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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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시
- 2020년 8월 14일(금) 오후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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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소
- 대학로예술극장 씨어터 카페
오!마이라이프무브먼트씨어터 밝넝쿨 ⓒ춤웹진 |
김인아: 〈춤웹진〉 기획 인터뷰 ‘코로나 길찾기’에서 오!마이라이프무브먼트씨어터를 이끄는 밝넝쿨 안무가를 모셨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상반기 공연 취소와 잠정연기가 잇달았는데요, 활동이 제한되어 어려움을 겪진 않으셨나요?
밝넝쿨: 저희 공연도 모두 연기됐었어요. 공연할 수 없으니 어려운 것은 맞지만 큰 틀에서 보면 무용 장르가 그나마 데미지가 덜 한 거 같아요. 같은 공연예술이라 해도 자본을 들여 제작하고 티켓 수익으로 운영하는 연극이나 뮤지컬은 타격이 컸어요. 실제 생계와 직결된 거고요. 물론 무용 단체들 중 큰 피해가 있는 단체들도 있겠지만 몇 몇 단체들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단체들이 지원금에 의존하는 작업이 많아요. 지원사업에 의한 공연이 90% 이상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코로나를 겪으며 상당수 무용공연이 잠정 연기됐기 때문에 시기가 늦춰진다 해도 결국 공연하게 될 거라고 봐요. 지금 해야 하는 걸 나중에 몰아서 하니 일정상 빡빡해지겠죠. 영상작업으로 대체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국내 무용계는 공연을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가 아니잖아요. 티켓 수익으로 춤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이 타장르에 비해 덜하죠.
오!마이라이프무브먼트씨어터는 성수아트홀 상주단체로서 공연활동도 적지 않은데요, 미뤄진 공연은 언제 다시 볼 수 있나요?
상주 단체로서 계획된 공연은 해야 하는데 최대 내년 초까지 공연하는 것으로 열어줬어요. 원래대로라면 11월엔 닫아야 하는데 코로나가 장기화되다 보니 내년 초까지 공연하는 것으로 했죠. 연말이 바빠질 것 같아요.
코로나가 안정된다는 전제하에 하반기 공연 상당히 많아질 것 같아요. 축제가 겹쳐 있는 가을시즌처럼 공연이 증가할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당황스러운 전개가 있을 수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오는 공황이 있겠죠. 공연하는 입장에서는 몰아서 하는 게 물론 힘들겠지만 결국 적응해야 해요. 앞서 언급했듯이 시각을 넓히면 무용은 다른 장르에 비해 나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대중을 상대로 티켓 수익을 올리는 장르에 비해서 말이죠. 지원금에 의존하는 무용 생태계는 냉정하게 보면 그렇게까지 타격이 있진 않은 거예요. 이런 상황을 겪어보지 못해서 많이 혼란스럽고 분명 힘든 부분이 있겠지만 어쩌면 무용은 치열하게 생존해야 하는 장르에 비해 좀 더 안전한 시스템에 있던 게 아니었나 생각해요.
경제생활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주변 상황들을 짚어주셔도 좋겠어요.
무용계에서 워크숍과 교육으로 생활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그 부분엔 확실히 타격이 있어요. 앞의 질문과 다른 맥락으로 실제 생계 절벽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런 부분에 의존하는 분들은 현재 많이 힘들 것 같아요. 저로선 비슷한 거 같아요. 학원을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워크숍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아니다 보니 크게 예전과 다르지는 않는 것 같아요. 공연예술 맥락에서 얘기하면 크게 돈을 버는 수단으로 공연을 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지원금을 받아서 공연하고 그 지원금은 작품을 위해서 쓰이는 건데 결국은 생계와 직결되지 않았던 부분이거든요.
