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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가 올라온 후 몇 시간 만에 마감이 된 ‘춤추는 섬 3: 표현하는 몸’에 운이 좋게 2주간 참여하게 되었다. 춤추는 섬은 제주도 삼달리에 위치한 바리나모가 운영하는 스튜디오 무밭에서 이루어졌다. 우리가 참여한 ‘춤추는 섬 3: 표현하는 몸’은 8월 2일부터 15일까지 2주간 바리나모가 진행하는 리서치 워크숍을 통해 체화해부학, 발생학, 즉흥 춤, 접촉즉흥 춤, 보이스 등의 표현의 기반과 방식을 경험하며 몸이 갖고 있는 신체성, 역동성, 언어, 리듬, 형태, 흐름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개인 및 공동연구, 창작 프로젝트였다.
바리나모 프로젝트 ‘춤추는 섬 3: 표현하는 몸’ ⓒ유지영 |
첫째 날 8/2 (12시 ~ 16시)
삼달리 깊숙한 곳에 검고 큰 스튜디오 무밭이 보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워크숍 첫날이 시작되었다. 22명의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참여자들이 왔다. 바디워크 강사, 요가 강사, 청소년/장애인 인권운동가, 테라피스트, 여행기자, 음악가, 댄서, 안무가 등 20대부터 50대까지의 다양한 폭의 참여자들이었다. 춤을 처음 접하는 참여자도 있었지만, 대부분 춤에 대한 경험이 있었다. 바리나모의 워크숍을 이전에 경험한 사람들, 컨택즉흥을 하는 모임을 갖는 사람들 그리고 다양한 워크숍이나 소매틱 기반의 움직임 경험자들이었다. 우리는 닉네임을 말하며 자기소개를 하고 자신의 몸을 만지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호흡과 함께 하는 몸에서 우리는 호흡을 통해 소리가 나오는 것을 막지 않는 시도를 했다. 다양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밭은 천장이 높고 바람과 해가 잘 닿는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우리는 바람이 되고 나무가 되고 햇빛이 되었다. 두 발로 서서 무게를 발바닥으로 떨어뜨리며 땅에 뿌리를 내린 나무의 경험을 했다. 간식시간 이후 나모의 가이드로 공간을 걸어 다니며 기존에 명명된 것을 하나씩 살펴보고 그것에 다른 명명을 하는 것 그리고 명명됨을 없애는 시도를 했다. 그 후 타자화와 대상화를 하며 서로를 바라보고 내가 그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경험을 했다. 그러고 나니 안 할 수 있는 자유가 생겼다. 편견이 없기 때문에 매 순간이 정답이 되고 형태에서 자유로워졌다. 바깥의 시각을 의식하는 것을 내려놓는 지금이 더욱 선명해지는 시간이었다.
둘째 날 8/3 (12시 ~ 16시)
공간에 들어가니 음악이 있었다. 자연스레 음악과 함께 공간에 내 몸의 톤을 맞추기 시작했다. 음악이 끝나고 호흡을 재료 삼아 흐름을 이어갔다. 코에는 세 개의 선반이 있다. 아래 선반, 중간 선반, 위 선반을 인식하며 코로 호흡했다. 선반에 따라 내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탐험했다. 각자의 탐험 후 느낀 것을 공유했을 때 모두가 느낀 지점이 달랐다. 몸 워크숍의 경우 명료하게 느껴야 하는 길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떠한 정답이 없이 모두가 느낀 것이 정답이었다. 그 후 폐의 구조를 듣고 파트너와 폐의 움직임을 시도했다. 위 폐는 팔을 아래 폐는 다리를 서포트 하였다. 폐에서부터 움직임이 파생되니 질감은 무거웠지만 몸은 무척이나 가볍게 느껴졌다. 행복한 간식시간을 갖고 세포의 춤이 시작되었다. 원형으로 손을 잡고 세포막에서 빠져나오고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오늘은 처음으로 세포를 만났다.
