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춤 사진작가 옥상훈
20년의 사진 기록, ‘공연이미지재단’의 출발점
  • 일    시
    2026년 6월 13일(토) 12:00
  • 장    소
    대학로예술극장 시어터광장
김인아_〈춤웹진〉 기자

옥상훈 ⓒ춤웹진



김인아: ‘옥상훈의 ~타기 : 현 단계 한국 무용의 단면들 I’ 출간 후 한 달 정도 됐네요.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고 계시는 듯합니다. 출간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옥상훈: 여러분들께서 관심 가져주시는 것 같아요. 감사히 여깁니다. 저는 처음부터 책을 만들려고 마음을 먹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2020년 5~6월 즈음 〈댄스포럼〉 윤대성 편집장님께 연락드리고 찾아갔죠. 고료는 필요 없고, 연재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무용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사진작가가 바라보는 관점으로 글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게 어느 정도 쌓이면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어요. 바로 “책을 내야지” 하고 글을 쓰면 글이 안 써지잖아요. 장치가 하나 필요하겠더라고요. 매달 마감이 있으면, 사진 작업 때문에 아무리 바빠도 글을 쓸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2020년 7월부터 연재를 시작했고, 지금도 계속 글을 쓰고 있습니다. 2024년쯤 책 출간 계획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출판사를 알아보다가, 책에도 나오지만 배혜리 기획자를 통해 ‘수류산방’이라는, 제 주제에 걸맞지 않은 출판사와 연결이 됐습니다. 수류산방이라는 출판사는 정체성이 확고하지 않거나, 출판사와 결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 진행을 하지 않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요. 처음에 저는 사진과 글을 넣어서 무용 감성 에세이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었는데 수류산방에서 저의 자료를 확인하고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주셨어요. 2000년대 초반 한국 무용 공연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겠다고요. 그렇게 아카이브 성격을 갖춘 책으로 1년 2개월 정도 작업을 거쳐서 출판하게 되었죠.



『옥상훈의 ~타기 : 현 단계 한국 무용의 단면들 I』/394쪽/수류산방



책에는 2006년부터 20년간 춤 현장에서 포착한 66편의 춤/움직임 장면들이 사진과 글로 담겨 있습니다. 1940년대생인 한국 창작춤의 거장 배정혜부터 1990년대생인 발레 안무가 안송은까지 세대별, 장르별 무용가와 단체, 춤축제를 아우르고 있더군요. 책에 담겨진 사진과 글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주시죠.
이 책에서 옥상훈이 돋보이지 않았으면 했어요. 글이나 제 사진보다, 그 안에 있는 무용가들과 춤이 더 돋보였으면 좋겠더라고요. 나아가 무용이 조금 더 대중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세대, 장르, 개인과 단체, 국적에 경계 짓지 않고 한국 무대에 오른 수많은 춤 작품을 다양하게 조명하고자 했어요. 특히 책 한권에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전통춤을 망라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은데, 전 장르를 다 찍어왔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었어요. 무엇보다 흥미로운 작품과 인물이 글의 주제가 되었죠.
예를 들어 크리스티앙 리조(Christian Rizzo)의 작품은 조명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지금도 조명이라고 하면 저는 그 작품밖에 생각이 안 날 정도예요. 직사광을 쓰지 않는 조명이었거든요. 집에서 햇살을 받고 있으면, 창문 모양 때문에 우연히 내가 그 빛 안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 있잖아요. 그런 느낌의 연출이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봤더니 빛을 판으로 반사시키는 간접조명 방식이더라고요.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크리스티앙 리조 〈사키난: 당신이 눈을 보호하면 할수록 더욱 다칠 것이다〉 ⓒ옥상훈



어떤 경우는 작품에 대해 쓴 게 아니라 무대 디자인에 대해 쓴 글도 있어요. 무대 디자인에 집중해서, 간단한 요소 하나가 작품의 질을 어떻게 올리는지를 쓴 거죠. 예를 들면 빗방울이 똑 떨어지는 느낌을 아크릴 막대기로 표현한 장면이 있었어요. 무대에서는 바위 하나, 돌멩이 하나, 종이 하나만 있어도 이야기가 되잖아요. 그런 작은 요소 하나가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김정미 〈우산 좀 씌워 주실래요?!〉 ⓒ옥상훈



김혜경이라는 독특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요. 호주에서 회색 토끼의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생긴 사회 문제를 바탕으로, 안무자의 엉뚱한 상상력이 어디까지 날아가는지를 썼어요. 토끼가 죽으면 달로 간다고 상상했을 때, 우리에게 달이라는 건 여러 의미가 있잖아요. 달동네도 인간이 하다하다 안 되면 올라가는 곳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런 것들을 연결해서 이야기한 거예요.



