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춤과 권리(23)
공연이 중단되거나 취소될 때, 출연료와 책임은 어떻게 될까?
강민주_법무법인(유)동인 변호사

1. 들어가며

수개월 전부터 준비한 공연이 예상치 못한 사정으로 인해 예정보다 일찍 종료되거나, 외부 사정으로 인해 아예 열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특히 2019~2021년도에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으로 공연에 큰 지장을 겪었고, 그 이후에도 자연재해, 사회적 이슈 등으로 인해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사례들도 있습니다.

한편, 외부적 사정뿐만 아니라, 출연자 측의 사정으로 인해 공연이 중단되거나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연자의 갑작스러운 불참, 계약 위반, 연습 부족 등으로 인해 공연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기도 하고 출연자가 불미스러운 이슈를 야기하여 출연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기획자와 단체는 별도의 손해를 입게 되고, 이에 대한 법적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공연이 중단되거나 정상적으로 이행되지 못하는 경우, 과연 출연자는 출연료를 받을 수 있는지, 또는 기획자 입장에서는 잘못이 있는 출연자에게 손해를 청구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됩니다. 이에 이번 칼럼에서는 계약서상 정함이 분명한 경우와 그렇지 못할 경우를 구분하여,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었을 때, 또는 출연자 귀책으로 공연이 차질을 빚었을 때 출연료 지급 및 손해배상 책임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살펴보고, 실무상 유의해야 할 점을 함께 검토해보겠습니다.


2. 계약서에 책임소재가 분명한 경우

계약서가 꼼꼼하게 작성된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해결이 손쉽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 자연재해 등 불가항력으로 공연이 취소된 경우 상소 합의 하에 계약을 변경할 수 있되, 계약금이 지급된 경우 계약금을 환불하여야 하고, 각자발생한 손해는 각자 부담한다.”고 정해졌다면, 과연 공연 취소가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한 것이었는지만 문제가 될 뿐 그 이후의 처리는 상대적으로 명확합니다.

또한 “출연자가 계약금 또는 출연료를 수령한 이후 출연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공연을 하기 어려운 경우 출연자는 기 수령한 계약금 또는 출연료를 기획자에게 반환하여야 하고, 이로 인해 기획사가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이미 진행한 공연에 대한 출연료는 반환하지 않으며, 미이행한 공연에 대한 출연료만 반환한다.”는 조항이 있다면, 출연자의 잘못으로 공연이 취소되거나 변경되었을 경우 기획자가 위 조항에 따라 출연료의 반환은 물론, 공연 취소로 인한 관람료의 반환 등 손해나 출연자 교체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한편, “기획자가 출연료를 지급한 이후 기획자 사정으로 인해 공연을 하기 어려운 경우 출연자는 기 지급받은 출연료를 반환할 의무가 없고, 공연 연기 또는 취소 등으로 인해 출연자가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조항이 있고, 기획자의 잘못으로 공연이 변경 또는 취소되었다면 출연자는 공연이 그대로 진행되었더라면 받았을 출연료 상당액을(출연을 하지 않게 되면서 출연자가 메이크업 비용, 이동 비용 등 아낀 비용이 있다면 해당 비용은 공제될 수 있습니다), 변경되었다면 변경으로 인해 스케쥴을 조정하게 되면서 발생한 손해나 기회비용 등을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3. 계약시 유의사항

즉, 계약서의 작성이 구체적으로 되어 있을수록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처리가 간명해지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1) 계약의 해지사유 및 해지절차를 명확히 정하고, 공연 취소 및 중단, 변경등이 필요한 사유가 발생했을 경우 상호 신속한 통지절차 및 협의절차를 마련하며, 각 경우 책임소재를 정해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2) 각 당사자의 귀책사유와 불가항력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두실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출연자의 불미스러운 사정과 같은 모호한 개념에 대해 구체적인 예시를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3) 상호 성실한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위약금을 정해둘 수도 있을 것이고, 쌍방 귀책사유 발생시점을 단계적으로 설정하여 공연 00일 전 취소되는 경우, 공연 00일 이내에 취소되는 경우를 달리 취급하여, 공연에 가까운 날에 취소되었을 경우 위약금의 액수를 높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4) 불가항력에 의한 공연 취소의 경우 공연 개시전 취소 및 공연 중 취소를 구분하여 공연 개시 전 취소의 경우 기지급된 출연료 중 공연 준비를 위해 사용된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를 반환하도록 할 수 있고, 공연 중 취소의 경우 이미 진행된 공연에 대한 출연료만 지급하는 것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계약서가 불분명한 경우의 처리

