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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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21년 7월 19일(월) 오후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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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소
- 아카데미아인(서울 동교동)
ⓒ춤웹진 |
김인아: 〈춤웹진〉은 무용협동조합에 대한 기획연재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대무용협동조합COOP-CODA(6월호), 발레STP협동조합(7월호)에 이어 김종덕 이사장님, 한효림 부이사장님, 정명훈 이사님을 모시고 한국무용협동조합 ‘춤에든’에 관해 말씀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먼저 한국무용협동조합 ‘춤에든’에 대한 소개와 그동안 어떤 사업을 진행해왔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종덕: 한국무용협동조합 ‘춤에든’은 2017년에 협동조합 등록을 마친 상태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서류가 반려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2020년 3월 4일에 재등록했습니다. 공식적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한 지 얼마 안 된 셈이지요. 2017년 11월 8일, 한 차례 창립총회와 ‘제38회 서울무용제’ 사전축제를 통해 창립공연을 했고, 재출범 후 올해 1월에 대한민국예술인센터 디자인 미술관(로운 갤러리)에서 창립식 및 창립공연을 열었습니다. 이머시브 시어터(immersive theater) 형태로 이사들의 공연 사진 50점을 전시하고 공연을 했는데, 관객들이 무용수 출연자를 따라다니는 공연이었어요. 어려운 시기에 귀한 걸음 하신 관객들을 위해 스티커를 드렸고, 원하는 공연 사진에 스티커를 붙이면 가시는 길에 선물로 그 사진을 드렸습니다. 몇몇 분은 사무실이나 집에 공연 사진을 걸어놓고 인증샷을 올려주셨을 뿐만 아니라 실험적인 공연방식에 다들 흥미롭고 즐거워하셨습니다.
한효림: 우리말로는 ‘한국무용협동조합 춤에든’이라고 명명했지만, 영어로는 쉽고(Easy), 재미있고(Fun), 흥미로운(Interest), 동시대의 춤(Contemporary Dance)의 약자로 EFIC Dance Cooperation입니다. ‘쉽게 배우고, 즐겁게 참여하고, 예술적으로 흥미로운 동시대의 춤’을 지향합니다. 그와 동시에 예술가로서 자립심을 만드는 기반을 구축하자는 취지로 모였습니다. ‘춤에든’ 창립 목적은 ①조합원의 교류와 협력을 통한 동반성장 추구, ②안정된 공연 기회의 제공과 자립기반 조성, ③문화 소외계층에 대한 문화 향수 기회 제공, ④예술교육과 진로 상담 및 체험 프로그램 개발, ⑤무용의 문화산업으로써 역량 강화입니다. 초반 멤버와 지금 멤버가 달라요. 중간에 문제가 있어서 재구성하면서 새로운 회원을 영입, 더욱 탄탄한 구조를 만들었고 소재지를 경기도 화성시에서 서울시 역삼동으로 이전해 재출범했습니다.
김종덕: 다른 협동조합이 그랬듯이 우리도 이익 창출이 최우선 과제이고, 두 번째가 사회적 가치 실현입니다. 개인이 할 수 없는 걸 협력해서 파이를 키우고 이익이 창출되면 분배하여 예술가들의 경제적 자립과 안정된 공연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에 따라 ‘춤에든’은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려 합니다. 무용가들은 취업이 힘듭니다. 10대부터 100세 노인까지 적용 가능한 ‘스마트 헬스 케어 굿볼’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무용인들에게 자격증을 주는 과정을 만들고자 해요. 무용가들이 수익 창출하면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사회적 가치 실현과도 맞닿아 있는데, 생애주기별로 신체 감각 발달과 정서적인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뇌를 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춤추는 거라 합니다. 미국의 저명한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치매 예방에 가장 좋은 것이 춤이라고 해요. 춤은 음악을 들으면서 동작을 외워야 하고, 주변 사람들과도 소통해야 하기 때문이죠. 인지 능력을 갖추고 춤추면서 동시에 여러 가지를 능력을 활용해야 해서 뇌를 젊게 한다고 합니다. 무용은 사회성과 창의적인 사고 발달에도 기여할 수 있어요. 춤의 기능과 역할을 고민하여 사회적 가치 실현을 이루고자 노력할 겁니다. 지난 7월 6일에 무용협동조합연합회 창립식이 있었는데, 이때 일회성이고 소모품인 축하 화환 대신 쌀로 대신 받아서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청소년에게 기부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모인 쌀은 조만간 양천구에 있는 불우 아동들에게 기부할 예정이에요.