셋째 날 8/4 (12시 ~ 16시)
오늘은 무밭이 조용했다. 바닥으로 가라앉은 무게와 공기 안에서 바리가 가이드를 시작했다. 발생학의 관점에서 난자가 착상하고 물 안에 있는 세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누워서 세포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세포 인지에서는 몸의 앞, 뒤도 없고 위, 아래도 없고, 왼쪽 오른쪽도 없었다. 몸이 사라짐으로써 몸을 인식하였다. 물에 떠있으면서 물 안에 잠겨있었다. 몸이 물이 되었다. 몸의 물을 인식하며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 후 팔의 발생학을 듣고 팔의 시그널을 파트너와 함께 했다. 말단으로 자라나는 팔을 느끼며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말단의 감각이 활성화되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팔을 움직이며 해부학적 인식 없이 팔의 마음이 원하는 곳으로 따라갔다. 그렇게 팔과 다른 신체와의 관계까지 확장하였고 다른 신체들도 만났다. 내일은 더 신나게 유영하고 싶다!
ⓒ유지영 |
넷째 날 8/5 (12시 ~ 16시)
파트너와 걸으며 근황, 컨디션 등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은 소화관(항문에서부터 입까지의 기다란 관)에서부터 바깥으로, 소환관 안으로 소리를 냈다. 인두 해부학을 듣고 인두가 늘어나고, 짧아지며 소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리서치하고 나아가 이빨과 혓바닥까지를 사용했다. 이상하고 높낮이가 역동적인 소리가 나왔는데 의도를 가진 소리가 아니었다. 큰 원을 만들고 네 명씩 가운데에서 소리를 내고 원 밖에 있는 사람들은 소리를 몸으로 들었다. 소리에 매료되어 각자의 방식대로 몸이 반응했다. 소리는 감각적으로 강한 자극을 주는 도구인 것 같다. 밖으로 나가서 함께 소리를 낸 그룹과 함께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함께 감각한 신체로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은 흥미롭다. 하지만 과정을 함께 경험한 신체가 아니라면 이 행위를 어떻게 관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다섯째 날 8/7 (12시 ~ 16시)
오늘은 4시간 동안 센터와 말단의 관계, 센터와 말단이 이동하고 확장하여 뻗어나가는 몸을 탐구했다. 배에 손을 얹고 걷다가 센터가 원하는 곳으로 걸었다. 앞, 옆, 뒤 센터의 모든 면을 사용했다. 이제 센터가 아닌 말단으로 넘어왔다. 여기서는 말단을 팔과 다리, 머리와 꼬리뼈로 바라보았다. 그 후 센터와 말단을 함께 느꼈다. 독립적으로 경험하다 동시에 센터와 말단을 느끼는 경험은 몸을 정말로 강력하게 만들어주었다. 그 후 트리오로 그룹을 만들어 방금까지 몸으로 경험한 것을 조별로 발표하였다. 워크숍 과정 안에서 퍼포먼스 순간이 오면 과정에서 주고받은 에너지가 아닌 다른 것이 되어버리는 느낌이다. 딸기잼과 함께 한 간식시간 후 시선에 대해 다루었다. 눈 감고 내면으로 시선을 향하고, 눈 뜨고 내면으로 시선을 향하고, 눈 뜨고 각막으로써 시선을 가지고, 초점 없는 전체의 시선을 가지고 등. 그렇게 말단으로써의 시선을 탐구했다. 센터라는 것은 항상 중심으로서의 역할을 했는데 센터가 중심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말단과의 연결성이 되기도 하고 말단 자체가 센터가 되기도 했다. 바디마인드 센터링은 보편적인 몸의 지식을 체화하고 실험하는 과정을 통해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을 만나게 해준다. 몸이 진동하는 것처럼 몸의 지식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유지영 |
여섯째 날 8/8 (12시 ~ 16시)
세포막 댄스를 추며 몸을 풀었다. 오늘은 전정 기관 해부학을 통해 둔덕, 대뇌, 림프액, 달팽이관, 고막 등 소리가 진동을 만들고 뇌로 전달하는 과정을 들었다. 둔덕 덕분에 소리에 반응할 때 머리가 먼저 돌아가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닥을 구르며 머리가 안정적인 상태에 있을 수 있도록 팔과 다리를 이용해 머리를 서포트 하며 시선을 이용했다. 구르기도 하고 머리를 중앙 쪽으로 두고 컴퍼스처럼 달리며 몸의 반응을 알아보았다. 고유수용감각 기관을 적극적으로 느낀 시간이었다. 로즈마리를 사용하여 새롭게 풀을 바라보고 눈으로 좇으며 몸을 굴려 엎드리고 기고 일어나는 아기의 패턴을 학습했다. 순식간에 걸음마를 배웠다. 마지막 파트너의 손을 잡고 일어났을 때 서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대단하고 특별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활동으로 파트너와 뻗어나가는 시선과 전정기관 등을 이용해 자유롭게 움직였다. 시선에서부터 자유로워져 다양한 감각이 열렸다.
