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편집인 주: 춤웹진은 지난 호에서 국공립 무용단의 심각한 표류 현상을 주제로 인터뷰 기사를 보도하였다. 이후 본 기사에 대해 춤계에서 다양한 호응이 있었음과 동시에 심층 보도를 해줄 것을 바라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지난 기사가 한국춤비평가협회 회원들만으로 진행된 공동 인터뷰였던 점을 고려하여, 이번에는 국공립 무용단 내부 단원들만으로 공동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국공립 무용단의 중요성과 특히 공공성에 비추어 객관적인 진단이 필요하므로 내부의 진단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춤웹진은 이번 공동 인터뷰의 주제로 ‘국공립 무용단의 문제점과 그 발전적 개선을 위하여 퇴단 혹은 소속 단원의 입장에서 경험한 바를 토대로 제언 한다’로 정하고 10여 항목의 세부 답변 항목을 담은 설문지를 작성하였다. 그런 다음 춤웹진은 이 설문지를 한국춤비평가협회 회원들에게 제공하여 회원들이 개별적으로 국공립 무용단 단원들을 자유롭게 접촉하여 설문지 작성을 의뢰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통상적으로 인터뷰가 대면(對面)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과는 달리, 이번 공동 인터뷰는 설문지 답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대면 형식은 사회자의 주도로 진행됨으로써 답변을 유도하는 경향이 일반적이다. 춤웹진은 객관적 진단을 진행하기 위해 이번에 생동감이 낮아도 단원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특정 답변을 유도하지 않는 설문지 형식 인터뷰를 택하였다.
본 기사 작성에 참여한 단원은 해당 국공립 무용단에 현재 소속하는 단원이거나 이전에 소속한 적이 있는 단원들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표기되는 소속의 뜻에는 이전에 소속하였다가 퇴단한 경우까지 포함된다. 이번 인터뷰 대상자는 일정한 기준에 의해 선정되지 않았으며, 한국춤비평가협회 회원 개인들이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을 선정하였으므로, 사실상 무작위적이다.
공연예술계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단체에 대해 단원들이 진단 형태의 공적 발언을 수행하려면 경우에 따라 부담감이 따르기 마련이다. 자유로우며 솔직한 진단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발언하는 당사자의 개인적 부담감부터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참여 단원들에게는 본 기사에서 본인의 (현재 혹은 이전의) 소속 단체만 명기될 뿐 현재 소속 혹은 이전의 소속 여부는 밝히지 않고 익명으로 처리되어 보도될 것임을 미리 알려 양해를 구하고 동의를 얻었다.
이상과 같이 이번 공동 인터뷰는 익명성과 무작위성을 토대로 한다. 이런 취지는 이번 기사 작성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는데, 해당 단원들에게서 전달받은 자료를 한 치의 가감도 없이 항목에 따라 배열하고 춤웹진에 게재한다. 다만 오자, 맞춤법에 어긋나거나 표현이 어색한 부분, 특정인의 이름을 거론한 부분에 한해 미미한 손질을 가하였다.
국공립 무용단 단원들이 제시하는 진단들을 두고 사실 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단계는 아니다. 경우에 따라 단원 개인의 주관적인 진단이 개입했을 개연성도 배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동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들의 진정성을 전제로 그들이 진단하는 핵심을 포용해야 할 것이라 생각되고, 특히 해당 단체는 모처럼 표출된 공론을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본다. 춤웹진은 계속해서 국공립 무용단 관련 기사들에 대해 있을 수 있는 다른 견해도 경청하고 소개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건설적인 외부 기고에 대해서도 문은 열려 있다. 이번 기사가 표류하는 국공립 무용단이 쇄신할 계기가 되고 또한 춤계에서 다각적인 진단이 잇따르기를 기대한다.
- 춤웹진 편집인
1. 소속한 무용단은 지금 대외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국립무용단 A씨: 현재 좋지 않은 평가가 대부분이다. 우선은 예술감독 선임이 몇 개월 전에 날아갔고 근 몇 년간 신작이라곤 1년 전 가정의 달에 어린이들을 위한 기획공연 <프린세스 콩쥐>라는 공연만 있었다. 2주전에 <우리 춤 모음>이라 하여 예술감독이 없이 50주년 행사를 했다. 계속 발전이 없고, 예술가 집단이라기보다는 어떤 예술적 신념도 없이 욕심 또는 불투명한 의지만으로 진행되는 정치인 집단으로만 비춰질 것이다.
국립발레단 B씨: 국립발레단은 두가지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발레단을 꿈꾸는 예비무용수, 특히 남자들의 경우 군면제가 가능한 콩쿨 입상 성적이 가장 좋으며, 연봉 및 공연수당에서 타 민간단체로서는 따라올 수 없는 상태이다. 또한, 국내 발레단중 유일하게 노조가 설립되어 있다. 충분한 예산으로 매년 한 두 번씩 외국의 유명 레퍼토리를 공연하며 국내 관객들에게 다양한 공연을 제공하고 있다.
국립발레단 C씨: 대중적으로 알려진 단체이고 최고의 단체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최근들어 90년대에 비해 예술적인 면은 터무니없이 떨어져 간다는 생각이다. 매번 같은 레퍼토리에 무용수 캐스팅만 바뀔 뿐더러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해 아무 경험도 없는 학생을 주역으로 발탁해 기회를 주겠다며 순서만 외워 공연을 올리는 관행을 보면 대중들에게 부끄러울 정도라는 판단이 든다.
국립현대무용단 D씨: 국립 단체는 ‘국립’다워야 하지 않는가? 단원들도 그런 자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이제 창단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 더 좋아지리라 기대한다. 노조가 무서워 정식 단원을 뽑지 않는다는 말이 많이 떠도는데 지금처럼 작품마다 오디션을 보는 형태로는 발전이 없다고 본다. 어차피 절반 정도의 무용수는 오디션을 하더라도 계속해 뽑히고 정말 잘하는 무용수는 오디션을 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정단원 체제로 가면 이런 모순점도 해결되지 않을까 한다. 준비가 안된 야외공연 무대에 설 때는 국립 단체의 공연인데 이런 대우를 받으며 공연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기더라.