김혜경 〈토끼多다다〉 ⓒ옥상훈



김보람의 〈공존〉 같은 경우 흥미로운 사진이죠. 제가 잘 찍은 사진이라기보다, 함께 만든 사진이라는 점이 의미가 있어요. 드레스 리허설이라는 건 공연 직전에 하는 최종 점검이잖아요. 조명감독도 조명을 보고, 무대감독도 무대가 어떻게 들어가는지 보고, 실제 공연처럼 진행하면서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자리죠. 그때 사진작가가 무대 안으로 들어가 촬영한다는 건 작품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거든요. 이런 사진 한 장이 나오려면 무대감독과 여러 스태프들의 배려가 없으면 힘들어요. 그러니 같이 만든 사진인 거죠. 마침 작품 제목도 〈공존〉이었고요. 여러 가지가 맞아떨어졌어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공존〉 ⓒ옥상훈



춤추는 모습을 들여다보면 어떤 무용수는 혼자 다른 밀도 안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저는 춤을 이렇게 정의해요. “인간의 움직임으로 공간의 밀도를 변화시키는 행위.” 예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인간의 움직임으로 공간의 밀도를 바꾸는 행위가 춤이라고 생각해요. 그 관점에서 전통춤을 미켈란젤로의 이야기와 연결하기도 했어요. 미켈란젤로에게 누가 “어떻게 저렇게 예쁜 천사상을 조각했느냐”고 물었더니, 미켈란젤로가 “나는 천사상을 조각한 게 아니라 대리석 안에 있는 천사를 보았고, 그 천사를 꺼내기 위해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냈을 뿐”이라고 답했다죠. 전통춤에서 어떤 사람이 정확한 움직임과 호흡으로 공간의 밀도를 바꾼다는 건, 주변의 불필요한 밀도를 걷어내고 자기만의 밀도를 집어넣는 행위처럼 느껴졌고 이를 미켈란젤로의 이야기에 대입해봤어요.



손혜영 〈한영수류 태평무〉 중 다스름 사위. 미켈란젤로 효과의 완성을 보여준 완벽한 형태의 순간 ⓒ옥상훈



책 서두의 표현대로 ‘21세기의 첫 4분기 한국 춤계에서 채집된 단면들’이네요. 저는 그 기간과 단면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한편으로 이번 책에 담기지 않은 이야기도 많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네, 얼마 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제가 모두예술극장의 기획 공연을 계속 찍고 있거든요. 최근에 일본 극단 타이헨(TAIHEN)의 〈브레인(Brain)〉이라는 작품을 찍었어요. 김만리 선생님이 계신 단체죠. 재일교포라는 조건과 장애인이라는 조건 속에서, 일본 사회에서 장애인의 움직임과 예술을 위해 평생을 바친 분이세요. 모두예술극장 관계자가 타이헨 측과 메일을 주고받다가, 제 사진을 보고 그쪽에서 굉장히 놀랐다는 이야기를 전해줬어요. 그냥 잘 찍었다는 정도가 아니라 ‘지금까지 받아온 사진과는 다르다,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반응이었다고 해요. 제가 생각하는 춤의 정의가 인간의 움직임으로 공간의 밀도를 변화시키는 행위라고 했잖아요.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그분들은 정말 춤꾼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담아낼 수 있었고요. 책을 낸 것도 기뻤지만, 김만리라는 사람이 제 사진을 보고 그런 느낌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정말 감동이었고 인정받은 기분이랄까. 마치 “옥상훈, 너 그동안 제대로 찍고 있었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도 되”라는 말을 들은 것 같았죠.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로부터는 “작가님과 동시대에 살고 있어서 너무 고맙다”는 말씀도 들은 적 있는데, 그것도 뭉클했어요. 그러니까 제가 사진을 허투루 찍지 않고, 공연을 단순 기록으로 남기는 게 아니라 그 공연의 의미를 담아내려고 노력한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주는구나 싶었어요. 누가 알아줘서 좋다는 것보다 그런 노력이 보이는구나 싶어서 기뻤어요. 제가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공연을 담고 있다는 게요.
무용 사진을 찍을 때, 일반적으로 무용수만 예쁘게 찍으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종합예술의 관점에서 춤을 이해하고 싶었고, 그래서인지 “사진을 찍는다”보다 “공연을 담는다”는 표현을 많이 써왔어요. 그러려면 무대가 어떤지, 빛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무대 디자인은 왜 그렇게 되어 있는지, 이 무용수가 왜 상수에서 하수 쪽으로 이동하는지, 왜 그 위치에 있는지, 그 의미를 들여다봐야 하죠. 그렇게 공연을 담아내고자 노력해왔어요.



