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y

Modafe에서 나와 Freddie와의 협업작업
기다림의 끝에 지켜진 약속
김경신_안무가. UBDC 공동대표

 마침내 십년지기 친구 프레디(Freddie Opoku-Addaie)와의 헙업작업 악속을 지켜냈다. 요즘 내가 이번 프로젝트를 언급할 때 가장 자주 하는 말이 “행복했습니다” 이다. 그렇게 나는 진정 행복했다.
 2004년 나는 춤 하나만을 생각하며 런던으로 떠났다. 프로젝트 공연을 위해 난 프레디와 런던의 동쪽에 위치한 스트라트포드(Stratford)의 작은 한 연습실에서 만났다. 프레디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안무가 라쉬팔의 작품을 통하여 우리는 인연을 맺었고 그 인연이 1년이라는 시간을 프레디와 내가 무용수와 안무가라는 역할을 공유하며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만남, 그리고 협업을 통한 소통

 지난 5월 모다페에서 공연한 <Unplugged Bodies> 협업 작업은 런던에서 만들어 온 소중하고 값진 시간들을 다시한번 생각나게 했다. 당시 프레디와의 만남을 마련해 준 것은 켈리(Kerry Nicholls)였다.
 런던 킹스 크로스(King's Cross)와 유스턴(Euston)역 사이에 위치한, The place 런던 컨템포러리 댄스 스쿨(London Contemporary Dance School)에서 다이내믹하고 집중력 있는 수업을 하는 현대무용 선생님으로 잘 알려진 켈리는 나의 런던 생활의 은인이다. 켈리의 도움으로 몇 년 동안 런던 컨템포러리 댄스 스쿨과 The Place Edge의 수업을 받을 수 있었고, 공연연습이 없는 시간에는 그 곳에서 거의 모든 시간들을 보냈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아직까지 그 곳의 경비아저씨는 내게 메일로 안부를 묻곤 한다. 지금은 참 재미있는 일인 듯 웃으며 이야기 하지만, 내게는 무용실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협업작품을 진행할 때, 사람들은 내게 주의할 점을 충고했었다. 그 중에 공통적인 걱정은 “많이 힘들 것이다”라는 것 이었다. 의견 차이는 가까운 관계를 떠나서 서로를 많이 힘들게 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협업작품의 경험이 많은 프레디의 덕인지는 몰라도 지금 내가 기억하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뿐이다.
 다시 Phase2를 위한 준비 단계에 있는 지금 나는 설렘이 가득하고 이러한 과정에 감사한다.

 



 <Unplugged Bodies>(Phase1)은 프레디와 나의 대화이다. 우리 둘의 움직임 대화는 즉흥에서 시작되었고, 그 대화의 깊은 곳에는 둘이 함께해온 춤의 역사가 뒷받침 되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 믿음은 무대에서 서로의 눈빛으로 느낄 수 있었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의 작품에 대한 의도를 표출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
 이번 콜라보레이션 연습의 시작부터 강조하던 '과정'에 대한 언급은 작품의 의도에 큰 영향을 주었다. 끊임없이 반복하며 진화와 도미노 현상을 작품의 진행과정에 나타내려, 또 다른 과정을 만들어 가는 것에 집중하려 하였다.
 그러한 이유에서 연습실의 위치와 우리가 연습하는 지역의 특성도 중요시하였다. 새로운 곳에 처음 놓였을 때, 주위를 탐색하는 본능으로 작품에 대한 소재와 주제에 대한 움직임을 찾을 수 있었다. 즉흥적으로 만들어지는 움직임은 우리의 몸 상태에서 뿐만 아니라 공간에 대한 인지와 크게 관계하기 때문이다. 프레디와 내가 말하는 진화와 도미노 현상은 움직임을 활용한 대화에서도 나타나고, 감정의 변화와 절제 그리고 발전에서 나타난다. 그러한 움직임과 즉흥적 반응은 반복과 집중의 시간을 통하여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한 일관성 있는 구도와 완급조절을 통하여 정리되었던 것 같다.
 물론, 이번 모다페를 통해 소개한 <Unplugged bodies>는 Phase1이다. 단지 Phase2, Phase3가 앞으로 진행 될 것이기 때문에 Phase1은 그 준비단계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Phase1에서는 프레디와 내가 만들 수 있는 이야기의 바탕을 그리고 싶었고, Phase에 소개 할 다른 예술가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충분히 결합시킬 수 있는 뼈대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Phase1만의 색을 가지기 위해 우리는 과정에 더욱 집중하고 많은 것을 간소화 하고 한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서로에게 쉬지 않고 피드백을 솔직하게 해주었던 것 같다.
 실제로 7주라는 시간의 연습 기간 동안, 지난 2월부터 공연이 올려진 5월까지 프레디와 나는 3번의 만남을 가졌다. 첫 번째 연습기간은 3주 정도였다. 움직임의 리서치와 주제에 대한 분석과 탐색의 기간이었다. 우리는 강남의 한 사설 연습실에서 리서치를 하였다. 연습실에서 이루어진 움직임들은 대부분 즉흥적 움직임으로 만들어졌고, 비디오 촬영을 반복하여, 분석하고 영상 편집을 활용하여 필요한 움직임을 추려냈다. 리서치 기간이 지난 후, 각자의 나라에서 편집된 영상을 서로 주고받으며 영상 통화를 통하여 2차 연습을 위한 새로운 준비를 하였다.
 두 번째 연습기간도 3주 정도였다. 작품에 사용될 음악과 영상 그리고 조명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한국을 다시 찾은 프레디와 2차 연습기간에 돌입한 우리는 많은 집중과 진전이 필요 했었다. Phase1은 움직임에 집중하고 싶은 계획아래 영상은 배제하고 움직임과 조명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영국 조명 디자이너 루씨(Lucy Hansom)를 작업에 합류시켰다.
 모든 연습은 조명기구와 함께 3주간 극장에서 이루어졌다. 런던에서 러셀 말리펀트 무용단(Russell Maliphant Company)과 작업을 하던 중에는 극장에서 작업을 하고 조명을 함께 투입시켜 진행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한국에서 이러한 과정을 가지며 진행한 것은 정말 즐겁고 감사한 일이었다. 많은 조력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영국 무용단체에서의 경험이 협업작품의 바탕