서울시무용단 E씨: 서울시무용단은 서울의 핵심인 광화문 광장처럼 무용계의 핵심으로, 왕성한 활동과 창작 욕구가 2000년도까지 대외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재단법인 후 서울시무용단으로 개칭되면서 무용계의 정상에서 벗어나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내부적으로 단원들의 화합과 단합이 이전과 다르게 잘 되어있어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서울시무용단 F씨: 과거 춤계의 흐름을 주도적으로 이끌 때도 있었으나 재단법인화 이후 특히 2004년 이후를 지나면서는 무용계의 관심권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서울시무용단 G씨: 서울시무용단은 현재 무용계의 문화지형도에서 거의 수면 아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립무용단 H씨: 지역의 정치적 요소에 좌우되거나 인맥, 혈연, 학연이 아닌 유능한 안무자 영입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국공립 무용단의 예술적 역량이나 색깔은 절대적으로 안무자의 능력에 의해 변화되고 창조된다고 본다. 이에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국공립 안무자가 선임되어야 할 것이다. 안무자 선정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의 다양한 선임기준이 있어야 하고, 학계에 국한된 사람이 아닌 좀 더 세분된 절차와 방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전시립무용단 J씨: 창단 때부터 보면 초창기에는 자리를 잘 잡았으나 그 이후 진보한 점이 있었어도 예술적 성과가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
"몇 년간 신작이라곤 1년 전 어린이들 기획공연만 있었다. 예술감독이 없이
50주년 행사를 했다. 계속 발전이 없고, 예술가 집단이라기보다는 어떤 예술적
신념도 없이 욕심 또는 불투명한 의지만으로 진행되는 정치인 집단으로만 비춰질 것이다."
2. 소속 무용단의 최근 예술적 성과는 어떠했다고 생각하는가?
국립무용단 A씨: 최근 몇 년간 어떤 레퍼토리 공연만 진행되었고 좋지 않은 평을 받은 작품들이 주로 재공연되었다. 예술감독이 예술에 대한 창의적 발상이 없는데 성과가 당연히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렵다.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은 국립무용단이 하면 안 된다. 나라를 대표하고 우리나라 춤계의 선두에서 예술을 꽃피워야 할 단체가 어린이를 상대로 상업적 목적을 가지고 공연을 한다는 것은 어느 나라에도 볼 수 없는 현상이 아닌가. 가족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대학로 소규모 단체들, 어떤 이벤트나 행사적 의도를 가진 공연 팀들이 많은데, 굳이 국립극장이 그런 공연을 한다는 것은 국립극장의 이미지를 질적으로 떨어뜨리고 작품에 들어간 예산만 낭비할 뿐이다. 이런 일회성의 소모품을 만들어내면 성과 또한 좋지 않을 터인데 공무원들은 예술적 평가보다는 관객 동원(객석점유율)에 준해 성과를 평하는 경향이 짙다. 기본적으로 국립무용단 공연을 보시는 분들이 있어서인지, 객석은 기본 인원수를 넘기는 것 같다. 종이 몇 장 달랑 가지고 와선 이번 공연이 잘되었다는 둥 얼렁뚱땅 넘어 가버리고 극장장 또한 예술감독을 본인이 선정했기에 본인에게도 책임이 가니까 예술감독의 무능을 그냥 넘기는 것 같다는 말도 들었다. 일만 벌여 놓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곳이 국립무용단이다.
국립현대무용단 D씨:: 국립현대무용단이 현재 예술감독의 옛날 개인 단체를 확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은 예술감독의 스타일만을 따라야 하고, 예술감독의 스타일을 잘하는 무용수를 좋아하는 것을 보며 느꼈다. 최근에 우리나라 안무가가 새로운 작품을 안무한다는 말을 들었다. 국립현대무용단이 문호를 개방하고 뭔가 변화를 꾀한다는 것으로 들렸다.
서울시무용단 E씨:: 서울시무용단의 예술적 성과라는 것은 상하반기 정기공연의 결과물을 보고 얘기할 수 있겠다. 정기공연의 홍보 및 티켓 수익률은 그 어느 때보다 관객동원과 함께 우수하나 공연을 본 후 관객들의 시선은 두 부류이다. 첫 번째 전공인들이 바라 본 안타까운 시선과 두 번째 비전공인들의 만족하는 시선이다. 그 시선의 차이에 있어 진정 서울시무용단은 관객인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공연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무용계의 핵심으로 창작물을 올려야 되는지가 과제다. 그러나 관립단체로서의 설립 목적과 함께 전문 무용단의 정기공연에 나타난 창작 예술 활동의 가치 확립은 한국무용의 새로운 변혁기를 담당한 구심점이라는 역할로서 무시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시무용단 F씨:: 단장이 되면 자신의 모든 능력을 발휘하며 단체의 특성을 살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음이 무엇보다 매력적인 요소이나 근본적으로 안무 철학이 어떠한가에 따라 예술적 성과가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예술성을 우위에 두는가, 아니면 대중성을 우위에 두는가의 선택적 고민에 따르는 점에도 크게 좌우된다고 본다.
서울시무용단 G씨:: 서울시무용단은 무용계를 선도할 만한 예술적 성과는 없었으며 국공립예술단의 명맥이나마 유지할 작품도 회의적이다. 실제로 서울시 무용단이 저래도 되나하는 얘기를 종종 듣는 게 사실이다.
청주시립무용단 H씨:: 지역에서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더 대중화된 무용단으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다. 단원 입장에서는 대외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잘 모른다. 최근 무용단의 성과는 중앙에서 활동하는 많은 무용가들을 모셔 여러 춤을 접할 수 있게 하였고 무용단의 입지를 알리는 기회가 된 것 같다.
대전시립무용단 J씨:: 일반 시민 입장에서 보았을 경우 쉽게 공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여 공공성이 부족하다 생각할 수 있으나 무용단 입장으로는 정기공연 외에 찾아가는 공연, 수시공연 등등 여러 가지 공연들이 많은 관계로 생각하는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서울시무용단은 무용계를 선도할 만한 예술적 성과는 없었으며
국공립 예술단의 명맥이나마 유지할 작품도 회의적이다.
실제로 서울시 무용단이 저래도 되나하는 얘기를 종종 듣는 게 사실이다."
3. 소속 무용단은 예술 측면에서 공공성을 실현하고 있는가?