극단 타이헨 〈브레인〉, 모두예술극장 제공 ⓒ옥상훈



그래서인지 작가님의 결과물에 대해 “기록을 넘어 다음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듯 사라져가는 것의 속도와 여운까지 함께 남기는 ‘지속’의 사진, 순간을 붙드는 사진”이라는 표현이 책에 있더라고요. 공연을 담아내는 작가님의 노력에 의미를 부여한 평문이었어요.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공연을 담아낸다는 말은, 보이는 것을 찍는 것 같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는 것과 같아요. 세상의 모든 눈에 보이는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사진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눈에 보이지 않는 안무자의 의도를 보이게 만드는 일이라고요.
그리고 사진과 영상은 단순히 길게 찍느냐, 순간을 포착하느냐의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간을 다루는 방식이 다른 매체예요. 영상은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보여주지만, 사진은 한 장의 응축된 순간으로 전후의 상황을 상상하게 하죠. 그 순간을 통해 이전의 흐름도, 앞으로 이어질 움직임도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게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며칠 전에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사진과 영상은 찍는 스타일의 차이가 아니라, 시간을 다루는 방식의 차이구나 하고요. 저한테는 그 방식이 사진이 더 맞는 것이고요.

순간을 붙드는 사진을 만들어내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이랄까, 촬영 과정에서 지키는 작가님만의 원칙이 있을 듯합니다.
책 후기에도 넣었는데요. 제 원칙 중 하나는 연습을 꼭 봐야 한다는 거예요. 일단 작품을 보는 것도 있지만, 무용수들과 초면을 트는 것도 있어요. 생판 모르는 사람이 드레스 리허설 때 갑자기 무대 위에 올라오면 경계심이 생기잖아요. 연습 때 얼굴을 익히는 거죠. 그러면 드레스 리허설이나 테크 리허설 때는 구면이 되잖아요. 그게 좋더라고요.
그리고 공연 촬영이라 하면 드레스 리허설과 본공연 둘다 반드시 찍는 걸 고수합니다. 돈 때문에 드레스 리허설만 찍는다, 본공연만 찍는다, 이런 건 없어요. 드레스 리허설에서는 다양한 각도에서 찍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본공연에서 관객이 들어찼을 때 나오는 퍼포머들의 아우라는 드레스 리허설을 열 번 해도 나오지 않죠. 만족할만한 사진이 많지 않을 수 있지만, 드레스 리허설에는 없는 한두 장의 사진이 있어요. 그 사진을 건지는 거예요. 아까 말한 밀도가 응축된 사진이죠. 공연 사진은 결국 그 밀도를 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하나는 후보정을 많이 하지 않는 거예요. 찍을 때 잘 찍으면 후보정이 많이 필요 없어요. 저는 아직까지 RAW 파일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요. 그냥 JPG로 찍고 끝냅니다. 물론 보정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니에요. 제가 보정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건, 사진에서 시선을 빼앗는 요소를 없애는 거예요. 대표적으로 마킹 테이프 같은 거죠. 그 작은 마킹 테이프 하나가 사진에서는 눈에 크게 들어와요. 얼굴에서 귀걸이 같은 건데, 작지만 시선을 확 가져가잖아요. 사진을 보다 보면 결국 마지막에 시선이 마킹 테이프로 가요. 제가 작업한 사진에는 마킹 테이프가 없습니다. 만약 제 사진인데 마킹 테이프가 있다면, 그건 제가 작업해서 넘긴 사진이 아니라 B컷 그대로 쓴 사진일 가능성이 커요. 저는 그걸 정말 못 봅니다. 후보정은 최소화하되, 시선을 방해하는 건 지웁니다. 조명도 마찬가지예요. 조명 빛이 조화를 이룰 때는 괜찮지만, 무용수의 형태나 움직임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면 정리합니다. 정말 최소화하는 거죠.