다만, 무용수들은 공연 취소․연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아무래도 다수 공연하면서 출연료를 받는 무용수들은 어려움이 많죠. 실제로 제가 알고 있는 몇몇 무용수, 저랑 작업하는 무용수들도 다른 공연이 연기돼서 힘들다고 얘기하더라고요. 무용 생태계에서 세부적으로 어떤 포지션에서 있느냐에 따라 어려움은 들쑥날쑥한 거 같아요. 공연이 줄어들다보니 SNS에서 오디션 모집 글을 보면 무용수들이 많이 몰리더라고요. 하반기엔 반대가 될 것 같아요.
하반기에는 많아진 공연 때문에 무용수가 없는 공황 상태에 빠질 수도 있겠어요. 말씀 가운데 지원금에 의존하는 공연활동이 대다수라고 하셨는데요, 소수이지만 지원금과 별개로 독자적인 작품활동을 이어가는 무용인들은 어떤 위기에 처해있는지요?
초청받아 투어 공연하는 민간단체가 있지만 그리 많지 않아요. 있더라도 몇 몇 큰 단체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투어를 하더라도 사실 엄청난 돈을 받고 하지 않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요. 국제교류도 공연료를 많이 받지 않거든요. 특별한 경우는 제외하고 민간단체들은 거의 공연료라고 보기 어려운 돈을 받는 걸로 알고 있어요. 어떤 단체들은 많이 받을 수도 있겠지만 대개 적은 금액인 것 같아요. 이쪽에서 가면 그쪽에서 오고, 이런 교류의 방식이 많으니까요. 어려운 얘긴데 무용이 그런 열악한 상황인 거 같아요. 그 외에 작품을 판매하는 단체들, 활발하게 하는 팀들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춤계가 계속 열악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코로나와 같은 위기 상황을 체감하는 정도도 낮겠군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보다 정확하게 무용생태계를 진단할 필요가 있어요.
네. 상대적으로 큰 규모 단체들이 타격을 많이 받았어요. 자체적으로 티켓 수익을 올리는 단체들은 올해 큰일이 난 거죠. 예를 들어 태양의 서커스도 3,500명을 해고하고 파산했잖아요. 티켓 수익으로 운영해온 몸집이 큰 단체일수록 리스크가 컸던 것 같아요. 하지만 몇 몇 단체들을 제외하고 냉정하게 보면 정말 많이 힘들어졌나? 라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다는 거죠.
무용계에 어려움이 적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거든요. 그만큼 대중과 소통하는 길이 좁고 대개 지원금에 의존한다는 거니까요. 저도 제도권 중심에서 지원금의 수혜를 입는 상주단체를 운영하다 보니 아이러니한데 벗어나는 게 어려워요. 이런 상황이 코로나로 인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거 같아요. 춤계 현주소가 신랄하게 드러나는 거죠. 한 번 더 고민해야 해요. 예전부터 중요한 화두이기도 하고요. 항상 얘기했지만, 무용생태계, 사회적 환경, 현주소를 정확히 진단해야 해요. 코로나 때문에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왜 우리가 이정도 밖에 안 힘들지’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한편으론, 여기저기 힘들다고 하는 사회 분위기가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것도 있는 거 같아요. 공연예술이 힘드니 무용도 힘들고 나는 무용하는 사람이니깐 어렵다고, 이렇게 단순 치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죠. 물론 단순히 생계의 문제만을 어렵다고 하는 건 아니겠죠. 공연예술이라는 현장성을 가진, 현장성이 다인 장르의 성격이 그럴 수 있는데 이제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마이라이프무브먼트씨어터 밝넝쿨 ⓒ춤웹진 |
흐름에 동화되기보다는 현재를 직시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란 생각이 들어요. 공연을 못하게 되면서 저마다 새로운 방식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있었어요. 영상작업을 하기도 하고 리서치를 하며 다음을 준비하기도 하고요. 공연 활동이나 생활에서 새로운 방식을 찾았는지 궁금해요. 주변에서 감지된 것도요.