국립무용단 A씨: 단체의 공공성에 대한 부분을 기획진에서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공연의 방향성을 확고히 잡지를 못하는 것 같고 그에 따라서 민속무용 형태를 가진 예술 공연을 할 것인지 새로운 창작의 형태를 지닌 예술을 할지 기획진도 확신을 갖지 못하는 듯하다. 거의 낙하산 형식으로 와 있는 듯해서 일을 하면서 배워 가는 편이다. 기획진들 또한 프로로서 하나의 창조적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발전 방향에 대해 거의 의욕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예술적 측면으로 어떻게 공공성을 실현해야 할지 계속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공공성은 꼭 회복되어야 한다.
국립발레단 B씨: 최근 이슈가 되었던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과 유사하게 국립아카데미의 확장 및 각종 기금으로 이뤄지는 공연 등에 진출하고 있어 사설 한원과 민간 발레단체의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재단법인의 특성상 수익을 내야하는 구조이지만 국가로부터 충분한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자체 기획 공연이 아닌 민간 및 지방 단체들이 공연과 운영을 위해 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각 지역의 문화예술지원금으로 공연을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독이 되는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
서울시무용단 F씨: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연물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대중들이 예술의 지적 욕구를 채울 수 있었겠는가라고 자문해 본다면, 거리감이 있다고 본다.
서울시무용단 G씨: 공공성의 기준을 시민들의 접근성과 시민들의 핵심적 가치의 실현(현실을 반영한 예술)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모두 다 부정적이며 그나마 접근성 측면이 핵심적 가치 실현보다는 좀 더 나은 점수를 받지 않을까 한다.
청주시립무용단 H씨: 지방에서는 보기 힘든 규모의 공연과 여러 분야의 춤을 시도함으로써 시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지역에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듯하다. 중앙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는지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4. 소속 무용단이 그러한 평가를 받도록 한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국립무용단 A씨: 가장 큰 문제는 예술감독이고 그다음 기획·홍보이다. 왜냐하면 모든 일은 생각에서 비롯되고 그 다음 실천을 하는 것이다, 즉, 머리가 발상을 하고 손발이 일을 해내야 하는 것이다. 머리에서 발상이 없는데 무슨 일을 손에 쥐고 하겠는가.
국립발레단 B씨: 대중의 인기를 얻은 고정 레파토리와 이벤트적 성격을 갖춘 레파토리로 공공성을 실현하고 있지만 대기업에서 고가의 상품을 덤핑하고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듯한 운영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국립발레단 C씨: 참으로 국립발레단이 아닌 학교 발표회식으로 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서울시무용단 E씨: 결국 작품이라 생각한다. 누가 책임자로 선임되느냐에 따라 중요한 요인이 발생한다.
서울시무용단 F씨: 무엇보다 단장 선임 결정권자의 책임이 막중하며 단장이 어떤 인물인가가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무용가지만, 무용단 내의 한, 두 가지 문제 해결을 보자고 고령의 무용가가 부임한 예도 있었다. 결국은 사명감이나 진취적이며 창의적인 열정, 예술적 성취감보다 개인의 영달이 목적이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갖게 되었다.
서울시무용단 G씨: 구성원들의 문제도 없을 수 없겠으나 무엇보다도 단체의 예술적 향방을 결정하는 사람들의 책임이 결정적으로 보인다. 예술적 방향성이 불분명하거나 없는 예술생산자들(단체장, 사장 등)과 인사결정권자들(사장과 서울시관계자)의 합작품이다.
대전시립무용단 J씨: 예술감독 위촉을 책임지고 있는 행정부서에서 보다 심도있게 진행하길 바란다.
|
"국립현대무용단이 현재 예술감독의 옛날 개인 단체를 확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은 예술감독의 스타일만을 따라야 하고,
예술감독의 스타일을 잘하는 무용수를 좋아하는 것을 보며 느꼈다."
5. 소속 무용단에서 신규 혹은 재공연 레퍼토리 개발은 어떤 절차를 통해 이뤄지며, 그 과정은 예술적으로 효과가 있는가?
국립무용단 A씨: 예술감독의 권한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신작을 만들고 싶으면 하는 것이고 안 만들고 싶으면 안 만드는 식이다. 신작을 만들 때 안무비, 음악비, 소품 제작, 의상비 등 제작비가 나오는 걸로 안다. 안무비도 상당액 차지하는 것으로 안다. 그렇기에 공연에 대해 정확하며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하며 레퍼토리 구성에서도 예술적 소양을 지닌 자문위원단이나 개발위원단이 있어야 그 효과를 기대 할 수 있다고 본다.
국립발레단 B씨: 예술감독과 운영진, 발레단 자문위원회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예술계 및 언론 혹은 관객의 성향이 새로운 것 즉 초연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타 단체에서 공연한 레파토리는 단체의 예술적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도 택하지 않는다. 장점은 계속 새로운 것을 찾는데 있지만, 단점은 다양해지지 못하는 데 있다 할 수 있다.
국립발레단 C씨: 국립발레단에서 신규 레퍼토리의 자체 개발이란 거의 없다는 생각이다. 기존의 사들여온 작품들로 순서만 바꾸고 인원수만 더 채울 뿐이다. 이래서 어떻게 대중들에게 예술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시무용단 E씨: 신규 작품에 있어서는 안무자가 먼저 어떤 작품을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이미지를 찾아 춤을 만든다. 그리고 각 장르마다 군무들이 호흡을 맞추는 절차로 한다. 재공연 레퍼토리 개발은 <백조의 호수>를 들 수 있다. 서양의 고전 작품을 동양의 정서에 맞게 재안무 구성하여 이슈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긍정적인 면과 함께 부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서울시무용단은 공연발전위원회를 거쳐 정기공연에 관한 제반 사항을 논의하며 작품을 이끌어 나가는 절차가 있으나 사무실 내에서만 논의 결정되어 예술적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도 되는 것으로 본다.
서울시무용단 F씨: 초연 때 완성도 면에서 좀 부족하다 해도 재공연 무대를 통해 작품성이나 안무자의 철학이 보인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초연 때 없는 것이 갑자기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단장을 중심으로 기획, 총무, 지도단원이 회의를 거쳐 공연 스탭진이 구성되고 작품 구성이 이뤄지며 무용수에게 안무가 주어진다. 공연물에 관해서도 대본 정도 브리핑을 받고 그 외 모든 것은 전무한 상태에서 많은 객원을 쓰면서 올리는 무대인 만큼 진행 과정이나 올려질 작품에서 어떤 점, 어떤 부분에서 작품성을 강조하는 것인지, 어떤 의미를 갖고자 예산을 쏟는 것인지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회의의 구성원들조차 소신껏 발언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정한 소통을 통한 작업은 아직도 먼 이야기이다. 재공연일 경우는 초연 때 평가를 참고하여 수정 보완해서 올린다. 개인의 생각과 욕심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예술성과 공공성의 조화를 꾀하자면, 열린 사고와 창의적 역량을 갖춘 안무자의 능력이 절대적이라 하겠다.