정명훈: 소외계층을 위한 멘토 프로그램을 비롯해 쉽게 접근하고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앞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술과 음악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경험을 통해 접할 수 있는데, 무용은 비교적 접하기 힘든 예술이라는 인식이 많이 자리 잡혀 있습니다. 문화를 접할 여유가 없는 형편일수록 이러한 인식은 더 강하고요. 무용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힘을 통해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김종덕: 기존 시장과 겹치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사들이 워낙 적극적인 예술 활동을 하고 있으므로 ‘춤에든’은 각자의 활동을 존중하면서 또 다른 방식의 수익 창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방안으로 지역의 문화재단과 함께 ‘주말 예술극장’을 추진하고 있어요. 도서관, 갤러리, 병원에서 이사들이 보유한 레퍼토리를 하나의 컨셉으로 묶어서 스토리가 있는 공연을 하려 하는데, 코로나로 인하여 아직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해외에 BTS를 통해서 우리 전통문화가 많이 알려졌지요. 우리 한국춤을 모티브로 이모티콘, 굿즈 상품을 개발하려 합니다. 티셔츠는 디자인 들어갔고 패션디자이너와 협력해서 무용복·요가복·조깅복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운동복을 개발 준비 중입니다.
김종덕 한국무용협동조합 ‘춤에든’ 이사장 ⓒ춤웹진 |
인터뷰 전에 ‘춤에든’ 활동을 찾아보았지만 정보가 많지 않았는데, 재출범 등 여러 이슈가 있었군요. 말씀해주신 향후 사업계획과 행보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됩니다. 2020년 재출범하면서 구성원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한효림: 처음에 8명으로 시작했는데 3명이 개인적인 일로 빠지고 5명을 새로 영입했습니다.
개인 춤 활동도 궁금합니다. 앞서 잠깐 언급되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춤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거나 전과 달리 활동에 변화를 주어야 하는 상황도 있었을 텐데요.
한효림: 개인적으로는 지난 4월에 아르코대극장에서 신작 〈내림〉을 올렸고, 홍콩시립무용단인 ‘Hong Kong Dance Company’와 오는 10월에 온라인으로 워크숍과 오디션을 진행하고 12월 21일~1월 16일까지 안무 작업을 하러 조안무 2명과 함께 홍콩에 갈 예정입니다. ShaTin Auditorium에서 대략 20명의 홍콩무용수와 30분 신작을 2022년 9월에 공연예정이며, 조명, 의상 등 한국 스태프진들이 함께합니다. 홍콩과의 인연은 2016년 한국무용제전 출품작인 〈뿔난바다-우베의 기억〉이 홍콩댄스컴퍼니에게 초청받아 2018년에 1,300석 되는 Kwai Tsing Theatre에서 서울, 홍콩, 대만 〈Tale of Three Cities〉라는 타이틀로 총5회 무대에 올려 호평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이번에 다시 홍콩댄스컴퍼니의 정기공연의 안무를 부탁받았습니다. 원래대로라면 2020년 여름에 워크숍과 오디션, 2021년 2월 공연 계획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두 번 연기되어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정명훈: 저는 춤을 대중화시키고자 하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상이나 홀로그램, 맵핑, 음악 등 다양한 장르 및 기술과 융합해서 한국무용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과 벽을 허물려는 작품 활동을 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작년에 XR컨텐츠와 융합한 공연을 안무하였고, 올해에는 카메라 영상기술을 접목한 공연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또한 무용의 대중화 차원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무용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실용무용 장르보다 한국무용이 인기가 없어요. 저는 실용무용 중에서 특히 스트리트 장르와 한국무용의 특징을 융합해 일반인들에게 쉽게 접근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자’라는 생각을 했고 오히려 코로나 때문에 열정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비대면 시대, 디지털 시대입니다. 댄스 필름, 댄스 영화, 1~2분짜리 단막작을 접하게 됐습니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종식되고 나서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 시기에 더 많은 걸 쌓아놓고 제가 가진 것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된 거 같아요. 지금은 준비 기간이라 하겠지요.
