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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윙 단체 K-SWING WAVE가 지난 7월 뉴욕에서 공연과 파티 행사들을 가진 바 있고, 관련 보도가 뉴욕타임스와 춤웹진에서 있었다. K-SWING WAVE의 결성과 활동에 대해 이번 행사를 진행한 주최 측의 육성을 소개한다. - 편집자
춤웹진 보도 기사
http://www.koreadance.kr/board/board_view.php?view_id=210&board_name=from_abroad
K-SWING WAVE의 시작
스윙댄스를 사랑하는 한 팀이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스윗하트(Sweet Heart). 이들은 처음부터 춤을 직업으로 삼은 전문 댄서들이 아니었습니다. 20대와 30대의 평범한 청년들, 회사원, 프로그래머, 교사, 의사 등 우리가 일상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스윙재즈의 음악과 리듬에 이끌려, 그 속에서 자유롭고 즐겁게 몸을 움직이는 것을 사랑했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취미였지만, 그들의 열정은 점차 커져 갔습니다. 주말이면 연습실에 모여 함께 호흡을 맞추고, 때로는 자정이 넘어서까지 동작 하나를 다듬으며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실력을 키운 이들은 마침내 결심하게 됩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스윙댄스 대회인 ILHC(International Lindy Hop Championships, 국제 린디합 챔피언십)에 출전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2011년, 그들은 마침내 세계 무대에 섰습니다.
스윙댄스는 1930~40년대 미국에서 스윙재즈와 함께 대중적으로 사랑받았던 춤입니다. 한국의 댄서들은 이 춤이 본래 미국 흑인 커뮤니티에서 태어난 것임을 잘 알았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한국적 감성과 자신들만의 해석을 담아 이 춤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춤을 사랑하고, 즐기며, 결국 세계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곳에서 한국 댄서들은 최정상급 댄서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영감을 얻는 동시에, 자신들이 가진 강점과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2011년의 도전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 열정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듬해에도 ILHC에 출전했고, 날라김을 비롯한 한국 댄서들이 국내 최초로 수상을 하며 세계 무대에서 점차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댄서들이 비로소 국제 대회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성취의 기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채워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스윙댄스는 본질적으로 파트너와 함께 추는 춤입니다. 하지만 그 깊은 뿌리를 온전히 표현하려면 솔로 재즈(Solo Jazz)에 대한 탐구와 발전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이를 깨달은 한국 댄서들은 단순히 세계 무대에서의 경험에 만족하지 않고, 최고의 솔로 재즈 댄서들을 직접 한국으로 초청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무대와 수업을 통해 배우고, 한국 댄서들의 역량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바로 이 흐름 속에서 어센틱 재즈 위켄드(Authentic Jazz Weekend)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2013년 첫 개최 이후, 어센틱 재즈 위켄드는 2025년까지 10년 넘는 세월 동안 이어지며 단순한 축제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행사로 성장했습니다. 이제는 세계 곳곳의 댄서들이 한국을 찾아와 영감을 얻고, 다시 돌아가 자신의 무대에서 그 에너지를 전하는 장이 되었습니다. 강사들은 한국에서 자신들의 지식과 예술을 나누기 위해 왔지만, 막상 떠날 때는 오히려 한국 댄서들에게서 받은 열정과 창의성으로 가득 차서 돌아갔습니다. 어센틱 재즈 위켄드는 그렇게 세계와 한국이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는 특별한 무대가 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한 사람, 케일럽 타이셔(Caleb Teicher)가 있었습니다. 그는 스윙 씬에서 비교적 늦게 이름을 알렸지만, 탭댄스와 스윙댄스를 넘나드는 탁월한 리듬감, 그리고 다재다능한 스타일로 전세계의 댄서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이었습니다. 타이셔가 처음 한국을 찾은 것은 2020년 어센틱 재즈 위켄드에서였습니다. 무대 위에서 펼쳐진 한국 댄서들의 공연을 본 그는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습니다. 비록 스윙댄스는 미국 흑인의 전통적인 춤이지만, 한국 댄서들은 그 안에 한국 특유의 감각과 개성을 담아내며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발전시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공연이 끝난 뒤, 타이셔는 앤디서, 날라김과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는 “이 춤이 단지 한국에 머무르지 않고, 미국에도 전해지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이 생각을 구체화하기 위해 미국 링컨센터의 예술감독, 그리고 한국의 공연기획자인 장수혜 감독에게도 자신의 영감을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2024년 4월, 이들은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뉴욕 할렘에서 시작된 재즈와 스윙댄스의 WAVE가 한국으로 흘러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이제는 다시 뉴욕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 순간부터 K-SWING WAVE라는 새 서사가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케이스윙웨이브 뉴욕 공연, 링컨센터 ⓒLawrence Sumulong, Lincoln Center |
The Dancers of the K-SWING WAVE
K-SWING WAVE는 8명의 메인 댄서와 8명의 서포팅 댄서, 총 16명의 댄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한국 스윙댄스 씬을 대표하는 최고의 댄서들입니다. 특히 8명의 메인 댄서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어센틱 재즈 댄스 크루의 리더들로, 각자의 팀에서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독창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시작은 프로젝트 감독 날라 김과 예술감독 앤디 서의 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두 사람은 이미 어센틱 재즈 위켄드에서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함께 경험하며 서로의 예술적 감각과 호흡을 확인한 바 있었습니다. 그러나 50분에 달하는 공연 전체의 스토리를 끌고 가는 프로젝트는 이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앤디 서는 한국 스윙댄스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동시에, 각 장면과 퍼포먼스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공연 전체의 흐름과 스토리를 섬세하게 구상했습니다.
