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 일 시
- 2020년 10월 10일 오후 2시
-
- 장 소
- 카페 브라하(서울 방배동)
김재덕 ⓒ춤웹진 |
김인아: 코로나19 재난에서 춤계 안부를 묻는 기획 인터뷰 ‘코로나 길찾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모던테이블의 김재덕 안무가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해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김재덕: 4월부터 집에서 음악 만드는 일에 집중했는데 다행히 이번에 공부가 됐어요. 믹스와 엔지니어링 쪽을 잠시 배우기도 하고 마스터링까지 좀 더 좋은 퀄리티로 끝내는 걸 공부하면서 싱글 앨범을 계속 발매했습니다. 저에게 맞는 사진과 영상작업을 하는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좋은 분을 만나게 됐고요. 제가 만든 음악을 들려주면 그 분이 이미지를 추출해 뮤직비디오로 만드는 작업을 했어요. 제주도에서 촬영해서 영상 5개를 만들었죠. 이 작업을 하는 사이에 공연이 재개되나 싶더니 또 취소돼서 연습과 훈련을 계속했어요. 요즘은 몇 개 공연이 이뤄졌는데 ‘고양국제무용제’와 ‘2020 대한민국 문화의달 파주 공연’은 극장에서 촬영한 영상을 중계했고, 광주에선 거리공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앨범 얘기를 먼저 해볼까요? 무용음악을 직접 만드신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올해는 앨범을 내고 음원사이트에서도 들을 수 있게 됐어요. 작곡하신 음악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연초에 ‘No Name’이라는 경음악 앨범을 냈고, 가사 있는 곡도 만들어서 9월엔 ‘CHILL’이라는 앨범을 발매했어요. 〈아르케(Arche)〉 〈Fall〉 〈현대무용가〉라는 곡을 포함해 8곡이 들어간 반상업적인 앨범이에요. ‘현대무용가’로 음악을 검색해보니까 전세계에 딱 한 개 있더라고요. 이전까진 가사 있는 곡을 만든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 곡들엔 인디스러운 창법과 추상적인 가사들이 있죠. 동시에 앨범들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어요. 저에게 뮤직비디오는 곧 댄스 필름이거든요. 유니크하게 내가 가진 춤 스타일을 이용해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곡마다 다르게 표현했어요. 그리고 다섯 곡의 싱글앨범 〈아리랑〉 〈EX(엑스)〉 〈Middle of range(중용)〉 〈Écrits(에크리)〉 〈IN(인)〉을 만들었어요. 뮤직비디오는 방문수라는 배우이자 사진 찍는 형과 함께 작업했습니다. 제주도에 계시는데 올해 ‘제주국제즉흥춤축제’에서 솔로를 했을 때 그 분을 만났어요. 찍은 사진을 봤는데 내가 찾던 사람이더라고요. 그런 사진을 좋아했어요. 내 색깔을 잘 나타내줄 사람이었죠. 그렇게 음원을 발매하고 뮤직비디오로도 선보이게 됐어요. (음원 플레이리스트: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0pEUBNsUa6qpdV_iZrciT0bWFsONCScC)
김재덕 〈Fall〉 |
SNS에서 발매 소식을 접하고 검색해서 들어봤어요. 음원사이트에서 뮤지션 ‘김재덕’의 곡이 다수 리스트업 되어있어 무척 반갑더군요. 앨범을 발매하는 과정에서 많은 경험을 했을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를 음원사이트에 올리려면 방송 심의를 거쳐야 해요. 심의 통과료가 있고 그걸 대행해주는 곳이 있더라고요. 한 곡당 몇만 원을 지불하면 엠넷(Mnet) 로고를 받는데 그 로고를 뮤직비디오가 처음 시작할 때 3~5초간 띄워요. 전체관람가면 안 해도 되고 15세 이상 관람이면 노란색으로 꼭 붙여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온라인 사이트에 올릴 수 있더라고요.