사진작가들이 공연 연습까지 찾아가는 경우가 일반적인가요?
저는 지금도 연습 보러 오는 사진작가는 저밖에 못 봤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20년 전에도 들었는데, 지금도 들어요. 그런데 솔직히 씁쓸해요. 이게 행사 사진도 아니잖아요. 안무자나 예술가들이 몇 달, 길게는 1년, 2년을 준비해서 무대에 올리는 작품인데, 드레스 리허설 당일에 딱 가서 작품이 뭔지도 모르고 사진을 찍는다는 게, 제 기준에서는 잘 이해가 안 돼요. 물론 그렇게 해도 사진이 잘 나오면 다행이죠. 그런데 저는 그렇게 해서 잘 찍을 자신이 없어요. 무용가들이 돈을 주고 사진을 찍는 데는 이유가 있잖아요. 최소한 돈값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직업윤리를 지키고 싶어요.

작가님은 무대 위에 맨발로 올라가 촬영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무용수 입장에서는 사진을 찍힌다는 느낌보다 함께 하는 퍼포머처럼 느낄 수 있겠어요.
처음에는 미안해서였어요. 무용수들이 무대 바닥에서 구르고 뒹굴잖아요. 그런데 제가 신발을 신고 올라가는 게 미안한 거예요. 그리고 무대라는 신성한 공간에 저도 올라가는 거잖아요. 그러면 그들과 동등한 입장으로 밟아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무용수들이 대부분 맨발로 움직이니까, 저도 맨발로 올라갑니다. 사진 찍는 사람이기보다, 저들을 담기 위해서는 저들과 같은 컨디션, 같은 상황 안에서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인간적으로도 그렇고요. 제가 신발을 신고 지나간 자리에 무용수들이 몸을 문대고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저는 그게 싫더라고요.

춤 사진작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도 듣고 싶어요.
원래 저는 기계공학을 전공했어요. 기계공학을 전공하면서도 음악을 되게 많이 들었고요. 제가 학교 다닐 때 나름 ‘범생’이어서 도서관에서 공부 참 열심히 했거든요. 경북대학교를 다녔는데, 도서관에 구관과 신관이 있었어요. 구관은 책을 열람하는 곳이고, 신관은 지하부터 4층까지 공부만 할 수 있는 열람실로 학생자치위원회가 관리를 했어요. 도서관을 계속 드나들다 보니까 그 위원회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도서관 학생위원회에 들어갔고, 1층 열람실장을 하다가 결국 위원장까지 했습니다. 그때 처음 알았어요. 내가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요. 그 위원회를 거쳐간 선배들이 있었는데, 그분들이 고시 공부를 하거나 이런저런 준비를 하다가 사무실에 쉬러오곤 했어요. 그러면서 친분이 생겼죠. 그중에 대구 MBC 방송작가를 하다가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누나가 있었어요. 그분이 저한테 “상훈아, 너는 음악 듣는 것도 좋아하고, 음악회도 많이 가고, 예술에 관심도 많고, 위원장 하는 걸 보니까 통솔력도 있는데… PD를 하면 정말 잘하겠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한 3일을 생각했어요. 그러고는 음악 방송을 만드는 PD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부모님을 설득하고 신문방송학과 부전공을 시작했죠. 신문방송학과에는 언론고시원이 있었어요. 법대에 고시원이 있듯이, 신문방송학과에도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장소가 있었거든요. 제가 기계공학부 역사상 처음으로 그 언론고시원에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준비를 하다가 제가 생각했던 언론과 현실의 언론이 참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는데 어떤 분이 저한테 “혹시 저널리즘이라는 말의 어원이 뭔지 아냐”면서 “저널리즘의 어원은 하루살이라는 뜻이다. 오늘의 사실이 내일의 거짓이 되어도 통용되는 곳이 언론이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저한테는 굉장히 충격이었어요. 내가 만드는 어떤 것이 내일의 거짓이 되어도 상관없어지는 게 싫더라고요. 그래서 언론 쪽은 아니다 싶었어요. 그렇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다시 고민하게 됐죠.
그때 제가 음악을 정말 많이 듣고 있었거든요. 사람이 음악을 듣다듣다 보면 가요, 팝, 재즈, 클래식 등등 여러 장르를 지나 제3세계 음악까지 가는 경우가 있어요. 인도, 남미 음악 같은 것들을 듣다가, 마침내 국악을 듣게 됐습니다. 갈 데까지 간 거죠. (웃음) 2002년에 학교 대강당에서 창작국악 콘서트가 있었는데, ‘그림’이라는 팀의 〈아침풍경〉이라는 곡에서 단소 소리가 나왔어요. 그 소리에 매료돼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국악을 찾아 듣기 시작했습니다. 국악을 하지는 못하지만 국악을 담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학교 근처 카페에서 열리는 살롱 음악회 같은 곳에도 매달 갔고, 그때 알게 된 국악인들과의 인연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국악 사진을 찍게 됐고, 국악 반주에 맞춰 춤을 추는 승무에 반하면서 춤 사진을 찍기 시작한 거죠.

