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y

<Tuning XII - Clay>안무 작업 후기
흙의 생명성, 숨쉬는 몸
박은화_현대무용단 자유 예술감독

 

 

 Tuning 시리즈는 2000년부터 시작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매 공연 때 마다, 다양한 측면에서 내 속에 있는 진정한 나를 만나고 삶의 정체성을 찾아가고자 하는, 나의 구도의 길을 위한 제목이다.
 LIG문화재단 초청으로 이번에 공연한 튜닝 열두 번째(XII) 만남(6월 6-7일, LIG홀 부산)은 Clay(흙)이다.
 “흙이 나를 깨우니 내가 흙이었다”라는 측면을 통해 생명의 몸(Soma)과 생명의 흙(Clay)은 둘이 아닌 그 생명이 지닌 자발성, 변환과 창조성을 품어내는 삶에 관한 바라봄이다.
 삶은 움직임이다. 움직임은 곧 몸의 알아차림이다. 몸은 우리에게 가장 처음 각인되는 생명의 형태로 세상에 들어왔다.
 몸은 사물이 아니고 프로세스이다. “생명은 ‘무엇’이 아닌 ‘어떻게’다”라는 T. Hanna 글을 체화(embody)하며 흙 작업은 시작되었다.
 유기체의 몸, 삶의 몸, 자연의 몸 이것들은 다 하나이지만 에너지는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장면을 다루었다.
 매 순간 삶과 죽음 양극의 호(Arc) 그 가운데 생명의 자원이 되는 물, 불, 바람을 품어내어 창조성을 발현한다.

 




 흙과 작업을 하면서 몸을 통해 알아차린 경험을 몇 가지 나누고 싶다.
 자연은 아름답기만 하지 않다는 것. 거칠고 그것을 이길 힘을 요구하고 또한 그 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오랜만에 마루 위에서 춤을 추는 순간 나의 두 다리의 그라운딩에 엄청난 에너지를 느꼈다, 흙 자체의 에너지가 나의 삶의 힘으로 옮겨져 있음을 인식했다. 황홀한 순간이었다,
 흙 위에서 춤추는 모든 에너지는 흙이 기억하고 바닥에 흔적을 남긴다. 그것을 바라보며 몸에 기억된 우리들의 삶에 시간과 공간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연습 후 다음날 흙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고 움직일 때 마다 먼지를 날리며 어디론가 형태를 달리하며 조금씩 사라진다. 곡괭이질을 하고 물을 뿌리며 흙과 몸은 함께 에너지를 공유하며 작업은 매일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 속에서 농부들의 그을린 거친 손과 마음을 만나기도 했다.
 흙의 생명성을 살려 변환의 창조성을 발현하기 위해 그 자체는 부드러움을 가질 때 그 본성을 온전히 품을 수 있다는 것.

 



 몸 또한 그러지 아니한가! 몸의 왜곡, 망각이 없이 부드러워질 때 우리의 본성은 꽃피울 수 있지 않은가?
 몸은 신체적 수준, 감정적 수준, 인지적(몸, 생각, 상상)수준, 영적 수준이 통합적으로 살고 있는 곳이다. 나의 움직임은 위 수준의 내적상태를 외적으로 드러내고 드러나는 현상이다. 타자와의 관계와 함께 움직임은 삶이 되어간다. 나는 물속에서 물을 찾으며 오열하는 나를 만났고, 무용수들은 삶의 흐름 위를 타고 멈추고 절벽을 만들며 도도해지기도 하고, 고통에 본질적 질문을 던지며 엄마, 여인의 자궁을 만나기도 한다. 또 뭔가 잡을 것만 같은, 잡을 수 없는 손을 향해 사랑을 요구한다. 그 알아차림에 나와 무용수들은 진정한 움직임이 춤이 되어가길 허용하고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유기체의 몸이 되고, 희로애락을 통해 곡괭이질 하는 삶의 몸을 끄집어내고, 다 내려놓고 흙으로 돌아가는 숨쉬는 몸을 바라보았다.
 무대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을 통하여 관객들은 신체로 감지하고 감정을 느끼고 상상하고 인지하길 바래본다.
 이것은 여기지금 생명의 자발성, 변환, 창조성을 만나고 있는 각자의 몸을 바라봄이다.

parkehdance@hanmail.net">박은화
현재 국립부산대학교 예술대학 무용학과 교수, 현대무용단 “자유” 예술감독, 부산 국제 즉흥춤 축제 예술감독, 부산국제 무용제 부운영위원장, 미국 타말파연구소 동작중심 표현예술치료 프렉티셔너 ; 한국 교수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parkehdance@hanmail.net
2014. 07.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