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필자의 지인들이 중요한 학교로 대부분 소개한 곳으로는 국립대만체육운동대학(國立臺灣體育運動大學)과 중국문화대학(中國文化大學) 그리고 국립대북예술대학(國立臺北藝術大學)과 국립대만예술대학(國立臺灣藝術大學)이다. 특히 모든 이들이 예외 없이 언급한 학교는 국립대북예술대학과 국립대만예술대학이다. 다른 두 대학과 그 밖에 대학 교육 기관 이외의 춤 관련 교육 기관에 대한 것은 다음 글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현재 대만에 있는 대학 중 이들 중 국립 종합대학은 22개, 국립 사범대 5개, 국립 과학기술대 11곳, 예술과 체육 관련대학은 5곳이다. 한편 사립대학의 수는 54개의 종합대학, 기술대학 10개, 전문대학이 11개, 그리고 군사와 경찰 관련 특수 학교가 9개이다. 이들 중 필자가 파악한 무용 전공이 있는 대학은 모두 8개 대학이다. 이들 대학은 각각 국립대북예술대학(國立臺北藝術大學), 국립대만예술대학(國立臺灣藝術大學), 중국문화대학(中國文化大學), 국립대만체육운동대학(國立臺灣體育運動大學), 국립대북시립대학(臺北市立大學), 보인대학(輔仁大學), 대남응용과기대학(臺南應用科技大學), 그리고 국립대만희곡전과학교(國立臺灣戲曲專科學校) 등이다. 이는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의 2년제와 4년제 대학에 개설된 무용(학)과 대략 40여개인 것과 비교하여, 그 수에 있어 5분의 1 수준이다. 대만의 인구는 2천 3백만명 그리고 한국의 경우 5천 1백만명으로 한국이 대략 2배 정도 많은데, 이를 근거로 추정해 보면, 인구 대비 한국의 대학 무용학과가 대만에 비해 2.25배 가량 많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국제적인 수준에서 보면, 대만의 무용 교육의 양적 수준도 결코 적은 편은 아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한국의 대학에서 무용학과 수는 미국에 이어 2위 정도이며, 인구 대비로는 세계 최고에 속하고 있다. 그러므로 무용교육에 있어 적어도 양적인 측면에서 한국이 세계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립대북예술대학과 국립대만예술대학
무도학원의 경우, 교직원의 구성은 전임교원 10명과 겸임교원(한국의 강사급) 25명, 그리고 명예교수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우선 눈에 띄는 점은 명예교수로 있는 사람이 한국 무용계에서도 유명한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Cloud Gate Dance Theatre 雲門舞集)의 설립자이자 안무가인 린화이민(林懷民, 1947- )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그는 국립대북예술대학의 무용학과(舞蹈學院)는 설립자이기도 하다. 1983년 설립된 이 학과는, 1992년 대만에서는 최초로 무용 관련 석사과정을 개설하였고, 2013년에는 무용학 박사과정(舞蹈硏究所博士班)을 개설하기에 이른다. 이 학교는 대만에서 흔히 예술계의 최고 엘리트 학교로 인식되고 있으며, 학교에서도 항상 “세계 수준”을 강조한다. 학교의 시설 면에서도 “세계 수준”에 걸맞게 무용 공연에 특화된 ‘무도청(舞蹈廳)’이라는 극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좌석 수 334석에, 무대는 가로 15미터, 세로 12.8 미터 크기의 극장이다. 사실 국립대북예술대학의 각 원들은 각각의 예술 특성에 맞는 연주장 혹은 공연장, 전시장을 갖추고 있어 다른 학교들에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 학교가 “세계 수준”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교과과정 또한 한몫을 하고 있다. 먼저 교과과정은 총 7년과정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7년의 과정은 3년의 학부 예비 과정(Undergraduate Preparatory Program, UPP)과 4년의 학부 과정(Undergraduate Program)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예술영재학교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여기서 학부 예비 과정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무용 실기와 거의 동급으로 인문학 수업이 매우 강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부 과정에서는 한국과 다른 점은 다양한 교양 인문 수업들과 함께 태극권과 무술 수업이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러한 사실은 아마도 이 학과의 설립자인 린화이민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국립대만예술대학(영어명 National Taiwan University of Arts, 중문명 國立臺灣藝術大學) 흔히 현지에서는 이를 줄여서 대만예술대 혹은 대예대, 대예(臺灣藝大, 臺藝大, 臺藝 영어로는 NTUA)로 부른다. 신타이페이시(新北市)에 위치하고 있다. 이 학교는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예술학교로 1955년 10월에 국립예술학교(영어명 National School of Arts, 중문명 國立藝術學校)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다가 1960년 다시 국립대만예술전문과학교(영어명 National Academy of Art, 중문명 國立臺灣藝術專科學校)으로 개칭하였다. 이때까지는 아직 무용과가 개설이 되어 있지 않았다가 1970년에 음악과 내에 무용 전공이 개설되었다. 1973년 음악과 내의 무용 전공이 독립하여 비로소 무용학과가 설립되게 된다. 1994년 국립대만예술학원(영문명 National College of Arts, 중문명 國立臺灣藝術學院)이란 다시 개칭하였다가, 2001년 현재의 학교 명칭인 국립대만예술대학이 되었다.