원래 사진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건가요?
아니요. 그냥 음악을 좋아하는 학생이었어요. 사진은 로모 카메라 같은 토이 카메라로 찍기 시작한 지 1년도 안 됐을 때였어요. 필름을 넣어서 수동으로 찍는 거였죠. 제 첫 무용 사진은 니콘 FM2로 찍었습니다. 롤 필름을 감아서 찍고, 흑백 현상과 인화까지 제가 다 했어요. 암실에 들어가서 현상하고 인화까지 직접 한 사진입니다. 그 사진만 유일하게 흑백이에요. 흑백 필름이 주는 질감이 있잖아요. 디지털카메라에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질감이요. 감도 400짜리 필름을 1600으로 증감해서 찍었습니다. 빛이 없으니까 그렇게 해야 했죠. 지금 미러리스로 처음 사진을 시작한 사람들은 그 감각을 잘 모를 수도 있어요. 감도에 대한 개념, 노출에 대한 개념이 몸으로 익혀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거든요. 기초와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감각으로만 찍으면 결국 드러나게 되어 있어요.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한 번은 잡을 수 있어도, 계속 잡을 수는 없는 것처럼요.



작가의 첫 무용 사진. 김희경 ‘한국전통춤공연’ 중 〈이매방류 승무〉 ⓒ옥상훈



책에서는 ‘연출적 태도의 사진’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에 대한 서술이 있었어요. 작가 활동에 있어 어떤 전환점이 있었던 걸까요?
연출적 태도를 함양하고 싶어 중앙대학교 한국음악학과 대학원에 들어갔어요. 거기서 음악극 전공으로 공연연출을 공부했어요. 논문은 궁중정재로 썼고요. 춘앵전의 춤사위, 그 안에 나오는 화전태, 그 미소 하나 때문에 제가 여기까지 작업하게 된 거라고도 볼 수 있어요. 제가 춤 사진작가가 되고, 또 오랜 기간 지속할 수 있었던 것들은 일종의 나비효과처럼 작은 기회나 원인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죠.



