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y
8월 6일 목요일 저녁, 대전예술의전당 야외공연장에서 <한 여름 밤의 꿈>을 올렸다. 셰익스피어 희극을 원작으로 하는 야외발레 <한 여름 밤의 꿈>은 2014년 대전 예술의전당에서 먼저 제작을 의뢰했다. 국내에는 뮤지컬, 연극 등으로 많이 소개됐지만 발레작품으로는 없었고, 야외발레공연이라는 것에 매력을 느껴 흔쾌히 수락했다. 평소 셰익스피어 작품을 꼭 발레로 만들어 보고 싶었던 나의 목표와도 같아 더욱 반가운 제안이었다.
작품을 위한 고민
야외발레로 제작하는 만큼 모두가 편히 와서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 요즘은 특히 어른과 아이들의 성향이 달라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이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드는 것이었다.
발레의 본질은 벗어나지 않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란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예술성이냐 대중성이냐를 고민하는 많은 예술가들이 공감하리라 생각된다. 원작 스토리라인을 유지하되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존 제스처를 활용한 발레마임으로 안무하고, 그 외 무대, 소품, 인물 등에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고민했다.
대사가 없기에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발레의 한계는 이야기의 원작자인 ‘셰익스피어’를 무대 위로 등장시킴으로써 해소하고자 했다. 해설자로서 셰익스피어의 역할이 발레와 관객의 거리를 좁히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남남(男男)커플의 우스꽝스러운 춤과 요정의 왕 오베론이 약을 섞어 만드는 장면을 추가해 희극적 요소를 극대화하고, 장갑, 마술 꽃 등 소품을 활용해 풍성한 볼거리도 만들었다.
작품에 사용된 음악도 마찬가지였다. 작품의 베이스가 되는 멘델스존 음악 외에도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 등 대중에게 익숙한 음악을 사용했다. 그 중에서도 발레 작품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결혼행진곡’을 활용해 독특한 장면을 새롭게 시도해보기도 했다. 동화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표현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무대 연출에도 많은 힘을 쏟았고, 관객들의 반응은 좋았다.
야외공연=변수의 연속
국내에서 야외 발레공연은 아직 드물다. 야외 발레공연은 실내공연 보다 준비하고 점검해야 하는 부분들이 더 많다. 날씨, 소품, 의상, 무대 시설 등 신경 쓸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리허설까지 완벽하게 준비한다고 해도 변수는 꼭 존재했다. 실제 공연에서도 마찬가지다.
공연 당시, 더운 날씨로 인해 땀이 비 오듯 쏟아져 당나귀 역을 맡은 무용수의 가면이 중간에 씌워지지 않았다. 땀은 비 오듯 쏟아지는데, 무대에 나가야 하는 등장 타이밍을 놓칠 것 같아 모두가 당황하고 긴장했다. 여차 저차 어렵게 가면에 얼굴이 눌리든 말든 대충 끼워 넣고 무대에 올라갔다. 하지만 불편함도 아주 잠시, 깔깔깔 웃는 아이들의 얼굴을 본 순간 걱정과 두근거림은 순식간에 잊혀졌고, 그렇게 무사히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하나의 퍼즐을 맞추듯...
공연을 마치고 돌아보니 70분의 공연 한 편을 위해 우리 단원들과 직원들 모두가 함께 고생했던 지난 몇 개월의 시간들이 되려 생생해진다. 어느 날은 우리 무용수 한 명이 건강상의 문제로 중도하차 할 수밖에 없었던 일도 있었고, 소품 하나를 고르는데 조금이라도 더 작품과 어울리는 것을 찾기 위해 며칠이 걸리기도 했다. 야외라는 특수한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땀과 노력, 시간을 들여야 했다.
숨막히게 더운 여름 날씨까지 더해져 지치는 날이 많았지만 누구도 힘든 것을 드러내거나 불평하지 않았다. 작은 퍼즐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멋진 그림이 완성되듯 무대팀, 의상팀, 기획팀, 무용수는 물론 현장의 대전예술의전당 스탭까지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더 좋은 공연, 즐거운 공연’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마음을 모아주고 서로를 믿어준 덕분이다.
2009년 <그녀, 지젤> 이후 6년 만에 스토리 발레 작품을 올렸다. 최근 몇 년 동안은 〈r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