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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립무용단 창단 40주년 기념
40년 역사를 바탕으로 미래를 다지다
김성용_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

대구시립무용단은 지난 5월 창단 40주년 기념공연 및 행사를 가졌다. 처음 40주년 행사를 기획하게 된 것은 2년 전이다. 2년 전 봄, 우리는 처음으로 코로나라는 전혀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공연을 준비하고 관객들 앞에 서는 것이 불확실해지면서 다음해에 있을 40주년 행사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시작되었다. 대구시립무용단의 예술 감독으로서의 무거운 책임, 부담과 함께 어린 시절부터 로망이었던 대구시립무용단의 장으로서 대구시립무용단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코로나라는 전혀 새로운 복병은 더 치밀하고 다각도에서 성취 가능한 계획들을 필요로 했다. 많은 전문가들과 관계자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취할 수 있는 것들을 선별하여 수렴하면서 단체의 역사와 의미에 역점을 둔 40주년 행사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행사를 기획하거나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계획단계부터 함께 하며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들을 함께 개선해 나간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러한 과정을 어떻게 지내는지에 따라 작품(행사)의 생김새와 성질이 결정된다. 이번 행사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대구시립무용단 40주년을 통해 우리 단체는 물론 우리나라 현대무용의 가치와 의미를 부각하는 40주년의 잔치를 배설키로 했다. 고민 끝에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포럼을, 축제로서 모두 함께 즐겁게 즐기기 위해 공연을 준비하기로 한 것이다.




대구시립무용단 40주년 프로그램북 ⓒ대구시립무용단




먼저 대구시립무용단의 40주년의 의미와 가치를 위한 포럼에 대한 계획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포럼에 대한 주제를 정하는 데만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40년의 역사를 가지고 성장, 발전해 왔음에도 감독을 지내면서 한계에 부딪혔던 순간들이 있었다. 다른 국공립단체의 상황은 어떤지 보다 전문적인 의견이 필요했고 이로써 국공립단체로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주제로 의견이 좁혀졌다. 포럼을 위한 발표자와 토론자를 찾아나서는 중 코로나라는 변수가 떠올랐다. 코로나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모든 것을 조정해야 해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오프라인으로 포럼을 진행하여 한정된 인원과 함께 하는 대신 불특정 다수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온라인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한자리에 모여 발표하는 대신 발표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접 만나 인터뷰 하고 그것을 영상 제작하여 한 달에 한 번 송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으며 대구시립무용단의 설립배경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다각도로 살펴보고자 했다. 그렇게 진행된 것이 바로 ‘인터뷰 On-Tact 온택트’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내일’을 꿈꾸는 진솔한 대화로 김미영 객원연출에 의해 진행되었다. 2020년 9월에 시작하여 10월 1일 송출된 첫 인터뷰는 2021년 4월까지 준비기간과 결산편까지 9개월간 진행되며 월 1회의 인터뷰 동영상을 제작해 온라인으로 전송되었다. 역사, 가치, 방향, 진단, 모색, 비전, 미래의 섹션으로 나누어 김기전 초대예술감독(2020/10/01), 장석류 박사(2020/11/01), 예술의 전당 손미정 부장(2020/12/1), 〈서울문화투데이〉의 이은영 편집장(2021/01/01), 남영호 예술감독(2021/02/01), 〈대구문화〉의 임언미 편집장(2021/03/01), 대구시립무용단의 무용수 송은주, 송경찬, 최초의 외국인 무용수 마르코 볼페(2021/04/01)의 인터뷰를 유튜브 채널 DCDC Live,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곱 번의 인터뷰를 통해 예술 단체로서 가장 기본인 예술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비롯하여 그에 따른 행정시스템의 보완, 예술가의 역량을 원활하게 펼치도록 무용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대할 필요성, 이제는 세계 속에서 대구시립무용단 입지를 강화하는 방향의 홍보 강화, 공공단체가 대중들에게 다가서는 다각적인 기획의 개발, 지역예술인과 공공단체가 협업하고 지역예술인을 지원하고 독려하는 시스템 구축 등의 내용을 바탕으로 통해 공공예술단체로서 대구시립무용단의 어제를 되돌아보고 다가올 내일에 대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대구시립무용단의 40주년이 갖는 가치와 의미를 ‘인터뷰 온택트’에 담았다면 축제로서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잔치는 무용공연으로 창단날짜 5월 1일에 맞추어 정기공연 〈존재〉를 준비했다. 특별히 올해 함께 40주년을 맞이한 대한민국의 대표무용축제 모다페(MODAFE, 국제현대무용제)와도 함께 하면서 더욱 축제다운 40주년을 즐길 수 있었기에 모다페 측에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한다. 최초의 국공립 현대무용단의 상징성과 최초의 현대무용축제로 시작한 모다페의 의미가 대구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무용인들의 축제로 부각될 수 있었다. 대구에서 모다페를 불렀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모다페 40주년을 맞아 이해준 조직위원장의 아트플랫폼 및 프로덕션 역할 강화의 일환으로 서울을 넘어 지역으로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올해 서울과 대구, 제주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중 대구에서는 우리 40주년 날짜에 맞추어 MODAFE in DAEGU로 자연스럽게 공동기획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충분한 검증을 받은 작품들이 대구의 무대에 서게 되면서 대구 시민들은 보다 다양한 무용작품을 향유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신인 안무가들의 등용문인 ‘Spark Place’에 최동현, 도지원, 신은주, 이현진, 함초롬, 최연진, 정예림, 고일도, 이용우, 이혜리가 무대에 섰다. 대구・부산의 신진안무가들이 참여하면서 서울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기도 하였다. 이를 통해 무용예술이 서울에만 편중되기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 차이를 극복할 수 있기를 바라고 무엇보다 젊은 안무가들이 지역 안에 함몰되지 않고 어디든 가능성을 가지고 도전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대구시립무용단 〈월훈〉 ⓒ대구시립무용단