사실 무용가들이 제 음악을 많이 쓴다고 들었고 가끔은 이메일로 음악을 사용해도 되는지 연락 와요. 특히 한국무용 쪽에서 연락이 많이 옵니다. 그분들은 예의 있게 연락을 해주신 건데, 사실 전 모든 무용가가 무료로 사용했으면 좋겠어요. 괜찮거든요. 따로 연락을 주셔서 감사한데, 무용인들이 부담 안 가지셔도 될 거 같아요. 어쨌든 이번에 음악을 많이 만들었네요(웃음).
또 재밌는 건 ‘CHILL’이라는 앨범이요. 일반 대중들이 듣기엔 난해한 곡일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지니뮤직 매거진에서 오픈 메인에 올라갔었어요. 이벤트 경품을 잘하고 캐릭터가 괜찮으면 메인으로 올려주더라고요. 현대무용가가 음악을 하고, 경품으로 〈다크니스 품바〉 굿즈 10개를 올렸는데 괜찮아 보였나 봐요. 그래서 95명 정도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나쁘지 않더라고요. 물론 경품 이벤트를 위한 것이지만 음악에 대한 표현을 대중들에게 들으니까 재밌었어요.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
요즘은 작업하는 음악은 어떤 건가요?
일렉트로니카 음악에 꽂혀서 그쪽으로 하고 있어요. 예전엔 경음악들, 피아 스트링 위주였는데 요즘은 일렉트로니카 쪽이 흥미로워요. 우리가 듣는 트랜스나 테크노 음악이 아니고, 그 악기로 다르게 표현하는 게 재밌는 거죠. 최근 싱글앨범 5곡은 일렉트로니카 악기로 표현한 거예요. 거기에 살짝 징소리나 북소리를 넣어 섞었을 때 나는 느낌들이 흥미롭습니다.
요즘 K-pop도 공부하고 있어요. K-pop 코드와 화성이 듣기 좋아요. 어느 정도 기본기를 다지고 팝적인 작품도 짜보고 싶어요. 코드를 이용해서 팝 음악을 만들고, 순수예술춤의 동작을 더하면 그것도 새로운 시도가 될 것 같아요. 앞서가고자 하는 예술가들에게 인정받는 음악을 하면서도 반대로 전혀 모르는 친구들에게도 맞출 수 있어야 하잖아요. 이번에 그런 분들에게 맞춘 음악을 한두 곡 정도 만들어보려 해요.
올해 발매된 앨범만도 여러 개, 뮤지션으로서 새로운 작업을 시도했어요. 코로나 위기를 기회 삼아 활동 영역을 확장한 것 같아요.
원래는 안 그랬는데 이번에 시간이 많고 집에서 할 게 없으니까 음악을 많이 만들게 됐죠. 관심 있는 음악의 스타일이 있으니 계속 만들게 되더라고요. 목표가 생기고 재밌으니까요. 배우자이자 동료인 김보라님이 그랬어요. 주위 사람 중 코로나 시기에 제가 제일 이룬 게 많다고요(웃음). 많이 만들어내니 대중도 들어주시고요.
모던테이블〈Breathing AttackⅡ〉 ⓒAejin Kwoun |
그동안 국내외로 왕성한 활동을 해왔잖아요. 이번에 취소되거나 연기된 공연도 상당할 것으로 생각되네요.
1월에 싱가포르에 있었어요. 싱가포르에서 서서히 코로나 얘기가 들려왔는데 메르스 때처럼 금방 지나갈 줄 알았죠. 6월에 싱가포르에서 하는 차이니스페스티벌에서 제가 T.H.E. Dance Company 디렉터 퀵쉬분(KuikSweeBoon)과 공동작업으로 한 시간 작품을 만들고 있었어요. 제 파트 작곡도 끝났고 6월에 다시 싱가포르에 가서 마무리 짓으려고 했죠.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결국 4월에 취소됐어요. 3월에는 에스토니아에서 김보라님과 같이 공연했고 〈Breathing AttackⅡ〉를 초연했어요. 비행기에서 방역할 때였는데, 한국으로 돌아온 다음부터는 모든 게 샷다운 됐죠. 3월에 마지막으로 해외를 다녀온 거예요.