저는 공연예술의 대안이 없다고 봐요. 대안이 나오기 쉽지 않을 구조인 거 같고요. 무대에서 함께 호흡하는 공연예술의 미덕이 있는데 그것이 현재 공연예술의 발목을 잡는 거 같긴 해요. 지금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마치 상류에서 배를 타고 내려오다 폭포 바로 앞, 속도가 몇 배 세지면서 낙하하는 지점에 있는 것 같아요. 빠르게 변화하는 시점인데도 대안은 내놓을 수 없고 그 누구도 대안이 없기 때문에 결국 뒤처져서 대처밖에 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대처하는 것으로는 대안을 가질 수 없어요. 상류에 있었던 예전에는 대처만으로도 가능했지만 급류에 휩싸이다 보면 대처로는 변화를 따라잡기 역부족이죠. 그러다 보면 폭포에 떨어지고 말거에요. 느린 속도에서는 얼추 맞춰갈 수 있었지만, 이젠 대안과 계획이 필요하다고 봐요.
영상이 언택트 대안으로 떠올랐는데요. 안무가님도 최근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에서 영상작업을 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어떠셨나요?
아시테지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코로나에 빨리 대처한 것 같아요. 내부적으로 치열하고 발 빠르게 움직였고 먼저 시행착오를 겪고 나아가려는 노력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더더욱 영상을 잘 찍어보고 싶었어요. 결과물은 8월에 유튜브, 네이버TV 등에서 여러 차례 송출된다고 해요.
영상작업을 하다가 느낀 점이 많아요. 넓게 봤을 때 너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잘 만들려고 할수록 기존 영상매체에 힘없이 무너지는 느낌이랄까, 초췌해지는 느낌이었어요. 물론 이렇게 시작하고 시도해볼 수 있겠죠. 그러나 이미 예술의 틀로 잘 만들어진 영화나 다른 매체가 있기 때문에 그것들과 경쟁하는 건 힘들다고 봐요.
기록용으로 만들 때는 아무 상관이 없었어요. 웰메이드 영상으로 발전시키려다 보니 부딪히는 거죠. 결국 전체 사회 구조에서 공연이라는 매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묻게 되요. 태양의 서커스가 유료 영상을 만드는데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해 영화 찍는 수준이잖아요. 우리는 기존 자본 안에서 쫓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그간 공연예술은 없으면 없는 대로 소소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런데 영상은 아니에요. 자본이 없으면 아예 불가능하죠. 공연예술이 영상으로 뭔가를 해본다는 건 밑천이 드러나는 거예요. 계란으로 바위 깨기이고 떨어질 거 각오하고 전진하는 거죠. 노력은 훌륭하지만 안 되는 싸움을 열심히 하는 게 있는 거 같아요.
기존의 공연예술 구조로 영상을 한다는 건 어려운 얘기에요. 공연예술 구조가 바뀌어서 독립적인 다른 장르가 생겨야 해요. 영상은 공연예술보다 훨씬 더 큰 매체예요. 간판을 갈아야 해요. 내부구조를 조정해야 하고 시스템을 다 바꿔야 하고 다른 공연예술이 돼야 해요. 그래야 영상과 함께 했을 때 독립적일 수 있죠. 어떻게 하면 구조가 바뀔 수 있는가는 거대한 얘기지요. 무용계 전체를 다른 시각으로 개혁해야 하는 얘기일 수도 있어요. 이 얘기를 코로나가 같이 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코로나 상황에서 춤은 다른 공연예술 장르에 비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영상을 받아들였다고 느꼈어요. 물론, 말씀하신 함께 호흡하는 공연예술의 미덕이나 현장감이 오롯이 전달되지 않고 관람 몰입감도 떨어지는 등 여러 난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장르 특성상 영상 매개의 이점도 있고, 영상작업에 대한 열망도 있다고 생각해요.
열린 자세는 중요해 보여요. 저희는 아시테지에서 〈공상물리적 춤〉을 선보였는데 다른 연극 단체들이 힘들어했던 것에 비하면 수월한 편이었어요. 〈공상물리적 춤〉의 안무는 2분짜리 솔로, 30개가 계속 연결되는 콘셉트예요. 1분 30초, 그다음 2분 30초 이런 짧은 춤을 독립적으로 제작한 다음에 큰 그림으로 묶는 것으로 작업했거든요. 그런 구조라 언제든 해체될 수도 있죠. 교육 영상을 따로 제작하는데 다른 팀은 어떻게 잘라야 할지 난감해 했어요.
