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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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21년 8월 20일(금) 오후 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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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소
- 아카데미아인(서울 동교동)
대한민국전통무용협동조합 KTDC 김진원 이사장 ⓒ춤웹진 |
김인아: 대한민국전통무용협동조합 KTDC가 2019년에 설립됐습니다. 협동조합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진원: 대한민국전통무용협동조합은 대한민국전통무용연합이라는 단체로 시작되었습니다. 대한민국전통무용연합에서 대표직을 맡았고, 공연도 했어요. 협동조합과 연합은 성격이 다르지요. 고민 끝에 ‘시대 변화와 함께 호흡하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겠다’ 해서 2018년 단체들이 의기투합하여 협동조합의 출발이 시작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이란 명칭은 전통무용이기에 명분이 있고 포괄적인 의미를 담기 위함이었는데, 타이틀부터 출발을 잘했다고 생각됩니다.
협동조합에는 개인 단체와 시립단체 예술감독으로 몸담고 있는 분들도 계십니다. 전통춤을 추는 현장에서 애로사항과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춤예술의 가치에 대해 미래지향적인 생각을 하는 분들이 모였습니다. 협동조합은 말 그대로 의견조율이 잘돼야 하고 리더를 신뢰해야만 합니다. 운영에 있어서 자산이 많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는 더더욱 소통되는 구성원들이 모여야겠다 싶어서 오랫동안 친분을 나누고 예술적인 교감을 하던 분들과 함께 출발한 것이지요. 초기에 조남규 (사)한국무용협회 이사장님께서 무용협동조합의 필요성 및 역할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이후 현대무용협동조합(COOP-CODA) 김성한 이사장, 발레STP협동조합 김길용 이사장, (사)보훈무용예술협회 류영수 이사장과 1년 정도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협동조합에 대한 생각이 굳어지는 과정이 있었고 대한민국전통무용협동조합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총 8개 단체가 소속돼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전통춤을 사랑하고 춤의 미래지향적인 가치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숙제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탄생 시켰습니다.
대한민국전통무용협동조합 KTDC 창립공연 '무궁무진' |
2019년에 창립식을 겸하여 ‘무궁무진’이라는 타이틀로 창립 공연이 올랐는데 어떤 내용이 담겨졌는지 궁금합니다. 창립 이후 활동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무궁무진’이란 타이틀은 전통춤의 미학적 양식의 다양성이 컨템퍼러리댄스나 모든 한국춤 창작의 어디에든 확장될 가치를 지녔다는 뜻에서 붙였습니다.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펼쳐질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요. 보통 한문과 한글로 캘리그라피를 많이 하는데 굳이 영문으로 했던 건 우리가 해왔던 방식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한 시도라고 생각 합니다. 대한민국전통무용협동조합이라면 보수적으로 보일 수도, 기존에 해왔던 방향성을 그대로 갖고 갈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전통춤은 우리의 고유한 문화이면서 무용예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가치로서 충분히 넘치지만, 이걸 어떻게 재생산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춤 영역보다 가치 확장성을 몇 배 더 가져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문으로 표현 했습니다.
갇혀있는 전통춤에 머무르면 안 됩니다. 오히려 현대무용과 발레 영역보다 더 과감하게 시도하고 실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우리들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 입니다. 클래식이라는 범주 안에 갇혀 있었고 그 안에서 영위 해왔습니다. 시대가 급변하면서 디지털, 메타버스로 가고 있는데 우리가 기존 방식을 고집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가 늘 갖고 있던 숙제는 대중성과 저변 확대입니다. 이 단어를 들은 것도 벌써 수십 년이 됐어요. 우리가 안고 있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중들과 같이 소통하고 공감하고 나눠야 하고 참여시키고 유인해야 합니다. 전통춤이 충분히 그걸 해결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다만 열린 마인드로 시대의 트렌드에 맞게 시도해야겠지요.
‘무궁무진’을 하고 나서 두 번 정도 공연을 더 올렸고 서울무용제 협동조합 페스티벌에 참여했습니다. 1년에 최소 한 두 차례 공연하려 했는데 지금은 코로나로 여의치 않습니다. 현재는 여러 대안을 갖고 있지만, 그마저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대한민국전통무용협동조합 KTDC 창립공연 '무궁무진'_ 김진원〈한량무〉, 오은명 〈승무〉 |
류영수 〈선입무〉, 이미숙〈진주교방굿거리춤〉 |
배은정〈장고춤〉, 박수경〈살풀이춤〉 |
황순임〈진도북춤〉, 김명신〈호남산조춤〉 |
코로나로 인해 무산된 계획이 있었던 것 같네요.
