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춤과 권리(25)
공연예술계에서의 호의와 선물, 어디까지 괜찮을까?
강민주_법무법인(유)동인 변호사

1. 들어가며

공연예술계에서의 섭외나 심사, 지원사업 선정 과정은 법제도와 인식의 개선으로 과거에 비해 상당히 투명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렇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이 정도는 인사치레로 괜찮지 않을까" "다들 이정도는 관행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애매한 상황들이 반복되곤 합니다.

특히 출연진 섭외, 오디션, 작품 선정, 지원금 심사 등과 관련하여 알게 된 분들께 감사의 의미로 건네는 공연티켓, 소액의 상품권이나 선물, 회식 자리의 식사 제공, 혹은 심지어 커피쿠폰까지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까 고민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선의의 표현일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금지되는 청탁이나 최악의 경우 배임수재로 해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공연예술 현장에서 주고받는 '선물'과 '금품'의 법적 경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2. 배임수재죄? : 민간 공연 섭외, 출연 과정에서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57조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수수한 경우"를 배임수재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연예술 분야에서도 제작사 선정, 출연진 섭외나 출연순서 배정, 작품 채택 과정에서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을 얻게 되면 배임수재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재산상 이익이라 함은 직접적인 금품이나 재물이 아니라 하더라도 골프장 회원권이나 식사대접, 여행경비 지원과 같은 이익을 주는 것을 의미하고, 또한 기존에 채무가 있었다면 채무를 면제받거나 변제기한을 연장받는 것도 포함이 됩니다.

예를 들어, 공연 행사에서 담당자가 특정 출연자를 우선 배정 또는 좋은 배역으로 배정해주고 소액의 상품권이나 고급 식사 대접을 받은 경우라면, 이러한 '이익'도 법적으로 재산상 이익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민간 공연기획사라 하더라도, 담당자가 내부에서 섭외 권한을 위임받은 경우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있어 배임수재죄의 적용을 받을 여지가 있는 것입니다. 결국 '부정한 청탁'이라는 고의성이 있었는지가 핵심 판단기준이 됩니다.

2022년에는 조선대 공연예술무용과 강의전담교원 채용 심사과정에서 심사위원이었던 교수들의 금품 수수 등 불공정행위가 문제되어 배임수재, 청탁금지법위반 등 혐의로 입건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관련하여 법원은 배임수재죄에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반드시 업무상배임까지 이를 필요는 없고,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면 족하며, 이를 판단할 때에는 청탁의 내용 및 이에 관련한 대가의 액수, 형식, 보호법익인 거래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한다는 입장으로(대법원 1987. 4. 28. 선고 87도414 판결 배임수재), 청탁의 정도가 배임죄에 이를정도 중하지 않을 경우에도 배임수재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배임수재죄는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는지의 여부는 그 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습니다(대법원 1984. 8. 21. 선고 83도2447 판결). 즉, 공연기획사에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담당자가 부정한 청탁을 받고 이익을 취득했다면 배임수재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3. 청탁금지법위반? : 공공기관과 지원사업 등에 적용됩니다

2016년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은 “공공기관”의 “공직자 등”에 대하여 부정한 청탁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국회, 법원, 지자체는 물론이고 공직유관단체,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른 공공기관, 사립학교법에 따른 학교법인 등이 적용대상이 되는 기관이 되고, 공무원은 물론 위 학교법인의 임직원, 공직유관단체의 임직원 등이 대상이 됩니다. 이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영화진흥위원회의 경우 공직유관단체로서, 지역문화재단은 지자체가 설립한 법인인 공직유관단체로서, 국공립극장은 국가나 지자체가 설립한 기관으로서 각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이 되고, 위 기관의 심사위원, 운영위원, 자문위원은 모두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으로 분류될 경우,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1회 100만 원, 연간 300만 원 이상의 금품 수수는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금액이 이보다 낮더라도 지원금 심사나 작품 선정 시기와 맞물려 반복적·집중적으로 제공될 경우 위반 소지가 커집니다.