서울시무용단 G씨: 단체 내의 기획단원, 지도단원, 총무 등과는 어느 정도 협의하겠지만 결국 단체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단원들과 한 번도 레퍼토리 선정 문제를 논의한 바는 없으며 결정되면 통보 또는 홍보(?), 설득(?)하는 정도이다.
청주시립무용단 H씨: 신규작품(전통,민속)은 안무자가 가진 작품을 무대에 올리거나 또는 외부 안무자를 초빙해 작품을 받아 레파토리화한다. 단원 입장에선 다양한 춤을 접하는 기회로서 좋은 점도 있다. 창작품의 경우는 다양한 전문 스탭(연출, 대본, 안무보, 지도, 홍보 등)들과 안무자가 함께 만들지만 많은 예산 낭비와 안무자의 안무력 부실이 여실히 들어나는 실상이다. 단원들이나 초빙된 안무보가 작품을 만들어내고 안무자는 확인 감독하는 수준이다.
대전시립무용단 J씨: 예술감독이 선택하는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은 예술적 효과가 커 보이지지 않는다.
6. 소속 무용단에서 예술감독의 핵심적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국립무용단 A씨: 말 그대로 예술을 감독하는 것이다. 이 직함은 무수히 많은 것들을 의미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어쨌든 좋은 작품을 올리는 것이다.
국립발레단 B씨: 발레단 공연의 질적 향상과 예술적 전통의 계승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국립발레단 C씨: 예술단체의 발전과 이끌어나가기를 통괄적으로 지휘하는 역할이라 본다.
서울시무용단 E씨: 예술감독의 역할은 총체적인 것을 두루 관리하는 책임자라 생각한다. 본인이 안무하고, 출연하고, 티켓 파는 것이 아니라 장기, 단기 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적합한 안무가 선별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란 곳에 어떤 작품에 관객들로부터 호응도가 있는지 또는 어떤 장르를 개발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순발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시무용단 F씨: 세종문화회관 내외 공연 및 행사들을 나누어 예술성을 바탕으로 공연할 것과 대중성을 바탕으로 즐길 수 있는 것 등으로 세분화하여 공연의 성격, 대상, 공연장소 등에 맞는 맞춤형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에 오를 작품을 총괄 감독하는 자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본다.
서울시무용단 G씨: 보통 상임 안무자 역할까지 겸하는 단체장이 예술감독의 역할을 한다고 보는데, 그야말로 단체의 예술적 정체성과 향방을 결정하는 역할이라고 본다.
청주시립무용단 H씨: 무엇보다 안무력이 있어야 한다. 모든 관객은 과정보다 작품 하나로 그 단체를 평가하기 때문에 최고의 작품을 위해 매진하여야 한다고 본다. 단원과의 관계에 있어서 객관적 잣대로 단원들을 대해야 한다. 그 이유는 단원들 사이의 편 가르기와 양극화 현상을 막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대전시립무용단 J씨: 정기공연에서는 예술적인 작품이 이뤄져야 하고 시민을 위한 공연은 알차고 흥미로운 공연으로 대전시립무용단만이 가질 수 있는 개성을 드러내는 공연을 수행해야한다고 본다.
"국립발레단에서 신규 레퍼토리의 자체 개발은 거의 없다는 생각이다.
기존의 사들여온 작품들로 순서만 바꾸고 인원수만 더 채울 뿐이다.
이래서 어떻게 대중들에게 예술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7. 소속 무용단에서 예술감독이 행한 그동안의 역할을 긍정적 평가 부분과 부정적 평가 부분으로 나눠 진단해주기기 바란다.
국립무용단 A씨: 예술은 그 당대에 평가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후에 평가되기도 한다. 송 범 선생님 때부터 이어져 온 국립무용단은 조흥동, 최 현, 국수호, 김현자, 배정혜를 지나 현재에 이르렀다. 개인적으로 역사라는 것은 또 다른 측면에서 볼 때 진화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50년 역사를 지나오면서 국립무용단은 얼마만큼 진화해왔는지 되돌아 봐야 할 듯하다. 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해오며 대중매체의 유입과 다양한 상업문화의 발전을 통해 순수예술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뒷전으로 밀려 나가는 중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는데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순수예술을 어떻게 더욱 대중화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예술만이 보여줄 인간애에서 나오는 뜨거운 감동으로써 관객과 호흡하고 또 대중예술이나 상업예술이 보여 주지 못하는 것을 예술극장을 통해 순수예술로서 관객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말이다. 요즘은 다매체, 융복합이라는 말들을 많이 사용한다. 하나의 창조는 곧 나무의 접붙이기처럼 다른 장르와의 만남, 즉 협업이다. 외국의 경우도 많은 안무가들과 예술가들이 작품을 위해 함께 한다. 50년 역사 동안 예술감독들 모두가 대중화 확보에서는 그 뜻이 같으리라 생각되어 긍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작품에서 표출되는 부분이 같지 않기에 평가 부분을 긍정적·부정적으로 선명하게 나누기는 어렵다. 예술성을 확고히 지닌 예술감독은 대중의 힘을 모으는 것에서도 영향력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고 좋은 작품은 올바르게 평가된다고 생각된다. 부정적 평가 부분은 공동의 협력 과정 속에 조안무나 연출 등의 선정에 있어서 편파적이기에, 다시 말해 직계 제자나 그냥 항간에 알고 있는 사람, 예술적으로 평가가 불투명한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하기에 예술성이 표출되지 않고 특히 국립무용단에서 해선 안 될 행태들이 있었기에 작품 평가도 좋지 않았으리라 본다. 또한 예술적으로 무엇인가 창조해 낼 생각이 거의 없고 밖에서 별다른 일이 없어서 그냥 국립무용단의 예술감독으로 재직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없지 않다.
국립발레단 B씨: 정재계의 두터운 인맥과 언론매체의 활용, 추진력으로 장악력이 뛰어났으며 정부 예산지원을 따냄으로써 대외적 위상과 타 단체 소속 무용수의 부러움을 살만한 공연수당이 대표적이다. 이것은 양날의 검과 같다. 대외적 평가에 치우친 내부 경영이 문제일 수 있지만 이것은 각 개인이 선택할 문제라 생각된다.
