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흐름

프라이빗 상영관
코로나 시대, 떠오르는 프라이빗 영화관
이슬기 〈춤웹진〉 인턴기자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문화예술계 전반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2020년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9시 이후 극장 이용 불가, 취식 금지, 좌석 띄어 앉기 등을 적용했고 불특정 다수와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극장가는 극심한 침체를 겪어야만 했다. 특히 영화계는 코로나 직전에 2억 3천만 명에 육박했던 국내 관람객이 2021년에는 6천만 명으로 급감, 영화 산업의 위기로 이어질 만큼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 2021년 말에는 단계적 일상 회복 분위기가 형성되며 영업시간 제한이 해제,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취식이 허용됐으나 기대감이 무색하게 우세종인 오미크론의 출현으로 다시 한 번 방역 조치가 강화돼 극장가에 또다시 찬바람이 불었다. 손익분기점 돌파가 어려워지자 영화업계는 극장을 등지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에 관심을 옮겨갔다. 영화관에 상영하는 작품이 없다 보니 관객이 줄어들고, 관객이 줄면서 작품이 없는 악순환 겪은 반면, OTT 자체 콘텐츠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극장은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꾀해야만 했다.

그간 공연예술계는 자동차 안에서 영상을 즐기는 ‘드라이브 인 시어터’, 콘서트와 연주회를 관람하는 ‘드라이브 인 콘서트’ 등 밀폐된 공연장에서 벗어나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 활동을 모색했고, 방역 지침이 완화된 이후 극장 공연이 재개되면서 움트던 관심이 시들해지고 있는 양상을 보였다. 올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됨으로써 공연예술계는 활력을 되찾고 있지만, 영화계는 누적된 적자와 가속화된 OTT 시대를 맞이하여 여전히 영화와 관객이 만날 수 있는 새로운 방법과 생존 전략을 마련하는 중이다. 이번에는 영화관 트렌드를 바꿀 시도로써 ‘프라이빗 상영관’을 운영하는 ‘AWC 하남미사’와 ‘VOD SUITE’를 소개하고자 한다.




ⓒAWC




국내에서 가장 작은 영화관
AWC(ANOTHER WATCHING CLUB) 하남미사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동로84번길 39 에코타워 201호)


2021년 스타트업 ‘더브이엑스’가 론칭, 4인 규모의 상영관 3개를 보유한 소형 영화관. 더브이엑스는 대기업 위주로 운영되는 영화관을 개인이 운영할 수 있도록 특허 출원 후, 영화관에서 쓰이는 DCP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그러나 실내 영화관으로 등록하기 위한 관문이 남아있었다. 실내 영화관 등록 기준에 의하면, ‘객석이 30석 이상이거나 객석의 바닥 면적이 60㎡ 이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지난 6월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에서 “소형 극장문화 조성을 통해 국민들의 문화공간 확대 및 한국 영화산업 활성화 기반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명목하에 실증 특례를 부여받았고 본격적인 공간 운영에 나섰다.




AWC 애플리케이션 캡쳐




AWC는 동시 개봉 영화를 비롯해 개봉 시기가 지나거나 저예산 영화라서 보지 못했던 영화들을 안전하게 지인들끼리 관람할 수 있는 신개념 영화관이다. 4K 해상도, 7.1채널 애트머스 돌비 음향, 몰입도 있는 180~200인치 커브드 스크린의 최신 기술도 활용했다. DVD방과 유사하지만,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최신작을 선택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영화 관람의 모든 절차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비대면으로 이루어진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AWC’를 다운받은 후 관람할 영화, 일시, 인원을 선택하면 된다. 영화관에서 고정한 상영 시간이 아닌 관람객이 희망하는 시간에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건 AWC만의 큰 장점이다. 또한 대관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한 팀이 예약한 시간대에 외부인이 입장할 수 없기에 코로나 감염에 대비할 수 있다. 게다가 관계자와 대면 없이 입구에 설치된 태블릿 PC에 QR 코드를 인증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영화관 내부에서는 외부 음식 반입은 물론, 영화관에서 판매하는 음료와 스낵류를 구매 후,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취식할 수 있다. 매일 10시부터 23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4인 기준 1인당 16,000원이다.




VOD SUITE 홈페이지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나만의 OTT 극장
VOD SUITE(서울 강남구 논현로120길 6)


국내 최초 스트리밍 방식의 프라이빗 시네마를 컨셉으로 강남 지역 독채 건물을 신축하여 6개관의 프라이빗 영화관이 운영되는 VOD SUITE. MBC 예능 〈놀면 뭐하니?〉, JTBC 드라마 〈서른아홉〉, tvN 드라마 〈이브〉 등 작품의 촬영 장소로 선정되며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시청 패턴 변화로 OTT 산업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오프라인 산업의 입지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극장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겠지만 이제는 그 규모가 축소되거나 극장의 침체로 들어서 확률이 높다는 건 부정할 수 없기에 극장과 OTT 서비스가 공생할 방식을 강구해야 한다. 그 시도의 일환으로 VOD SUITE는 ‘스트리밍과 결합된 새로운 영화관’을 표방한다.




tvN 드라마 〈이브〉 ⓒtvN




VOD SUITE는 기존에 영화관에서 볼 수 없었던 넷플릭스, 유튜브, 왓챠,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 VOD/OTT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형 스크린과 서라운드 홈시이터를 통해 마치 영화관에서 관람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VOD SUITE는 영화 상영뿐 아니라 필름 촬영, 생일, 프러포즈, 파티 등등도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2030 세대의 감성을 자극한다. 외관과 내부는 미니멀하게 꾸몄다. 각 공간은 돌출된 형태로, 통유리 창문을 너머 강남 도심의 풍경을 볼 수 있다. 확 트인 창 덕분에 마치 고급 펜션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Gold 상영관 내부 ⓒVOD SUITE




내부는 화이트와 블랙 색감을 활용해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연출했다. 1층에는 각종 음료와 와인을 판매하는 바(bar)와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2층에는 벽면 사이로 넓은 창문 넘어 채광이 들어오는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개인이 선택한 방에는 대형 스크린과 소파 그리고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7.1/9.1 채널 서라운드 시스템을 활용한 스피커는 현장감 있는 사운드를 구현하고, 빔 프로젝터는 길이 4m, 높이 3m의 4K HDR 해상도를 지원하여 생동감 있는 장면을 연출한다. 이곳에는 영화를 감상하며 앉은 자리에서 모든 걸 해결할 있다. 공간에서 제공하는 태블릿 PC를 통해 커튼과 조명, 냉/낭반기 조정은 물론 보고 싶은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QR코드를 통해 스낵, 브런치, 간단한 디너도 주문할 수 있다. ‘Grey’, ‘White’, ‘Black’, ‘Bronze’, ‘Gold’, ‘Platinum’, ‘Diamond’ 등 총 8개의 테마의 방이 있고, 이용 가능한 인원과 방의 규모, 서비스 종류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무이며, 대관료는 3시간 기준 9만원~30만원이다.

이슬기

춤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춤현장을 취재하는 〈춤웹진〉 인턴기자. 현대무용과 무용이론을 전공, 현재 관객참여 춤의 특질과 관객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22. 9.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