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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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인스부르크 무용단(Tanz Company Innsbruck, 이하 인스부르크)의 겨울 시즌 공연이 있었다. 그 중 12월 1일부터 한국의 안무가 신창호의 <No Comment>(2002년 작)가 다른 작품들과 더불어 1부 프로그램의 마지막(공연시간 19분)을 장식했다. 물론 LDP(Laboratory Dance Project)에 의해서가 아닌 인스부르크 무용단 단원들에 의한 공연이었다. 이는 유럽의 직업 무용단 레퍼토리에 우리 안무가들의 작품이 올라가는 예로는 허용순(독일 뒤셀도르프 발레단 지도위원)의 작품이 유일한 사례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에 거주하는 것도 아닌 조건으로 안무작으로 초청되어 주목을 끌었다. 공연 초청이 대부분이었던 국제교류의 패턴에 변화를 오기 시작하는 신호탄으로 보고 좋은 경험을 함께 나누기 위해 신창호 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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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 어떤 계기로 언제부터 제안이 있었나?
신창호 : 2007년 <강수진과 친구들>(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기획, 제작) 공연에 <No Comment>
이지현 : 공연단의 조건이 바뀌면서 작품에 변화가 있었나?
신창호 : 작품의 안무에는 변화가 없다. 원래 남성무용수 10명만이 출연하는 작품이었는데, 2012년 남자 9명, 여자 3명의 <No Comment Ⅱ>
원작을 바꾸지 않고 고집, 해내는 프로 무용수들
이지현 : 작업 진행은 어떤 식으로 했나?
신창호 : LDP의 후배인 이용우 단원이 공연 시작 4주전에 먼저 가서 연습을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11월 17일 출국해서 2주간 작품 연습을 지도하고 12월 1일 첫공연을 보고 돌아왔다.
이지현 : 4주 동안 연습하면서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을 텐데..
신창호 : 원래 클래식으로 훈련된 무용수들이라 낮은 자세와 몸을 던지는 등 과격한 동작을 많이 요구하는 이 작품을 몸에 적응시키는 데 시간이 걸렸다. 이용우와 매일 통화 하면서 진행에 대한 얘기를 나눴는데, 초반 2주까지도 동작 적응이 안돼서 걱정을 많이 했다. 초반 연습 후 무용수들의 모두 몸살이 심하게 났고 연습에 못나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더라. 하지만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니 자신의 공간은 확실히 책임지는 것이 훈련된 무용수들이라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동작을 해석해냈다. 물구나무 서서 손으로 걷는 동작도 어려워했지만 변형시키지 말고 원본을 유지하도록 했더니 해냈다. 완벽히 같은 맛의 동작은 아니었지만 공연 때 무대 에너지는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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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 계약 조건은 어땠나?
신창호 : 비행기 표와 숙식은 현지에서 다 제공하고 10회 공연에 대한 안무료로 4,000 유로(한화 약 560만원)를 받았다. 그쪽에서는 내가 4주간 다 와있는 것으로 생각해서 이용우단원에 대한 것이 책정되어 있지 않았지만 엔리케 감독이 별도로 스폰서를 받아서 배려해 주었다.
이지현 : 세금이 많았다고 들었다.
신창호 : 유럽은 노동법과 관련해서 조세제도가 수입의 30~40%를 떼는 것이라고 했다. 미리 제하고 받았다. 그래서 받은 금액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 작업은 액수보다는 새로운 경험에 마음 설레는 작업이었다.
이지현 : 작업 과정에 다른 지원은 어땠나?
신창호 : 의상은 극장내의 전담의상실에서 제작했다. 국내에서 우린 기성복 느낌이 필요해 사서 입었는데, 거기서는 기성복 느낌으로 제작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만들어 보니 원하는 느낌이 정확하게 안나서 3번을 수정했다.(웃음) 조명도 역시 극장소속 조명디자이너가 본인이 다시 본 극장 조건에 맞도록 디자인했는데 그 극장이 오랫동안 근무한 사람이라 내가 원하는 걸 디자인해 보여주고 선택하게 했다. 공연 때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이지현 : 극장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달라
신창호 : 인스부르크 극장은 오페라단, 오케스트라, 연극 극단, 무용단 등 4개의 예술단을 가지고 있으며 2개의 극장을 갖고 있는데 2500석 규모의 대극장과 400석의 중극장이다. 나는 중극장에서 공연을 했다. 메리홀 정도를 예상하시면 된다. 단원들은 라틴계가 70%를 차지하는 무용단으로 열정적인 모던 발레 작품을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엔리케는 그 무용단의 단원 출신으로 예술감독이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나이로 39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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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 공연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
신창호 : 1부 마지막 작품이었고 공연 후 인터미션이어서 내려가 보니 무용단 스폰서, 극장 스폰서, 극장장이 직접와서 '잘 봤다고' 하더라. 이 작품의 특성 상 공연 후 관객들은 좀 흥분이 되는 거 같다.
