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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김성훈의 작업
코로나 물살을 헤쳐나가다
김성훈_안무가

코로나가 터지는 시기 나는 계속 작업을 이어왔다. 다행이긴 하지만 그만큼 위험도 컸다. 작년에는 다방면에서 작업하였다.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하면서 하루하루가 새로운 감각의 자극이 되었고, 다이내믹한 나날이 이어졌다. 블랙홀처럼 어딘지 모르게 빨려들어가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한 상태에서 나의 작업에 집중하는 중이다.


정동극장 25주년 기념공연 〈생의 계절 사군자〉 2020. 10. 22.~11. 8. 정동극장

2020년 정동극장 25주년 기념공연으로 정구호 연출가, 정재일 음악감독, 배우 박해수, 김나무 그리고 발레리나 김주원이 참여하는 공연이었다. 탄탄한 스토리와 연극적 연출. 각장마다 대사들이 주로 작품을 이루고, 무대는 홀로그램을 사용했으며 배우들이 무대에서 많은 분량의 춤을 추었다. 때문에 많은 트레이닝을 했으며 다른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모여 협업하기 위해 수많은 회의를 하며 한 땀 한 땀 맞춰나갔다.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새 아티스트와의 무용작업은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고 좋은 에너지를 받은 감사한 경험이었다. 여러 차례 공연이 진행되면서 매 순간 다양한 감정이 교차되었다. 장기적으로 공연을 진행하는 것은 무용공연에 흔한 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긴 호흡을 끝까지 가져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모든 힘을 쏟은 스텝들과 무용수 배우들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정동극장 25주년 기념공연 〈생의 계절 사군자〉 ⓒBAKI/국립정동극장





김성훈댄스프로젝트 〈POOL〉 2020. 11. 20. 네이버TV 온라인 중계

서울국제공연예술제(SAPF 2020)에 참여한 이 작품은 영상 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기존 작품을 필름으로 제작하여 송출하는 작업이다. 연두픽처스 조윤수 감독님과 많은 리서치를 통해 새로운 방법을 찾아 의논하였으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은 6~8시간으로 짧았다. 따라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해서 촬영하기 위해 감독님과 많은 아이디어가 파생되어 다양한 아이디어로 작품을 구현시켜 극장에 들어갔다. 무대에서만 관객을 만나는 나로서는 ‘영상으로 담아졌을 때 작품이 관객들에게 전달될까?’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촬영 감독님의 노하우로 촬영은 수월하게 진행되었고 기대 이상의 영상물이 제작되었다. 영상의 첫 장면은 흑백으로 시작되어 중반부터는 컬러가 입혀졌다. 무대에서 관객이 보지 못하는 무용수의 섬세함을 극대화시키고, 앵글에 안무가가 원하는 의도를 담아 관객에게 명확한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이제는 시대가 점점 변해 무대공연을 넘어 작품을 영상화하는데 다양한 지식과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대인 걸 뼈저리게 느낀다.






김성훈댄스프로젝트 〈POOL〉 ⓒ옥상훈/SPAF2020




서울시무용단 정기공연 '더 토핑' 〈단〉 2020. 12. 3~6. 세종문화회관 S시어터 (12. 5~6. 코로나19로 인한 공연 취소)

서울시립무용단과의 호흡은 여러 번 있었지만 한국무용전공의 무용수와 단독으로 작업하는 안무의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한국 춤의 깊이감과 호흡의 파장을 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무대 위에서 몸으로 물이 퍼져 나오는 미장센 연출을 위해 연습실에서 똑같이 물을 깔고 연습했다. 이번 작업은 무대 위에 물이 깔려있어 무용수의 컨디션에 매우 많이 신경이 쓰인 작업이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물을 깔고 작품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의상이 물로 인해 무거워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여러 시행착오도 겪었다. 이런 여러 상황에도 불구하고 무용수들은 두려움 없이 물살을 치며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냈다. 서로의 믿음과 의지가 돈독해 부족한 나를 끝까지 믿고 도전해준 무용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서울시무용단 정기공연 '더 토핑' 〈단〉 ⓒ윤문성/서울시무용단