국립발레단 C씨: 단원들과 소통하며 채워지지 않는 부분들을 채워나가려는 리더십이 보인 반면 부정적으로 애기 한다면 단원들을 너무 혹사시킨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유는 휴일인 날에도 나와 저녁 늦게까지 근무해야하는 날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말 로봇도 아니고 그저 시키는 대로 해야만 했다는 사실이다. 지나친 말일지 몰라도, 단원들의 편의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서울시무용단 E씨: 한 사람의 진행으로 행정 효율이 높았다는 것은 긍정적인 면이라 하겠으나, 작품에서 단원들의 참여도의 저조와 단원과의 예술적 소통이 작았다는 점은 부정적 평가라 하겠다.
서울시무용단 F씨: 긍정적 평가는 전통 춤의 대중화에 기여한 부분에 대해서이고, 부정적 평가는 창의적인 작품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서울시무용단 G씨: 예로서, <백조의 호수> 한국무용 버전을 무용계 내외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꾸준히 임해온 것에 대해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청주시립무용단 H씨: 긍정적인 점으로는, 무용단의 열악한 환경 개선과 단원들의 복리후생을 개선하고 증진한 점, 단원 확충에 힘쓴 점, 지방 무용단임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활동을 펼칠 수 있게 한 점이 꼽히고, 부정적인 점으로는 기득권의 강력한 권위의식, 단원들 간의 편파적 대우로 인한 양극화 현상 초래한 점, 미흡한 안무 능력 때문에 주로 단원 및 외부 객원 안무에 의존한 점이 들어진다.
대전시립무용단 J씨: 단원들의 입장을 수렴하면서 지휘하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반면에, 예술감독에 따라서는 단원들을 이해하는 듯하지만 개인이 추구하는 그대로 결정짓는 경우가 있다.
"조안무나 연출 등의 선정에 있어서 편파적이기에, 직계 제자나 그냥 항간에
알고 있는 사람, 예술적으로 평가가 불투명한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하기에
예술성이 표출되지 않고 작품 평가도 좋지 않았으리라 본다."
8. 소속 무용단에서 예술감독 이외에 행정을 전담 책임지는 단장 제도가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국립무용단 A씨: 국립무용단은 많은 안무가가 필요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머리가 필요하고 손발이 필요하다. 예술감독 혼자서 창조해내기란 매우 어렵다고 본다. 행정적으로 책임을 지고 인사 관리 하는 단장도 필요하고 예술만 생각하는 감독과 안무가들도 필요 하다.
국립발레단 B씨: 대외적 평가 및 활동을 책임지는 단장과 발레단 공연의 질적 향상을 책임지는 예술감독이 절충안을 찾아 가는 과정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운영체계가 성립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시무용단 E씨: 우리나라는 외국보다 행정 시스템이 매우 열악하다. 단장은 총체적인 전반을 맡고 예술감독은 작품에 관한 잡다한 일들을 맡는다고 생각한다. 소위 단장은 아버지의 일, 예술감독은 어머니의 일. 이렇게 세분화되어 각자의 일에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본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안무가가 모든 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의 경우처럼 단장 체제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보다 이제는 예술감독제의 도입을 생각해볼 만 하겠다. 매년 두 번 정기공연을 단장 스스로 하려는 의지는 높이 평가하겠지만 좀 더 넓은 시야에서 바라 볼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좋은 작품이 나오도록 최대한 지원을 해야 하는 행정 사무국과 지도 단원은 단원들이 좋은 무용수로 춤을 출 수 있도록 훈련 체제에 열중하고 안무가와의 소통에서도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단장, 지도, 행정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서울시무용단 F씨: 목표 설정 후, 조율이 가능하며, 서로 도움이 되고자 하는 자세만 있다면 집중력을 더해 좋은 결과가 오리라 생각한다.
서울시무용단 G씨: 행정전담 단체장이 필요하다기보다는 예술감독과 상임안무자(현재의 단장)의 역할을 분리해서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예술감독이 단체의 예술적 지향점을 구축해간다고 볼 때 꼭 상임안무자의 역할까지 병행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청주시립무용단 H씨: 예술감독은 그 역할이 핵심적이라 할 수 있다. 예술단 전체의 행정적 업무 및 절차를 관리 감독하고 행정 전반의 관리 체계가 분명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대전시립무용단 J씨: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단장이 예술적인 부분과 행정적인 부분을 두루 갖추지 못한다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9. 소속 무용단에서 단원들의 예술적 열의는 어느 정도인가? 단원들은 소속 무용단에 대해 예술적 만족감 혹은 단원 자신의 예술적 성장을 기대하고 있는가?
국립무용단 A씨: 국립무용단은 대한민국의 최일급 프로 무용단이다. 어떠한 실수는 곧 본인의 능력과 결부된다. 그러하기에 연습이나 공연에서 긴장감을 갖고 늘 임한다. 그런 점에서 하고자 하는 예술적 열의는 대단하다고 본다. 하지만 예술적 표출의 기회가 없기에 신 단원들이나 어린 단원에게서 만족감이 없다. 신무용 형태를 지닌 민속무용도 하나의 예술일 수 있겠으나 국립무용단은 전통을 바탕으로 재창조해야 하는 무용단이다. 즉 과거와 미래를 계속 해서 잇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몇 년째 창조적 공연이 없으니 젊은 단원들에게는 만족감이 있을 수 없다고 본다. 거기에 무용단에서 예술적 성장의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지금 재직하는 단원들도 분명 저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특히 요즘에는 민속춤을 하더라도 기계적 움직임보다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춤을 원한다. 오늘도 단원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단원 모두 예술 작품을 하고 싶어 한다. 예술을 하고 싶다.
국립발레단 B씨: 시작은 열의로 가득 차겠지만 결국 직업이 되고 운영진의 역량과 성향에 따라 많은 차이가 발생하는 것 같다. 예술적 만족감이나 성장은 소수에 국한되어 있다. 이 소수는 발레단을 이끌어 가는 주역 솔리스트나 중견 단원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단원중 개인적 성향에서 예술적 만족감, 성장을 추구하는 소수를 말한다.
