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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Focus Korea Dance
국제무대 시장 개발과 유통 활성화 프로젝트
장수혜_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프로듀서
 한국 무용의 국제무대 시장 개발과 유통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인 2017 Focus Korea Dance가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CID-UNESCO) 주최로 12월 10일부터 14일까지 SAC홀과 서울무용센터, 그리고 예술가의 집 등지에서 펼쳐졌다.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 11월부터 ‘한국무용 소개책자‘를 제작하여 홍콩 및 이스라엘의 댄스플랫폼에서 약 300여 명의 해외 기획자 및 무용수들을 대상으로 ‘한국무용 프로모션 세션‘을 열어 한국무용의 역사소개, 국내 무용축제 및 대표 안무가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져왔으며, 이번에는 외국의 국립 및 시립극장 프로그래머들을 초청하여 27편의 한국무용 작품을 소개하는 쇼케이스 등을 가졌다.



 Focus Meeting – Exchange between Difference


 쇼케이스에 이어 12월 13일 오후 3시부터 예술가의 집 다목적홀에서 열린 Focus Meeting(포커스 미팅)은 한국을 방문한 해외 무용축제 및 무용전용극장의 기획자들로부터 권역별 무용시장에 대한 소개를 듣고 시장개발을 위한 노하우와 유통채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한국무용의 국제무대 진출가능성 및 보완사항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종호 회장은 “지난 21년간 서울세계무용축제와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를 운영하며 많은 행사를 치러왔지만 이렇게 정보를 교류하는 포럼형식의 자리에 이 정도로 많은 예술가들이 찾아준 것은 처음”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12월 10일부터 3일간 이미 20여 편의 작품을 관람한 해외초청기획자들은 먼저 각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국제교류 사업에 대해 소개했다. 

 


 2016년 10월 첫 개관하여 약 39,000㎡넓이의 규모를 가진 중국 상하이국제무용센터의 수석 프로젝트 매니저 사브리나 첸(Sabrina Li Chen)은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의 무용전용센터의 규모와 극장의 용도, 프로그램 및 미션 등을 설명했다.
 상하이 홍차오공항에서 20분 거리에 위치한 무용센터는 그랜드 시어터(1,079석)와 실험극장(291석)이 있다. 상하이 정부 측은 음악공연을 위해 상하이 심포니 오케스트라홀을, 연극 공연을 위해 상하이 그랜드 시어터를, 뮤지컬을 위해 상하이 컬쳐스퀘어를 건립한 바 있고 2012년부터 고안하여 상하이발레스쿨의 홈타운인 구베이 지역에 무용을 전용으로 하는 센터를 세워 전적으로 발레 및 현대무용의 발전에 힘을 쓰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250개의 무용공연을 소개한다. 연 별 시즌에서는 상하이 지역 내의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상주단체인 발레학교와 컴퍼니 작품을, 약 3분의 1은 크고 작은 규모의 다양한 국제 무용작품들을 소개한다. 매년 가을에는 상하이국제예술축제가 열리며 아직은 타 국가에 비해 현대무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중국 관객들에게 다양성을 제시하고 현대무용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이다. 

 


 영국 에어로웨이브즈(Aerowaves – dance across Europe)의 예술감독 존 에쉬포드(John Ashford)는 “미안하지만 우리 단체는 빌딩도 없고, 오피스도 없다”라며 가벼운 웃음과 함께 단체에 대해 소개했다. 에어로웨이브즈는 떠오르는 안무가들에게 국경을 넘나드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유럽 내 예술가, 예술관객, 그리고 기획자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현대무용 관객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존 에쉬포드 감독이 사무실이 없다고 설명한 이유는 에어로웨이브의 장소가 매년 바뀌기 때문인데 유럽 내 32개국에 파트너를 두고 2011년부터 장소를 바꿔가며 공동주최를 하는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매년 6월에 전 세계의 아티스트들에게 신청을 받아 약 700개 이상의 무용작품 영상을 받지만 32개국을 대표하는 42명의 전문가들이 함께 작품을 선정하여 수준 높고 공정한 신뢰관계를 자랑하는 기관이다. 또한 사라져가는 무용평론을 되살리기 위해 매년 신진평론가들을 교육하고 지지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신청 및 추천받은 아티스트 중 20명의 에어로웨이브즈 아티스트를 선정하여 그들의 장기적인 발전을 돕고 있다.
 처음에는 유럽 내의 안무가들을 위한 플랫폼이었지만 점점 프로그래밍의 폭이 넓어지고 있으며, 매년 4월에 3일간 열리는 에어로웨이브즈 스프링포워드 프로그램에서는 유럽 뿐만이 아닌 다른 지역의 아티스트들이 소개되기도 한다.




