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Chat GPT, 이제는 한 번쯤 들어보셨거나 사용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Chat GPT 와 같은 인공지능을 생성형 AI라고 하는데, 생성형 AI란, 특정한 작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기존의 인공지능과 달리, 딥러닝 기술(Deep Learning1))을 이용하여 학습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의미합니다. 생성형 AI는 이용자가 입력한 텍스트나 요구한 사항에 대해 새 산출물을 만들어 내는데, 글이나 그림은 이미 수년전부터 다양한 생성형AI 플랫폼을 통해 만들어져 왔습니다. 그러다 2024. 4. Open AI가 ‘Sora’라는 동영상 생성 AI 서비스를 공개하여 인공지능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현재 Pika, Stability AI 등 다양한 동영상 AI 서비스가 출시되면서 AI가 만든 동영상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춤 산업계에서도 생성형 AI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웨인 맥그리거는 2019년 구글과 협업을 통해 자신이 참여한 작품이 영상을 알고리즘화한 후 인공지능에 훈련시켜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안무를 개발하는 ‘리빙 아카이브’를 공개하였고 현재까지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스탠포드대학이 공개한 ‘엣지(EDGE: Editable Dance Generation)’가 출시되기도 하고, 각국에서 다양한 댄스 생성 AI가 개발 및 출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국내에서는 최근 국립발레단의 이영철 발레마스터가 AI 창작발레에 도전하여 2023년 7월 [Physical Thinking + AI] 공연하기도 했고, AI를 통해 안무를 생성한 것은 아니지만 2009년 타계한 안무가 피나 바우쉬의 데이터를 입력한 AI와 함께 공연을 하는 ‘P와 함께 춤을’ 공연이 2024년 10월 이루어지기도 하는 등 춤 업계에서도 AI를 활용한 다양한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국립발레단 〈Physical Thinking + AI〉 ⓒ국립발레단 |
그렇다면 생성형 AI를 이용하여 안무를 만들었을 때, 그 안무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인 경우 ‘안무’에서, 춤이 음악과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으로서 안무가의 창작성이 인정된다면 저작권이 인정된다는 점은 이미 알고 계실 것입니다. 법원 역시 ‘샤이보이’ 사건에서 샤이보이 안무는 전문 안무가인 원고가 ‘시크릿’의 ‘샤이보이’의 악곡의 전체적인 흐름, 가사의 내용 및 가수들에게 적합한 일련의 신체적 동작 및 몸짓을 조합·배열한 것으로 원고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 사건 안무에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스윙댄스의 기본적 스텝이 부분적으로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이 사건 안무의 창작성을 부정하는 근거로는 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서울중앙지법 2011.11.8. 2011가합23960).
그런데, 이렇게 창작성이 인정되는 ‘안무’를 사람이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생성형 AI를 이용해서 만든 경우에는 저작권법 제2조 제2호가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에 과연 “인간”이 만든 창작물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습니다. 종전에 원숭이가 우연히 카메라를 들고 자신의 모습을 찍은 셀카 사진의 경우 인간이 촬영한 사진이 아니라는 이유로 저작권이 부정된 사례가 있었기에,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창작물 역시 과연 인간이 제작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생기는 것입니다.