네, 지난 해에는 한국문화의집 코우스에서 공연을 예정했는데 올리지 못했어요. 그리고 올해 6월에 서울남산국악당에서 ‘餘白- 전승과 보전의 미학’이라는 공연을 올리고자 대관과 출연진 섭외를 했습니다만, 공연이 임박해서 취소할 수밖에 없었지요. 300여석 되는 극장에서 거리두기하면 100명 정도의 관객밖에 못 모십니다. 반면 출연진은 라이브 악단까지 포함해 35명이 넘어요. 비용 문제는 둘째 치고 우리가 춤으로 이렇게 시도하고 있다는 걸 많은 분들께 알리고 싶었는데 100석 정도라면 목표했던 바를 이룰 수 없을 것 같아 중단하게 됐어요. 출연자의 가까운 지인들만 자리한다면 결국엔 우리 안에 울리는 메아리로 그칠거 같았습니다.
타이틀은 전승과 보존이 아닌, ‘보전’이었습니다. 우리가 전통춤을 전수하잖아요. 전통춤의 개념으로 전승이고, 보전은 그걸 받아서 진화 해나간다는 것이지요. 박제시켜서 보존하는 개념이 아니고 그걸 토대로 리크리에이티브한다는 의미로 ‘보전’을 선택 했습니다.
이 공연의 첫날은 협동조합의 이사님들께서 50여년간 평생 해왔던 춤을 보전하는 의미의 무대로 기획 했었고 , 둘째날은 전통춤을 추는 20대의 젊은 춤꾼들이 그 또래 창작발레, 컨템퍼러리 댄스, 한국 창작무용을 하는 춤꾼들과 한 무대에서 조우하는 무대로 구성 하였었습니다. 라이브 악단이 전통음악 그대로 연주하면서 전통춤과 현대적인 춤이 같은 공간에서 한눈에 보여 지는 공연입니다. 8팀을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승무〉면 〈승무〉에 걸맞은 창작춤 또는 발레가, 〈태평무〉 〈살풀이춤〉 〈한량무〉 등에 걸맞은 2인무가 올라갑니다. 기회가 된다면 조만간 이 공연을 먼저 올리려 합니다.
전통춤이 고루하고 보수적일 거란 인식을 바꿔나가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경직된 분위기가 아닌 보는 사람과 하는 사람 모두 편안한,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 전통춤 공연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정기공연을 진행할 때 이 방향성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기존에 해왔던 명인명무전과 같은 무대보다는 약간 색깔을 달리하는 공연 콘텐츠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젊은 춤꾼과 이사를 영입해서 확장성 있게 진화해나갈 것이고, 기성 춤꾼들도 조금은 새로운 방식의 춤을 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들면, 복식을 바꾸기만 해도 다를 수 있잖아요. 전통음악이 아닌 피아노에 맞춰 〈살풀이춤〉을 충분히 할 수 있고요. 다른 사람들이 이미 시도했기 때문에 식상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열린 마인드로 나아가려 합니다.
공연 사업 외에 설립 취지와 목표에 따른 활동 계획도 있으셨을 텐데요.
