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흐름

인터넷 시대 춤비평 동향 진단
21세기 춤비평, 죽음인가? 또 다른 도약인가?
한석진_무용학자, 큐레이터

2018~2019년 2년간 〈뉴요커〉(The NewYorker)의 조안 아코첼라(Joan Acocella),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의 알레스테어 매콜리(Alastair Macaulay),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의 클레멘트 크리스프(Clement Crisp), 〈가디언〉(The Guardian)의 주디스 맥크럴(Judith Mackrell), 〈옵저버〉(The Observer)의 루크 제닝스(Luke Jennings) 등 영미권 주요 춤비평가들이 연이어 자신이 몸담는 신문사에서 나오면서 비평문 기고를 끝내게 되었다. 프랑스에서 춤비평가로 활동하고 토마스 한(Thomas Hahn)은 2020년 여름 춤웹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럽 전반에서 컨템퍼러리 공연에 할애되는 일간지 지면이 줄어들고 있으며 남은 지면마저도 전통적 장르에 한정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1) 지금은 언론사에 소속된 저명한 비평가에 의해 춤비평이 이루어지던 방식이 전폭적으로 재편성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5년 〈애틀란틱〉(The Atlantic)지에서 매디슨 메인워링(Madison Mainwaring)은 “미국 춤비평가의 죽음”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기사 제목과 함께 주요 언론사에서의 춤비평의 줄어드는 입지와 춤계로의 영향에 대해 비관론적 시선에서 진단하였다.2) 그녀는 신문사의 경영난에 따라 타 장르보다 대중의 관심이 적은 춤이 구조 조정의 대상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회문화 내 비판적 논의 대상이 고급예술에서 대중문화로 넘어가면서 언론사 지면이 대중문화 및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더 많이 할애되고, 이것이 춤비평의 위축을 가져온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았다. 메인워링에 의하면 춤평론의 위축이 새롭게 등장하는 안무가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논의하면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통로의 부재와 전문성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춤이 한번 경험하고 나서 사라지게 되면서 기록과 담론이 부재한 깊이 없는 예술로 남겨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미국 춤비평가의 죽음 (출처_〈애틀란틱〉, 2015년 8월 6일 기사)




하지만 이러한 비관론적 태도에 대해 비판적 시각 역시 존재했다. 온라인 춤저널 〈댄스 인슈지애스트〉(The Dance Enthusiast)3)의 창간인 겸 편집장 크리스틴 조어스(Christine Jowers)는 지면 비평과 주류 춤비평가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벌써 이십여 년 동안 제기되어온 문제이고, 이를 한탄하고만 있을 일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4) 미국 춤비평가의 죽음을 선언한 메인워링이 관객과 춤을 연결하는 새로운 통로이자 대안으로서 온라인 매체가 등장하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주류 전문 춤비평가의 감소가 반드시 춤계의 재앙이라고만 볼 문제인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어스는 자신이 2007년부터 운영하는 〈댄스 인슈지애스트〉뿐 아니라 리뷰, 프리뷰, 인터뷰 등의 기사를 게재하는 다양한 온라인 춤 플랫폼을 소개했다. 마이애미의 〈아트버스트 마이애미〉(ArtBurst Miami)5) 필라델피아의 〈씽킹댄스〉(thINKingDANCE)6) 뉴욕의 〈브루클린 레일〉(The Brooklyn Rail)7) 〈컬쳐봇〉(Culturebot)8)과 같은 지역 기반 온라인 언론 매체뿐만 아니라 춤 분야의 저명한 이론가와 비평가들의 기고문을 게재하는 〈댄스뷰타임즈〉(DanceViewTimes)9), 각종 언론사의 춤비평을 한데 모아 제공하는 동시에 주류 언론사에서 기고했던 주디스 맥크럴과 같은 예술비평가들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아츠저널〉(ArtsJournal)10) 등이 그 사례였다.