 Russell Maliphant 컴퍼니, Hofesh Shechter 무용단, 그리고 Diversions 무용단(영국 웨일즈 국립 현대무용단)에서의 경험이 협업작품에 큰 바탕이 되었다. 다양한 스타일의 아티스트와 함께 각기 다른 안무방법을 연구하는 소중한 시간들은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특히 Russell과의 작업에서는 파인 아티스트, 조명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진행함으로써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했었던 기억이 있다. 비디오 영상 편집과 음악 작업의 활용도 작품의 진행에 탄력을 불어 넣어 주었다. 둘만의 연습 뒤에 지속적인 피드백을 준 영상자료들은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인력적인 부분도 상당했다.
 작품의 흐름을 넓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잡아준 대본 이희재 선생님께도 큰 감사를 드린다. 공연전 두 번의 쇼잉에 참석해준 후배들과 지인들에게도 큰 도움을 받았다. 쇼잉 뒤에 프레디와 준비한 체계적인 피드백 방법으로 우리가 보여준 것, 우리가 보여주고 나아가야 할 방안을 찾았다.
 극장에서 프레디와 나는 계속해서 작품을 정리하고 진행해 나갔고, 루씨의 조명 디자인도 계속 되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때로는 부분적으로, 때로는 전체적인 스케치를 조명과 함께 진행했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기 위해 연습 전후에 회의를 통하여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Unplugged Bodies>(Phase 1)의 비디오 자료를 가지고 3차 연습을 기다려야만 했다. 프레디는 영국에서, 나는 한국에서 각자의 스케줄이 있었기 때문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가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였다.
 공연 1주일 전, 세 번째 한국을 방문한 프레디와 나는 반복적 연습을 통하여 작품의 완성을 위하여 시작과 끝을 다듬고 작품의 의미와 의도를 몸에 집중하려 했다.
 작품을 진행해 감에 따라 어느새 작품은 너무 많은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다. 한동안 작품의 방향을 잃고 혼란스러워 하던 시기에 우리는 두 안무가의 콜라보레이션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잘 활용하였다고 본다.
 내가 너무 많은 아이디어를 작품에 넣으면 프레디는 한 방향으로 작품의 색을 유지 할 수 있도록 자제시켜 주었고, 프레디가 어느 순간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있을 때 나는 장면의 전환이나 새로운 전개를 제시하였던 것 같다. 이 모든 것이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이 모든 협업의 좋은 경험들은 이전에 여러 장르, 다양한 안무가들과 지속적인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해왔던 프레디의 힘이 컸다. 나 역시 무용수로, 안무가로서 파인 아티스트와 협업 작업을 했었지만, 공동 안무는 처음이었기에 프레디의 경험은 나에게 많은 힘이 되었다.
 런던에서 The Place Prize 안무대회를 경험한 프레디와 나는 춤에 대한 생각을 각자의 작품을 통해서 무대에 올리기에 정신이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프레디 작품의 무용수로 출연하던 당시부터 남성 2인무를 만들어 보자던 약속은 우리의 가슴 속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함께 한 작품을 위해 고민하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청하며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 진행 될 Phase2를 위한 레지던시 장소를 신중하고 계획적으로 고려중인 것은 앞서 언급한, 새로운 장소의 적응 과정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늘도 메일과 영상통화를 통하여 우리는 새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신체를 탐구하고 몸과 움직임을 통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과정은 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다.

kshink@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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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신
영국 Russell Maliphant, Hofesh Shechter, Diversions 무용단에서 무용수로 활동하였다. 또한 Bloomberg가 지원하는 영국의 안무대회인 The Place Prize에 선발되어 공연을 올리며 안무가로서 활동을 하였다. 현재 안무가, 무용수, 작곡가 그리고 UBDC의 공동 대표로 활동 중이다. kshink@hotmail.com

2014. 07.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