일곱째 날 8/9 (12시 ~ 16시)
명상으로 일곱 번째 날을 시작했다. 옆으로 누워 호흡을 하며 손, 발을 오므리고 피고, 얼굴도 오므리고 피며 사지로 확장했다. 원으로 크게 서서 한 명씩 소리를 바깥으로 내기도 하고 안으로 내기도 했다. 한 명씩 하는 건 언제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시선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서포트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원으로 앉아 물 풍선을 손으로 굴려보며 물의 흐름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물 풍선 속의 물(콘텐츠)도 느끼고 물 풍선 자체(컨테이너)도 느꼈다. 우리의 몸을 4개의 컨테이너&콘텐츠로 바라보고, 파트너와 함께 콘텐츠와 컨테이너를 느끼며 움직임을 했다. 파트너의 터치 또한 콘텐츠가 되기도 하고 컨테이너가 되기도 했다. 콘텐츠와 컨테이너의 인식은 몸으로 선명히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동시에 노래 부르기를 했다. 서로 모르는 노래를 즉시 함께 둘이 부르는 것이었다. 신기하면서도 입에서 동시에 흘러나오는 소리가 아름답게 들렸다.
여덟째 날 8/10 (12시 ~ 16시)
파트너와 함께 시작했다. 한 사람은 눕고, 누운 사람에게 손을 터치하여 아무런 목적도 의도도 없는 상태의 터치를 이어갔다. 누워있는 사람은 세포를 느꼈다. 바닥에 누워서 몸의 뒷면과 앞면을 인지하고, 앞면을 인식한 움직임, 뒷면을 인식한 움직임을 이어갔다. 나아가 앞 공간과 뒤 공간으로 확장하여 움직임을 이어갔다. 공간에 의해서 몸이 움직이는 감각이 재미있었다. 또한 공간이 나를 지지해 준 다는 느낌에 움직임이 편안하기도 했다. 이후 눈을 뜬 것과 감은 것의 집중도에 대한 실험을 했다. 눈을 뜨고/감고 나에게 집중하기, 눈 뜨고/감고 외부와 관계 맺기, 눈 뜨고/감고 외부/내부가 공존하기 등을 실험했다. 무대와 객석을 나눠 3명씩 공간에서 실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명확히 존재하며 외부도 인식하는 상태 그러나 증명할 필요가 없는 상태였다. 항상 증명을 해야 하는 퍼포먼스라는 순간에서 증명을 내려둔 상태로서의 공존함을 경험했다.
ⓒ유지영 |
아홉째 날 8/12 (12시 ~ 16시)
발바닥에 무게를 떨어뜨리고 몸을 인지하며 시작했다. 소리를 듣고, 눈으로 보고, 장기를 느끼고, 냄새 맡고, 맛보고, 형태와 색, 시선의 거리, 몸 전체로 호흡하며 유기적인 몸들이 공간에 유영했다. 바리의 말처럼 모든 것은 분명하고 확실했다. 움직임을 하며 확신을 갖는 것은 모든 것을 현재로 가져와 주는 순간이다. 심장의 발생학을 영상과 이미지 그리고 바리의 설명으로 배웠다. 장기들은 아주 부드러운 상태로 미끄러지며 공존하는 데 그것을 느끼며 파트너의 터치로 심장에서 손끝 발끝으로 뻗어나가는 감각을 경험했다. 평소에는 파트너의 터치와 감각을 일치시키는 것이 어려웠는데 오늘은 터치와 감각이 마음과 잘 연결이 되었다.
열 번째 날 8/13 (12시 ~ 16시)
10분간 몸과 함께 마음도 이 공간에 올 수 있도록 각자의 시간을 가졌다. 골격을 인식하며 골격이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머리에서 명령을 내려 움직이는 것이 아닌 움직여지는 상태를 다시금 경험했다. 공간이 골격을 지지해 주는 선명함 속에 몸이 존재했다. 골격이라는 공동체를 개인으로 자유롭게 해주다 보니 움직임을 쉽게 멈출 수가 없었다. 자주 자유롭게 해줘야겠다. 근막 활동으로 넘어갔다. 근막은 근육을 감사는 막이 아닌 근육 사이로 들어오고 나가며 몸 전체를 연결하는 망으로 인식했다. 뼈도 장기도 혀도 근막으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근막을 퐈샤로 불렀다. 파트너를 만나 옷을 터치하고 피부를 터치하고 근막을 터치했다. 근막을 통해 몸 전체가 통합되어 있다는 것을 감각하니 사고에서부터 자유로워졌다. 감각은 표현을 만들고 표현은 감각을 만드는 상호작용. 우리 몸 자체에서 우위가 없는 것을 많이 느낀다.
