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만나서 반갑다. 이번 제 10회 부산국제무용축제 부대행사인 국제포럼 발제자로 초청되어 온 것을 환영한다. 한국엔 처음인가? 카렌 정 초청해 준 축제 측에 감사한다. 이번 포럼에서 <중국에서의 재원확보 -북경무용축제와 광동무용축제의 사례를 중심으로>를 발표한다. 한국엔 2년전에 팜스(PAMS) 참가차 왔었고 이번이 두 번 째 방문이다.
중국 내에 독보적인 현대무용 축제인 광동 무용축제와 북경 무용축제, 두 개 축제의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우선 두 축제와 본인의 역할을 소개해달라. 광동국제무용축제는 디렉터이고 북경무용축제에서는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다. 광동에선 5명의 팀원을 갖고 있다. 축제 전체를 조직하고 국제교류 프로그램인 ‘Dance X'를 진행하고 있다. 이 팀원이 다 같이 북경축제를 위해 한달 이상 북경에 머물면서 축제를 준비한다.
그렇다면 이 두 축제가 조직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얘기인가? 이유는 무엇인가? 음... 물론 돈이 없기 때문이다.(웃음) 북경축제의 호스트 무용단인 LDTX가 축제에 제공할 수 있는 예산이 그다지 여유가 없기 때문에 북경축제가 독립적으로 축제운영조직을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우리 팀을 1, 2개월 정도 고용하는 셈이다.
본인의 개인적인 배경을 설명해 달라. 본인이 직접 무용경력을 갖고 있나? 나는 홍콩 출신이다. 물론 어릴 때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종류의 춤을 좋아했던 거 같다. 큰 오빠가 음악을 좋아했고, 중학교 때 나에게 바이올린 수업을 받게 했는데 1년 뒤 나는 그 돈으로 몰래 중국춤 클래스를 들었다. 오빠가 그 사실을 알고 엄청 화를 냈지만, 중고등학교 때 취미로 무용을 계속했고, 고등학교 졸업 후 무용 선생님이 북경무도학원으로 가서 춤공부를 계속할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가족들이 알고 모두 반대를 했고 그들은 내가 일반 대학에 들어가길 원했다. 취미로 계속 배우다가 어느 날 직장도 그만두고, 살던 아파트를 팔아 네덜란드로 유학을 가서 ‘문화연구’를 공부했다. 거기서 공부하면서 연구 주제가 ‘홍콩의 모던댄스 발전’이어서 우연히 홍콩 현대무용의 주요인물인 윌리 차우(Willy Chao)와 인터뷰 할 기회가 생겼다. 결국 그가 나를 광동현대무용단으로 불러 들여 오늘에 이르게 됐다.
그럼 언제부터 두 축제와 일했나? 윌리가 나를 광동현대무용단으로 오게 한 게 2004년 이었고, 2005년부터 페스티벌이 시작되어 그 일을 맡아하게 됐다. 북경축제는 2012년부터 개최하고 있다.