실제로 2017년에는 공연제작사가 공연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식사 접대를 제공했다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 사례가 있었습니다. 식사 자체는 고가가 아니었지만, 직무 관련성을 문제 삼아 처벌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또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공연기획사가 언론사 기자에게 프레스콜 외 공연 초대권을 반복 제공하는 행위에 대해 청탁금지법 적용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안내한 바 있습니다. 공연 홍보 차원에서 자주 이루어지는 '기자 협찬'도 시기·대상·횟수에 따라 위험성이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단순한 감사의 표시라 여겨지는 공연 초대권이나 소액 선물조차, 직무 관련성과 시점에 따라 법적 책임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청탁금지법이 제정된 것은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행위가 직무관련성 또는 대가성 없이 호의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경우에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도록 하여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고자 함이었습니다(대법원 2023. 9. 14. 선고 2023도6767 판결). 이에 청탁금지법은 적용대상 범위를 넓게 두고 있고 금액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한편, 청탁금지법에서는 사회통념상 의례로 볼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수수 금지 금품 등에 대한 예외를 규정하고 있는데,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 등(제2호)이나 그 밖에 다른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제8호)의 경우에 해당될 경우 법위반을 구성하지 않습니다. 이에, 일반 선물의 경우 5만원 이하, 농축수산물 및 관련 상품권의 경우 평상시 15만원 이하(설날 및 추석 명절 전후 30만원 이하), 경조사비는 5만원 이하(화환, 조화 포함시 10만원 이하)의 경우 허용되고, 식사비의 경우 기존 인당 3만원이었던 기준이 2024년 8월 개정되어 5만원으로 상향되어 5만원 이하의 식사는 대접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1회성인 것으로 최근에는 소액이라도 '반복성'과 '시기성'을 고려하여 판단하는 법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 유의가 필요합니다.


4. 실무상 유의할 점

청탁금지법 위반이나 배임수재죄 여부는 단순히 금품 등 제공 여부에만 국한되지 않고, 관계의 성격·시점·맥락 등 여러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게 되는데, 공연예술계 특성상 업무상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모임이 많고 공연권 등 선물 교환이 많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유의가 필요합니다.
첫째, 지원 심사 전 친교성 만남에서 유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예술지원사업 공모가 예정되어 있는데, 오래 알고 지내던 심사위원과 사적인 식사 자리를 갖거나, 오디션 심사 전 출연 희망자 측에서 소소한 선물을 건네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금액과 관계없이 직무관련성이 곧바로 문제될 수 있고, 사전 교류 자체가 ‘은연중 영향력 행사’로 의심받을 소지가 있습니다.
둘째, 협찬의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티켓 제공에도 주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공연단체가 언론사 기자, 문화예술계 유관기관 인사들에게 프레스콜 외의 공연 초대권이나 VIP 좌석을 반복 제공하는 관행이 남아있다면 조심해야 합니다. 정식 초청 행사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소수 특정인에게 반복·선택적으로 제공된다면 직무 관련성 평가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간접 지원 형태의 금품 제공 역시 문제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연제작사에서 특정 출연자의 부모님이나 친척에게 호텔 숙박권이나 고가의 후원 물품을 협찬 형식으로 제공하는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제3자를 통한 간접 수수’도 위반 행위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넷째, 기념품·홍보품의 범위도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공연계에서 종종 기획사 측에서 초청 손님이나 관계자에게 공연 관련 MD 상품이나 사은품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특정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제공 시기와 가액을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섯째, 평소의 친분과 법적 책임은 별개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공연계는 소규모 네트워크 안에서 오랜 친분이 쌓이는 경우가 많고, 당사자들은 오히려 ‘오래된 친구 사이니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법은 이를 그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직무관련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평소의 관계에 상관없이 청탁금지법 적용이 가능합니다.

결국 법위반 여부는 금품 수수 여부뿐 아니라 시점, 직무관련성, 반복성, 상대방 지위, 제공 경위 등 전체 맥락이 고려된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심사위원 위촉 시 선서서 징구, 섭외·선정 담당자의 외부 접촉 제한, 감사보고 체계 마련 등 실질적 제도적 장치가 추가적으로 병행된다면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맺음말

공연예술계는 사람 간의 신뢰와 네트워크가 중요한 분야이지만, 이제는 그 신뢰와 감사의 표현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조심스럽게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특히 지원사업 심사, 출연 섭외, 오디션, 작품 선정 과정 등 직무와 직결되는 시점에서는 금액의 다과를 떠나 반복성·직무관련성·시점·대상 관계가 문제될 수 있어 사소한 선물이라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예전에 비하여 많이 개선되었으나, '이 정도는 다들 하는 인사치레'라는 인식이 여전히 잔존하다보니, 작은 호의가 직무 공정성을 훼손하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공연계처럼 민간과 공공영역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보다 철저한 기준과 내부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강민주

법무법인(유)동인 파트너 변호사. 한국춤비평가협회 고문변호사. 사법연수원 수료 후 IP, 엔터테인먼트 전문변호사로 활동해오고 있다. 각종 라이선스 계약, 공연 및 스폰서 계약 등을 자문한다.​​​​​​​​​

2025. 7.
*춤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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