 활동하겠다고 해주셔서요. 제가 하고 싶은 주제를 정해서 공유하고, 거기에 맞게 필요한 자료가 있다면 두 분이 준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초반에는 주제 회의를 열어 같이 고민했는데, 제가 정하는 게 맞는 것 같더라고요. 인스타그램의 배너들도 직접 포토샵으로 제작해서 홍보하고 있고요.
수익 창출과 무관하게 무조건 올해까지 하는 걸 목표로 시작했어요. 마침 7월에 SKT에서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 5기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떴어요.  팔로워 수, 콘텐츠 진행 경험, 무엇을 진행할 건지를 작성해서 신청해야 했어요. 앞서 해봤던 경험을 살려 지원했고, 최종 선정됐죠. 한 달에 4회 진행하면 첫 달은 20만원, 둘째 달부터는 6회에 30만원을 지급 받았어요. 첫 달 들어온 20만원을 5~7만원으로 나눴고 일부는 상품 비용으로 지출했어요. 다음 달에 6회를 채워서 9만원씩 안무가들께 드렸어요.

부가적으로 소득이 발생하진 않나요? 유튜브의 유료 광고처럼요.
김민영: 여기에는 스페셜 밋업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이프랜드 자체에서 할로윈 파티 밋업 진행할 사람을 신청 받아요. 선정되면 밋업 당 다르지만, 5만원일 때도 있고 어떤 건 15만원을 주기도 합니다. 이렇듯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들은 스페셜 밋업으로 수익을 창출하죠. 최대 50만 원까지 가져가는 분들도 있어요. 기업에서 연락 올 때도 있어요. 메타버스에 랜드를 개설하고 싶은데 진행할 크리에이터를 연결해달라고요. 유명한 분들은 1회 할 때 50만 원 정도씩 받으면서도 하기도 합니다. 핀님은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코오롱 레코드 사업을 진행했는데, 거기 들어갈 아바타 안무를 저에게 맡겼고 사례비를 받았죠. 이런 식으로 부수적인 수입이 발생해요. 얼마 전에는 서원대학교 문화예술교육센터로부터 의뢰받아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메타버스에서는 이 수업으로 가장 많은 수익이 발생했습니다.

대중의 참여율, 수익 창출의 면에서 메타버스를 어떻게 전망하고 계신가요?
김민영: 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특히 SKT가 네이버랑 가장 다른 것은 소통과 커뮤니티입니다. 이프랜드는 강의와 세미나를 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했어요. 랜드도 그렇고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도 많이 모이고 기업들도 적극적입니다. 크리에이터가  잘만 하면 고수익을 만들 수 있어요. 정부에서도 메타버스 관련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 것들도 잘 찾아서 사업을 진행하면 굉장히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전까지 수익에 대한 확신이 없었는데 서원대 교육을 진행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더라고요.
그리고 이프랜드나 제페토를 하는 분들 중에 성인들은 대개 NFT 때문에 하는 거거든요. 실제로 NFT 관련 커뮤니티를 가장 많이 만들고 있어요. 이번에 SK에서도 NFT 플랫폼을 만들었고요. NFT에 관심 있는 분들은 뛰어드는 추세입니다. 유저가 계속 늘고 있어요. 지금은 우리가 들어가서 아바타를 조작하지만, SK의 최종 목표는 현실에서 살아가듯이 가상 세계에서도 나의 아바타가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해요.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의미일까, 가상에서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수익률이 높은 사람은 현실과 가상에서 두 배로 벌 수 있다고 하더군요.  

아바타를 조작하지 않아도 제 스스로 메타버스 세계에서 살아가는 거군요. 흥미롭네요. 
김민영: 네, 이프랜드나 제페토는 진짜 메타버스라고 하기 힘들어요. 지금은 메타버스를 맛보고 적응하는 시기, 그리고 그 세계를 소비를 할 수 있는 사람을 기업 측에서 유인하기 시작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런 거에 익숙한 사람이 소비를 할 거고 적응할 테니까요.  

메타버스에 대한 춤계 분위기는 어떤가요? 
김민영: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아요. 다만 이걸 스스로 할 때 어떻게 해야 될지에 대한 막연함이 있고 진입장벽을 느끼는 듯해요. 무용이라는 장르, 순수예술이라는 특성도 있는 것 같아요. 다시 말해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이죠. 그러다 보니 어떤 작업에 대해 나도 모르게 좋고 나쁜 걸 판단하는 것 같고, 이런 성향이 내재돼 있다는 걸 이프랜드를 하면서 정말 많이 느꼈어요. 그런데 밋업하는 분들 중에 정말 생각 없이 일단 열고 나서 진행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거예요. 물론 그게 잘하는 건 아닐 수 있지만,  그만큼 내가 하고 싶으면 하고 남들의 평가를 떠나서 좀 더 자유로운 거죠. 처음 기승전댄스를 열 때 완성도나 평가적 시선 때문에 스트레스를  좀 받았는데 점차 없어지더라고요.

정재우: 개인적으론 이프랜드 진입장벽이 낮다고 생각합니다만, 우리 스스로 장벽을 높이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메타버스는 조금만 신경 쓰면 알 수 있거든요. 저희는 이 활동을 엄청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그저 언젠가는 메타버스가 상용화돼서 우리의 일상이 되고, NFT도 활성화되는 시기가 반드시 올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서 해보는 겁니다.  코로나로 인해 유치원, 초등학교에 다니는 지금 어린 친구들은 첫 사회경험을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 했어요. 그 친구들이 사회활동을 할 나이가 될 때, 메타버스도 완전히 정착하게 될 거라고 예상해요. 10년 정도 걸리겠죠. 어쨌든 선점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미리 겪어봐야 해요. 나중에 메타버스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경험 있는 사람을 찾을 거예요. 당장 성과를 바라기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겪어본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죠. 강력한 소비자가 될 다음 세대를 맞이하고 이해하는 경험을 쌓고 있는 중입니다.   