국립남도국악원무용단, 최정윤 〈춘앵전 무산향 합설〉 중 화전태 동작에서 미롱 장면 ⓒ옥상훈



책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옥상훈의 ~타기 : 현 단계 한국 무용의 단면들 I’이라는 제목인데, 어떤 의미인가요?
책 제목은 수류산방에서 정했어요. ‘카메라로, 사진으로 무용을 타다’라는 의미와 함께 ‘지금까지 사진을 찍으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흐름을 타고 타서 이렇게 왔다’는 뜻도 있어요. 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사람은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직선으로 온 사람이 아니라 어떤 흐름을 타고 여기까지 온 사람이라고 보신 것 같아요. 기계공학과를 갔다가, 신문방송학과를 거치고, 지금은 사진을 찍고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인생의 흐름을 타고, 타고, 또 타고 온 거죠. 사람도 탔고, 사건도 탔고, 어떤 흐름도 탔고요. 제가 처음 만났던 세 명의 은인, 장유경 교수님, 윤미라 교수님, 안은미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제 인생이 여기까지 흘러오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흐름을 타고 여기까지 온 겁니다. 그래서 ‘~타기’라는 제목을 붙였어요.

작품 설명, 주석도 촘촘히 들어가 있고 디자인이나 종이 재질까지, 책에 많은 공이 들어갔다는 생각입니다.
제 글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작품 설명이나과 주석은 수류산방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했어요. 이 책에 나오는 공연 영상을 전부 다 찾아서 볼 정도로 열의를 갖고 책을 만들었죠.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에요. 집요함이 있어야 하죠. 1년 2개월 동안 작업했는데, 수류산방 역사상 최단 기간이라고 하더라고요. 보통은 최소 2년이 걸린대요. 책의 내용과 가치를 충분히 머금고, 자기 식대로 소화가 되어야 책을 내는데 그나마 제 책은 사진과 글이 이미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1년 2개월 만에 나온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훨씬 더 오래 걸렸을 거라고 하더군요.
내지만 해도 다섯 종류가 들어갔어요.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죠. 수류산방은 목숨 걸고 책을 만드는 것 같았어요. 그런 출판사에서 제 책을 냈다는 것이 굉장히 큰 의미예요. 앞으로 제 프로필에서 가장 큰 이력은 ‘수류산방에서 책을 낸 작가’가 될 것 같습니다(웃음). 그 정도로 이 출판사에 대한 신뢰와 가치를 높게 여기고 있어요.

제목의 ‘I’에서 앞으로도 꾸준히 책을 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이 책의 다음은 언제이고 어떤 모습일까요?
마찬가지로 출판사에서 지었는데 향후 계속 만들자는 뜻이겠죠. 제가 계속 글을 쓸 거니까요. 수류산방에서도 무용 책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다만 2권, 3권은 조금 더 라이트하게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1권에 많은 것을 담았으니까요. 지금도 글은 계속 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댑댄스프로젝트의 〈〉"Hello World";〉에 대해 썼어요. 2024년에 초연했을 때 봤는데, 작품이 너무 인상 깊었습니다. 제가 느낀 〈헬로월드〉는 딱 하나였어요. ‘디지털 노가다’. 그 한마디였습니다. 또 밝넝쿨의 〈공상 물리적 춤〉에 대해서도 글을 썼습니다. 넝쿨 씨와 한 시간 넘게 통화하면서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들었는데, 단순히 부모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춤이 아니더라고요. 아빠가 육아가 너무 힘드니까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춤을 추며 놀았고, 아이가 거기에 반응하면서 그 피드백으로 만들어진 춤이었어요. 그 안에는 아이에 대한 사랑도 있지만, 무용가인 아빠의 존재성도 있습니다. 이 두 세계가 공존하기 때문에 공상적이면서도 물리적인 춤이 탄생한 거죠. 다음에는 이지현 안무가의 〈닮은 닳은 인간〉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2019년 크리틱스초이스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이었는데, 제가 처음으로 “이 작품은 무조건 상을 받는다”고 말했던 작품이었어요. 경연에서는 섣불리 그런 말을 하기 조심스럽잖아요. 그런데 그때는 작품을 보고 바로 느꼈죠. 작품 제목 ‘닮은 닳은 인간’에 빗대어, 그 닮은 닳은 인간이 저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관객과 가장 닮아 있는 사람이잖아요.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고 찍는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동시에 공연계 안에서는 다른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닮은 닳은 인간’이라는 제목을 제 위치와 연결해 써보려고 해요.