 상하이와 맞먹는 대만 웨이우잉 지역의 국립극장, 국립카오슝예술센터에서 온 리디아 장(Lydia Chang) 역시 거대규모의 극장을 소개했다. 2,260석을 보유한 오페라극장부터 콘서트홀, 리사이틀홀, 그리고 1,254석을 보유한 연극 및 무용전용극장인 플레이하우스까지 있으며 군대부지였던 장소를 예술장소로 탈바꿈시켜 거대규모의 예술행사들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 역시 극장의 시즌 내 공연에 한국작품들을 소개할 의향으로 이번 한국을 방문했다. 또한 매년 대만댄스플랫폼을 주최하여 세계 무용기획자들을 초청하며 아시아의 무용을 앞서서 소개하고 있는 단체이다. 2018년도 11월 5일부터 11일까지 플랫폼이 열릴 예정이다.




 독일 베를린에 탄츠임아우구스트(Tanz Im August)가 열린다면 같은 시기에 항구도시 함부르크에서는 인터네셔널 썸머페스티벌(Internationalen Sommerfestival)이 열린다.
 이 축제가 열리는 극장인 캄프나겔(Kampnagel)은 60년대부터 기계공장으로 쓰였던 장소를 82년부터 예술공간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독일 내에서 작품제작을 가장 많이 하는 극장으로 유명하다. 특히 유명 국제예술축제들과의 공동제작으로 현대예술가들의 실험의 장이 되어왔다. 캄프나겔의 어시스던트인 드라마투르그 레냐 부쉬(Lenja Busch)는 캄프나겔에서 제공하는 K3 안무가 레지던스센터(K3 - Center for Choreography) 작업을 통해 많은 젊은 안무가의 작품들이 배출되었으며 8개월의 레지던시 기간 동안 많은 실험을 할 수 있다며 정보를 찾아볼 것을 추천했다. 

 


 탄츠임아우구스트와 동유럽의 쌍벽을 이루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여름 무용축제인 임풀스탄츠(Impulstanz) 예술감독 미하엘 슈톨호퍼(Michael Stolhofer)도 30년간 이어온 그의 축제에 대해 소개했다.
 임풀스탄츠 내에는 여러 명의 예술감독이 상주하고 있는데 그가 맡고 있는 프로그램은 젊은 안무가 시리즈, [8:tension]이다. 임풀스탄츠는 한 달 축제기간동안 약 100 여 편의 무용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특히 공연 뿐 아니라 워크숍, 포럼 등 전문무용수들을 위한 이벤트가 많은 행사로 매년 전 세계의 젊은 무용수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임풀스탄츠에서 진행하는 DanceWeb프로그램은 약 70명의 젊은 안무가에게 멘토링 기회를 제공하고 작품을 제작할 수 있게 하는 인기프로그램이다. DanceWeb은 국가제한이 없어 국제 아티스트도 신청 할 수 있다.