조어스는 전문적이고 권위 있는 춤비평가의 해석과 평가를 제공하는 전통적인 방식만으로는 춤 관객 저변을 확대하고 작품과 관객 간의 거리감을 좁히기 어렵다고 보았다(이는 몇 십 년에 걸쳐 이미 증명된 사실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신이 발행하는 〈댄스 인슈지애스트〉에서 무용수, 관객, 미디어와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하려고 했다.11) 춤 저술은 관객이 춤 공연에 참여하고 자신만의 경험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이것이 그녀가 〈댄스 인슈지애스트〉에서 ‘관객 리뷰’ 섹션을 만든 이유라고 말했다. 관객 리뷰 섹션은 관객이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이야기하는 공간이다. 리뷰 쓰기에 어려움을 느낄 관객을 위해 질문 목록을 제공하여 자신의 관람 경험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조어스는 소수의 전문 춤비평가의 글뿐만 아니라 공연 초심자 또는 애호가, 예비무용가들의 생생한 경험이 담긴 글 역시 무용가에게 긍정적 자극제이자 유용한 피드백이 되며, 춤을 둘러싼 새로운 담화를 만들어나감으로써 무용계의 활력제로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댄스 인슈지애스트 홈페이지 (출처_www.dance-enthusiast.com)




다른 한편으로는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생각과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더 신뢰할만한 내용이 무엇인지 잘 판별해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예술경영 전문가 마이클 카이저(Michael Kaiser)는 “비평의 죽음 아니면 모든 이가 비평가”라는 기고문을 통해, 많은 예술 기관 및 단체들이 관객들로 하여금 블로그, 채팅창, 게시판 등에 자신의 비평을 쓰도록 독려하는데, 이것은 대중 인기도를 통해 예술이 평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경향이라고 말한다.12)

온라인 예술저널 〈컬쳐봇〉의 창간인 앤디 호위츠(Andy Horwitz)에 의하면, 카이저는 관객이 무지하고 충분한 지식이 없는 아마추어이며, 이러한 아마추어의 관점은 사회적으로 권위를 가진 결정권자들에 의해 심사받아 승인된 비평가의 관점과 그 질적 측면에서 구분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13) 호위츠는 21세기 아마추어는 더 이상 식견과 안목이 부족한 사람으로만 평가절하될 수 없음을 주장한다. 호위츠의 주장은 근대의 지성이 제도적으로 공인된 소수에만 해당되었다면 교육수준의 상승과 정보기술의 발달로 지식 창조에 일반인들의 참여가 가능하게 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의견일 것이다.

호위츠는 자신이 발행하는 〈컬쳐봇〉이 소수 전문가의 비평적 시선을 담고 있는 전통적인 비평 매체가 아니라 비평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리뷰, 예술가 인터뷰, 공연후 토크, 에세이, 시, 비디오, 팟캐스트 등 다양한 형식의 담화를 포함하고 있음을 밝힌다.14) 또한 〈컬쳐봇〉은 예술비평의 새로운 틀로서 ‘비평적 수평주의’(critical horizontalism)를 추구하고 있음을 설명한다.15) 이것은 비평이 그 자체로서 창의적 실천이며, 저자는 예술작품과의 주체적인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저자의 응답은 예술가에 의해 발단되는 대화의 연장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비평이 실천되는 방식을 ‘내재된 비평’(embedded criticism)으로 명명한다. 내재된 비평은 전통적 예술 저널리즘 내 비평가의 활동에 국한되지 않으며, 예술가의 창작과정에 참여하여 그들에게 비평적 관점을 제안하는 드라마트루그 또는 자문으로서의 실천까지 포괄한다.16) 공연 사후에 이뤄지는 비평적 관점에서 작품에 대한 글쓰기를 넘어 공연 사전에 연출가, 안무가, 디자이너, 퍼포머와 함께 맥락적, 구성적 질문과 탐구에 참여하고 기록을 통해 춤지식의 축적에 기여하는 드라마투르기 역시 비평적 실천의 이행이라고 본다면, 동시대 예술에서의 비평의 방식 및 범주가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춤비평 현장의 구심점이 지면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지금, 비평의 개념을 공연 사후 전문비평가에 의한 실천으로 한정지었을 때는 춤비평의 위기라고 진단할지 모른다. 호위츠가 주장하듯 21세기 춤비평의 주체를 소수의 전문비평가뿐만 아니라 다수의 ‘비전문’ 관객으로 확대하고, 비평의 방식 및 범주를 공연 사후의 전통적 비평문의 형태에서 벗어나 비평적 사고를 근간으로 한 드라마투르기, 큐레이팅과 같은 다양한 실천으로 확장시켜 이해할 때, 춤비평은 위기가 아닌 또 다른 도약으로 이해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이것은 비평가 및 비평문의 양적 증대가 아닌 비평적 목소리의 다양화, 비평적 실천의 방식과 범주의 확대를 의미하며, 21세기 춤 생태계에서 관객과 춤, 관객과 무용가 사이의 중재자로서 비평의 역할과 가치는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된다고 볼 수 있다.