정명훈 한국무용협동조합 ‘춤에든’ 이사 ⓒ춤웹진 |
김종덕: 코로나가 공연 활동을 제한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위기가 기회일 수 있습니다. 유튜브나 SNS가 발달해있기 때문에 작품 하이라이트를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리거나 해외 기획사에 지원하여 작품이 선정된다면 해외에 진출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황이 변했으니까 우리의 공연 형태도 변화되어야죠. 저는 작품 제작보다는 기획이나 연출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개인적인 활동보다는 오히려 파이를 키우는 데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코로나로 인하여 극장 내 공연이 굉장히 힘들잖아요. 그래서 ‘풍경 있는 춤’이라 기획을 통해 좋은 경치가 있는 곳을 배경으로 야외 공연과 지역 축제에 연출을 맡기도 하는 등 비교적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쉼 없이 개인 활동들을 하셨군요. 코로나로 인해 ‘춤에든’ 운영과 활동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한효림: 무용과 태권도, 패션쇼를 결합한 해외공연을 추진 중이었는데 코로나와 맞물려 취소됐습니다. 전시회공연과 야외 미술관 공연도 진행 중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인원수 제한이 생기다 보니 어려움이 생겼고 무산된 상황이라 그걸 어떤 식으로 타계해야 할지 문제에 봉착해 있었는데 마침 무용협동조합연합회가 결성되면서 많은 길이 열릴 거 같아 기쁩니다. 우리만으로 할 수 없었던 것들이 다양한 특성과 형태의 여러 팀이 모이면서 수익 창출도 하고 많이 뻗어 나갈 수 있을 거 같아 희망적입니다.
김종덕: 한국무용협동조합 ‘춤에든’이 영은미술관과 공연예술 전문잡지 ‘The MOVE’와 협력해서 만들려는 공연이 있었어요. 우리에게 야외 조각공원과 4층짜리 갤러리를 무료 대관해준다고 했고, 전시회 컨셉과 맞게끔 각 이사의 안무 작품을 올리고 관객들이 따라다니면서 공연을 관람하는 형태로 진행하기로 했어요. 공연 및 전시 관람과 디너(dinner)를 제공하는 소수 VIP를 위한 고가 티켓판매라는 차별화 전략으로 기획되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모두 중지된 상태입니다.
협동조합 운영에 대해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현재 회비제로 운영하고 있나요?
김종덕: 협동조합 설립할 때 출자금을 조합원들과 모아 시작했고, 현재 회비제는 아닙니다. 이사들한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수익이 창출되면 운영비로 제일 먼저 사용하고 일부 적립하고 나서 나머지는 이사들에게 배분하려 합니다. 그동안은 사업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익도 없는 상태예요. 지금은 일종의 후원금을 운영 경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후원금 외 별도의 공공 지원을 받고 있지는 않나요?
김종덕: 이사들은 각각 자신의 무용단을 가지고 있고 서울문화재단이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지원사업에 지원하고 있어요. ‘한국무용협동조합 춤에든’과 ‘무용협동조합연합회’가 기존에 있는 파이를 키워야 하는데, 일반 무용가들의 지원 혜택을 뺏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연합회는 기획재정부의 지원을 받기로 했고, 콩쿠르라든지 다른 수익 사업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려 합니다. ‘춤에든’과 협동조합연합회는 공공 지원사업에는 되도록 응모하지 않을 것입니다.
‘춤에든’은 연간 수익을 어떤 식으로 배분할 계획인가요?
