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1. 들어가며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프리랜서로 계약하고 엄격한 근로조건을 요구받거나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공연업계 종사자들이 많습니다. 반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유연한 근무를 위해 프리랜서로 채용하였으나 혹시 법을 잘 몰라 나중에 노동청에 신고가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프리랜서인지 근로자인지 여부는 사업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인데,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고용자가 근로자성을 인정받게 되면 근로기준법상 각종 수당과 퇴직금 지급의무가 발생하고, 고용관계 단절을 위해서는 해고 절차를 준수하여야 하는 등 각종 제약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위와 같은 근로기준법상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프리랜서’라는 용어는 사실 법적으로 명확한 개념이 아닙니다. 법적으로 프리랜서계약은 단순 용역계약의 일종에 불과한데, 즉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 계약 또는 사무처리를 목적으로 하는 위임계약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계약으로, 스스로 판단 하에 일의 완성 내지 사무처리를 한다는 점에서 사용자로부터 지휘, 감독을 받는 근로계약과 구분됩니다. 그래서 공사를 해주는 용역이나, 시스템을 개발하는 용역이나, 프리랜서 댄서나 모두 동일한 법률관계가 적용되고, 위임자가 요청한 일을 정해진 기간 안에 수행해서 결과를 내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계약서 제목을 ‘프리랜서 계약’으로 하였다고 해서 그 계약관계가 프리랜서 계약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법원은 고용자에 대한 근로자성 판단을 할 때 계약서의 제목이 아니라 실제 계약 이행 방식과 종속관계를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법원은 프리랜서인지 근로자인지를 판단할까요, 아래에서는 실무적으로 공연예술인이 프리랜서인지, 근로자인지 판단되는 기준을 살펴보고,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서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공연예술인과 기획자가 상호 이익을 보호하면서도 법적 분쟁을 피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 합니다.
2. 근로자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기준
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아래와 같은 판단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ㆍ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ㆍ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위 판결에서 기준으로 삼은 사항을 정리하면 9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①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취업규칙 민 인사복무 규정의 적용을 받는지
②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③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④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⑤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⑥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⑦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⑧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⑨ 부수적으로 근로자를 모집하고 선발요건을 정하였는지 여부, 이력서 및 면접 등 채용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채용관련 서류 등을 제출하였는지 여부, 근로자 명부에 등재여부, 회사 소속 인력으로 관리여부, 회사가 직접 직무교육을 시키거나 업무수행을 위하여 특정한 교육을 받도록 요구하는지 여부, 회사의 조직도에 명시되어 업무를 수행했는지 여부 등도 부수적 판단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즉, 단순히 기본급이 없고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단순한 사정만으로는 근로자성이 부정되지 않고 위 9가지 사정들과 노무제공의 실질을 구체적으로 살펴 근로자성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집니다.
3. 근로자성이 문제되었던 사례
가. 치어리더의 근로자성 인정 사례(수원지방법원 2015. 6. 26. 선고 2014나32295 판결)
A는 치어리더로 B 댄스공연팀으로부터 싱가포르에서 K-POP 댄스공연을 제안받고 공연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런데 싱가포르에서 공연을 하던 중 B는 A가 공연 중 대기장소 밖에 나가있었다는 이유로 공연을 중단하라고 통보하였고, A는 자신이 근로자였음을 주장하며 B의 해고의 부당성을 다투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① 공연계약에 의하면 B가 A를 고용하고 A가 소속된 공연팀이 싱가포르 내에 B가 지정하는 장소에서 공연할 것이 명시되어 있었던 점, ② 공연계약에 따르면 A는 B가 지정하는 공연 업소의 지휘·감독 하에 매일 3회~4회, 매회 10분~15분의 공연을 하기로 하였고, 그러한 공연의 대가로 매월 250만 원을 고정적으로 지급받기로 하였던 점, ③ A에게 공연의 내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율성이 부여되어 있었으나, A가 공연장소, 공연시간 및 대기시간 등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없었고, B의 동의 없이 제3자로 하여금 A의 공연을 대행하게 할 수도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A는 B가 지정하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근로자성 부정 사례(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70590 판결)
A는 지역 방송국이고, B는 A 방송국과 프리랜서 방송출연 계약에 따라 방송국에서 방송프로그램 진행자로 업무를 한 자입니다. B는 퇴사 후 자신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A에게 각종 수당 및 퇴직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앞서 살펴본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는 법리에 근거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하였습니다.
① A와 B 사이에 체결된 계약서에는 구체적인 근로조건에 대한 기재가 없는 점,
② B는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지장이 발생하지 않는 한 출·퇴근 시간에 구속을 받지 않는 점,
③ B는 A의 근로자와 달리 겸직이 가능한 형태로 계약을 체결하였고 실제로 A에서 방송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하는 동안 다른 회사에서 자유롭게 강사,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근로를 제공한 점,
④ 그 밖에도 B가 A의 지시 하에 계약에서 정한 업무 외에 다른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원고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주요한 근거로 제시되었고,항소심과 대법원에서도 1심 법원의 판결을 인정하였습니다.
4. 맺음말
프리랜서와 근로자의 구분은 단순히 계약서에 명시된 용어나 한두가지 사정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계약의 실질적인 이행 방식과 종속성을 판단하여 근로자 여부를 결정하며, 이에 따라 법적 보호 여부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획사 및 공연 주최자는 명확한 계약을 통해 법적 리스크를 줄이고, 공연예술인 역시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계약 내용을 꼼꼼히 검토해야 합니다. 앞서 살펴본 9가지의 기준을 염두에 두고 내가, 또는 내가 고용한 공연예술인이 근로자에 해당이 될지 체크해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강민주
법무법인(유)동인 파트너 변호사. 한국춤비평가협회 고문변호사. 사법연수원 수료 후 IP, 엔터테인먼트 전문변호사로 활동해오고 있다. 각종 라이선스 계약, 공연 및 스폰서 계약 등을 자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