스윙댄스는 솔로로 추는 솔로 재즈와 파트너와 함께 추는 린디합 등 다양한 장르를 포함합니다. 8명의 메인 댄서만으로도 이 다양한 스윙댄스 스타일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었지만, 한국 댄서들이 가장 잘 소화하는 포메이션 기반의 그룹 퍼포먼스를 구현하기에는 인원이 부족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8명의 서포팅 댄서가 함께 참여했습니다.
서포팅 댄서들 역시 한국 최고의 스윙댄서로, 단순히 춤을 잘 추는 것을 넘어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능력과 공연 스토리의 핵심적인 연결고리(브릿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댄서들로 선발되었습니다. 이렇게 모인 16명의 댄서들은 서로의 에너지와 개성을 한데 모아,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하나의 이야기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완벽한 공연을 만들어냈습니다.
K-SWING WAVE의 댄서들은 단순히 한국 스윙댄스의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한국적 감성과 세계적 스윙댄스의 조화를 무대 위에서 실현하며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순간을 선사합니다.
케이스윙웨이브 뉴욕 공연, 링컨센터 ⓒLawrence Sumulong, Lincoln Center |
Dance & Life
우리나라에서 댄서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최근 들어 대중의 인식이 많이 바뀌고는 있지만, 특히 파트너 댄스와 같은 장르에 대해서는 여전히 편견이 존재합니다. 게다가 이러한 예술 활동을 실질적으로 인정받고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K-SWING WAVE의 16명의 댄서들 중에서도, 약 30%만이 춤을 전업으로 삼아 살아가고, 나머지 댄서들은 낮에는 직장인으로, 저녁과 주말에는 댄서로서 꾸준히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들은 직장과 일상 속에서 쌓인 피로와 책임 속에서도, 무대 위에서 빛나는 순간을 위해 쉼 없이 연습을 이어갑니다.
특히 주류 예술계에서 벗어난 장르의 예술가들에게는,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보여줄 기회와 배운 것을 나누며 성장할 수 있는 무대가 매우 소중합니다. 이번 공연은 바로 그런 댄서들의 삶과 열정, 그리고 예술적 도전이 관객과 만나는 자리입니다. 무대 위에서 흘린 땀과 열정은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그들의 삶과 예술이 하나로 이어진 이야기로 관객에게 전달됩니다. 댄서는 단순히 춤을 추는 사람이 아니라, 삶과 예술을 동시에 살아내는 사람입니다. 이 무대를 통해 우리는 그들의 삶과 도전을 함께 느끼고, 한국 스윙댄스의 가능성을 함께 목격하게 됩니다.
Culture thru Dancing
스윙댄스는 단순한 춤사위를 넘어 그 안에 깊은 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는 예술입니다. 이 춤은 1930~40년대 미국 흑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되었고, 그들이 겪은 어려움과 역경, 그리고 서로에 대한 공감과 연대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춤을 추는 순간, 댄서들은 단순히 발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과 이야기, 그리고 문화적 정서를 함께 느끼고 표현하게 됩니다. 댄서들은 스윙댄스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문화와 역사까지 배우게 되며, 동시에 자신의 문화와 정체성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됩니다. 다른 문화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뿌리와 전통을 돌아보게 되고, 그것을 춤과 움직임으로 재해석하며 표현하는 과정은 단순한 연습을 넘어 문화적 교류이자 자기 발견의 여정이 됩니다.
즉, 스윙댄스는 몸으로 문화와 역사를 배우고, 공유하며, 느끼고 성장하는 통로입니다. 이 춤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매 순간 무대 위에서 자신과 타인의 삶, 그리고 다양한 문화가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함께 만들어 갑니다.
Can’t Stop the Lindy Hop & Never Stop Swingin’
K-SWING WAVE는 단순한 공연이나 춤의 집합체가 아닙니다. 춤과 음악을 통해 삶과 이야기를 전하고, 그 안에 담긴 문화와 역사를 서로 나누는 장입니다. 스윙댄스는 단순히 발을 움직이는 춤이 아니라, 미국 흑인 커뮤니티가 역경 속에서 서로 공감하고 감정을 표현하며 만들어낸 문화적 산물입니다. K-SWING WAVE의 댄서들은 이 춤을 배우고 공연하면서,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것을 넘어 그 문화와 역사 속의 이야기들을 함께 경험합니다. 다른 문화 속의 이야기를 배우며, 동시에 우리의 문화와 정체성을 새롭게 발견하고, 나누게 되는 순간들입니다.
K-SWING WAVE는 멈추지 않습니다. 린디합의 즐거움과 스윙의 자유로운 리듬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춤과 음악,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역사와 문화적 의미를 전달하며 퍼져 나갑니다. 한국에서 시작된 이 물결은 이제 국경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고, 다시 새로운 영감을 안고 돌아옵니다. K-SWING WAVE의 댄서들은 단순히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것에 그치지 않고, 춤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문화를 이어가며, 사람들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앞으로도 K-SWING WAVE는 춤과 음악을 통해 세상을 잇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정서를 공유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전하는 여정을 이어갈 것입니다. 스윙의 리듬은 멈추지 않고, 춤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계속 살아 숨쉴 것입니다.
Can’t Stop the Lindy Hop & Never Stop Swingin’. K-SWING WAVE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춤과 음악, 그리고 문화를 연결하는 끝없는 여정입니다.
(사진에서 줄무늬 셔츠의 출연자가 필자임-편집자)
날라 김
K-SWING WAVE 프로젝트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