김종덕: 일을 하거나 안 하거나 똑같이 배분하는 건 오히려 불평등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효림 이사님이 이번 일에 가장 많은 기여를 했다면 우선 순위로 이익을 배분하려 합니다. 그 비율은 이사회를 통해서 조정해야겠지요. 능력, 성과 위주로 이익 분배를 하는 것이 가장 민주적인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효림: 행사할 때 조합원 10명이 다 참여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수익분배에 있어 기여를 제일 많이 한 사람한테 퍼센티지가 제일 많이 돌아가고 수익을 10으로 본다고 하면 2~3 정도는 적립을 하고 이 운영 자금을 이용해서 또 다른 사업을 키워가는 식의 구조로 운영하려 합니다.
한효림 한국무용협동조합 ‘춤에든’ 부이사장 ⓒ춤웹진 |
앞서 연합회는 기획재정부의 지원을 받기로 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춤에든’의 재원조성은 어떻게 되나요?
김종덕: 문화재단과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시설이 매우 많아요. 극장이 아닌 곳에서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자체 기획을 하고 있어요. 성동구문화재단, 강동문화재단, 중구문화재단과 이미 협력하고 있고 일정 부분 사업 진행을 위해 미팅을 몇 차례 했어요. 강동문화재단은 도서관이 많은데 이를 활용한 예술 활동에 대해 자문이 왔어요. ‘우리는 문학을 기반으로 한 창작 작품을 만들 테니 공간 지원 및 일정 부분 비용을 지원해달라’고 했습니다. 중구문화재단 같은 경우는 축제가 있어요. 그쪽에 공구상가가 많고, 그런 부분을 활성화하기 위해 축제를 엽니다. 이미 서울문화재단에 의뢰해서 부분 승인이 난 상태예요. 세부적인 것은 앞으로 협의하겠지만 이사들이 지원 사업하는데 ‘춤에든’까지 지원하면 중복이잖아요. 우리는 그런 지원사업 외에 다른 확장성을 연구하고 있어요.
‘춤에든’ 입회 과정도 궁금합니다. 참여하고 싶은 한국무용 단체들이 있을 텐데요. 원한다면 누구나, 단체가 아닌 개인도 입회 가능한가요?
김종덕: 당분간은 이사 영입을 안 할 거예요. 토대가 탄탄하지 않은데 확장하다 보면 목적지로 가는 여러 갈래 길이 생길 수 있어요. 개인이라도 무용 단체 고유번호가 있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우리와 지향점이 같다면 충분히 영입을 할 수 있지만, 당분간 결원이 생기지 않으면 영입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사장 임기, 선출 방식, 임원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김종덕: 이사장이 있고, 한효림 부이사장, 김보람 총무, 그 외에 모두 이사직입니다. 외부감사 1명 있고요. 이사장 임기는 3년이고, 추천을 통해서 선출되며 만장일치제입니다.
사무실이 있나요?