<문화융성 시대를 준비하는 춤 거버넌스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10회 부산국제무용제 국제 포럼에서 발표할 내용에 의하면 중국내 두 무용축제와 관련하여 재정적인 문제에 대해 언급 했다. 무용단 재정과 국가 지원금 상황이 어떤가? 무용단은 지방정부로부터 독립적인가? 재정적으로 독립적이진 않다. 2006년부터 홍콩 시립무용단(CCDC)과 파트너쉽을 갖고 그 무용단으로부터 40%, 광동 자치구로부터 60% 지원을 받고 있다. 북경은 사립단체로 정부지원으로 부터는 완전히 독립적이다. 중국의 지원시스템이 2006년 대폭 개정되었다. 2006년 이전에는 사기업이 금지되어 있었고 공연예술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모든 공연단은 정부에 소속이 되어 있었다. 그 후 2006년 법이 개정되었고 정부는 단체들을 독립시켜 사기업으로 생존 할 것을 독려했다. 2004년 윌리 차우를 광동으로 보내 광동현대무용단 감독으로 임명한 것도 무용단의 재정적인 독립의 첫 번째 사례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럼 현재는 이 두 무용단이 관객수입만으로 운영이 된다는 이야기인가? 광동은 말했다시피 홍콩시립현대무용단과 파트너쉽을 통해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정부지원을 받을 때와는 달리 이사회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예술감독, 기술감독 등이 임명되어 일을 하게 되었고, 그들에 의해 관객수입을 고려하여 다양한 공연이 기획되고 있다. 프로덕션 스케줄 갖고 1년 동안 대작 4개정도를 제작하고 있다(북경 무용단은 2개의 대작과 2개는 단원에 의한 창작을 제작). 소극장 프로그램 등 정규 프로그램도 진행이 된다. 전 중국을 대상으로 학교 투어 공연과 강의 등 관객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열심히 하고 있으나 세계 어느 무용계가 마찬가지 이듯이 관객이 만족할 만큼 많은 건 아니다.(웃음)
무용수에 대한 대우는 어떤가? 광동과 북경 모두 12-14명 댄서가 풀타임으로 고용되어 있고 상임안무자도 있다.
축제의 재정적인 자립도는? 처음에 축제는 무용단에 의존해서 진행되었다. 광동의 경우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무용단 수입의 20%를 지원받았고 인력, 행정 등을 무용단의 지원 속에서 진행되었다. 2004년 경우 아주 작게 시작했고 프로 2개 팀만이 참여했다. 나머지는 학생들의 창작품을 갖고 댄스 플랫폼을 진행하였다. 현재는 점점 더 커져서 2011년 큰 규모가 되었다. 1주는 교육 캠프, 2주째는 ‘유스댄스 마라톤’, 소극장에서는 ‘스프링 보드’, 저녁에는 대극장에서 큰 작품을 진행하였다. 그러다보니 참여 예술가가 3-4백명에 이르게 되었고 축제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 그래서 이사회는 2011년 이 상태로는 더 이상 축제를 진행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문화부에 예산을 증액시켜줄 것을 요청했으나 정부가 거절했고 홍콩 언론 등에서 이것을 문제 삼고 지속할 것을 요구하자 정부는 다시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두 축제의 재정규모는 약 2백만 위안(3억 7천만원) 정도이다.
북경무용축제는 7월, 광동무용축제는 11월에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두 무용축제는 어떤 차이를 갖고 있나? 원래는 광동이 7월, 북경이 11월이어서 광동에서 검증된 포맷을 북경으로 옮겨 그대로 진행했었다. 2011년 문화부가 지원하기로 하면서 개최 시기도 바뀌어 2012년부터 현재처럼 북경이 먼저 열리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서 우리는 뭔가 광동에서 새로운 실험적인 시도와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었다. 축제가 젊은 예술가들의 설 자리를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하고 그들을 위한 네크워크를 형성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하나 그들을 프로 안무가로 성장시키기 위해, 전문적인 수준에 오르도록 자극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그들을 노출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되었다. 그들을 그렇게 자극하고 지원하기 위해 플랫폼을 마련한 것은 기술적인 수준만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진정한 전문가가 되게 하기 위해 생각하는 방식의 변화, 그들이 보다 전문적인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려는 자세를 자극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축제의 방향성을 잡아 나갔다.
두 축제가 각각의 역할을 상호적으로 잘 조절하고 있는 듯 보인다. 우리가 바로 노력하고 있는 지점이다. 두 축제가 현대무용을 주제로 한 유일한 축제이기 때문에 더욱 쉽지 않은 면이 있다. 한국도 그런 것처럼 전통이 깊은 사회여서 컨템포러리 댄스를 발전시키는 것에 더욱 많은 어려움이 있는 거 같다.