메타버스 활동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김민영: 소통으로 춤을 알리는 거예요. 진짜 메타버스가 아님에도 사람들이 여기에 매달려있는 게 놀라울 정도예요. 하루 종일 메타버스에서 살고 계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우리가 인스타그램에 수시로 들어가 보는 것처럼요. 결국 이들은 소통할 사람들이 필요한 거예요. 소통이 중심인 메타버스는 춤을 알릴 수 있는 대중지향적 플랫폼입니다. 대중화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춤을 더 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야 무용시장의 파이도 커지고 우리가 건강하게 일을 할 수 있어요. 메타버스를 통해 새로운 관객이 유입되고 팬이 생긴다는 걸 확인했고 그것이 메타버스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이유죠.




메타버스 유저들은 ‘궁금증이 풀렸다’, ‘기승전댄스가 낙’이라는 등 소감을 말하며 자유롭게 소통한다 ⓒ김민영




메타버스 콘텐츠, 프로젝트들이 춤을 창작하는 아티스트들한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김민영: 이프랜드를 통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느낍니다. 다양성을 인지하는 것, 이들과 소통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점들이 예술가, 특히 무용인들에게 도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선 협업을 많이 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소통 스킬을 갖춘 분들은 작업을 꾸준히 키워가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시도하더라도 확장되지 못한 채 결국 무용만 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실은 많이 하고 있어요. 특히 코로나 이후에 협업의 태도는 더욱 중요해졌어요. 그런 점에 있어서 메타버스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혹시나  무용이 아닌 다른 방향을 찾고 싶을 때, 메타버스가 직업전환의 작은 물꼬를 틔워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재우: 이프랜드에서 활성화된 콘텐츠는 노래방이에요. 누구든지 잘하던 못하던 노래 부를 수 있고 또 적극적으로 참여해요. 실력도 없는데 어떻게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나 생각이 들 수 있는데, 그 자체가 소통이 안 되는 혹은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갇힌 생각이에요. 메타버스에서는 노래를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 내가 하고 싶다면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참여하고 서로 독려해요. 인식을 깨야 더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메타버스는 아티스트들에게 유연한 사고를 가질 수 있는 경험이 될 거에요. 한편으로 이프랜드는 아티스트의 예술가병(?)을 고치기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해요.(웃음) 보통 사람들이 무슨 생각하고 사는지 관심이 없다거나, 자기 잘난 맛에 살고 있고 스스로 굉장히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어서 이프랜드로 오셔서  처방을 좀 받는 게 좋겠어요. 저도 인식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김민영: 기승전댄스를 보고 연락주시는 무용 관계자 분들도 간혹 계셨어요. 제가 자주 동일한 단어를 쓰는데 같은 단어를 반복하는 게 수준이 낮아 보인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어쩜 이런 부분이 예술 분야에서 아쉬운 지점이에요. 기승전댄스는 뉴스가 아니고 공익방송 프로그램은 더더욱 아니잖아요. 좋은 단어를 선별해서 쓰려다보면 다양한 연령대의 유저들과 자유롭게 소통이 되지 않고 일상과 달리 자연스럽지 않은 꾸민 느낌이 들 거예요. 그런 코멘트를 들을 때 좀 답답하더라고요. 메타버스를 왜 하는지 모른 상태에서 메타버스에 들어온 느낌이었어요. 열린 관점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게 무엇보다 메타버스에선 중요해요.  

정재우: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메타버스에서 무용콘텐츠를 하는 건 어떻게 보면 놀이에  가까워요. 그냥 소통 놀이죠.  때문에 이걸 작업으로 바라보면  출발점부터 방향이 다른 거라 대화가 이뤄질 수 없게 되요.  

앞으로 기승전댄스 외에 다른 콘텐츠를 계획하고 있나요? 
김민영: 일단 올해까지는 기승전댄스를 무조건 하기로 해서 꾸준히 진행할 거예요. 무용에서 벗어난 주제들도 이야기에 포함시켜서 진행하고요. 그리고 내년엔 오프라인으로 연결할 계획입니다. 기승전댄스 오프라인 정모지만,  콘텐츠를 녹여내서 팬미팅을 할 수도 있겠죠. 오프라인 콘텐츠로 확장시키는 것이 내년 목표입니다.

정재우: 저는 꾸준히 하다보면 무언가 생길 것 같아요. 지금은  무용인들이 이프랜드를 많이 하진 않아서 어떻게 보면 서비스 같은 느낌으로 변질됐는데, 좀 더 모이면 그때 할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하게 생길 것 같아요. 이프랜드가 상용화되고 무용하는 사람들이 유저가 될 때까지 시간이 꽤 걸리겠죠. 그때까지는 꾸준히 가볍게 놀이하듯 해보려고요.  

오늘 김민영 PD, 정재우 안무가와 메타버스라는 신세계에 접속해 보았습니다. 많은 무용인, 다양한 유저들과 메타버스에서 한 판 신나게 노는 날이 머지않은 것 같네요. 앞으로도 꾸준한 메타버스 활동, 정기적인 밋업을 관심 갖고 지켜보며 응원하겠습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감사드립니다.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

2022. 12.
사진제공_김민영, 춤웹진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