서울시무용단 정기공연 〈감괘〉 2021. 4. 16~17.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단〉 작품을 통해 2021년 서울시립무용단 정기공연 안무를 하게 되었다. 소극장에서 대극장으로 규모가 커지면서 여러 제약들이 많았지만, 정혜진 단장님의 총지휘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던 작업이었다. 개인 공연과 달리 시립무용단의 큰 규모의 기획을 구현해내기 위해 새로운 시도의 기술적 테스트와 많은 스탭들의 운영, 무대를 채워줄 세트 음악 등등 모든 면의 조화로움을 이뤄내는 과정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예술적인 부분 이외에 다른 세부적인 것들도 놓치지 않고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나의 개인 작업에서 놓쳐 왔던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서울시무용단 〈감괘〉 ⓒ윤문성/서울시무용단



김성훈댄스프로젝트 〈mindseeker〉 2021. 3. 19~20.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이 공연의 주제는 나의 ‘무의식’으로 시작해 보편적인 철학적 사고를 나만의 색으로 해석했다. 의식과 무의식이라는 모호한 경계를 무용수들과 많은 대화와 리서치를 통해 만들어 갔다. 대학로 예술극장의 무대를 최대한 살려 작품의 미장센에 중점을 두었다. 작품의 주제는 다음과 같이 설정되었다.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무의식이 나에게 독이 된 것을 느꼈고, 오히려 금지가 마약 같은 독극물로의 접근을 부추겼듯 이론적 상상력의 차단은 광기의 길을 활짝 열어주었다. 경솔한 믿음과 회의에 대한 거부, 교양적 과시, 모순의 혐오. 이 비슷한 것들이 인간의 오성과 사물이 행복하게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고는 오성은 공허한 개념이나 무계획한 실험을 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캐릭터와 소품, 음악을 해석해 풀어 갔다. 무의식을 빨간색으로 표현하여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관찰해 자기를 되돌아보려는 “mind seeker”라는 제목으로 정하게 되었다.

 





김성훈댄스프로젝트 〈mindseeker〉 ⓒBAKI




LDP무용단 정기공연 〈Torch〉(횃불) 2021. 4. 29.~5. 2.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이 공연은 LDP무용단 정기공연으로 23명 무용수가 출연하였다. 코로나 시기에 많은 무용수들과의 작업은 엄청난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좁은 무대에 많은 무용수들이 출연해야 하고 모든 인원이 한곳에 모여 연습이 불가능하므로 기존의 무용단 스타일과 달리 무용수의 개성을 살려 총 4장의 작품을 만들어 보았다. 이 작품의 주제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길, 목적이 있지만 갈 수 없는 길, 강압적인 길, 다른 사람의 영향으로 흘러가는 길 등 다양한 환경과 상황 설정을 옴니버스 식으로 풀어냈다. 무대 전환과 의상 및 음악의 변화를 중점으로 연출을 하였고 무용수는 각각의 키워드를 개인의 언어로 움직임을 발전시키는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원하는 연출을 연습환경에 어쩔 수없이 포기해야 하는 장면들이 계속 생기면서 한계에 부딪쳤지만 더 최악의 조건이 오기 전에 다른 방식을 고안해 이겨내고 극복하고 싶은 욕심이 나도 모르게 생겨났다. 매 작품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하면 할수록 안무는 더 어려워진다. 생각이 많아지고 더 풍부해져 머릿속으로 복잡한 감정이 몰려드는 것 같다.






LDP무용단 〈Torch〉 ⓒLDP무용단




나는 사실 부정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작품을 하면서 이런 나의 성향을 다시 돌아보고, 어두운 에너지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변화시키며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내 자신이 변화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냥 스쳐 지나거나 마음 한구석 검은 방에 감춰놨던 감정을 진지하지만 유쾌하게 작품에 담고 싶다.

김성훈

안무가 겸 무용수인 김성훈은 LDP(한국), 아크람 칸 댄스 컴퍼니(영국)의 무용수로서 국내외 활동을 활발히 하였으며, 안무가로서 본인 자신의 움직임을 강요하기보다는 인간 본연의 움직임을 무대화하는 작업을 가장 중요시한다. 무용수 각자 특유의 움직임을 존중하고, 주제에 따르는 일반인들의 일상 움직임들을 조사한 후 두 가지 현상을 콜라주(collage) 기법을 이용해 감각들을 서술하여 하나의 이미지 장면들을 구성하는 안무 작업을 해오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Black Comedy〉(2009), 〈No Film〉(2014), 〈Green Eye〉(2017), 〈Pool〉(2019) 등이 있다.​​

2021. 5.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