이후 해외공연은 모두 취소됐어요. 4월 ‘페루 인터내셔널 댄스 페스티벌’, 8월 독일에서의 ‘탄츠메세’가 취소됐어요. 9월 쿠바 하바나에서 열리는 ‘인터내셔널 발레 페스티벌’에 〈다크니스 품바〉가 초청됐는데 그것도 취소됐고, 10월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리는 ‘체홉 페스티벌’도 마찬가지고요. 홍콩시립무용단에 가서 5월 한 달간 체류하면서 신작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하지 못했고 며칠 전에 내년에 진행한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내년 2월에 일본 ‘요코하마댄스컬렉션’을 초청받았는데, 쎄드라뻬 무용단의 알랭 플라텔(Alain Platel)과 제가 마스터피스로 선정돼서 공연과 렉쳐를 해요. 그것도 아직 모르겠어요. 계속 대화 중이예요. 다녀와서 2주간 격리를 해야하면 할 수 없거든요. 격리기간 때문에 할 수 없을 지도 모르겠어요.
매달 해외공연이 예정되어 있었군요. 국내 상황은 어땠나요? 9월에 LG아트센터에서 하려던 공연도 취소됐었는데요.
광주거리축제, 수원연극제 등 많은 공연이 취소됐어요. LG아트센터 공연은 8월에 코로나가 심해져서 할 수 없었고요. 다행히 내년 5월 7~8일로 연기됐죠. 사실 LG아트센터는 저와는 무관한 곳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저 자신을 인디로 생각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캐릭터나 색깔이 그곳과 상관없을 거로 생각했거든요. 초대를 받아 놀랍기도 했고 감사하고 좋았습니다. 회의 때 저희 작품을 모두 공부하고 오셔서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해외에서 했던 작품도 리서치하고 준비를 많이 해와 주셨더라고요. 〈속도〉를 해야 하는지 〈다크니스 품바〉를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죠. 〈속도〉가 비교적 최근 것이고 잘 다듬어진 느낌을 받으셨나 봐요. 〈다크니스 품바〉는 지난해 한달 동안 장기공연을 해서 다시 하는 것에 걱정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당시 무용계 외 일반관객수를 봤을 땐 아직 대중 앞에 나선 것도 아니라고 말씀드렸죠. 결국 〈다크니스 품바〉를 하기로 했고 김재덕을 보여주는 무언가를 더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시나위〉도 제안 받았어요. 솔로는 부담되긴 했지만, 그렇게 〈시나위〉와 〈다크니스 품바〉를 하려했던 거죠.
모던테이블 〈다크니스 품바〉 |
당장 공연활동이 없어지니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저희는 돈을 보고 무용을 하지 않아요. 두 가지, 국제 교류에서의 보람과 공연에서의 힐링으로 살아가죠. 해외에서 쌓은 경험이 배부르게 했고, 공연을 하면서 몸에 대한, 운동성에 대한 긍정성을 갖고 살아왔단 말이에요. 경제적인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해외교류가 끊기고 공연이 없어지니 긍정할 방법이 없더군요. 그런 점들이 힘들었어요.
모던테이블 대표이자 안무가로서 무용단 생활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대표로서는 힘들었어요. 3~4월에 많은 이들의 생각이 바뀌고 심리가 불안해졌잖아요. 그때쯤 무용단을 나가기로 선택한 친구도 있고 해서 내년이면 무용단 단원이 좀 빠져요. 새로운 단원들을 영입해야 해요. 요즘은 생각을 조금 내려놓고 있긴 한데 잘 헤쳐 나가야죠.
조금 힘들어도 무용단 출근 생활을 개인 작업과 병행해왔어요. 공연이 잘되면 용돈벌이도 됐었는데 요즘은 썰렁한 편입니다. 무용단에서 무조건 적극적으로 몸을 훈련하자고 했어요. 레퍼토리도 다시 한 번 짚어보고 언제 하게 될지 모르는 신작도 준비했죠.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금을 받았는데 올해 안에 발표하면 된다고 해서 12월로 생각하고 지금도 준비하는 중이에요. 쉬지 않고 연습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무용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보니 하게 되더라고요. 언제가 됐든 공연하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무용단은 여전히 출근제인가요?