요즘 영상이 짧아지잖아요. 예를 들면 ‘큐브’라고 그건 10분 이상 되는 영화는 못 올라와요. 유튜브는 5~7분, 길면 10분의 영상이에요. 유행에 앞선 콘텐츠는 3분 정도인데, 동공이 머물러 있는 시간으로 지금 시대의 시간인 거죠. 10년 전에는 30분짜리 영상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3분도 길다고 생각해요. 영상에 맞춰 콘텐츠가 쪼개지고 짧아지고 있어요. 이렇게 생각하면 춤 공연의 안무가 달라져야 해요. 공연예술에 최적화된 시간은 50분~60분이죠. 영상으로 가면 기준을 다르게 해서 3분짜리 무용 공연이 있어야 할 거에요.
춤은 추상성의 최전선에 있는 장르예요. 안무가께서 말씀하셨던 쪼개지고 짧아지고 임팩트 있는 효과를 드러내는 것에 적합한 대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네. 가능성이 있을 거 같아요. 그럼에도 예전에 했던 작업에 헤어나지 못하면 어려운 일이죠. 환경을 수용하고 태세 변환이 필요해요. 새로운 방식과 관점으로 무용을 짜야할 것 같아요. 넷플릭스가 영화의 흐름을 바꿔놓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듯이 무용도 바깥의 자극을 받으면 어떨까 생각해요.
미궁 속으로 빠지는 건 춤에서의 ‘몸’이에요. 개인적으로 스트레스인데,(웃음) 기존의 체계로는 어려울 거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을 버릴 수 없는 거예요. 몸을 다뤄왔던 사람이니까요. 모순이죠. 한 번씩 몸을 버리는 작업도 시도해보지만 한 번에 넘어가는 게 잘 안 돼요. 저한테 계속 혼란이 있고 확 넘어가지도 못하고 지키게 돼요. 이게 맞다고 밀어붙일 배짱도 없고 혼란스러워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어떻게 하면 시대에 흐름에 맞게 달라질 수 있느냐인데, 그런 식으로 조금씩 작업을 변화시켜보는 게 최선이에요. 당장 유튜브를 할 수도 없고 콘텐츠도 없고 영상을 다룰 자본도 없고요. 그래서 개인적인 질문이 되는 거죠. 한국의 무용가로서 살아갈 때 대안은 없으니깐 어떻게 대처할지 스스로 물어봐요. 기존의 틀을 부수는 식의 자기만의 작업을 해보는 거죠.
그렇다면, 점차 필수로 여겨지는 영상작업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지금 영상이 아니면 방법이 없으니 어떻게든 찾아서 하는 상황이죠. 공연예술의 미덕은 관객과의 상호작용, 함께 호흡하는 것이지만 그런 것들이 없어지고 혼자 해야 해요. 무용수의 트레이닝 자체가 다시 정의돼야 한다는 거죠. 무용을 하는 구조 자체도 달라져야 해요. 리액션을 주고받는 식의 무용의 트레이닝이 아니라 정말로 유튜버들한테 강의를 받아야 할 수도 있어요. 달라진 환경에 바뀌는 것이 많아요.
그래서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해요. 기존 시스템이나 무용의 생태계, 구조를 등에 업고 가지 말고 독립적으로 찾아야 할 거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지인이 ‘이제 무용을 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제부터는 완전히 다른 챕터이기 때문에 ‘무용을 하지 않고 무용을 해야 한다’, 즉 기존의 체계 안에서 어렵고, 해석해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였어요. 기존 공연예술계의 체계를 가지고 해결책을 찾는 건 어렵고, 개인적인 걸로 질문을 돌려야 하는 거 같아요. 그래야 독자적으로 다양한 해법이 생겨날 수 있어요.