2년 정도 멈춘 상황인데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실적보다는 앞으로의 구상에 관해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데요. 개인적으로 예술교육에 관심이 있어요. 접근 방식이 다 다르겠지만 예술교육 중에서도 전문가 대상이 아닌 일반인과 창의적인 전통춤으로 함께 호흡하는 생활예술교육을 활성화 하고자 합니다. 제가 2017년 즈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하는 꿈다락토요문화학교에 참여했었습니다. 참여자에게 일방적으로 춤을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고 전통춤을 매개로 새로운 상상을 심어줄 수 있는 수업을 한 학기 진행했어요. 보조 강사와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뜻 깊은 시간이었지요. 전문가 그룹이 아닌 마니아 그룹이나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예술은 치유라는 목적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창의적인 과정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시각적으로 아주 단순할 수도 있지만, 그들이 무대에서 〈태평무〉를 출 때 당의와 치마를 입지 않아도 된다는 것부터 출발하는 거예요. 춤을 매개로 무언가를 만들어보면서 완벽하진 않아도 자기 콘텐츠가 될 수 있지요. 전통춤과 전통음악에 담긴 멋과 흥을 기반으로 하는 형태의 미학을 모델로 해서 각자 맞춤형 자기 콘텐츠가 생기길 바랍니다. 요즘은 영상이 잘 돼 있으니까 이를 콘텐츠로 삼을 수 있어요. 전체가 같은 춤을 추는 것이 아니고 각자의 춤이 있잖아요. 이런 걸 구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저는 이러한 예술교육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어요. 장애인 예술교육도 있을 수 있고요. 기존에 해왔던 방식을 부정하지 않되 전통춤을 매개로 각자가 해석해서 자기 나름의 콘텐츠를 가질 수 있게끔 안내하고 소통하고 교감한다면 참여 또한 높아질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다만 역할이 중요하겠지요. 막연하게 “한 번 해보세요”라고 하는 단적인 가이드는 시행착오가 많이 있을 거예요. 참여자 맞춤형으로 선례를 만들어, 생활예술교육의 씨앗을 가지려합니다.
협동조합에서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창의적인 생활예술교육을 제공하고 장애인 특화 전통춤교육까지 생각하고 계신 거군요.
네. 포함됩니다. 교육은 협동조합의 주력사업이 될 수 있어요. 공연보다 생활예술 교육 쪽이 더 비중이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가치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하고 확장성이 있다고 봅니다.
현재 코로나로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네, 그렇습니다. 지금은 준비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이참에 이러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구성력을 갖추려 합니다. 계속 업그레이드를 시켜보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물러가면 좋은 결실이 있지 않을까 해요.
협동조합은 현재 회비제로 운영되고 있나요?
먼저 사업자 등록부터 말씀드리면, 법무사 사무실에 의뢰하지 않고 사무국장과 같이 등기소, 구청에 다니면서 공증을 받고 사업자 등록을 해서 300만원 정도 절감하였지요. 나름대로 공부가 됐어요. 그렇게 사업자를 등록했고 다른 협동조합과 마찬가지로 출범할 때 출자금을 냈습니다. 그리고 공연할 때에는 십시일반으로 갹출했고요. 아직 회비 제도를 정착하지 않았어요. 가시적인 성과를 낸 다음에 후원회도 만들고자 하는데, 사실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지난 7월 6일 창립한 무용협동조합연합회에서 10월에 ‘코리아댄스그랑프리’를 여는데 장르별로 수익금이 나오면 50%는 각 협동조합에, 50%는 연합회에 배분할 예정입니다. 현재 협동조합 재정에 대해서는 언급할 게 없어요. 이번에 남산국악당에서 공연을 올리려 할 때도 지인들과 저를 후원하는 몇몇 분들한테 협조 요청했었는데 공연계획이 취소되어서 무산됐습니다. 필요한 사안이 있으면 이사님들께 n분에 1을 요청하는데 다들 흔쾌히 승낙 하십니다. 일정 부분은 이사장의 개인적인 후원이나 후원 그룹을 활성화해서 공연을 하는 데 가급적 부족함이 없게끔 하는 정도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전통무용협동조합의 사업은 각 단체가 갹출해서 운영 중이고, 앞으로는 지원사업이라든지 후원회를 결성해서 운영 활동 폭을 넓힐 수 있는 걸 모색하고 계시는군요.
제가 생활예술교육을 생각했던 건 이를 통해서 큰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재정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부분 이라고 봅니다. 무용예술의 가치를 전달하고 확장하기 위해서 하는 시도이지만 이것이 켜켜이 쌓이면서 춤의 팬덤이 형성되기를 바랍니다. 이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해보려 합니다. 천천히 하나씩 세월의 흔적만큼 쌓아가려 합니다. 그러다 보면 큰 기반이 될 거예요. 다수의 팬이 있다면 협동조합이 힘을 받아서 무언가를 할 때 시스템의 순기능으로 재정적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 무용가도 협동조합에 참여할 수 있나요?