네. 그대로예요. 월, 화, 목, 금 출근제예요. 예전에는 오전 11시~오후 5시까지 연습했어요. 오전 11시~오후 1시 컴퍼니 클래스, 1~2시 레퍼토리, 2~3까지 점심시간을 갖고 다시 3~5시까지 했었는데 지금은 의미가 없는 거 같더라고요. 지금은 빠른 점심 먹고 12~4시까지 쉬는 시간 없이 하고 있어요.
줄어든 스케줄도 연습 강도가 꽤 높아 보이네요.
다들 힘들어하긴 해요. 새로 온 단원도 순서를 일 년 동안 외워야 하더라고요. 이번에 가르쳐주는 시간이 생겼어요.
공연으로 많은 수익을 생기진 않았겠지만 그마저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단원들 급여도 지급해야 하고 민간단체로서 녹록치 않은 상황일 텐데요. 슬기롭게 대처하고 지내는 듯해요.
지원금 받은 것이 도움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단원들과 함께 웃고 땀 흘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걸 공부하듯이 나눠주고, 워크숍을 통해 새로운 메소드도 만들어보면서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 좋아요. 이번에 또 다른 즉흥 메소드를 만들고 있어요. 그것이 단원들 움직임에 도움이 돼요. 그렇게 뭔가 찾아서 해야 하겠더라고요. 버틴다고 하면 사람이 힘들어집니다. 저도 모르게 한 3주 전에 갑자기 삶이 무료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휴일에 집에 있는데, 순간 확 오더라고요. 사람들이 우울증에 많이 걸린다고들 하던데 그런 건가 싶었어요. 노력하는 삶을 살다가 또 다시 LG공연이 무산되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코로나에 대해 사회인으로서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있어요. 그렇지만 이제는 방역을 더욱 철저히 하고 조심해서 공연무대가 생겨야 할 거 같아요.
김재덕 〈시나위〉 ⓒ박상윤 |
공연 영상작업도 있었죠?
5월 ‘모다페’ 때 했어요. 소수의 관객이 있었고, 공연 실황중계도 병행됐고요. 마스크 때문에 관객들의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나름 즐기며 했어요. 문화의달 파주 공연은 촬영 후 편집 영상으로 송출돼요. 공연은 현장감, 생동감이 매력인데 무관중이라 스스로 미치기도 힘들고 텅 빈 공간에서 우리끼리 눈 마주치고 열심히 하는 상황이었죠. 문화의달파주 유튜브와 네이버TV에서 10월 중에 오픈된다고 해요. 원래 2회 공연인데 1회 공연에 해당하는 페이가 지급되고, 나머지 돈을 모아서 영상작업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강제 휴식의 시간에도 다양한 작업이 이뤄졌네요.
콘텐츠로 따지면 많이 했죠. 곡 하나가 올라가는 게 한 콘텐츠인데 계속하고 있었으니까요. 앨범커버를 누군가가 못 찍어줄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땐 셀프로 핸드폰으로 촬영해서 커버 만들기도 했어요. 기술을 습득해놓으니까 편하더라고요. 가내수공업으로 처음부터 끝까지(웃음) 오히려 기술을 습득한 거 같아요.
이번에 일주일 동안 제주도에 있다가 어제 왔어요. 방문수 감독님께서 영화제에 출품하고 싶다 해서 단편영화를 찍고 왔어요. 배우 서갑숙 선생님과 배우들이 무보수로 도와주셨죠. 한 씬을 위해 몇 컷을 찍는 영화 작업이 많은 공부가 됐어요. 재밌었어요.
코로나로 인한 새로운 흐름, 변동되는 상황이 있다면? 춤계에서 변화된 모습을 감지했다거나 주변의 모습은 어떤지 궁금해요.
온라인 속에서는 감지됐죠. 세계가 바뀐 듯 감지되고 있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고 보여주고 있지만 현장 무대를 기다리는 사람 역시 많아요. 저처럼 많은 사람들이 현장 무대를 기다리고 있는 거 같아요.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무용인들의 영상작업도 늘어났고 그 경험으로 장단점을 알게 됐어요. 지금은 영상작업을 접어두거나, 반대로 더 시도해보거나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 듯하고요.
네. 분명히 영상작업에 집중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음악과 무용이 같이 갔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치우치게 되진 않더라고요. 특히나 영상은 그런 거 같아요.