ⓒ유지영 |
열한 번째 날 8/14 (12시 ~ 16시)
오늘도 신나는 음악과 함께 움직임을 시작했다. 발가락이 원하는 대로 발이 원하는 대로 움직임을 따라갔다. 바리의 말대로 발을 통제하지 않으면 발은 평생 춤을 출 기세였다. 파트너를 만나 다섯 개의 발가락을 앞뒤로 당기고 좌우로 돌리며 고관절과의 연결지점 그리고 몸과의 연결을 찾아보았다. 한쪽 다리를 경험하고 걸었을 때에는 고관절이 가볍지만 묵직한 단단함이 느껴졌다. 그 후 우리의 대장님과 소장님을 만났다. 대장님을 빵 반죽하듯이 움직여주어 몸 전체에 움직임을 불러일으켰다. 대장과 소장에서부터 출발한 움직임은 생각보다 강력하고 파워가 있었다. 댄스는 골격과 근육으로 이끌어내는 경우가 주를 이루는데 소외받은 장기로부터 댄스가 일어나기도 한다.
열두 번째 날 8/15 (12시 ~ 16시)
오늘은 12일간의 대장정의 막이 내리는 공연의 날이었다. 한 두명의 참여자를 제외한 모든 참여자가 워크숍의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고 공연까지 함께했다. 각자가 표현하고 싶은 방식으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소리를 내고 말하고 움직이고 감각했다. 많은 관객들이 애정 어린 시각으로 공연을 봐주었다. 한 관객은 워크숍을 함께 경험하지 못했지만, 공연을 통해 워크숍 참여자들이 서로 공유되고 연결되어 있는 강렬함을 체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공연이 끝나고 우리는 포트럭 파티를 하며 서로의 표현하는 몸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워크숍을 마무리하며 짧은 시간 동안 형성되었던 이 공동체가 매우 특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단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여태까지의 춤 경험이 아닌 이번 워크숍을 통해 순수한 시선에서 춤추는 것의 행복함을 경험하게 되었다. 춤추는 섬의 시간이 나의 몸에 체화되고 저장되어 있다.
2주 동안 함께 한 춤추는 그리고 표현하는 아름다운 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우리를 가이드 해준 바리나모에게 사랑을 담아 이 글을 마친다.
바리나모
바리나모는 김바리와 나모가 공동작업을 기반으로 연구하고 창작하는 댄스 아티스트 듀오이다. 김바리와 나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졸업하고 School for Body – Mind Centering(BMC)에서 Somatic Movement Educator(SME) 과정을 졸업한, 공인 소매틱 움직임 교육자이다.
춤추는 섬
춤추는 섬은 바리나모가 2018년부터 제주도에서 진행하는 소매틱 댄스 프로젝트이다. 2018년도 ‘춤추는 섬 1’은 3개월간 12회 진행되었고, ‘춤추는 섬2: 시간을 품은 몸’은 2019년 8월, 15일간 진행하였다. 이번 2020년 ’춤추는 섬3: 표현하는 몸‘은 8월 2주간 몸과 표현의 관계를, 다양한 몸들과 함께, 춤을 통해 경험하고 이해하는 시간이다.
유지영
몸을 주 매체로 사용하여 안무를 지속하고 있다. 신체 그리고 무용에서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지만, 쉽게 인식할 수 없는 관념과 상징들을 다시금 해체하여 살펴보는 것이 작업의 주요 주제이다. 〈인체도〉(2014), 〈신체부위의명칭에대한의문〉(2016), 〈Lost performance〉(2019),〈신체교환론〉(2019) 등의 작업을 만들었다.
이종현
이종현은 안무가, 퍼포머로 활동중이다. 소매틱에 대한 관심이 많고, 몸에 관한 관심을 작업과 연결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으로 지속가능한 삶과 작업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