네. 선후배 무용가들이나 주변에 같이하고 싶다는 의중을 직간접적으로 전달 받은 경우도 있습니다만 지금은 숨 고르기를 하고 있어요. 언젠가 협동조합이 확장되겠지만 현재로선 의견 조율이 잘 돼야 합니다. 상호 간에 신뢰가 있어야 하지요. 열정을 갖고 하고 있는데 의견이 분분하면 추진력이 생기기 어렵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고요. 물론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것도 장점이 있을 수 있지요. 그러나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게 더 건강할 수 있다고 봅니다.
모든 협동조합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군요. 협동조합의 운영 여건상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수이다 보니 소규모더라도 우선은 의기투합을 할 수 있는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네, 향후에는 규모가 커지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 구축될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초기 단계이고 열악하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각자의 의견이 분분하면, 그야말로 협동조합의 단점만 노출될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숨 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2~3년 지나 많은 흔적을 남기게 된다면 이사들의 동의를 얻어 단체나 회원이 가입하고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환경이 되겠지요.
기틀을 마련해야 하는 이사장님의 역할이 막중하겠습니다.
임기가 4년인 이사장으로서 족적을 남겨야 하는 책무가 있습니다. 상당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우리가 열정으로 의기투합해 출발했지만,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습니다. 구조가 견고해지면 의견이 분분해도 그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바람직할 거라고 봅니다.
2018년부터 이사장을 맡고 계십니다. 말씀 중에 이사장님 임기가 4년이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내년까지 임기인가요?
공식 임기는 창립식 이후부터 임기가 시작이고 앞으로 2년이 남은 셈이죠, 단임제가 아니어서 연임할 수도 있지요.
이사장 선출 방식은 어떻게 되나요?
8명의 이사가 의견을 모아서 선출했습니다. 현재는 이사장, 7명의 이사, 감사, 사무국장이 있습니다. 전 어떤 사안이 있을 때 선조치하고 공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도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단체마다 바쁜 일정에 매번 회의를 못할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 급할 땐 전화로 의견을 교환합니다. 현재로서는 선 조치하고 후 공유 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야 추진력이 생깁니다.
2012년 발레STP협동조합, 2017년 현대무용협동조합 COOP-CODA가 설립됐고 대한민국전통무용협동조합의 경우 한국무용협동조합과 창립 시기가 비슷합니다. 다른 장르와 비견하여 대한민국전통무용협동조합만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4개 협동조합 외에도 무용 분야에서 사업자 등록을 하진 않았지만 협동조합으로 지칭해 활동하시는 단체들이 있어요. 전국적으로 많이 활동하시더라고요. 가장 먼저 출발한 발레SPT가 공연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고 인기도 굉장히 많습니다. 저는 춤예술의 한계, 가족잔치식의 공연 형태를 벗어나기 위해 대중성을 늘 외치고 있습니다. 다른 협동조합과 차별점 중 한 가지는 생활예술교육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공연 사업이 보이는 부분이라면, 생활예술교육은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내공을 쌓는 것이지요. 전통춤으로 생활예술교육을 하고자 하는 것이 다른 협동조합과 차별화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맞춤형 예술교육, 각자의 콘텐츠를 가지는 교육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지요. 단순히 작품을 준다는 개념이 아닙니다. 그것과는 큰 차이가 있어요. 이를테면 〈태평무〉를 그냥 알려주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이것은 기존의 방식이고, 제가 하고자 하는 건 자기만의 스토리를 가미하는 거예요. 난이도가 있는 예술교육이지요. 공연사업보다는 생활예술교육 사업이 우선입니다. 그 다음 스텝으로 여러 플랫폼을 통해 우리조합이 만든 전통춤의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을 설립한지 만 2년 됐습니다. 처음 생각하셨던 여러 목표가 있었을 텐데요. 지난 2년간 협동조합의 성과를 자평한다면 어떤가요?
아직 자평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전통무용협동조합이 어떤 공연을 하고 활동을 하는지 주변에 조금 알려졌다는 것이 자그마한 성과일 수 있습니다. 2년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기대했던 것보다는 미미하지요. 이런 시기에 구조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충분히 구상했던 것을 펼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2년 동안 조합이 잘 유지됐다는 것도 실적인 거 같아요. 나름 우리 조합을 알리게 된 시간도 있었고,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합니다.
운영하면서 큰 애로점을 무엇이었나요?