모두 4일간 진행된 MODAFE in DAEGU는 4월 27일(화) MODAFE in DAEGU ‘Best Collection I’로 시작되었다. 영국의 안무가 호페쉬 쉑터와 케이아츠 댄스 컴퍼니의 〈더 배드〉(tHE bAD), 무용의 대중화를 꿈꾸는 블루댄스 씨어터의 〈더 송〉(The song)과 함께 대구시립무용단의 〈월훈〉이 무대에 올랐다. 〈월훈〉은 달에서 모티브를 얻어 출발한 작품으로 달무리를 뜻하는 말이다. 멈춰있는 것처럼 보였던 달의 움직임과 달을 보고 있는 나와 달의 주체가 과연 누구였는지에 대한 사유에서 시작하였으며 달이 바라보고 있는 이 세상을 움직임으로 풀어가고자 한 작품이다. 성금연(1923-1983,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병창기예보유자) 명인의 가야금 산조에 맞춘 움직임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가며 우리의 삶 역시 멈추는 것처럼 보여도 계속해서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음을 이야기하였다. 이 작업은 무용수들과의 관계가 형성되고 함께 작업하는 시간들이 쌓였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Best Collection II’ (4월29일)에는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로 잘 알려진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바디 콘서트〉, 툇마루무용단의 〈해변의 남자〉, 밀물현대무용단의 〈Reboot: 출발점 위에 서다 2.0〉와 대구시립무용단의 이준욱 트레이너의 안무작 〈SHOT〉이 공연되었다〈SHOT〉은 인큐베이팅 되어져가는 인간,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자연과 도시 속에서 점점 인간성을 잃어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소 어둡게 표현된 움직임들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어떤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제공하였다.




대구시립무용단 ‘Best Collection’ 단체사진 ⓒ대구시립무용단




드디어 40주년의 날, 5월 1일 정기공연 〈존재〉로 관객들 앞에 설 수 있었다.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준비했던 작품 〈존재〉는 무대에 세우는 대신 영상으로 제작하여 관객들 앞에 상영을 했더랬다. 해서 작년엔 〈존재: The Movie〉였다면 올해는 영상으로 만났던 〈존재〉를 무용수들의 실제 움직임으로 만나 〈존재: The Stage〉로 관객을 만나게 된 것이다. 작년 상영에 있어 누군가는 공연장으로 관객들을 부를 거라면 뭐하러 공연이 아닌 상영을 하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는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였고 관객들의 안전만큼이나 무용수들의 안전도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존재: The Movie〉 상영 이후 대구MBC 영상팀과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가〉라는 영상작품을 공동제작하게 됨으로써 무용단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대구MBC와의 작업은 무용단 안에서 시대를 고려한 예술작업으로 적극적으로 특별기획하여 추진하게 되었으며 작업도중 대구MBC에서 흥미를 가지게 되면서 TV에서도 방영되는 기회를 얻게 되기도 했으며 또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전 세계에서 볼 수 있었던 만큼 해외 평단의 리뷰를 받기도 하였다.