국립현대무용단 D씨: 저는 무엇보다 기대했던 국립 단체의 단원이라는, 국립현대무용단의 무용수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없었다. 이것이 제가 고민하다 무용단을 그만둔 가장 큰 이유이다. 춤을 춘다기보다 체력을 테스트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정말 많았다. 실력 있는 무용수들이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그보다 못한 무용수들이 선정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해외 초청 안무가의 새로운 신작 작업에 참여한다는 기대감으로 오디션을 보았으나 해외 초청 안무가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지 않았다. 그녀는 비디오를 보여주며 순서를 외우라고 했다. 아무런 양해도 없이, 사무실에서도 사전 공지 없이 약속된 연습 시간을 넘기기가 반복되었다. 급기야 무용수들과 사이도 나빠지게 되었다. 그녀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무용단에, 무용수에게 문제가 있음을 말하기도 했다. 유명한 해외 안무가와의 작업에 기대를 걸었지만 초청된 안무가는 명성도 낮았고 무엇보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서울시무용단 E씨: 재단법인화 이후에 예술적 만족감은 그다지 충족되지는 않았다고 본다. 일부 불성실한 단원들 때문에 다수의 단원까지 매도당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무용수들의 예술적 열의는 매우 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 많은 단원들의 창작적 열의와 갈증이 예술적 성장에 대한 희망일 것이다.
서울시무용단 F씨: 대부분 입단 시 열정, 기대감을 가지고 생활에 임한다. 그러나 작품구상 과정에서 무용수 개인의 숨은 능력을 보여 줄 기회나 케스팅 오디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차츰 열정도 식어가고 포기하는 단원들이 있어 안타깝다.
서울시무용단 G씨: 개인 차는 존재하나 예술적 열의를 품고 누구나 입단했고 예술적 만족감은 환경(단체장이 누구인가, 어떤 작품을 하는가, 자신의 역할의 비중 등등)에 따라 다르지만 예술적 성장에 대한 기대 또는 환상(?)은 항상 품고 있다.
청주시립무용단 H씨: 단원들의 예술적 열의와 열정은 있으나 현재는 자유로이 예술적 역량을 펼칠 수 없는 상황이다. 모든 공연의 결정은 안무자의 특권이고 권한이기 때문에 안무자의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기에 더 이상의 예술적 발전과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대전시립무용단 J씨: 욕심도 많고 열의가 아주 높다. 단원들은 매 공연마다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감독의 작품성에 따라서 다른 경우가 있다.
|
"시작은 열의로 가득 차겠지만
결국 직업이 되고 운영진의 역량과 성향에 따라 많은 차이가 발생하는 것 같다.
예술적 만족감이나 성장은 소수에 국한되어 있다."
10. 무용단에서 예술감독과 단원의 예술적 관계는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며, 그동안에는 효율적이었는가?
국립무용단 A씨: 안무가와 무용수는 각기 직분이 다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안무가가 스승 개념인 듯이 무용수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예술적 소양을 지니기 위해 예술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지만 춤의 특성이 차지하는 부분도 많은 듯하다. 작품에서 필요한 춤 형식이나 춤 이외의 어떤 것도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언제나 작품을 위해서 배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립무용단은 학교나 아카데미가 아니다. 예술가들이 춤을 추기 위해 준비과정을 마치고 예술을 표출하는 곳이다. 안무가는 사상과 철학이 담긴 작품을 무용수에게 인식시키고 무용수는 움직임을 받아 그것을 통해 공연한다. 그러기에 예술감독과 무용수의 예술적 관계는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있어야 하고 그 속에 보이지 않는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일부 예술감독 때 무용수의 개성과 특징을 살려 작품에 반영하려는 의지가 있었다고 들었다.
국립발레단 B씨: 예술적 관계의 확립은 상호간의 신뢰와 인정이 바탕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결과는 캐스팅으로 나타나는데 이것은 복잡한 과정과 상황이 얽혀 있어 효율성을 논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국립발레단 C씨: 예술감독을 마주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대신 지도위원 선생님들과 부딪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리허설할 때 선생님들 기분에 따라 마치 학생들 대하듯이 욕설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일이 있었다. 정말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단원들 개인의 의견 없이 무조건 따라야 하는 현실, 어느 단체에서 이럴까 싶었다. 더 더욱 기막힌 일은 예술감독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쉬쉬 하는 것이다. 따로 불러서 이번 일은 우리끼리만 있었던 일로 하자며 화해 모드라 할까, 그렇게 지나가곤 했다.
국립현대무용단 D씨: 연습 중에 자기 순서가 끝났다고 동료가 연습을 하고 있는데도, 예술감독이 안무를 하고 있는 데도 누워 있는 무용수들, 그런 분위기가 싫었다. 게다가 모든 것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무용수들과 소통하지 않는 예술감독의 권위적 모습도 싫었다. 그리고 작품마다 똑같은 스타일로, 똑같은 작업방식이 반복되는 것에 더 이상 이곳에서는 배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현대무용단 오디션을 통해 뽑힌 무용수들이 받는 봉급은 200만원 정도 된다. 오전 11시에 출근해서 오후 6시까지 근무한다. 경력이 많든 적든 보수는 똑 같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친구들과 비교해 보면 절대 많은 액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현 무용계의 상황을 생각하면 무용수에 따라 이 금액은 생활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금 국립현대무용단에 소속한 어떤 단원 역시 정말 정신적으로도 힘들어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봉급 때문에 그만두지 못한다고 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오디션에 많은 무용수들이 지원한다. 거의 10대 1 정도가 되는 것 같다. 예술감독이 안무하는 작품의 오디션 때는 매번 와서 중복되는 무용수들이 많지만 지난번 외국인 안무가의 작품 오디션에는 새로운 얼굴들이 많았다. 이번에 새 작품 오디션 때에도 새 얼굴이 많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서울시무용단 E씨: 무엇보다도 소통이다. 단원은 안무가의 예술적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안무가 또한 무용수들에게 자신의 투철한 예술세계를 이해시키고 작품에 맞는 춤 언어를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본다. 그러나 효율성은 앞으로의 과제라 하겠다.
서울시무용단 F씨: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문제는 소통이 안 되어 발생되는 것 같다. 무용단의 특성상 말이 필요 없고 많은 시간 감독과 단원이 몸으로 부딪치는 작업 시간이 많다면 그것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일을 맡은 단장은 바쁘다.
서울시무용단 G씨: 예술적 관계는 그야말로 수평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예술 작업을 진행할 때는 수직적 관계가 존재해야겠지만 의견을 나누는 데서는 수평적일수록 바람직하지 않을까?