‘무용은 이렇게 해야 할 거 같아’라는 기존의 고정방식을 깨고 사고를 전환시키는 것이 우선이에요. 원래 생각하고 있던 무용이란 걸 확인해보는 시간으로 지금을 지내면 좋을 거 같아요.
9월에 예정되어 있는 ‘아르코 파트너’에서의 〈부앙부앙〉을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9월 5~6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예정된 공연은 인터뷰 이후 ‘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라 공연여부를 잠정 보류함)
일단 상주단체 공연은 후반으로 다 밀렸는데 영상으로 대안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한 영상은 피하려고 하고 있어요. 대안이 나왔을 때 혹은 대체 수준이 될 때 하고 싶어요. 아직 저의 작업이 영상을 하는 거에 관한 아이디어가 전혀 없거든요. 그냥 찍는 건 하기 싫고 그래서 극장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뒤로 공연을 미뤘던 것도 있어요. 대신 과정을 다르게 해보려고 해요.
〈부앙부앙〉 다른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올해 초만 해도 메소드를 만들고 완성해서 전달하고 그걸 무용수들이 자기화해서 하나의 큰 작품을 만들어냈어요. 지금은 저의 메소드를 하는 게 아니라 무용수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석해봤으면 좋겠다고 제안하죠. 메소드를 주고 무용수들이 해석하는 공연을 하는 거예요. 〈공상물리적 춤〉은 사실 공연 제목이 아니라 저의 움직임 메소드 이름인데 작품 제목이 됐어요. 예전엔 메소드를 하나로 흡수했다면, 이제는 던져놓고 활용해 보라는 역방향의 작업을 하고 있어요. 연출과 큰 틀만 제안했고, 그 친구들이 공상물리적춤을 자유롭게 써서 자기의 ‘공상물리적 춤’이 되게 해보는 거죠. 무용수들이 어떻게 읽어내고 펼쳐내는지 보는 게 이 작업이에요.
큰 변화는 없어요. 아주 미세한 변화이지만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했을 때 다음 수가 생길 거 같아요. 정체되어 있기 보다는 조금씩 작업을 개혁해보고 있어요. 새로운 시도로 인해 우연히 생겨난 것들이 의외의 힘을 가질 때가 있죠. 물리학, 생물학에서도 실험하다가 실수로 인해 다르게 전개되고 주목을 받고 흐름이 되잖아요. 의외로 문명의 발달이 인간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들이라는 거죠. 그런 실수들이 생겨나는 환경이 필요한 것 같아요. 실수 없이 완고한 방식의 작업이라면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질 거예요. 어쩌면 실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작업일지도 몰라요.
오!마이라이프무브먼트씨어터 밝넝쿨 ⓒ춤웹진 |
코로나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던 나만의 비책이 있다면요?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개인이 함몰되어선 안 되죠. 사회에서 전하는 큰 희망의 메시지보다 개인적인 사소한 삶에서 비책을 찾게 되요. 저는 가족이에요. 소소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입장에선 그게 전부예요. 가족이 힘이 되요. 집에 가면 아이들이 있고요. 그렇게 극복하고 있어요. 작업하는 것과 개인이 행복한 건 다른 문제예요. 제도권 안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하고 싶을 때만 할 수도 없고 공연에 주도권을 갖기 어렵죠. 내가 하고 싶을 때만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작업을 많이 한다고 해서 행복한 것도, 적게 한다고 불행한 것도 아닌 것 같아요. 거기에서 변하지 않은 행복을 찾기란 어려워요.
코로나로 인해 수면 위로 드러난 무용생태계를 진단해본 의미 있는 인터뷰였습니다. 변화하는 새 시대에 맞춰 춤계의 노력이 절실함을 느낍니다. 밝넝쿨 안무가님의 영상작업과 최근 안무방식도 들을 수 있어 흥미로웠어요. 긴 시간동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정리: 이슬기 <춤웹진> 인턴기자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