한편으로, 책의 머리글에서 ‘이 선정의 기준을 무용계에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를 고심했다고 하던데….
사실 처음에는 그 부분 때문에 기획자들과 이야기하면서 고민 많이 했어요. 사람 중심으로 보면, 왜 나는 없나 생각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글을 쓴 건 대중이 없어요. 외국 작품도 있잖아요. 제가 외국 안무자들에게 잘 보일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냥 그 사람 작품을 봤고, 제가 느낀 게 있었고, 글까지 쓸 정도의 감각이 왔기 때문에 쓴 거예요. 책에 나온 사람들 중에는 대화도 거의 안 해본 분들이 많아요. SPAF였기 때문에 찍었고, 창작산실이었기 때문에 찍은 경우도 많죠. 안면이 있거나 친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아요. 그러니까 이건 친분의 문제가 아니라, 제가 작품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가 중심이었던 거죠.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책을 읽어보면 아실 거예요. 이게 무용가를 쓴 책도 아니고, 무용 작품만을 쓴 책도 아니구나. 공연에서 발생하는 모든 요소들에 대한 제 생각과, 제 나름의 개똥철학을 적은 책이구나 하고요. 그래서 제가 예술 인문학 서적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고요.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혔으면 하는지요? 춤 창작자들과 관객들에게 이 책이 주는 의미가 다를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처음 만들 때 생각했던 독자층이 둘로 나뉘었는데, 하나는 무용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사람들이었어요. 무용을 이런 관점으로 봐도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그래서 무용을 기반으로 한 예술 인문학 서적처럼 만들고 싶었어요. 책에는 철학이나 사상과 연결되는 부분도 있고, 사진이나 무대, 조명 등에 대해 의미를 담아 바라보는 이야기도 있는데, 일반 독자들이 이런 이야기로 무용에 관심을 갖고, 공연장까지 가게 되는 통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하나는 무용인들이었어요. 그들이 하고 있는 행위가 이만큼의 의미와 가치를 갖고 있는 일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인식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그런데 작업을 하다 보니까, 특히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분들이 생겼어요. 춤을 전공으로 하고 있는 아이들의 부모님들이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무용전공생의 학부모님들이 공연을 정말 많이 보시거든요. 그런데 사실 그분들은 춤을 본다기보다 자녀의 움직임을 보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가 출연하니까 공연을 보러 오시는 거지, 무용 자체를 보러 오시는 건 아닐 수 있죠. 자녀가 하고 있는 예술 행위가 어떤 것인지, 무대가 무엇인지, 조명은 어떤 관점으로 볼 수 있는지, 음향이 조화를 이룬다는 건 어떤 것인지, 사진을 찍을 때 잔상을 담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런 이야기들이 책 안에 에피소드처럼 들어 있어요. 그걸 보면서 자녀가 하는 예술 세계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일반 독자와 무용인, 두 방향을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무용 전공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출간에 맞춰 수류산방과 함께 동명의 전시도 열었습니다. 전시 내용과 현장의 분위기도 알려 주세요.
5월 11일부터 28일까지, 지금 우리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곳 대학로예술극장 씨어터광장에서 열었습니다. 책 표지를 펼치면 나오는 형상을 모티브로 나무 판을 세워 전시 구조를 만들었어요. 저는 제 사진을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무용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소재이자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부터 전시를 하고 싶었던 곳도 전시실이 아니라, 사람들이 오가며 볼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춤공연도 많이 하고 사람들이 편히 드나들 수 있는 씨어터광장이 적합했어요. 그렇게 와준 분들이 물끄러미 사진을 보고 있으면 제가 자연스레 다가가서 “이야기해드릴까요?”하고 말을 걸고 싶었죠. 옥상훈의 작품 사진 전시회가 아니라, 무용 이야기를 들으러 오는 곳. 저는 전시를 책의 오프라인 버전처럼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일종의 도슨트를 해드려 그런지, 보신 분들이 그냥 봤을 때랑 이야기를 듣고 다시 봤을 때 완전히 다르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옥상훈 ⓒ춤웹진