이 대학은 미술학원(美術學院), 설계학원(設計學院), 전파학원(傳播學院), 표현예술학원(表演藝術學院), 인문학원(人文學院) 등 5개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원(院)의 구분은 그 명칭으로 보면 한국과 크게 달라 보이지만, 실은 한국과 한자의 표현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보일 뿐이다. 예를 들어 ‘설계’는 한국에서는 ‘디자인’을 의미하며, ‘전파’의 경우 ‘영상’을 그리고 ‘표현예술’은 한국에서 ‘공연예술’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무용학과는 바로 표현예술원에 속하여 있다. 이 학교에서 독특한 점은 이 학교도 국립대북예술대학과 마찬가지로 종합대학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큰 규모의 인문학부가 따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는 무용교육과 예술교육에 인문학과 교양의 중요성을 이 학교가 상당히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역사와 전통이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이니만큼 이 학교 출신 졸업생들은 현대 대만과 국제사회의 여러 방면에 걸쳐 깊숙하게 진출하여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들 졸업생들을 모두 다 소개하는 것은 지면관계상 불가능하며, 몇몇 중요한 인물들을 언급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먼저 교육 분야의 경우 임이리(林怡利: 타이난 응용과기대학 예술학원 무용과 교수 台南應用科技大學藝術學院舞蹈系專任講師), 황쟁권(黃琤圈: 상하이 소재 동제 대학교 同濟大學 발레 교수), 소안리(蘇安莉: 중국문화대학교 교수 Chinese Culture University 中國文化大學舞蹈系), 증숙령(曾淑玲: 국립대만예술대학 무용과 교수), 장소금(蔣嘯琴 국립대만예술대학 무용과 교수), 나아유(羅雅柔: 국립대만체육대학교 무용학과 교수 國立台灣體育學院體育舞蹈系), 부찬하(富燦霞: 일본 와세다대학교 연극박물관 연극연구소), 정취령(丁翠苓: 명전대학 교수 銘傳大學), 장설백(張雪白: 가오슝 무용교사협회 이사장 高雄市舞蹈教師協會理事長)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무용가로 활동하고 있는 졸업생들은 그 수를 해아리기가 어려운데 대표적 인물들만 간단히 언급하면, 나영방(羅媖芳: Fang Shiang Dance Theatre), 화벽옥(華碧玉: 肢體音符舞團 Jade Dance Theatre), 무용수이자 가수이며 연예인으로도 유명한 임지빈(林志斌), 허요의(許耀義: Theater Koblenz), 진무강(陳武康: 驫舞劇場 Horse Dance Theater), 장추아(蔣秋娥 Musiktheater im Revier Gelsenkirchen), 염중원(閻中媛: 재미 무용가), 진연려(陳燕麗: Ballet Arizona), 오소군(吳素君: 雲門舞集 Cloud Gate Dance Theatre) 등이다.
이상 대만에서 가장 명성을 얻고 있는 국립대북예술대학과 국립대만예술대학의 무용과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았다. 이들 학교는 모두 종합대학교가 아닌 예술만을 전문으로 하는 대학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들은 한국의 무용교육에서는 제법 소홀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무용이론, 인문학 및 교양 과목들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대만과 아시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명성을 얻고 있는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과 같은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특히 춤 창작 부분에서 잘 들어나고 있는 것 같다. 아울러 이들 학교는 실기에서는 물론 무용이론에서도 대만 내에서는 물론 세계 학회 등에서도 종종 인상적인 연구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대만은 제법 내실 있는 무용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무용교육의 인프라에 있어 양적인 면에서 한국은 대만에 비해 단연 앞서지만, 과연 질적인 면에서도 그만큼 앞선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이론과 교수. 태국 Mahidol 대학교 국제대학 강사, 국립대만대학교 초빙교수, 런던대학교 SOAS 연구원을 역임하였다. 한국춤 연구를 통해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및 중앙아시아의 문화 교류에 대한 역사 연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