<No Comment>의 생명력은 어디서?
이지현 : 이야기를 듣고 보니 <No Comment>
신창호 : 이 작품은 한예종 전문사 과정을 마무리하는 졸업작품으로 발표되었다. 1년 동안 지속적인 리서치와 이론적, 논리적 틀을 만드는 것을 지속했다. 영감을 받은 때로 부터는 1년반 동안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지현 : 아! 그런가? 그건 몰랐다. 그 얘기를 더 해달라.
신창호 : 지금 생각하면 유치한 거지만, 일단 미니멀리즘의 반복성, 단순성을 주제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단순한 것을 반복하고, 그것이 반복되면서 의미를 잃어가는, 무의미를 생성해 가는 것을 시도했다. 당시 표현주의가 유행하고 있어서 의미나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것을 해보고 싶었다. 내가 표현하려는 것을 피하면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 맞게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오히려 소통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지현 : 지금 듣고 보니 원리에 충실해서 공들여 만든 작품이 힘을 발휘한 게 아닌가 싶다. 겨냥한 목표도 적중을 했고… 그간의 신창호씨의 작품을 보면서 안무에 대한 원칙을 갖고 그것을 원리적으로 풀어가는 것에 주목했었다. 제대로 공부를 했구나 내지 탐구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런 부분이 안무가가 되어가는 과정에 필수적인 데 우리는 그런 것을 일단 잘 배우지도 않고, 꼼꼼히 자신의 것으로 실험하지도 않는다.
신창호 : 그 이후에도 그런 스타일로 작품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예전 작품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다. 거기서 변화하고 싶었다. 지금은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는 중이고, 그 중에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확인이 된다면 내 스타일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얼마전 <This performance is about me>
이지현 : 작품은 어떤 방식으로 창작하나?
신창호 : 방향성이 잡히면 모든 감각을 집중한다. 그러면 계속 뭔가가 걸린다. 그러면 메모를 한다. 그 메모들을 모아 놓고 보면 작품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그 메모에 여러가지 모티브가 있다.
이지현 : 메모를 한번 모여 줄 수 있나?
신창호 : (아이폰을 꺼내 길게 스크롤 되는 메모를 보여 준다) 다음 작품에 대해 이런 식으로 적고 있다. 느낌, 음악, 기사, 생각… 걸리는 대로 적는다.
관객, 안무가, 무용수가 함께 즐거운 공연
이지현 : 이번 경험에서 배운 것은?
신창호 : 좀 새로웠던 것은 인스부르크가 공연전에 프리뷰 공연을 했다. 무용단 스폰서와 관객 100명 정도를 초청해서 진행한다. 그걸 예술감독이 진행하는 데 작품 축약을 보여주고 Q&A도 하면서 관객을 즐겁게 해주면서 흥미를 유발하고 홍보효과도 갖더라. 그런 걸 보면서 우리나라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라 느꼈다. 엔리케와도 많은 얘기를 했지만 예술도 좋지만 운영도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무용공연에 관객이 많이 부족하지 않나? 나는 관객, 안무가, 무용수 세명이 즐기는 공연을 좋아한다. 관객이 공감하는 가운데 예술적인 수준을 담고 싶다. 하여튼 같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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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 또 다른 해외 공연계획은?
신창호 : 엔리케가 공연 후 신정 휴가를 끝내고 1월 2일 바로 연락이 왔다. 올해 10월 시즌 정기공연에 내 작품 <Platform>
이지현 : 마지막 질문이다. 요즘 무용계에서 춤예술의 방향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되는 의견을 듣고 있다. 하나는 예술을 제대로 하면 관객은 오게 되어 있다. 그러니 대중화 신경쓰지 말고 더 철저히 예술적 고민을 해라는 생각과 그러는 사이 관객은 다 사라졌다. 그러니 몸을 낮춰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작품을 고민하자는 의견이다. 안무가 신창호의 생각은 어떤가?
신창호 : 나는 두 부류가 맞는 주장을 한다고 본다. 예술가가 예술적인 수준으로 잃지 않으면서 대중들과 함께 예술쪽으로 가는 것을 좋아한다. 예술가가 받은 예술적인 영감과 그로부터 나온 메시지를 잃지 않으면서 대중과 함께 할 수 있는 그 중간점을 찾는 것이 어렵다고 본다. 난 그 점을 찾고 싶다. 너무 예술로 가면 관객을 잃어버리지만, 예술로 가면서도 관객과 같이 공존할 수 있는 지점이 있을거다. 관객, 안무가, 무용수 이 3자가 같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추구한다. 그러기 위해 사회에 관심이 많다. 사회적인 이슈,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그것에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정리도움_ 손혜정 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