김종덕: 역삼동에 연습실 겸 사무실이 있어요. 올해 문화체육광광부 인력사업을 통해 3명을 지원받았고 역삼동에서 연습하고 있습니다. 이사들도 개별적으로 무용단에서 인력사업을 받았는데, 필요하다면 이사들과 춤에든 인력사업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2017년에는 현대무용협동조합, 전통무용협동조합이 설립됐고 작년에 ‘춤에든’이 재등록했습니다. 다른 협동조합과의 차별점과 ‘춤에든’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한효림: 대중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춤에든’이 일차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자주 볼 수 있는 공연이 아닌 특정 장소에서 특별한 공연을 보는 겁니다. 무용공연 관람만이 아닌 하나의 문화 덩어리, 문화예술 집합체로 그 공간에 들어섬과 동시에 공연이 시작되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1월 진행되어진 창립 공연에서는 입구에서부터 모든 공간을 무대화한 로운갤러리에서 자연스럽게 4팀 동선이 연결되면서 공연구역이 이동하는 형태의 연출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뻥 뚫린 정사각형 갤러리지만 정명훈 이사는 안쪽에 집중된 구석에서 솔로를 했고 그다음에 자연스럽게 군무가 이어지면서 또 다른 구역에서 공연이 이루어졌습니다. 처음에는 관객들이 객석 아닌 객석에서 멀리 떨어져서 보다가 점점 무용수들과 같이 이동하면서 방석을 가져다가 앉아서 보는 등의 다양한 관람형태가 형성되었는데 그 자체가 또 하나의 구조물이 되어 관객이 공연속의 하나의 오브제로 존재하는 재미있는 연출이 이루어졌습니다. 또 다른 구역에서 바라보는 분들은 관객이 움직이는 동선도 흥미롭게 생각되어졌을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이 마무리된 후 진열되어진 공연 사진을 관객에게 선물로 드렸는데, 공연을 보고 단순히 끝나는 게 아니라 하나의 기억의 소장품으로 연결돼는 거죠. 그렇게 공연이 각인될 수 있는 연출, 이런 새로운 형식이 ‘춤에든’이 지향하는 모습입니다. 갤러리 공연은 일반적으로 갤러리 가운데에서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있고 관객이 바깥을 둘러싸고 관람하는 형태이지만 우리가 시도했던 건 안무 공간에 따라서 관객들이 함께 공연의 오브제가 되어 움직이는 거죠.
정명훈: 네. 공연 자체가 새롭습니다. 기존에 있던 공연 문화가 아닌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자체가 큰 장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무용으로서는 연합이 돼 있잖아요. 때에 맞게끔 맞춤형 공연을 할 수 있는 게 강점입니다.
한국무용협동조합 ‘춤에든’ 〈새로운 시작〉 |
김종덕: 많은 무용가가 ‘무용의 대중화’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저는 그 용어의 정리가 필요다고 생각합니다. 전 ‘무용의 저변 확대’라고 하지 무용의 대중화라고 말하지 않아요. 대중화는 이미 밸리댄스, 댄스스포츠, 스트리트 댄스가 하고 있어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양질의 작품을 통해서 관객을 확보’하는 겁니다. 대중화라고 해서 타 장르에 업혀 가듯이 가는 것이라면 반대하고 싶어요. 생활 속에서 우리의 춤을 더 재밌고, 흥미롭게 하는 것이 무용의 저변 확대입니다. 그것이 타 장르와 결합했다고 해서 대중화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좋은 작품은 보편적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피카소 작품 보면 예술적 감흥이 생기는 것처럼요. 우리 이사들의 작품이 보편성을 가진 작품이어서 사람들이 환호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대중화라고 해서 가요, 팝, 다른 것과 적당히 섞어서 하는 건 반대합니다. 예를 들면 정명훈 이사는 한국 창작무용과 스트리트 댄스를 잘 결합합니다. 이것을 반대하진 않는데, 대중화라는 관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대중화라고 해서 표피적이고 자극적인 것이 아니라 진지하고, 일반인들에게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향을 가졌을 때, 순수무용가가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어요. 근시안적으로 표피적이고 자극적인 작품을 지향한다면 나중에 우리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겁니다. 우리 뿌리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좀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춤에든’이 차별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춤에든’은 무용의 저변 확대를 추구하되 기본적으로 다른 분들이 생각하는 대중화는 지양할 겁니다.
지자체나 문화재단과 연계해서 특정 공간의 기획, 축제, 공연 형식을 추진하려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춤에든’은 지원사업보다는 지자체와 함께 축제라든지 공연을 공동으로 기획 제작해서 이사들의 예술적 역량을 강화하고 공연할 기회를 제공, 거기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지향하려 합니다. 우리는 콘텐츠가 풍부하고 지자체는 재원과 공간, 관객으로 함께해줄 시민이 있어요. 소통과 교감만 이뤄진다면 양쪽의 욕구 충족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춤의 저변확대에 대한 말씀을 인상 깊게 들었습니다. 지자체와 연합하여 새로운 공간을 발굴하고 한국춤의 확장된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이 ‘춤에든’의 강점이자 차별화 전략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재출범 후 1년간의 활동과 계획에서 긍정적인 점과 아쉬운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명훈: 아쉬운 점보다 오히려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 같은 독립 안무가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셨고, 이로 인해 제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돼서 감사하단 말씀부터 드리고 싶어요. 소속감과 연대감을 통해서 오히려 자신감이 많이 생겼습니다.
