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이 작품은 전통도 아니고 현대도 아니고 그저 조상님께 바치는 제사이다”라는 댄서의 설명으로 시작된 공연은 흰색 도포에 상투를 틀어 갓을 쓰고 등장한 세 명의 양반(임진호 지경민 이경구)이 등‧퇴장 없이 60분 동안 무대에서 노니는 것으로 전개됐다.
지팡이로 변신하는 곰방대, 양산이 된 부채, 의자로 돌변한 북과 장구, 여기에 징이 더해지면 타악 합주가 되고 강강술래는 앉아서 연희했다. 넓은 도포자락을 살짝 손으로 터치하는 순간 움직임은 더 크게 확장되었다. 곰방대, 갓, 도포, 장구, 징 등 우리나라 전통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되었던 것들을 움직임 창안과 연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작품은 분명한 차별성을 갖는다.
댄서들의 몸은 거의 떨어지지 않은 채 솔로춤‧2인무‧3인무로 변주되고, 지체의 접합과 떨어짐이 만들어내는 접점, 그 타이밍은 정교했다.
사용된 음악 역시 춤추기 좋은 곡을 선호하는 안무가들의 관행에서 저만큼 비켜나 있다. 두 발바닥을 이용해 북을 치거나 머리로 징을 두드리기도 한다. ‘심청가’ 중 곽씨 부인 상여나가는 소리 한 대목, 몽금포 타령, 전라도 사투리, 임금과 신하 사이에 오가는 어휘를 변형시킨 인성(人聲)은 의표를 찌른다. 템포와 톤의 변화, 다채롭게 변주되는 대사 속에 담긴 언어의 뉘앙스까지 그 자체가 기막힌 음악으로 치환된다.
한 시간을 끌고 간 힘은 바로 이 소도구를 활용해 움직임을 확장시키는 기발한 상상력과 안무가들이 직접 댄서로 변신 공동창작을 통해 표현의 밀도를 조율한데 기인한다. 이 작품은 초연 이래 20여회 각기 다른 계층을 상대로 공연되면서 작품의 순도가 더 높아졌다. 의상과 소품을 한 가지 색으로 통일한 시도는 흑과 백의 강렬한 대비로 시각적 효과가 살아났고, 장면과 장면 사이의 느슨함은 매끄러움으로 변했고, 앙상블의 밀도는 더욱 높아졌다.
전통을 토대로 한 현대화 작업은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안무가들의 공통된 화두이다. 갓 속에 곱게 빗어 감아놓은 상투, 넓은 소매의 두루마기, 발목을 졸라맨 대님 등 옛 선조들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들을 색다르게 느끼고 상상력을 더해 움직임의 확장으로 이어간 퍼포머들의 감각은 빼어났다. 안무가들이 직접 댄서로 변신, 공동창작을 통해 표현의 밀도를 내밀하게 조율한 것 역시 전통과 현대가 융합된 창조적인 춤의 원천이 되었다.
이미 공연되었던 춤이 재공연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경쟁력 있는 레퍼토리로 재탄생되는 춤계의 새로운 흐름은 새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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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공동 창작자 임진호 · 지경민 · 이경구
문화소외지역 공연 통해 세밀함 보완
장광열: 초연 때인 2016년 겨울에 〈옛날 옛적에〉를 보고 50분 버전의 작품은 오래 만에 다시 보았습니다.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의 초연 무대보다 CKL 스테이지에서의 이번 공연이 더욱 완성도가 높아 보였습니다. 첫날에도 거의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었는데 3일차 공연 때는 전날에 이미 매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독립무용단체의 현대무용 공연에서 하루도 아닌 3일 내내 객석이 가득 차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지경민: 사실 저희도 놀랐습니다. SNS를 통해 공연 소식을 알리고, 문화나눔티켓에 20부를 초대권으로 배부했습니다. 〈춤웹진〉에서 프리뷰로 소개된 것을 보았고, 첫날 공연 후 입소문이 많이 났다는 소식을 듣긴 했습니다.
공연 후 한국춤비평가협회의 2016 베스트 작품에 선정되었고, 초연 후 이곳저곳에서의 재공연을 통해 작품의 제목이 알려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갓을 쓰고 도포자락을 입은 세 명 무용수의 사진도 이 작품의 심볼이 되었지요. 고블린파티가 처음으로 결성된 시기는 언제인가요?