청주시립무용단 H씨: 모든 작품에서 안무자와 출연자는 예술적 관계가 원만해야 한다고 본다. 거기에다 다양하고 친밀한 경험과 대화를 통해 예술적 역량을 상호 교환하여 극대화시켜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안무자는 단원에게 예술적 교감보다는 지위 체계를 거론하고 지시하는 것이 현실이기에 효율적 예술관계를 형성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대전시립무용단 J씨: 상호 교류가 많아야 하나 예술감독이 받아들이는 부분에 따라서 단원들의 입장 표명이 달라질 수 있다 생각한다. 효율적인 부분과 비효율적인 부분이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
11. 앞의 물음에 대해 내린 귀하의 진단은 어떤 점에 근거를 두는가?
국립무용단 A씨: 안무가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예술적 과학자이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안무가는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독일 부퍼탈의 피나 바우쉬의 경우 안무를 하기 위해 무용수에게 200가지의 질문을 하기도 한다. 그것을 통해 무용수나 출연자 개개인의 개성과 특징을 비롯하여 다른 무용수에게서 어떤 인간적 갈등과 춤 언어 형식을 만들어낸다. 안무가는 사회적 흐름을 인지하고 무용수를 늘 관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와 전혀 다른 이런 사례가 오히려 근거가 될 것이다.
국립발레단 B씨: 국립발레단에서는 앞에 말한 소수를 주역 솔리스트로 국한하고 있다. 누구나 캐스팅에 욕심을 가질 수 있다. 무용수들의 실력 평가로만 무대에 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무대에서 보이는 것 또는 발레단이 주장하는 티켓 파워 등 여러 복잡한 상황으로 매 공연마다 찬반이 엇갈리기도 한다. 물론 신경 안 쓰는 부류 또한 존재하고 일부는 굉장히 신경을 기울이는 것 같다.
국립현대무용단 D씨: 오디션을 통해 선정된 무용수들이 실제로 공연에는 출연하지 않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이들에게는 처음에는 80% 정도 급여가 지불되었으나 나중에는 70%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도 무용단 오디션을 계속해서 보는 무용수들은 자부심보다는 돈 때문에 무용단에 지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부당한 일이 있어도 그 불만을 말하지 못하는 것은, 찍히면 다음 오디션에서 불리하고 역할도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을 갖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서울시무용단 E씨: 앞서 말했듯이 한 사람의 진행으로 행정 효율은 높았으나, 안무가 혼자서 하는 음악과 안무들이 효율성 면에서 과연 예술적 소통이었겠는가 하는 의구심은 든다.
서울시무용단 F씨: 저의 체험, 단원들의 마음가짐과 생각을 대화를 통해 듣기도 하고, 태도를 통해 보고 판단하였다.
서울시무용단 G씨: 단원은 예술생산 과정에서 굉장히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타 장르(음악, 연기)에 비해 특히 춤은 단원의 역할이 더 더욱 제한적이다. 안무가는 거의 제왕적 권위자에 가깝고 예술작품의 거의 대부분은 안무자의 능력과 판단에 의해 좌지우지되는데, 책임의 상당 부분을 단원들의 역량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청주시립무용단 H씨: 지금까지 단원생활을 통해 느끼고 접한 것, 그만두고 퇴단한 단원, 현재의 단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알은 것이 근거이다.
대전시립무용단 J씨: 감독의 작품세계에 준해 그렇게 판단한다.
|
"모든 것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무용수들과 소통하지 않는 예술감독의 권위적
모습도 싫었다. 작품마다 똑같은 스타일로, 똑같은 작업방식이 반복되는 것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12. 무용단에서 단원들에게 예술적 열의를 기대하려면 어떤 장치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가?
국립무용단 A씨: 개인적으로 네델란드 댄스 시어터(NDT)처럼 단원들을 세분화하는 방법도 좋다고 본다. 나이별로 개성도 다르고 무용단 역사 속에서 갖는 춤 형식의 이념들도 각기 다르기에 어느 정도 나이별로 개성을 살려 보편화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국립무용단은 인재들이 많다. 좋은 작품을 하기 위한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세분화에 따라 안무가들도 각각 다르게 배치한다면 좋을 것 같다. 한국의 국립무용단이라면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인정받을 만한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에 안무가가 없다면 외국 안무가들과의 협업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국립발레단 B씨: 예술적 열의는 자발적으로 나와야 하지 강제적 장치나 제도는 오히려 예술성을 제한할 수 있다. 오로지 예술감독 및 지도위원들의 역량과 단원 개개인의 신뢰와 인정 및 이해에서 출발할 수 있다.
서울시무용단 E씨: 시대가 변하고 있다. 나이보다 무용수로서 작품의 소화능력이 문제다. 그렇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도적 방법의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 춤 언어 개발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 2. 무용수들의 자기 개발, 3. 필수적인 훈련체도 구축, 4. 타 장르와의 융합과 공연 프로그램 개발 등에서 참여와 책임이 있는 제도적 장치다.
서울시무용단 F씨: 오디션 제도가 능사는 아니겠지만 이 제도는 어느 정도 무용수로서 긴장감을 잃지 않고 자신의 기량과 장점을 키우려는 노력을 살릴 수 있는 것 같다. 적극적으로 캐스팅 오디션도 한다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연습 분위기도 바뀔 것이고 결과적으로 좋은 점이 많을 것 같단 생각이다.
서울시무용단 G씨: 작품생산 과정에 초기단계(기획)부터 단원이 참여하게 해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 것을 반영해야 할 것이며, 공연 후 사후 평가도 세밀한 매뉴얼에 따라 정확하게 실행해야 할 것이다.
청주시립무용단 H씨: 다양한 기회(외부공연, 연수, 다른 류의 춤 공부 등을 권장)를 제공해야 하고 단원들의 작품세계를 존중하고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개인적 관계를 배제해야 다양한 예술적 열의를 기대하리라 본다.
13. 소속 무용단에 재직하는 단원의 적정 연령대를 제시한다면? 소속 무용단에서 나이 많은 단원들에게 공적으로 타당하거나 인정할 만한 역할이 있는가?