전통춤은 특성상 MR로 공연했을 때와 라이브 악단과 같이했을 때 전달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저희는 최소 삼현육각에 맞춰 라이브 음악으로 공연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창립공연, 서울무용제 협동조합 페스티벌 때도 라이브 악단을 섭외 했습니다. 최소한의 친분으로 섭외하더라도 소정의 출연료, 음악비가 지출되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기존 춤보다는 새롭게 뭔가를 구현하고 싶은데 재정적인 상황에 부딪힐 때 어렵습니다.
대한민국전통무용협동조합 KTDC 김진원 이사장 ⓒ춤웹진 |
얼마 전 4개 협동조합이 모여 무용협동조합연합회를 창립했습니다. 초대 회장을 맡은 이사장님께 연합회에 대한 말씀도 듣고 싶습니다.
무용협동조합연합회는 ‘전환 무용’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겠다는 것이지요. 현장 예술가들이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느끼면서도 무용예술 하나만을 바라보고 왔잖아요. 연합회는 이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를 중심으로 무용 생태계가 형성되고 제도가 구축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현실과 괴리감이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대학 무용을 중심으로 활성화됐던 시절이 오랫동안 있었잖아요. 대학, 학교교육 나름의 영역이 있는 것이고, 현장에서는 현장 예술가로서 성장하고 나아가야 하는데, 현상황으로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 것이지요. 다양한 정책과 지원제도가 있겠지만 한마디로 전환 무용, 건강한 생태계로 재구축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연합회가 출발하게 된 배경입니다. 현장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35단체가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고요.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초대 회장으로서 어떤 활동계획, 포부를 갖고 이끌어갈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얼마 전 양천구의 협조를 받아 양천문화회관에서 창립식을 했습니다. 그때 화환을 받지 않고 쌀을 기부 받았어요. 소외계층에게 쌀 기부 전달식도 했습니다. 여전히 예술을 위한 예술, 예술가를 위한 예술인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예술가들을 위해서만 하는 일방적인 예술보다는 대중과의 소통과 공감을 추구했으면 합니다. 예술은 시대적인 정체성을 심어주고 우리사회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앞서가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예술의 공공재로써의 사회적 기능의 일부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무용협동조합연합회는 시민들과 함께 공감하고 호흡하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두었으면 합니다. 대중을 무대에 올리는 작업, 우리는 무대 밖으로 나가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결국엔 공감하고 소통하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계획하고 있나요?
10월에 코리아댄스그랑프리 콩쿠르를 엽니다. 여타 콩쿠르와 다른 점이라면, 대회에 어떤 상이 있는지 보고 출전하는 것이 대부분이겠습니다만 우리는 그런 걸 지향하지 않습니다. 수상 훈격 개념보다는 수상자들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다시 한번 제공하고 무대에서 느끼는 만족감을 충족시켜주고 싶어요.
11월 첫째 주에 양천문화회관대극장에서 ‘CAD Dance Festival’이 열립니다. 축제 첫날에 ‘New Wave Stage’라는 타이틀로 그들이 무대에 서고, 2일과 3일 차에는 4개의 협동조합이 공연하는 계획이 11월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한 무대에서 4개 장르가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할 겁니다. 또 전국 투어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익 창출이 우선이 아니므로 특정 지역으로 제한하지 않고 전국을 다니면서 춤예술의 가치를 공유해나가는 것도 주력 사업 중 하나입니다.
콩쿠르 자체도 축제의 형태를 띠고 있나요?
축제의 일환으로 가야겠지요. 올해는 첫 회이고 실현되기 힘들어요. 대관이나 현실적인 조건이 맞아야 하잖아요. 하지만 ‘CAD Dance Festival’이라 해서 그 안에 콩쿠르를 포함하는 모양새를 가져갈 거예요. 더불어 양천구 야외무대 공연도 겸해서 기획하고 있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기존의 무대가 아닌 열린 무대, 참여할 수 있는 무대 형식으로 만들어 가려 합니다.
협동조합이 나아갈 길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좋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텐데, 그것은 외적인 부분이고 서로 나누면서 할 수 있는 방식을 만드는 게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 사업마다 대중 친화적으로 간다고 말씀드렸는데 실행에 옮기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무용협동조합연합회는 다양한 장르의 춤을 특화시켜 나아갈 것입니다.
대한민국전통무용협동조합과 무용협동조합연합회의 오늘과 내일을 그려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을 갖고 성원하겠습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감사드립니다.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