임진호: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이고 고블린파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시기는 2012년도입니다. 2014년부터는 전문독립단체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고블린파티(Goblin Party)라는 단체 명칭은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
임진호: 2012년 〈I Go〉가 Kore-A-Moves 참가 작품으로 확정되면서 단체 명칭이 필요했고, 그래서 지어본 단체명을 들은 Kore-A-Moves 프로듀서이셨던 지금 여기에 함께 계신 장광열 선생님께서 앞으로 글로벌한 활동을 할 것에 대비, 단체 이름을 새로 다시 지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 고안해 낸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의 ‘고블린파티’가 탄생된 겁니다.(웃음)
지경민: 동양에는 도깨비라는 샤먼이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독창성’이 있다고 판단해 고블린파티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파티를 그냥 파티로 알고 계신데 이는 사실 정당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아, 그랬었군요. 처음 2007년도에는 어떻게 작업을 시작하였고 이후 지금까지 어떠한 형태로 공연을 펼쳐왔나요?
지경민: 진호 형은 중앙대학교를 졸업한 상태였고 저는 같은 대학에 재학 중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함께 작업을 하다가 두 번째 CJ영페스티벌에 참가하며 공식적으로 처음 공연을 했으니 그때부터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면 될 듯합니다. CJ영페스티벌에서는 20분정도 〈원(Woon)〉이라는 작품을 공동 안무하여 함께 출연하였고, 그 후에는 〈원(Woon)〉을 발전시킨 〈I Go〉라는 작품으로 공연했어요.
임진호: 2007년도에 CJ영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때 지원받은 항공료로 2009년도에 아비뇽에 가게 되어 이를 통해 〈원(Woon)〉을 발전시켰고, 그 후 2011년 서울댄스컬렉션에서 〈I Go〉라는 작품으로 공연했어요.
네, 듣고 보니 생각나네요. 2012년 당시 제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서울댄스콜렉션에서 〈I Go〉를 처음 보았습니다. 2010년 1차에 이어 2차 Kore-A-Moves 작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 작품을 추천했었고, 유럽댄스하우스네트워킹(EDN)의 당시 회장이었던 베트람 뮬러가 이 작품을 참가작으로 선정했지요. 그러고 보니 〈I Go〉도 재공연을 통해 작품이 더욱 보완된 경우이네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신작을 선보이고 있는데 어떤 작품들이 있는가요?
지경민: 작품 〈I Go〉 이후에는 차세대 안무가 클래스 쇼케이스에서 30분정도 길이인 〈애니메이트〉를, 그 후 〈인간의 왕국〉을 공연했어요. 초연 때는 한 시간보다 적은 길이로 부산국제무용제 AK안무가 경연대회에서 초연했지만, 그 후에는 한 시간 버전으로 강동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했지요. 2014년도에는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금을 받아 아르코예술극장소극장에서 자체 기획한 〈은장도〉를 공연했는데 이 작품이 팸스초이스(PAMS Choice) 에 선정되어 재공연을 했습니다.
이경구: 〈옛날 옛적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지원금을 받아 2016년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처음 공연했습니다. 2017년 선보인 작품〈눈〉은 SAC아트홀에서 서울문화재단의 최초예술인 지원 사업에서 지원받아 공연했구요.
그러고 보면 고블린파티의 거의 모든 작품이 기업에서 주최하는 경연대회나 공공 재단의 지원을 받아 탄생된 것이네요. 응모한 단체가 많고 선정과정에서 여러 가지 것들이 고려되는 만큼 제작단계에서부터 시놉시스가 잘 준비되어 있고, 선보인 작품들에 대한 호평이 있었기에 연속 선정이 가능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고블린파티의 창작작업 방식이나 운영방식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지경민: 고블린파티는 독립무용단체로서 공동제작이라는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9명 단원들은 지인들로 구성되어있는데 오디션을 통해 뽑는 방식이 아닌 자연스럽게 공연에 출연하는 것을 계기로 작업을 같이 하면서 한둘씩 인연을 맺어 단원들이 되어 가고 있어요. 기존에 있는 멤버들이 출연자들을 선정하는데 있어서 고민을 많이 하며 선정합니다.
독특한 운영방식이네요. 단원을 선정하는데 실패한 경우는 없었는가요?