국립무용단 A씨: 인류가 진화하면서 인간의 나이 또한 진화하여 요즘 60대는 예전의 60대와는 분명 다르다. 앞서 제시한 제도적 방법을 수렴한다면 15세에서 19세까지는 (교육 과정을 필요로 하는) 국립스쿨의 개념으로 보고, 20세에서 40세까지를 주된 무용수로 하며, 40세에서 60세까지를 또 하나의 단원으로 나누면 어떨까 한다. 그 과정 속에 해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로 인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민속춤이나 전통춤의 경우 젊은 무용수에게 나올 수 없는 것을 분명히 가진 단원들이 있고 전임 주역이나 솔리스트급 무용수들은 스쿨의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국립발레단 B씨: 적정 연령대라는 것이 상대적이기 때문에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젊음과 연륜이 함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서 전통과 예술적 계승이 이뤄질 수 있는데(연륜을 갖춘 무용수가 젊은 무용수에게 노하우를 전해주는), 이는 운영진에 대한 신뢰가 바탕을 이뤄야 가능할 것이다.
국립발레단 C씨: 연령대는 1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 있다. 10대부터 20대까지는 어느 수준의 열의를 갖는 반면, 그 이후의 단원들은 춤보단 생계 수단을 더 중심에 두고 있다.
서울시무용단 E씨: 지금 단원의 적정 연령대는 제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 수행능력에 따라 새로운 제도로 규정할 수는 있을 것이다. 나이 많은 단원들의 공적인 타당성은 책임 있는 역할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정지된 시스템의 복원과 책임만이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무용단 F씨: 55세를 정년으로, 2~30대 70%, 40대 이후 20~30% 식으로 연령층이 다양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춤은 40살을 넘기면서 성숙한 모습이 드러나는 것 같다. 무조건 나이 많다고 쓸모없는 건 아닌 것 같고 무용극과 전통무용처럼 무대에서 타당한 역할도 주어질 수 있다. 안무자의 생각이나 여론 때문에 역할을 안 주는 것이 더 크지 않은가 본다.
서울시무용단 G씨: 20세~40대 초반 정도가 적정하다. 그러나 물리적 나이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이며, 감정 선이 복잡하거나 세밀함을 요구하는 역할에는 고연령층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한다.
청주시립무용단 H씨: 적정 나이의 기준은 없다고 본다. 나이가 어려도 에너지와 테크닉 모든 면에서 기량이 떨어질 수 있다. 나이가 많은 단원들은 대부분 철저한 자기관리로 젊은 무용수들 못지않은 기량과 연륜이 있다고 본다. 시립무용단의 특성상 극장 공연뿐 아니라 야외, 상설 등 다양한 무대에서 음향과 관객 등 열악한 상황을 무릅쓰고 공연한다. 공연 도중 갑작스런 돌발 상황에도 무대에서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게 리드할 수 있다.
대전시립무용단 J씨: 전통 공연의 경우 오랜 경험을 토대로 쌓아온 예술적 깊이와 그에 따른 노하우를 인정해주어야 하고 예술감독과 단원들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책임질 수 있다.
|
"진취적인 작가 정신으로 치열하게 고민하는 예술가 정도는 되어야 공연에 참여
하는 사람들이 말없이 따를 것이다."
14. 노조의 역할은 어떠한가?
서울시무용단 F씨: 서울시무용단 노조는 재단법인 탄생 때 단원 오디션을 통해 몇 명의 해고자가 생겨나 노조 활동이 본격화되어 대내외적으로 우리 노조가 모든 문제의 근원인 것처럼 인식되었다. 모든 문제는 재단 운영이 관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고 사무국은 시의 통제 아래 있기 때문에 노사간 소통에 불편을 느끼는 점에 있다. 예술단 입장에서 본다면 같은 구성원임에도 무시당하고 예술단의 발전을 위해 사무국과 예술단원 개개인 중 어느 쪽이 우선해야 하는가라는 의문마저 생기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노조의 존재 필요성은 아직은 당연하다고 본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강한 예술 종사자들이기 때문에, 방법적으로 노사간 열린 자세로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하여 예술단 발전을 도모하면 상반된 의견들이 조율될 수 있다고 본다. 언제나 대화를 통해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나아 갈 수 있음에도 소통이 안 되어서 문제가 커지는 것 같다. 무용단 내에선 조용히 있는 것이 안전한 길이란 걸 다들 터득하면서 그에 따라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서울시무용단 G씨: 서울시무용단 노조는 단체장의 일방적 질서에 대해 일정 부분 제동을 거는 점은 있으나, 작품 생산에서 좀 더 건설적인 방향까지 추동할 수 있어야 함에도 거기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집단의 힘은 알고 있으나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훈련이 안 되어서인지 많이 서투르고 감정적이다. 오히려 건설적 제시를 하는 단체장이 왔을 때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지 않을 때는 기득권을 행사하는 세력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청주시립무용단 H씨: 청주시립무용단은 노조가 없다.
대전시립무용단 J씨: 무용단원들에게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는 데 적극적인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반면에 진취적이지 못해서 예술적 기량과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15. 기타 제언
국립무용단 A씨: 국립무용단은 많은 문제점이 있다. 꼭 개선하고 보완해야 할 것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물론이고, 국공립 단체들이 직면한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국공립 무용단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국립발레단 C씨: 정말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이다. 발전도 없고 비전도 안 보이는 단체에서 계속 춤을 출 수 있겠는지 물어봐야 할 것이다. 지금도 국립발레단에서 예전에 비해 전혀 변화가 없다는 말을 듣곤 한다.
국립현대무용단 D씨: 국립 단체의 격에 맞는 정말 좋은 작품을 함께 만들고 싶었으나 뜻과 같지 않아 아쉽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처음에는 4대 보험이 적용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할 수 없다고 통보받았다. 3개월마다 계약을 하다 보니 그때마다 서류를 다시 만들어야 해서 행정 쪽에서 너무 힘들다고 하여 그만 둔다고 했다. 4대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는데도 행정적으로 힘들다고 그만둔다는 그 말은 결국 무용수보다 행정을 하는 사람의 편에 선 것 아닌지, 정말 생각해볼 문제이다.
서울시무용단 F씨: 국공립이라면 이젠 보다 투명하고 열린 사고와 의식을 지닌 예술가가 진정한 예술성을 바탕으로 작품 세계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건 당연하다. 요즘은 무용에서 비전공자와 전공자의 경계도 없어지고 기업도 예술 경영 마인드를 도입하는 시대로, 예술이 일반인들의 생활 속으로 깊이 침투하는 시대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취적인 작가 정신으로 치열하게 고민하는 예술가 정도는 되어야 공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말없이 따른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