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춤과 권리(20)
만료 저작물의 자유로운 이용, 문제 없나
강민주_법무법인(유)동인 변호사

저작권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모든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이 영구적이라고 한다면,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이 좁아져 문화 예술의 발전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에 저작권법은 특정 개인과 단체에 영구적인 저작권을 부여하지 않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공공으로 돌아가도록 하여 누구나 이를 이용하여 새롭게 재창조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연과 춤 분야에서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새롭게 재창조하는 것은 공연예술의 발전에서 중요한 몫을 맡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1. 저작권의 보호기간 및 소멸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저작자가 사람인 경우 저작권의 보호기간을 생존하는 동안과 사망한 후 70년간 존속하는 것으로, 저작자가 법인인 경우 공표한 때로부터 70년간 존속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해외의 경우 나라마다 법제가 달라 보호기간을 다르게 정할 수 있으나, 미국과 일본, 유럽 등 다수 나라들은 각종 국제조약 등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저작자가 사람인 경우 70년으로 보호기간을 정해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해 해외 각국은 처음부터 70년의 보호기간을 정해두었던 것이 아니라 30년, 50년의 기간을 차츰 늘려 70년까지 연장한 것으로, 법이 개정되기 이전에 이미 기존 법에 따라 보호기간이 만료된 저작물은 소급하여 보호가 되지 않습니다. 이에 저작자가 보호기간을 70년으로 하는 법이 개정되기 전에 사망하였다면 사망 당시 저작권법에 따라 30년 또는 50년이 경과되면 저작권은 소멸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저작권이 소멸된 저작물(이하 “만료 저작물”이라 합니다)은 공공의 영역으로 돌아가 누구나 자유롭게 수정하거나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클래식 음악이나 고전 희곡들은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된지 오래되어 이미 여러가지 형태로 이용되어 왔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와 같은 고전 발레는 여러 현대적 요소가 결합된 모습으로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고,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은 시투트가르트발레단의 우베 숄츠,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의 토에르 반 샤이크로부터, 〈교향곡 9번〉은 안무가 모리스베자르 등의 안무가들의 손에서 발레작품으로 거듭났습니다.

이처럼 만료 저작물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한데, 사실 말 그대로 완전히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만료된 저작물에 다른 이해관계인이 있는 경우 권리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데, 항을 바꾸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2. 만료 저작물의 활용 및 유의할 점

저작권은 지식재산권의 일환으로 비교적 늦게 체계가 갖추어져서 그간 보호기간 만료로 인한 이슈가많지 않았다가 최근에 와서 1950년대 이전에 창작된 저작물에 대한 보호기간이 대거 만료되면서 여러 논의가 생기고 있습니다. 특히 디즈니사의 대형 IP들의 저작권이 소멸되면서 크게 이슈가 되었는데, 그 중 ‘곰돌이 푸’의 경우 1926년에 공표되었고, 미국 저작권법 등에 따른 보호기간이 2021. 12. 31.에 만료됨에 따라 2022. 1. 1.부터는 공공의 영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자 리스 프레이크 워터필드 감독은 2022년 5월경부터 ‘곰돌이 푸’를 공포물로 각색한 ‘곰돌이 푸 : 블러드 앤 허니(Winnie-The-Pooh: Blood and Honey, 2023)’ 영화를 2023년 1월에 개봉하였는데, 위 영화에 등장하는 푸의 모습이 기존과 다른 성인용 푸의 모습이어서 과연 만료 저작물을 훼손하는 형태로 이용이 가능한지 등의 논란이 있었습니다.

한편, 디즈니사가 1928년에 첫 유성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를 통해 공표한 ‘미키마우스’는 2023. 12. 31.부로 저작권이 만료되어 2024년부터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무인도에 고립되었을 때 해변가에 미키마우스를 크게 그리면 디즈니사가 단속하러 비행기를 타고 와 탈출이 가능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라이선스 단속이 엄격한 디즈니사인데 드디어 그 대표작인 미키마우스도 저작권이 풀린 것입니다. 사실 디즈니사의 초기 캐릭터들은 본래 한참 전인 1984년경에 저작권이 소멸될 예정이었는데, 미국 저작권법의 개정 등으로 저작권 만료기간이 여러 차례 연장된 끝에 이제야 보호기간이 종료되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위 〈증기선 윌리〉의 미키마우스는 저작권이 소멸되었기 때문에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지만, 현재 저작권이 만료된 미키마우스는 1928년판 〈증기선 윌리〉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흑백 미키마우스의 모습일 뿐,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빨간색 바지를 입고 하얀 장갑을 낀 미키마우스(이하 “빨간바지 미키마우스라 합니다)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즉 현재로서는 〈증기선 윌리〉에 등장하는 미키마우스와 빨간바지 미키마우스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칫 〈증기선 윌리〉의 미키마우스를 잘못 변형할 경우 빨간바지 미키마우스에 대한 별도의 저작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즉, 〈증기선 윌리〉에 등장하는 미키마우스는 누구나 이용하여 2차적 저작물을 제작할 수 있고, 이렇게 제작된 2차적 저작물은 별도의 저작권으로 보호를 받을 수도 있으나, 2차적 저작물을 제작하는 과정이나 변형을 가하는 과정에서 저작권이 만료되지 않은 미키마우스(빨간바지 미키마우스 외에도 현재 저작권이 인정되는 다양한 미키마우스들이 존재합니다)와 유사한 모습을 띄게 되면 이는 〈증기선 윌리〉의 미키마우스의 변형이 아닌 디즈니사 캐릭터의 유사물로 취급을 받게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에 〈증기선 윌리〉에 등장하는 미키마우스를 이용한다면, 가능한 원작의 모습 그대로를 사용하고, 색상을 입힐 경우에도 빨간바지, 하얀 장갑, 노란 신발 등 디즈니사의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모습은 피해가는 것이 저작권 침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공연을 예로 생각해보면, 〈피터팬〉은 영국 소설가인 James Matthew Barrie가 발표한 희곡 및 소설인데, 위 소설가는 1937년에 사망하여 1968년에 저작권이 소멸하였고, 현재 〈피터팬〉은 만료 저작물로서 다양한 뮤지컬, 음악회, 아이스 쇼 등의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디즈니사는 위 〈피터팬〉을 이용해 같은 제목의 애니메이션을 1953년에 제작하였고, 아직까지 애니메이션에 대한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만료 저작물인 〈피터팬〉을 이용하여 공연 또는 안무를 제작하는 경우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이나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방향으로 제작할 경우 침해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만료 저작물이라 하더라도 만료 저작물이 창작된 이후 2차적 저작물이 창작되었고 현재 저작권이 유효하다면 만료 저작물의 이용시 2차적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상표권과의 충돌 가능성