한효림: 협동조합의 큰 이점은 하나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려 할 때 다양한 색채의 안무가들의 작품을 한 무대에 결속하기 쉽다는 겁니다. 개인 발표를 한다거나 공연하려 할 때 무용수를 모으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힘든데, 협동조합에 소속된 무용가들이 서로 도와주면서 어느 때는 무용가로, 안무가로, 연출가로 상부상조할 수 있다는 게 좋은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합원들 나이대가 3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까지 다양합니다. 연령별로 성향별로 추구하는 방향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서로 보면서 배우고 도움 받을 수 있는 것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건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자꾸 계획한 것들이 취소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한국무용협동조합의 왕성한 활동을 통해 협동조합이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은데 의욕보다 돌아오는 게 적으니까 기운이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이걸 넘으면 확실하게 ‘춤에든’만의 색깔이 보이면서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김종덕: 기존에 있는 사업이 아니라 더 큰 확장성을 갖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입니다.
한효림: SNS에 ‘춤에든’ 협동조합에 관련된 소식이 있으면 올리곤 하는데, 이것을 보고 무용계가 아닌 다른 문화예술 분야 관계자나 일반시민 분들이 친구 신청을 많이 하십니다. 이 분들의 관심을 통해 ‘춤에든’ 의 밝은 미래를 꿈꾸며 친구 수락버튼을 기쁜 마음으로 누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창립한 무용협동조합연합회에 대해서도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만, 향후 연합회의 계획에 대해 간략히 의견들을 듣고 싶습니다.
김종덕: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공공기관과 협력하려고 합니다. 지역에 있는 무용가 또는 예비 무용가들이 서울에 레슨을 받기 위해 많이 오잖아요. 협동조합에는 좋은 인재들이 많아요. 지역 전공생들이 주말이나 방학 때 무료로 특강을 받을 수 있도록 재능 기부를 할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세종대학교는 게스트 하우스가 잘 돼 있고, 연습 공간도 있는 데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지하철로 한 번에 갈 수 있는 이점도 있어요. 우리는 재능 기부를 하고, 세종대학교는 게스트하우스와 공간을 제공해서 지역 무용가의 재교육 또는 예비 무용가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무용을 배울 수 있게끔 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일종의 아카데미 스쿨인데, 재능기부 형식으로 시작해보려 해요. 우리를 알리는 좋은 기회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실현의 계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춤에든’은 연합회에서 어떤 역할을 주도적으로 할 계획인지요?
김종덕: 딱히 역할이 구분된 건 없어요. 연합회에 회장 한 분, 부회장 세 분이 있습니다. 연합회도 만장일치제에요. 한 분이 반대하면 사업을 추진할 수 없습니다.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모두가 찬성했을 때 목표하는 추진 동력이 생기기 때문에 개별적인 역할이 정해져 있진 않아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춤에든’의 포부와 계획을 말씀해주시지요.
한효림: 한 분기마다 커다란 것들이 안정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정기적인 공연 구조와 후원금이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네트워크 마련이 우선시 됩니다.