(본고는 2021년 8월 댄스&미디어연구소에서 주최한 〈한국 컨템퍼러리 코레오그라피 – 경계와 관계〉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여 보완한 것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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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인아(2020, 07). “춤비평가 Thomas Hahn 초청 토크와 Q&A”, 〈춤웹진〉. 〈http://koreadance.kr/board/board_view.php?view_id=270&board_name=plan, 2021. 11. 20〉.
2) Madison Mainwaring(2015. 08. 06). “The Death of the American Dance Critic”, The Atlantic.〈https://www.theatlantic.com/entertainment/archive/2015/08/american-dance-critic/399908/, 2021. 11. 20〉.
3) 〈댄스 인슈지애스트〉, www.dance-enthusiast.com
4) Christine Jowers(2015. 08. 25). “Are Greatly Exaggerated”, DanceUSA. 〈https://www.danceusa.org/ejournal/2015/08/25/reports-death-american-dance-critic, 2021. 11. 20〉.
5) 〈아트버스트 마이애미〉, www.artburstmiami.com
6) 〈씽낑댄스〉, https://thinkingdance.net
7) 〈브루클린 레일l〉, https://brooklynrail.org
8) 〈컬쳐봇〉, www.culturebot.org
9) 〈댄스뷰타임즈〉, www.danceviewtimes.com
10) 〈아츠저널〉, www.artsjournal.com
11) Ibid.
12) Michael Kaiser(2012. 01. 14). “The Death of Criticism or Everyone Is a Critic”, Huffpost. 〈https://www.huffpost.com/entry/the-death-of-criticism-or_b_1092125, 2021. 12. 20〉.
13) Andy Horwitz(2012. 09. 05). “Re-Framing the Critic for the 21st Century: Dramaturgy, Advocacy and Engagement”, Culturebot. 〈https://www.culturebot.org/2012/09/13258/re-framing-the-critic-for-the-21st-century-dramaturgy-advocacy-and-engagement/, 2021. 12. 20〉.
14) Culturebot. “About”, Culturebot. 〈https://www.culturebot.org/about/, 2021. 12. 20〉.
15) Andy Horwitz(2012. 09. 05). “Re-Framing the Critic for the 21st Century: Dramaturgy, Advocacy and Engagement”, Culturebot. 〈https://www.culturebot.org/2012/09/13258/re-framing-the-critic-for-the-21st-century-dramaturgy-advocacy-and-engagement/, 2021. 12. 20〉.
16) Ibid. 

한석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서 무용이론 전공 예술사 과정 후 영국 서리대학교에서 무용학 박사 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 출강하고 있다.
2022. 1.
사진제공_애틀란틱, www.dance-enthusiast.com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