한편, 만료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를 상표로 사용하는 것은 또 전혀 별개의 문제가 됩니다. 앞서 살펴본 〈증기선 윌리〉를 생각해보면, 영화에 등장하는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이 소멸되어서 이를 이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었다 할지라도 그 제품이나 서비스에 〈미키마우스〉라는 명칭(표장)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디즈니사는 〈미키마우스〉라는 표장에 대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매우 다수의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위 ‘증기선 윌리’를 이용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미키마우스〉가 들어가는 이름을 사용한다면 이는 디즈니사에 대한 상표권 침해가 됩니다.

즉, 만료 저작물을 마음대로 변형하여 새로운 상품 또는 서비스에 이용할 수는 있지만, 만료저작권자 또는 제3자가 보유하는 상표권의 표장을 함께 사용하게 된다면, 일반 수요자들로서는 그 새로운 상품 또는 서비스를 보고 상표권자가 만든 것이라고 오인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상표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만료 저작물에 대한 자유로운 이용과 상표권의 효력은 명확한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이슈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 일례로, 〈어린왕자〉는 작가 생텍쥐베리의 유명 소설로, 위 소설에 대한 저작권은 작가가 1944년에 사망한 이후 당시 저작권법에 따라 50년이 경과한 1995년에 소멸되었습니다. 이에 우리나라의 다수 출판사들은 〈어린왕자〉 도서를 출판하여 자유롭게 판매하고 있었는데, 2008년 경 위 작가의 유족 재단으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작가의 유족 재단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 〈어린왕자〉의 글씨와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상표로 출원하여 현재 다수의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출판사들이 출판한 책의 제목과 책 표지에 캐릭터 삽화를 사용한 것이 자신들의 상표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하면서 책을 더 이상 유통하지 말라고 주장한 것이었습니다. 이에 전국 서점에서 도서 반품 사태가 벌어지자 출판사들은 특허심판원에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제기하였는데, 특허심판원은 2009. 1. 16. “창작 저작물 내용 그대로가 수록된 단행본의 제호만으로 사용되는 확인대상 표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보통명칭 또는 관용상표와 같은 성격을 갖는 것이어서 등록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특허심판원 2008당2238 심결)함으로써 책의 제목이나 캐릭터 삽화는 저작물을 구성하는 불가분의 내용물로 저작권의 범위에 속하고, 자유로운 사용이 가능함을 확인하였습니다.

한편, 그 이후 2022년 경 어느 전시업체는 자신의 전시장에서 '어린왕자 인 서울'이라는 제목으로 미디어아트 전시회를 개최하였는데, 또다시 위 유족재단은 위 전시업체가 〈어린왕자〉를 포함하는 제목으로 전시를 하여 상표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상표권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위 사안에서도 법원은 "〈어린왕자〉는 전시회의 제목으로 전시 내용을 표현하기 위한 홍보물로 사용되었을 뿐 다른 사람의 영업, 상품과 식별되도록 하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전시업체는 전시회와 관련한 영업, 상품의 출처표시로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이름을 별도로 표기한 점, 전시업체가 어린왕자 표장을 사용한 사용 태양, 전시업체의 의도나 사용경위에 비추어 거래자나 일반수요자 사이에 어린왕자라는 표장이 전시회의 영업,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식별표지로 인식될만한 사정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상표권 침해를 부정"하였고, 전시업체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2. 28.자 2022카합21458 결정).

그렇지만 위 결정 또는 판결에 따르더라도, 명확하게 어디까지가 만료 저작물의 정당한 이용이고, 어디서부터가 상표로서 사용인지 명확하기 구분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에 만료 저작물을 이용할 때에는 저작권자 등이 별도의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상표권의 효력과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없는지 잘 살펴보실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4. 맺음말

만료 저작물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기에, 재창조와 재해석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습니다.그러나 이용 과정에서 다른 권리자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시고, 적절한 검토를 거쳐 이용한다면 더욱 풍요로운 예술 문화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강민주

법무법인(유)동인 파트너 변호사. 한국춤비평가협회 고문변호사. 사법연수원 수료 후 IP, 엔터테인먼트 전문변호사로 활동해오고 있다. 각종 라이선스 계약, 공연 및 스폰서 계약 등을 자문한다.​​​​

2025. 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