보통 인간이 붓이나 물감, 컴퓨터 프로그램 등 도구를 이용해서 제작한 창작물에는 저작권이 어렵지 않게 인정되기 때문에, 인간이 생성형 AI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제작한 창작물 역시 저작권이 인정될 여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으나, 미국 저작권청 심사위원회는 인터넷 소설 작가 크리스 카쉬타보가 생성형 AI를 이용해 제작한 웹툰 〈새벽의 자리아〉에 대하여 2022. 2. 21. 저작권 등록을 최종적으로 거절하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당시 미국 저작권청은 ‘위 작가가 이용한 생성형 AI인 미드저니(Midjourney)의 이미지 생성 프로세스상 이용자가 입력한 프롬프트는 이미지 생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프롬프트 텍스트가 특정 결과를 나타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드저니에 프롬프트를 제공하는 이용자는 실제로 이미지를 ‘형성’하지 않고, 이미지를 만든 제작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저작권 등록을 거절한 것입니다. 위 결정은 미국 저작권청의 결정으로 추후 법원의 다른 판단이 내려질 여지가 남아 있기는 하나, 현재로서는 법원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
한편, 미국 저작권청을 비롯해 각국에서 생성형 AI로 생성된 제작물의 저작권을 인정하기 어려운 원인 중 주요한 것이 저작권을 인정하려고 해도,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저작권을 인정해 줄 것인가에 대한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생성형 AI 모델 구축을 위해서는 대량의 데이터를 필요로 하고, 학습데이터는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로 구성되는데 그 과정에서 학습데이터에 다른 사람의 저작물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학습데이터에 자신의 저작물이 이용되었다고 주장하는 데이터 저작권자는 물론, 생성형 AI 플랫폼을 개발하는 업체, 프롬프트를 입력하여 실제 산출물을 발생시킨 이용자 등 현재 생성형 AI 산출물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 참여자가 많고, 이들에게 얼만큼의 저작권을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아직 논의와 법제가 정리되지 않았고, 소송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2023년 아티스트들이 AI 플랫폼 Stable Diffusion을 개발하거나 사용한 회사들(Stability AI, DeviantArt, Midjourney)을 상대로 AI 학습에 자신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이용했다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고, 이미지 판매 기업인 게티 이미지(Getty Image INC)는 AI 플랫폼인 Stability AI를 상대로, AI 플랫폼이 게티이미지의 이미지를 최소 1200만개 이상 무단으로 복제하였다고 주장하며 저작권 침해에 대한 소송을 진행 중에 있어, 향후 수년간 저작권과 관련한 분쟁과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2)
다만,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만든 안무에 대해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하더라도, 해당 안무를 사용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 동일, 유사 안무를 이용하는 자에 대하여 저작권을 근거로 침해금지를 청구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되어 타인의 이용을 막을 수는 없게 되는데, 그 외에는 스스로 사용하는 데는 아무 제약이 없어 상업적 사용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특히 안무의 특성상 AI가 제안한 안무를 그대로 사용하기 어렵고, 안무가의 색깔을 입혀 완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생성형 AI가 도출한 안무에 안무가의 새로운 창작성이 부가된 결과물이 나오거나, 안무와 영상, 음악 등을 창작적으로 배열 또는 구성한 경우에는 저작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사람이 창작한 부분과 생성형 AI 산출물의 구분을 명확히 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각국에서 법제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2023년 5월 발의된 콘텐츠산업 진흥법 개정안에서는 콘텐츠 제작자가 AI 기술을 이용하여 콘텐츠를 제작한 경우 해당 콘텐츠가 AI 기술을 이용하여 제작한 콘텐츠라는 사실을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정부가 2023년 7월 7개 AI 플랫폼들과 AI 산출물에 워터마크 표시를 넣는 등 안전조치를 도입하는 방안에 합의하여 10월 해당 콘텐츠에 대한 워터마크 사용 지침 개발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기도 하는 등 점차 윤곽이 잡혀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생성형 AI를 활용한 안무에 대해 그 자체만으로는 저작권을 인정을 받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그 활용에는 제약이 없고 새 창작성을 부여하거나 편집할 경우에는 저작권의 보호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새로운 시도와 협업을 통해 춤 산업이 발전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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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의 뇌 신경망과 유사하게, 데이터를 계층적으로 학습한 패턴에 기반하여 추론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의미합니다.
2) 다만, 이 경우에도 미국 저작권청은 위 작가가 웹툰을 제작하기 위해 미드저니에 입력한 수백줄의 프롬프트에 대하여는 어문저작물로서 저작권성을 인정한 바 있고, 우리나라 저작권 위원회도 생성형 AI로 제작한 ‘AI수로부인’ 영화에 대해 이미지, 영상 등을 배열한 부분을 편집저작물로 등록한 바 있습니다.
강민주
법무법인(유)동인 파트너 변호사. 한국춤비평가협회 고문변호사. 사법연수원 수료 후 IP, 엔터테인먼트 전문변호사로 활동해오고 있다. 각종 라이선스 계약, 공연 및 스폰서 계약 등을 자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