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저는 발제문에 몇 가지 추가하고, 제언하고 질문하면서 토론을 이어가볼까 합니다.
1. 최근 미투
⑵ 한국춤비평가협회 : 회원에 대한 오랜 성추행 소문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기로 하고 내부 소위를 구성하여 진상조사와 징계에 대한 대책을 논의 하고, 협회 회원이 아닌 자 중에서도 비평계에서 활동하는 자에 대한 진상조사를 확대할 예정
⑶ 방송계 : 18일 오전 11시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방송계갑질119와 방송스태프노조 준비위원회가 '2018 방송제작현장 성폭력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 진행. 이는 방송 현장에서 일하는 작가들(80.2%)과 피디를 포함한 연출자들(17.1%) 외 기술 스태프들 223명(여성 209명, 남성 14명)에게 조사한 결과.
223명의 응답자 가운데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200명(89.7%)이었다. 즉 방송 업계 종사자 10명 중 9명이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피해 경험으로는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70.4%)가 가장 많았으며,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57.8%), '신체 접촉을 하거나 강요하는 행위'(43.9%), '성적 관계를 요구하는 행위'(13.9%) 순이었다.
그러나 이후 성폭력 대처를 묻는 질문에는 '참고 넘어갔다'고 답한 사람이 156명(80.4%)으로 나와, 문제제기 했다(19.6%)는 사람보다 훨씬 많았다. 또 문제제기를 했다고 한 사람들 중 48.7%가 '사후 조치가 아예 없었다'고 답했다. 사후조치가 있었던 경우에도 사후 조치에 '만족한다'는 비율은 13.5%에 그쳤다(불만족스러웠다 37.8%).
방송업계 종사자들(응답자 중)의 74.9%가 방송제작현장 내에 성폭력이 심각한 편이라고 답했다. 그 원인으로 '성폭력 행위자와의 권력관계'(79.4%)와 '성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조직문화'(79.5%)를 꼽았다.
2. 무용계 성희롱, 성폭력사태의 특징
⑵ 동성 추행이 많음 : 1999년 원로급 K씨 사례
⑶ 입시비리, 취업과 연결되어 있음 : 예고, 대학 진학과정, 대학 진학 후 생사여탈권을 교수가 가짐. 교수는 마피아 구조를 갖고 있어 순응하지 않을 경우 춤을 그만 둬야함
⑷ 성착취 뿐 아니라 노동착취, 경력착취 등 전면적인 착취문화
3. 예술인권의 사각지대를 위한 새로운 시각
⑴ 미투의 관점을 확대할 때
무용계에서 미투는 3월초부터 전통원 기사가 나올 때까지 한달 반이상 공백이었다. 이는 가해자들의 뚜렷한 진화작업과 피해자의 위축을 반증하는 것으로 가해자가 권력을 동원해 직간접적인 회유와 협박, 기자 매수 등 동원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동원했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의 온건한 대응, 무용협회의 유명무실한 관행적 입장발표 등은 실질적인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울문화재단 (SFAC with you/ 100일간 성희롱, 성범죄 특대위 구성)이나 문광부(성범죄 특별신고상담센터 운영)의 노력 역시 여느 때보다는 강하고 민첩한 대응으로 매우 긍정적이나, 앞서 발제문에서 언급된 1999년 중대무용과 교수 K씨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그들이 이후 지원금이나 여러 특혜에서 별로 손상을 입지 않을 것을 보면 아무리 미투로 이름이 공개된다 해도 그들을 무용계로부터 단절시키지 않는 한 그들의 권력은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 시간을 경과한 미투는 더욱 현장의 상태와 조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고자가 넘쳐날 때는 책상을 놓고 신고를 받는 것이 필요하지만 피해자가 더 많은 부자유함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신고 상담센터의 실효성은 다시 점검해야 한다. 여태껏 모든 문제는 그렇게 진화되어 왔고 무용계 권력은 그런 방식으로 고비를 넘으며 공고하게 이어져왔다. 그런 상황은 근원적 구조를 변화시키지 못했기에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반복될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제 무용계는 다시 이런 반복을 피하기 위해 미투의 관점을 한층 확대해 보다 미투 근본에 깔려있는 권력의 문제로 보는 것이 절실하다. 교수, 예술감독, 기획자, 비평가등 무용계 ‘권위자가 되지 못한’ 소수의 권력층의 충전과 착취시스템을 면밀하게 추적하고 어떻게 담합하여 권력을 공고히 하고 점차 부패되어 무용계 전체를 오염시키는지 봐야한다.
⑵ ‘공연노예’ 라는 말
어느 대학에 수업을 나갈 때의 일이다. 학생들이 자신들을 ‘공노’라고 부른다고 했다. 교수님의 공노라는 것이다. 거기엔 예술도, 자발성도 없는 착취상태를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하고 있는 무용과 대학생들의 비참한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이는 자신이 권력을 가진 안무가가 될 때까지 졸업 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이런 무용인들의 상황을 제대로 보기 위해 가장 근접한 상황과 단어를 찾는다면 ‘예술노동자’이다. 무용과 학생, 무용단 단원 모두 누군가에게 부당하게 자신의 것을 빼앗기는 구조에 있는 예술하는 노동자인 것이다.
현재의 예술노동자라는 인식과 개념을 사용하고 그 권리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곳은 공공운수노조의 문화예술협의회에 속한 공공무용단이나 산하 지부로 활동하고 있는 세종문화회관지부의 서울시무용단, 그리고 2017년 9월 문화예술 노동자선언을 한 문화예술노동연대이다(국립무용단노조는 재단법인화 이후 약화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이 미투에 대한 응대는 아직 없다. 비정규직 문제와 고용보험 이슈를 중심에 놓고 활동하면서 아직 미투를 예술노동자의 응급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장의 춤예술가, 춤예술 노동자들의 현실, 미투를 포함한 그들의 착취구조는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무용계와 관련 기관에 몇 가지 제언으로 부족한 글을 맺고자 한다. 이후 성숙한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제언>
⑴ 무용계 미투 상황을 논의할 수 있는 한국공공운수노조 산하의 문화예술협의회, 세종문화회관지부, 문화예술노동연대의 관심과 지원 필요
⑵ 미투 토론회 이후 무용계 미투 상황을 착취, 학대, 차별의 상황 속에 있는 예술인권의 문제로 이어나갈 수 있도록 국가인권위원회의 관심과 지원 필요
⑶ 서울문화재단의 특대위가 성추문 춤예술가에 대한 지원 철회, 자격검증과정 신설, 환불 등 실질적인 제재 장치 마련
⑷ 문광부의 무용계 성범죄 ‘실태조사’ 진행 또는 지원 촉구
⑸ 문화재청의 무형문화재 성추행 조사 촉구
⑹ 한국무용협회는 K씨에 대한 명작무 선정 취소 등 성범죄자 회원에 대한 실질적 조처 마련
이지현
춤전문지의 공모를 통해 춤비평가로 등단했다. 2011년 한국춤비평가협회의 정회원이 되었으며, 최근 비평집 『춤에 대하여』를 출간했다. 현장 춤비평가로 왕성한 비평 작업과 함께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강사, 서울무용센터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