지경민: 실패라기보다 공연 후 지쳐 떠난 경우는 있었어요. 초창기에는 작업에 미숙했기에 작업과정이 마냥 힘들어서 떠난 경우가 있었지요. 지금은 힘들어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서 떠나는 경우는 없고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고블린파티는 2017년도에 30여 차례의 공연을 했는데 독립 무용단체로서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지요. 공연을 이렇게 많이 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임진호: 안무자들이 많아서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고블린파티는 8-9명 정도가 안무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솔로 듀엣 모두 고블린파티의 이름으로 공연되기 때문에 독립무용단체로 30번의 공연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많은 공연을 하면 공연료만으로 단원들의 생활이 가능하나요?
임진호: 자세히 계산은 못해 보았지만 최저임금 수준의 수입은 발생하는 것 같아요. 물론 충분하지는 않지만요.(웃음)
앞서 잠깐 언급한대로 고블린파티는 자체적으로 공연을 기획하기보다는 공공지원기관의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초연을 많이 했지요. <옛날 옛적에>도 그런 경우인데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더해 보지요. 초연 후에는 무용 페스티벌이나 여타 공공 공연장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재공연하거나 ‘신나는 예술여행’ 등 공모 지원을 통해서도 여러 번 공연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정도의 공연 횟수나 공모 등을 통한 공연을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나가기보다 프로모션을 해줄 매니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옛날 옛적에〉는 초연 후 지난해 국제코믹댄스페스티벌 등에 초청되었고, 지역에서의 공연도 여러 번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초연 때와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요?
지경민: 초연 때 악기와 갓, 옷 색깔 등 의상, 멍석 등을 활용하면서 전통적인 것 그대로 표현이 이루어졌다면 현재는 전통적 색채만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현대에 맞게 변형하였습니다. 이번 12월 CKL 스테이지 공연 때는 초연 때 사용하던 색깔이 아닌 흰색을 작품에 섞게 되었습니다. 동양화를 보면 흰색과 검정색이 조화롭게 있는데 이 색깔이 작품에 모던한 느낌을 줍니다. 오히려 한국적으로 보이거나 현대적으로 보이는 극명한 차이를 관객들에게 줄 수 있을 것 같아 흰색 의상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임진호: 초연 때는 작품이 늘어지는 느낌이 있었어요. 한복을 입고 춤을 추는데 한복을 입고 춤을 춘 적이 없었기에 옷도 불편하게 느껴졌고 악기 또한 손에 안 익었습니다. 무용에 맞게끔 갓을 제작한다던가, 옷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 그대로 것에 익숙해지면서 발전된 움직임에 대한 리서치이다 보니 움직임이 느리고 조심스러워졌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작품에 춤이 등장한다는 느낌보다 오히려 행위 쪽에 가깝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지경민: 초연 후 작품에 대한 고민을 할 찰나에 ‘신나는 예술여행’을 통해 요양원과 요양병원에서 공연을 하게 되면서 작품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집중력이 없었기에 속도를 붙여서 집중력을 높여야 했고, 마냥 움직임만으로 어르신들을 이해시켜드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대사를 넣게 되었습니다. 엄숙한 대사들이 많았는데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재미있게 대사를 풀어내니까 오히려 작품의 일부분으로 이해를 돕는 설명으로써 움직임이 빛날 수 있게 하였던 것 같습니다.
정식 공연장이 아닌 요양병원에서 공연을 하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간 경우이네요. 춤 전공자나 마니아들이 아닌 현대무용을 접한 경험이 거의 없는 장년층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을 통해 디테일을 완성한 과정은 다른 안무가들도 참고할 만한 사례이겠네요. 〈옛날 옛적에〉 팸플릿에는 방향설정 지경민, 공동창작 임진호 지경민 이경구 이렇게 참석하신 세 분 무용수의 이름이 적혀져 있더군요. 어떻게 구상을 하게 된 건가요?