대구시립무용단 정기공연 〈존재〉 ⓒ대구시립무용단




〈존재〉는 팬더믹을 반영한 작품이다. 모든 것이 멈추어 버린 순간. 시민들은 좌절하고 우울했다. 그런 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안겨주고 싶었고 그들을 응원하고 싶었던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작품엔 유독 선과 면의 형성이 많은데 가는 선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면을 표현하고자 했다. 작고 연약하더라도 자신의 자리를 지킬 때 면을 만들 수 있다. 꼭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코로나로 모두가 힘겨워했다. 하지만 그들이 그저 버텨주는 것만으로, 살아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 서로 의지가 되고 그것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리고 무용단으로서 우리의 의미를 찾아보았다. 무용단 역시 존재하는 것으로 가치가 있었다. 그래서 움직임의 본질을 찾고 가장 간결하면서 담백한 움직임들을 담아내고자 했다. 어제가 있기에 오늘이 있고 지금 우리가 존재하기에 내일을 꿈꿀 수 있음을 통해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랐다.

무엇보다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 소통할 수 있었던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이었고 무대에서 춤을 통해 관객과 만남으로 비로소 대구시립무용단의 창단 40주년이 기념될 수 있었다. 우리의 춤이 다양한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보는 이들의 히스토리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 가능하여 누구에게나 감동을 줄 수 있게 되기를 마음 깊이 소망하였다.

〈존재: The Stage〉에서 관객을 만나고 대구시립무용단 창단40주년 기념행사의 공식 프로그램이 마쳤다. 이후 3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무용단은 또 다른 공연들에 분주하기도 했지만 이번 행사를 다시 한 번 상기하는 대구시립무용단의 40주년이 한국 현대무용에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되짚고 싶어서이다. 대구시립무용단의 40주년 행사는 우리만의 행사가 아니다. 대구시립무용단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공립 현대무용단이며 지금까지 정규단원을 보유한 유일한 현대무용단으로 그 가치와 의미는 곧 우리나라 현대무용의 역사와 직결된다. 따라서 행사의 주요취지와 어떤 것들이 반영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전반적인 진행 사항들을 소개할 필요성을 깨달았다.
 대구시립무용단은 나에게 무용을 전공하기로 한 어린시절부터 꿈꾸었던 곳이며 예술감독이 되고 싶었던 꿈은 지금까지 춤을 추는데 꼭 필요한 동력이 되어 주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나는 대구시립무용단에서 예술감독으로 40여명의 무용단 식구들과 함께 춤을 춘다. 지난 4년 매일매일 함께 고민하고 땀 흘리며 보낸 시간 동안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완전체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과 환경에서 살아가지만 모두가 같은 목표인 40주년에 집중하고 헌신했다. 노력했다고 무조건 좋은 소리를 듣는 것은 아니고 그것을 바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대구시립무용단 40주년 기념사진 ⓒ대구시립무용단




하지만 무대에서 연기처럼 사라지고 마는 무용작품을 가시적인 형태로 붙잡아두는 작업인 글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기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작품은 사라지고 작품에 대한 정보는 오롯이 글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최근 한 평론가의 “비평가는 예술가를 위로하는 사람이다”라는 수상소감을 깊이 생각하게 된다. 대구시립무용단의 창단 40주년 기념공연 및 행사를 마쳤다. 언젠가 50년, 60년을 맞을 때 40년을 뒤돌아보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단 한 명이더라도 그를 위해 자료로서의 정보를 제공하고 부족한 부분도 있었겠지만 최선을 다했던 대구시립무용단의 취지와 노력을 설명하고 모든 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보이게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까지 도와주신 많은 분들에게 이 자리를 통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2021. 9.
사진제공_대구시립무용단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