그러나 공연업계의 특성상 계약서가 구체적으로 작성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계약 조항이 모호한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반 민법에 따라 권리관계를 따져볼 수 있습니다.

먼저 불가항력으로 공연이 취소되었을 경우, 민법 제537조는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의 채무가 당사자쌍방의 책임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코로나19와 같은 불가항력으로 공연이 취소되었을 경우 기획자는 출연자에게 출연료 지급을 청구할 수 없고, 출연자도 기획자에게 출연료를 청구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불가항력이란 ‘당사자가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어도 예견하거나 회피할 수 없었던 외부적 요인’으로, 당사자의 지배영역 밖에서 발생한 사건을 의미하고, 법원 역시 "그 사업자의 지배영역 밖에서 발생한 사건으로서 그 사업자가 통상의 수단을 다하였어도 이를 방지하는 것이 불가능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5다59475,59482,59499 판결)”는 기준으로 불가항력 여부를 판단합니다. 단순한 경제적 어려움은 불가항력이 되지 않습니다.


한편, 출연자의 잘못으로 공연이 취소 또는 변경되었을 경우 출연자는 민법상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여 기획자에게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는데, 손해의 범위는 공연이 취소되었을 경우, 기획사는 공연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예상 수익이 될 것입니다. 만일 공연이 지연 또는 변경되거나 출연자를 급히 변경한 경우라면 공연이 지연되지 않았더라면 기획자가 지출하지 않았을 지연 관련 비용과 타 출연자를 구하는데 발생한 비용 등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기획자의 잘못으로 공연이 취소된 경우에는 출연자는 예정대로 공연이 진행되었더라면 받을 수 있었을 출연료를 청구할 수 있고, 만일 공연수익의 일정 비율을 배분받기로 했다면 그 예상수익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출연자가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법적으로 “이행이익”이라고 하는데, 민법과 법원은 계약 상대방의 잘못으로 계약이 해지되었을 경우 손해배상의 범위를 위 “이행이익”에 준하여 인정합니다. 그런데 기획자의 경우, 예상 수익을 가늠하거나 입증하기 어려운 시점에서 출연자의 잘못으로 공연이 무산된 경우, 이미 지출한 공연 준비비용이나 다른 공연의 기회를 놓친 손해, 홍보비용 등을 청구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이 때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하고 이행될 것이라고 믿고 출연자가 지출한 비용”을 “신뢰이익”이라고 하는데, 기획자의 선택으로 예상수익(이행이익)이 아닌, 위 “신뢰이익”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때 “신뢰이익” 중 계약의 체결과 이행을 위하여 통상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통상의 손해로서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배상을 구할 수 있고, 이를 초과하여 지출되는 비용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상대방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 한하여 배상을 구할 수 있습니다. 즉, 기획자는 공연장 대관료, 무대 세트, 음향, 조명 등 장비 대여 및 설치 비용, 홍보 및 마케팅 비용, 스태프들에게 지급한 인건비, 다른 출연자 출연료 등을 신뢰이익으로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위 “이행이익”과 “신뢰이익”을 둘다 청구할 수는 없고, 선택을 해야합니다.