발제문에서 흥미롭게 본 부분은 축제가 지역민과 소통하려 노력하는 부분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 두 축제는 어떤 모색을 하는가? 그렇다. 아까 말했듯이 첫째 방향은 젊은 예술가를 위한 플랫폼 ‘Dance X'로 국제적인 감독과 기획자를 초청해서 그들을 노출시키는 것이고, 두 번째 방향은 그들의 공연을 어떻게 대중에게 노출 시킬 것인가이다. 퍼블릭 공간으로 노출시키기 위해 공원, 박물관, 카페 등 공연 장소를 확장하고 있다. 세 번 째 시도하려고 하는 것은 세대별 접촉면을 넓히기 위해 노년, 청소년, 아동, 가족단위 등 관객을 겨냥해서 공연을 하려한다.
공연을 보여주는 것 외에 다른 관객참여 프로그램이 있나? 2012년 새로운 방향성을 세운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현재도 진행형이다. 작년에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시행한 것에 이어 2014년부터는 관객과 상호적인 프로그램을 위해 미국 뉴욕의 무용단 Battery를 초청하여 워크샵을 진행할 예정이다. 일반시민 20명이 한 개 그룹이 되어 총 5개 그룹을 만들어 1주일 정도 그들에게 춤을 가르켜 함께 춤추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Battery 무용단은 그들이 이미 다른 나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활동인 ‘Dancing to Connect'라는 프로그램을 2010년 경에 북경에서 진행하였고, 다시 자신들의 주로부터 펀딩을 받아서 올해 다시 북경에 온다.
중국 무용단 자체의 관객 참여 프로그램은 없나? 물론 이는 한가지 사례일 뿐이다. 예를 들면 댄스 비디오 프로젝트가 있는데 북경의 안무가 상지지아와 스코틀랜드 비디오 아티스트가 협업을 통해 작은 단편 춤비디오를 만들어 컴퓨터 프로그램화 해놓으면 일반인들이 그 프로그램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면서 그것들을 엮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한국의 무용가 혹은 축제와의 교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상호 교류 프로그램은 하고 있지 않다. 재원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무용예술가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2007년, 2012년 김남진을 두 번 초청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고, 김용철, 박나훈, 이동원 등을 초청했었다.
모두 남자 무용가들이다. 개인적 취향인가? (일동 웃음) 그러고 보니 그렇네.. 훌륭한 여성 무용가들을 추천해주기 바란다.
그간의 활동을 보니 중국 현대무용 발전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무용과 축제의 미래 비전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중국에서 컨템포러리 댄스를 발전시키기 위해 무용축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축제는 젊은 예술가를 위한 국제교류 플랫폼 역할 뿐 아니라 그들이 공연에 참여하고 다른 공연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북경무용축제는 점점 더 큰 플랫폼 기능을 하게 될 거 같다. 내 바람은 북경무용축제 역시 광동처럼 정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아 더욱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또 광동무용축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하기에 아주 좋은 지역이다. 나는 2011년 광동무용축제가 중단될 위기에 있었던 일을 오히려 좋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일이 발전을 위한 새로운 자원과 기회, 새로운 생각과 방향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이나 유럽과의 교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생각하는가? 아시아와의 교류는 어떤가? 우리는 축제에 매번 유럽 나라들을 초청한다. 특히 이스라엘은 그들의 댄스 익스포저에 매년 참가해서 공연을 보고 있고, 네덜란드와도 밀접하게 소통한다. 그 외의 노르딕 나라들과도 연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시아와는 중국 측 재정적 조건이 어려워 정규적 채널을 가지고 교류하지 못해 아쉽다. 중국의 독립예술가 같은 경우 마음이 있어도 펀딩을 할 수 없어 교류하기가 쉽지 않다. 개인 예술가들에게 비행 여비를 지원하는 한국의 예술경영지원센터와 같은 지원을 부러워하고 있다.
이지현 한국은 중국에 대한 관심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여러 가지 공통된 관심을 바탕으로 많은 교류가 있길 바란다. 도착하자마자 인터뷰 시간을 내주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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