오늘의 이야기는 춤 사진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한국 춤계에 조금이라도 갚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만들었고, 그 바람으로 공연이미지재단을 발족한다고 들었는데요, 공연이미지재단은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운영되나요?
이 책의 인세 수익 전액으로 공연 이미지 재단을 만들려고 합니다. 재단을 통해 지원금 없이 공연하는 팀들에게 돈을 받지 않고 사진을 찍어주고 싶어요. 이 책에서 나오는 인세 수익에 더해 하반기부터 제가 촬영하는 비용의 5~10% 정도를 재단 통장에 넣으려고 합니다. 그렇게 몇 백만 원이라도 모이면, 그 돈으로 저에게 촬영비를 주는 거예요. 그러면 무용가들은 돈을 내지 않아도 되고, 저는 그 돈으로 사진을 찍어주는 방식이 되는 거죠. 물론 한계가 있겠죠. 분명히 한계가 있을 거예요. 나중에는 정부 지원을 받는다든지, 기업 후원을 받는다든지, 다른 방식을 고민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이고요. 일단은 작게라도 시작할 겁니다. 생각만 하고 궁리만 하면 아무것도 못하니까요. 일단 내 돈을 써서라도 해보고, 안 되면 그때 그만두면 되죠. 제가 1년에 한 팀밖에 못 도와주는 상황이 오더라도, 그때까지는 해보려고요. 저는 평생 일을 할 수 있는 데 투자하고 싶었어요. 지금 가진 돈을 다 투자해서 평생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공연이미지재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계속 공연 사진을 담을 수 있고, 무용가들에게는 사진을 제공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단순히 기록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 목표는 아닙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쓸 수 있는 사진, 포스터로도 쓸 수 있고 대표 이미지로도 낼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어요. 그런 사진을 찍으려면 연습도 봐야 하고, 안무자와 이야기도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사진을 찍어준다”가 아니라, 다음에도 쓸 수 있는 온전한 형태의 공연예술 사진을 남기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공연 사진을 대하는 태도나 촬영 방식의 어떤 틀을 만들어내기 위한 교육 기관으로도 구상하고 있어요. 연습은 꼭 참관해야 하고, 안무 시놉시스를 익혀야 하고,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그 의도는 무엇인지 알아야 공연의 의미를 사진으로 담을 수 있죠. 작품 사진 촬영 방법론을 공연이미지재단을 통해 교육하고 싶습니다. 거창하게 후배 양성이라고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잘 찍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예전에는 나보다 잘 찍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싫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좋아요. 하루에 대학로에서만 공연이 몇 개예요. 서울만 해도 공연장이 상시 돌아가고, 대관을 못해서 난리인데 그걸 소수 작가들이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잘 찍는 사람이 많아야 해요.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이 있다면요?
이 책으로 바탕으로 북콘서트, 예술 인문학 강좌도 하고 싶어요. 지역순회 전시도 열고 싶고요. 지방에서도 도슨트를 하면서 무용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책도 중요하지만 전시를 해야 사람들이 와서 보고, 무용 이야기도 들을 수 있잖아요. 내년에는 아르코 기록원에서도 전시를 추진해보겠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서초동 예술의전당 쪽 아르코 기록원 공간에서 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중요한 건 무용이 알려지는 것이지, 옥상훈이 알려지는 게 아니거든요. 저는 무용이 일반 사람들에게 조금 더 알려질 수 있는 일을 많이 하고 싶습니다. 무용이 관심을 받아야, 저 같은 무용 사진작가도 먹고살 수 있으니까요. 일단 무용이 잘되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일반인들과 만나는 일들을 작더라도 꾸준히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앞으로의 제 계획은 분명합니다. 제가 올해로 만 20년째 무용 사진을 찍고 있어요. 2006년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21년차 되어가는 거죠. 지난 20년은 이렇게 사진을 찍으며 살아왔다면, 앞으로의 20년은 공연이미지재단을 온전하게 만드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공연이미지재단을 통해서 ‘나’ 말고 ‘우리’라는 개념을 제 삶에 더 많이 넣고 싶어요.

지난 20년 동안 무용인들 곁에서 묵묵히 좋은 사진을 남겨주셨고 그 과정에서 많은 무용인들이 작가님에게 의지해왔을 듯합니다. 저도 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때론 춤웹진에 게재됐던 작가님의 사진들을 다시 만나며, 즐거웠습니다. ‘우리’를 품고 있는 작가님의 행보를 응원하겠습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

2026. 7.
사진제공_옥상훈, 춤웹진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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