또한 조합원 10명이 추구하는 예술세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춤에든’의 기획과 연출 역량으로 어떻게 만들어낼 지가 관건입니다. 우리가 가진 재료를 잘 조리하여 ‘춤에든’ 만의 강점이자 특이점으로 나타날 수 있는 색채를 만들어가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김종덕: 컨템퍼러리댄스로서 방법론은 다양할 수밖에 없어요. 정명훈 이사 같은 경우는 움직임 자체가 차별화되고 신선합니다. 스트리트 댄스와 한국 창작춤을 기발하게 접목하고 있어요. 저는 전통을 응용하되 현대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고, 한효림 선생은 레트로를 올드하지 않게 그려냅니다. 100명의 예술가가 100명의 방법론을 갖고 있는데 순수무용에 대한 본질, 그 뿌리를 가지고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 순수무용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이런 인식이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목표는 8월 중순 즈음 ‘라운드 테이블’이라는 토론의 장(場)을 개최 할겁니다. 협동조합뿐만 아니라 독립예술가를 모아놓고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강구해야 할지 토론을 할 거예요. 협동조합을 통해서 사회적인 가치 실현도 하겠지만, 우리가 안정적인 공연 기회 제공이든지 생활 안정을 위해서 이익 창출해야 하잖아요. 우리 협동조합 이사뿐 아니라 외부에 있는 사람들을 초청해서 같이 격렬하게 토론하면서 방향성을 모색하려는 시도입니다. 유럽에서 매우 모범적인 국가가 영국인데 영국에서 협동조합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고 어떤 방법으로 이익 창출하고 분배하고 있는지, 사회적으로 어떤 공헌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협동조합이 어떤 방향으로 갔을 때 가장 이상적인지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전문무용수지원센터에서 모든 비용을 지원해주시기로 약속하셨습니다.
정명훈: 팬층을 확보하고 싶어요. ‘춤에든’의 특별하고 색다른 공연을 통해 팬층을 넓히고 참여 예술가들이 기반을 잡을 기회가 마련되었으면 해요.
김종덕: 무용 관객들은 한정적입니다. 주변 사람이라든지 마니아 외에 없어요. 일반인들이 춤에 매료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극장 오는 게 힘든 거예요. 춤에 매료되면 춤만큼 감동적인 예술은 없다고 말씀하시거든요. 제가 공연하면 주로 10~20년 된 마니아 관객이 옵니다. 그분들이 창립식 때도 십시일반으로 비용을 분담해주셨고, 저희 공연 때도 후원을 합니다. 이사들의 부담을 줄이면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던 건 그런 마니아층이 있기 때문입니다. 운영위원들이 열 분 계시는데 문화 관련된 일을 하거나 기업가들입니다. 이런 기반이 다져진다면 후원도 활성화될 거고요. 지자체와 공연이나 축제를 기획, 제작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입이 될 수 있게끔 하려고 합니다. 축제는 상시로 예산이 잡혀있고 지속성을 지닌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양질의 작품으로 어필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효림: 지역에서는 대체로 극무용 형태의 한국무용 작품이 많이 올려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춤을 확대해서 다양한 형태의 한국 창작춤을 보여주려는 시도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여러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춤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김종덕: 일반적으로 극무용을 탈피해야겠지만 지역 축제에서는 사실상 필요해요. 지역의 역사나 전설, 구전설화 등 스토리텔링을 찾아서 그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려 하는데, 제작비가 적게 드는 게 극무용입니다. 오페라, 연극, 뮤지컬은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해요. 지역 축제에서 극무용을 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기 지역 콘텐츠를 개발해서 외부에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예술적인 측면에서는 한효림 이사 말씀이 맞지만, 우리가 필요하다면 예술적 역량을 강화하면서 무용극을 세련되게 만드는 것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우리가 지자체와 지속적으로 협력이 된다면 도시재생 사업에도 타진하고 싶습니다. 서울 건물 임대료가 비싸지만 폐업하는 공간이 굉장히 많아요. 중심지에서 조금 벗어난 유휴 공간을 운영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굉장히 재밌는 일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카페, 클럽, 공연장, 파티룸이 될 수도 있어요. 우리가 운영하기 나름입니다. 도심의 빈 건물과 공간을 그대로 두면 슬럼화되기 때문에 누군가 운영해주길 바랄 거예요. 우리가 조금 더 실적을 낸다면 보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한국무용협동조합 ‘춤에든’의 현재뿐 아니라 춤계를 이야기하고 긍정적인 미래를 그려보는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을 갖고 성원하겠습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감사드립니다.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