지경민: 〈옛날 옛적에〉에는 전통의 파편들을 나열해서 묶어놓은 것입니다. 앉아서 하는 강강술래 장면 그리고 전통에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극이나 영화에 가볍게 등장하는 옛이야기를 소재로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악기에 대한 이야기의 경우 대사처럼 전라도사투리를 사용하면서 연기하기도 하는데 그것도 작품 설명에 대한 일부분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이러한 소품을 사용해 작품을 통해 결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부수적인 것들을 사랑하자”입니다. “사람만 도와주고 있는 소품들도 사랑의 눈길로 봐주자”라는 취지가 커서 대사라기보다 작품을 설명해주기 위해 말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경구: 판소리 ‘심청가’ 대목, ‘농부가’, 아니리 등 판소리에 나오는 눈대목이나 판소리에 연계된 것을 작품에 등장시킨 것도 움직임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었던 요인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적지 않은 춤 작품들이 50분 길이의 공연을 이어나가기 힘든 이유에는 작품의 구성요소가 움직임에만 지나치게 편중되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즈음 컨템포러리댄스의 새로운 흐름 중에는 인성(人聲),기계음, 일상적인 소음 등이 그 자체로 음악이 되어 사용됩니다. DV8피지컬시어터 작품 중에는 굉장히 많은 텍스트들을 댄서들이 공연 도중에 읽게 되는데 메시지 전달 뿐만 아니라 톤과 목소리의 높낮이가 달라 그것 자체가 오히려 음악처럼 들립니다. 이처럼 장면을 변화시키는 데는 청각적인 요소 또한 중요한데 〈옛날 옛적에〉의 경우 공연 중에 댄서들이 내뱉는 대사가 관객들의 청각을 자극하고 흥미를 끌어들여 소통성을 높이고 있었습니다. ‘심청가’에서 곽씨 부인 상여나가는 대목은 이경구씨가 직접 소리를 한 것이지요?
이경구: 네 그렇습니다.
소품을 활용해 움직임을 변주시켜간다는 점도 주목할 만했습니다. 도포자락으로 움직임을 확장시키기도 하고 곰방대와 갓 등의 소품을 사용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부분이 재미를 더 해주었어요. 움직임의 구성에 있어서도 세 명의 댄서들이 출연할 경우 보통 솔로와 듀엣을 적절하게 뒤섞는데 〈옛날 옛적에〉는 무용수들의 등퇴장이 없어 시종 세 사람이 같은 경계 안에서 함께하고 떨어지고 한 시야 안에서 보이도록 한 것도 퍼포머 모두가 돋보이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비평자의 관점에서는 이는 공동창작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러한 형태로 반복되면 지루하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앞서 말한 대사, 소품활용 등이 덧붙여져 흥미를 더해준 것이 1시간여를 끌고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공연 후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을 텐데요.
이경구: 초연 이후로 ‘신나는 예술여행’을 통해 20분 버전, 40분 버전으로 공연하였는데 이러한 여러 버전을 더 세밀하게 모니터링 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어요. 변했던 과정을 세심하게 살펴보았더라면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고, 앞으로 모니터링 하는 시간을 개인적으로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타 작품에도 적용되는 것이긴 하지만 〈옛날 옛적에〉는 무대의 형태에 따라 공연이 많이 달라 보일 소지가 있습니다. 50분 동안 지속적으로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블랙박스 형태의 극장이나 이번 CKL 스테이지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형태라도 객석과의 거리가 좁을 경우와 지난해 보았던 노원문예회관대극장에서처럼 프로시니엄 무대 구조에서 넓은 무대와 관객들과 거리가 꽤 있는 상태에서 집중력을 이끌어 나가려면, 다른 포맷으로 진행하는 방법에 대해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경민: 안 그래도 공연을 하면서 그 문제도 새로이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전통을 토대로 한 현대화 작업은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안무가들의 공통된 화두입니다. 그런 점에서 〈옛날 옛적에〉는 독창성과 보편성 모두를 담아낸 컨템포러리댄스의 하나의 유형으로 주목받게 될듯합니다. 2월에 열리는 요코하마댄스콜렉션 공연 안내지에 보니까 2월 11일에 이경구씨가 경연 부문 출전자로 공연하도록 되어 있더군요. 고블린파티 멤버들의 활동이 이제는 국제적으로도 손길이 뻗쳐지는 것 같군요. 올해 공연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임진호: 올해 첫 작업은 방송 쪽이랑 협업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유튜브로 유명한 지니언니라는 분과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문화예술을 일반 대중에게 알리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된 협업작업입니다. 극장에서 그분과 함께 협업공연을 만들고 이후의 공연은 7월에 국제 무용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은 것 말고는 아직은 확정된 것이 없지만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 같습니다.
독립 무용단체로 살림을 꾸려가면서 단원들의 공동 창작을 지향하고, 재공연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하나하나 레퍼토리화시켜 가는 고블린파티의 작업체계와 운영방식은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의 독립 무용단들에게도 하나의 모델이 될 것 같습니다. 올해도 왕성한 활동 기대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1984년부터 공연예술전문지 〈객석〉 기자, 편집장으로 20여년 활동했다. 춤비평집 『변동과 전환』 , 『당신의 발에 입맞추고 싶습니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춤웹진〉 편집장,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등을 맡아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한예종 숙명여대 겸임교수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