 프랑스 국립 샤이오극장 프로그램 디렉터인 야르모 펜티야(Jarmo Penttila)도 극장 시설과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했다. 극장은 에펠탑 바로 옆에 위치하여 약 1,200석의 오페라하우스와 390석의 블랙박스시어터를 보유했고 지난 2016년, 한불상호교류의 해 사업으로 이미 많은 한국 작품을 소개한 바 있다. 이곳에서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하여 아티스트를 배출해 내는 역할도 하는데, 뽑히는 예술가의 반 이상이 국제 아티스트이기에 공동작업 등에 매우 익숙하다. 축제는 없지만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50%가 해외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발제자들의 소개가 끝난 뒤 이종호 회장은 아시아 지역의 발제자들에게 지난 몇 일간 한국무용을 관람한 뒤, 이웃나라의 축제 및 극장에서 한국무용을 소개할 의향이 있는 지 물었다. 상하이의 경우 “지금까지 우선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관이기 때문에 유럽 무용수들을 많이 초대해 왔지만, 이웃나라인 한국과 대만, 일본 등은 현실적으로 기회비용이 적절한 편이며 프로덕션도 유연성 있게 움직일 수 있어서 충분한 고려를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대만 역시 “현재 정부에서 많은 지원이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실력 있는 한국무용수를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만 있다면 큰 영광”이라 했다.
 이어 참석한 예술가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유럽축제에서 아시아, 특히 한국무용을 특집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많지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만약에 한국무용 특집 프로그램을 짠다면 어떤 방식으로 구성할 예정인지 물었다.
 이에 대해 오스트리아의 미하엘 슈톨호퍼는 “지난 며칠 간 압축된 한국무용 쇼케이스를 보며 궁금한 것은 내용(context)에 대한 질문이었다. 한국인들이 최근에 어떤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물론 일반화를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은 굉장히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여 매우 흥미로웠으며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도 이 점을 고려할 듯하다”라고 답했다.
 에어로웨이브즈의 존 에쉬포드는 “98년에 영국 The Place의 예술감독을 하던 때였다. 당시 아시아문화에 무지했던 우리는 reORIENT, 즉 영어 단어 뜻은 ‘정렬하다‘이지만 오리엔탈리즘을 재정립한다는 의미의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그러나 3년 뒤, 이 프로그램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아시아를 일반화 한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었고 오히려 유럽작품들 중 테마에 맞는 작품들 사이에 같이 프로그래밍을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또 요즘 런던에는 한국인들이 매우 많고 많은 영국인들이 이미 한국문화에 대해 어느 정도는 잘고 있다” 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종호 회장은 “한국무용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더 장기적으로 진출 전략을 짜려면 ‘철학’에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가자 중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초빙교수로 와 있는 오스트리아의 아트스페이스 밀슈타드 예술감독인 안드레아 슐레바인(Andrea K. Schlehwein)은 한국작품을 소개하려는 발제자들에게 “나는 지난 몇 달간 한국에 머물며 수많은 한국 무용수들의 작품을 보아왔다. 그러나 우리가 쇼케이스에서 본 작품들이 한국무용의 전부는 아닌 점을 고려해 달라”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미 오스트리아에서 코리아스페셜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아직도 관객들이 당시에 방문했던 한국아티스트의 작품에 대해 논의하곤 한다”며 한국무용의 깊은 철학과 발전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이번에는 반대로 프랑스의 야르모 펜티야가 한국무용수들에게 “무용작품을 만들 때 팔 생각을 하고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참가한 예술가 중 한명은 “물론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막상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다보니 오히려 잘 팔리지가 않더라. 예술가로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만들었을 때 더 반응이 좋은 것을 경험했고, 앞으로도 남들의 의견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세상에 던지고 싶다”고 답했다.
 이에 야르모는 “아티스트는 아티스트가 하고 싶은 작업을 하는 게 옳으며 사람들이 좋아하도록 만드는 것은 기획자들의 몫이다. 즉, 향후에는 예술가들을 위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기획자를 양성할 수 있는 기회도 사회에서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번 쇼케이스의 작품 및 아티스트선정에 대해 존 에쉬포드는 “Emerging Choreographer, 즉 젊은 안무가에 대한 설명을 좀 해야 할 것 같다. 보통 한 지역에서 젊은 안무가란 약 3년 이상의 데뷔경력을 가진 안무가를 뜻하지만 국제시장에서는 10년의 경력을 가진 안무가도 젊은 안무가에 속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번에 열었던 Focus Showcase 같은 행사는 매우 중요하다. 나도 유럽에서 많은 쇼케이스 및 댄스플랫폼을 기획해 봤지만 매우 어렵고 힘든 행사임을 알고 있다. 관람하는 관계자들은 하루 종일 봐야하는 공연에 매우 힘이 들고 또 공연하는 무용수들도 뽑혀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공연을 해야 하지만 쇼케이스는 기술적인 여건이 충분치 않아 힘을 받지 못하곤 한다. 하지만 자주 이런 행사에 참여해야만 국제적인 수준을 알 수 있게 되고 예술가도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게 된다. 나아가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가까운 나라가 있다면 국내 국외 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별 행사를 만들어서 함께 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종호 회장은 다른 몇분들과 함께 East Asia Dance Platform, HOTPOT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한국무용을 중심으로 성공적인 행사를 기획한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에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한국무용수들에게도 매우 감사한다”는 말을 전했다.
 포커스 쇼케이스는 14일까지 계속되었다. 1대1 매칭 컨설팅을 할 수 있는 Focus Worksho에도 많은 무용수 및 기획자들의 참여가 있었다. 이번 행사가 단발적인 성과를 위함이 아닌 장기적인 목표달성을 위해 계속 지속되길 기대한다.
장수혜
동국대 공연예술학부와 동 대학 영어통번역학교를 졸업, 시애틀대학교에서 예술경영 및 리더십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태양의 서커스>, 뮤지컬〈미션>, 국립극단 등에서 통번역·기획제작팀원으로 일했고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국제교류 팀장을 거쳐 현재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CID-UNESCO) 프로듀서로 활동 중이다.
2017. 12.
사진제공_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CID-UNESCO)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