제주도 단편영화 촬영 현장 |
영상 분야에서 무용과 작업하려는 시도도 많아졌나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영상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움직임’을 선호해요. 방문수 감독님도 스스로 언어와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더군요. 그래서인지 이번 영화도 무언의 흑백 영화예요. 흑백은 필요한 하나의 색, 진한 색만 보이고 나머진 하얗게 보이잖아요. 그 포커스가 좋다는 이유로 흑백으로 제작했어요. 영화에서 전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농아에요. 말을 못 하는데 저와 마주하게 되는 다른 가족의 딸과 아버지도 말을 못 하죠. 표정이나 행동으로 소통해요. 수어를 쓰는 건 할아버지밖에 없어요. 사람들이 몸으로 연기한다고들 하잖아요. 정말 무브먼트로 이뤄져 있더라고요. 여러 앵글로 촬영하다 보니 같은 무브먼트를 짜여있는 대로 반복해야 했어요. 완성되면 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이에요.
뮤직비디오 〈아리랑〉도 방문수 감독님께서 한 건데 이미지를 잘 추출했어요. 사람들이 마스크 쓰고 다니는 신호등 거리에서 제가 천천히 춤추는 장면이 있어요. 그것도 그 형이 홍대 쪽에서 해보고 싶다 해서 한 건데, 마구 달려가서 신호등 중앙에서 췄죠. 제가 천천히 움직이고 사람들은 계속 지나가는 프레임, 그렇게 공간 이미지를 잘 묘사해줬어요.
무용 외 다양한 작업을 통해 자극받고 이후 안무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어떤가요?
네. 경험에 따르면 그럴 거 같아요. 여태까지 제가 보지 않던 방법에 관심을 두게 되더라고요. 몸에 집중하거나 내 몸의 미적 현상에 최대한 생명력을 불어넣었을 때 공간이 바뀐다고 생각했었는데, 공간과 함께 어우러지는 그림을 찾는 방법이 대단하더라고요. 대교를 밑에서 찍어서 입체적으로 보이게 한다거나 남들이 아무렇지 않게 보는 벽인데 마치 무대 세트 벽처럼 사용하기도 해요. 재밌었어요. 그리고 이번 단편영화의 인연으로 서갑숙 선생님께 제 뮤직비디오에 출연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특히 표정으로 하는 걸 말씀드렸죠. 조만간 함께 작업할 생각이에요.
코로나 재난에서도 스스로를 지탱하고 이겨낼 수 있는 비책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단원들 서로 사랑해요. 저의 캐스팅 기준은 그렇게 사람들을 보는 거예요. 서로 의지하고 지내는 무용단의 모습을 지향하고 있어요. 이번에 단원이 무용단을 그만둬야 할 거 같다고 말을 할 때 눈물 날 거 같더라고요. 또 어떤 단원은 본인에게 중요한 것이 있어서 그 일을 해야 할 거 같단 친구도 있었어요. 물론 끝까지 잡고 싶지만 강제로 할 순 없죠. 제 마음이 충분히 전달됐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이들이 떠나면 무용단이 비워지는데 그 생각 때문에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어요. 며칠 동안 집 안에 있으면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문득 힘든 티도 안 내고 옆에 있는 단원들을 생각하니 그게 또 복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대로 가면 되는 거다, 그렇게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게 됐어요. 대표로서 제일 힘든 건 단원이 없어지는 거죠. 그래도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면 힘든 게 없어지더라고요. 주위에 누가 있는지를 생각하고 춤이 지니고 있는,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는 가치를 어떻게 개화해야 할까를 생각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요즘은 단원들과 그래도 움직이고 나니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움직임이라는 건 너무 신기해서 땀을 흘리면 다시 편안해지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거든요. 곁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면서, 지금을 잘 지내려고 해요.
움직임이 주는 긍정의 가치를 믿고 무대에서 관객과 직접 대면할 그날을 위해 숨고르기 하며 활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앞으로 더 크고 높게 도약할 모던테이블의 행보를 응원합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감사드립니다.
정리: 이슬기 <춤웹진> 인턴기자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