5. 법원의 판단 사례

출연자와 기획사는 2019년 공연출연계약을 체결하면서 출연료를 공연 전 선지급하되, 상호 각 회당 최소 80% 이상 관객 유치를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공연 입장권 판매 과정에서 예상보다 입장권 판매실적이 저조하자, 기획자는 출연자에게 공연 연기를 제안했고, 한차례 부속합의를 통해 공연일정을 연기하였습니다. 그런데 한차례 공연이 이루어진 후 기획자는 다시금 공연장을 변경하자는 제안을 하였고 출연자는 약속대로 공연을 진행하자고 하였는데, 기획자는 돌연 SNS를 통해 공연의 무기한 연기를 일방적으로 공표하였습니다. 이에 출연자는 반발하여 일정대로의 공연진행을 요청하였으나 기획자는 개최하지 않았고, 출연자는 공연출연계약을 해지하면서 기획자에게 출연료를 반환하지 않겠다는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반면, 기획자는 자신의 공연장 변경 요청은 정당하였는데 출연자가 이를 거부하여 관객유치를 위한 협력의무를 위반하였다는 등으로 출연료 및 손해배상금을 반소로 청구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먼저 출연자가 한 계약의 해지가 정당한가에 대하여 판단하였는데, 기획자는 자신의 손해발생을 이유로 공연장 변경을 요구한 것이고, 일정대로의 공연 준비를 하지 않았으며, 입장권 판매조차 개시하지 않았으면서도 공연을 연기하는 SNS 게시물을 게시하였으므로, 이는 기획자가가 계약의 이행을 거절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 출연자의 계약해지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은 기획자의 잘못으로 해지가 된 것이고, 출연자는 기지급받은 출연료를 반환할 의무가 없으며, 기획자의 출연료 및 손해배상금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 27. 선고 2020가합517467(본소),2021가합524578(반소) 판결).


6. 기획자와 출연자의 잘못으로 공연에 지장이 생긴 경우

한편, 기획자와 출연자의 잘못으로 기대한 수준의 공연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공연에 지장이 생겼으면, 관람객도 손해를 주장할 수 있겠죠.

관련해서 재미있던 사례가 있어 소개해봅니다.

2019년 7월 이탈리아 프로축구팀 유벤투스는 국내 K리그와의 친선전을 갖기 위해 내한했고, 위 경기를 주최한 더페스타는 300만유로(원화 기준 약 40억원)를 유벤투스에 지급하기로 하고 특히 세계적인 스타 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 경기에 45분 이상 출전하도록 위약금까지 정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호날두는 위 경기에 출전을 하지 않았고, 이에 관람객들 수백명이 수 차례에 걸쳐 대대적으로 위 주최자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주최자가 친선전을 앞두고 호날두가 출전할 예정이라고 홍보를 했으면서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최자에게 손해배생의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주최자에게 관람객들의 입장권 가격의 50%와 위자료 5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시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6. 9. 선고 2020가합527716 판결).


7. 맺음말

공연의 성공은 기획자와 출연자의 공동 노력으로 이루어지지만,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공연이 열리지 못하는 경우에도 각자의 권리와 의무는 명확하게 정리될 필요가 있습니다.

출연자 입장에서는 공연이 무산되었더라도 그동안의 연습, 일정 조율, 기회비용 등에서 이미 상당한 노력이 투입되었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면 그에 대한 정당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계약서에 관련 조항이 없거나 계약서가 없더라도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므로, 관련 증거들을 잘 수집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획자나 단체 측에서도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계약서 단계부터 책임 분담 구조를 명확히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출연자의 잘못으로 공연이 취소되거나 중단될 경우 출연자와의 갈등을 줄이고, 불필요한 비용이나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공연 취소 시점, 사유별 대응 방식등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현재 공연예술계에서도 계약을 구체화하고 권리 관계를 명확히 하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흐름이 더욱 정착되어, 공연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출연자와 기획자 모두가 예측 가능한 기준에 따라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강민주

법무법인(유)동인 파트너 변호사. 한국춤비평가협회 고문변호사. 사법연수원 수료 후 IP, 엔터테인먼트 전문변호사로 활동해오고 있다. 각종 라이선스 계약, 공연 및 스폰서 계약 등을 자문한다.​​​​​​​

2025. 5.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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