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사례]
A는 현대무용가로서 국내외 각종 무용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등 현대무용 부분에서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자로, 무용 공연을 진행하였다.
B는 방송 사업을 주목적으로 하는 지상파 방송사업자로서 드라마를 제작 운영하고 공중파 텔레비전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이다.
B는 드라마를 제작함에 있어서 A의 무용 장면이 필요하자, A에게 촬영협조 요청을 하였으나, A가 자신의 무용장면을 촬영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뜻을 전하자, 얼굴을 식별할 수 없도록 무용장면을 촬영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무용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방송된 드라마 장면에서는 촬영된 A의 무용 장면을 보았을 때, 약 7초 정도의 짧은 분량이지만 A의 주위사람들이라면 위 장면에 등장한 무용수가 A임을 충분히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방송되었다.*
C는 무용 관련 연구를 하는 학생이다. C는 현장성과 일회성을 특징으로 하는 공연예술의 특성상 무용을 연구하기 위한 목적에서 공표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A의 동의를 얻어 A의 공연을 촬영하였다.
그러나 C는 자신의 SNS에 A의 공연을 촬영한 영상을 업로드하였다.
D는 A의 부탁을 받아 A의 공연 장면을 촬영하여 A의 홍보용 기사를 작성하기로 한 기자이다.
그러나 D는 A의 공연 장면을 촬영하여 A의 홍보용 기사를 작성한 후, A의 공연 장면을 활용하여 자신의 지인이 운영하는 무용 학원의 홍보용 이미지를 만들어 주었다.
이 때 A는 B, C, D에게 초상권과 관련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을까?
[해설]
현재 우리나라 법령상으로는 초상권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명시된 법규정은 없으며, 판례에 의하면 초상권이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기타 사회 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 또는 그림 묘사되거나 공표되지 아니하며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로서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권리”를 의미한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 참조).
위 대법원 판례의 초상에 대한 정의에 따르면, 초상권의 침해는 초상 당사자의 동의 없이 사진을 촬영하거나 그림으로 묘사하는 작성 행위 그 자체만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고, 초상 당사자의 동의에 의하여 작성된 초상이라고 하더라도 공표에 대하여 동의가 없을 경우 공표 행위 자체만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작성 및 공표 행위에 대하여 동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영리적으로 이용할 것에 대하여 동의가 없었다면 영리적으로 이용한 행위에 대하여는 초상권 침해가 성립하게 된다.
또한 이때 초상의 표현 방법에 관하여 직접적으로 사진이나 영상이 촬영된 때가 아니라 법원은 “사진은 물론 몽타쥬, 소묘, 캐리커처 및 초상화 또는 인형과 같은 형상적 표현도 모두 초상에 해당한다”고 판시한바(서울지방법원 1997. 8. 1. 선고 97가합16508 판결 참고), 인물화 등이 초상 본인의 특징적인 부분을 대부분 표현하고 누구든지 그 인물화 등을 통하여 초상 본인을 연상할 수 있는 경우에는 초상권 침해가 인정될 수 있다.
사례에서 B의 경우, 언론매체에 대하여 자신의 초상에 관한 방송을 동의한 경우에도 당시 예정한 방법과 달리 방송된 경우에는 초상권의 침해가 있다고 할 것인데, A는 B에게 얼굴을 식별할 수 없도록 촬영할 것을 조건으로 공연 장면에 대한 촬영을 승낙한 것인바, B는 공연 장면을 촬영하면서 카메라 앵글을 조절하는 등의 방법으로 A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시청한 A의 주위사람들이 쉽게 A를 알아볼 수 있도록 공연 장면을 촬영하였고, B는 위와 같이 촬영된 장면이 삽입된 드라마를 방영하였으므로 A의 초상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의 경우, 비록 촬영에 대하여는 A의 동의를 얻었으나, A는 C에 대하여 개인적인 목적으로 촬영할 것에 대하여 동의를 한 것이지 외부로 공표할 것에 대하여는 동의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C는 표현매체에 고정이 되지 않는 공연예술의 특성상 이를 연구하도록 하는 목적에서 기록하는 것을 허용한 A의 동의 범위 하에서만 촬영하고 이용한 후 목적이 달성되면 이를 파기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목적 범위를 벗어나 자신의 SNS에 이를 전송하여 A의 초상을 공표하였으므로 A의 초상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D의 경우, A의 초상에 대하여 촬영하고 공표할 것에 대하여 A의 동의를 얻었으나, 이를 영리적으로 활용할 것에 대하여는 동의를 얻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D는 A의 홍보용 기사를 작성하는 범위에서만 초상을 촬영하고 활용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동의 범위를 벗어나 이를 영리적인 목적으로 활용한바 A의 초상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초상권 침해가 인정될 경우, 비록 법에 명시적인 근거 규정이 없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초상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따라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권리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따라서 민법 제750조 및 제751조에 따라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①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
위 사례의 바탕이 되는 판례에서는 B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A의 초상권이 침해됨으로써 A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금전적으로나마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되었고, 그 장면의 분량이 약 7초 정도로 길지 않았던 점, 항의를 받게 되자 즉시 삭제하였떤 점, 의도적으로 얼굴을 노출시킨 점이 아니었던 점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였을 때 위자료 액수는 2,000,000원으로 정하여졌다.
그러나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더라도, 그 내용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표현내용 · 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초상권 침해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 사안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하여 침해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이 가려진다. 이러한 이익형량과정에서 첫째, 침해행위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침해행위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과 중대성, 침해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 침해방법의 상당성 등이 있고, 둘째, 피해이익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피해법익의 내용과 중대성, 침해행위로 피해자가 입는 피해의 정도 등이 있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2745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초상권 침해의 경우에는 일률적으로 침해 구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고, 구체적인 사안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특히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는 사건에서는, 그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일반 사인인지, 공적 인물 중에서도 공직자나 정치인 등과 같이 광범위하게 국민의 관심과 감시의 대상이 되는 인물인지, 단지 특정 시기에 한정된 범위에서 관심을 끌게 된 데 지나지 않는 인물인지, 그 보도된 내용이 피해자의 공적 활동 분야와 관련된 것이거나 공공성 · 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고 공론의 필요성이 있는지, 그리고 공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데에 피해자 스스로 관여한 바 있는지 등은 위와 같은 이익형량에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5다33489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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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사례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11. 29. 선고 2006가합36290 판결의 이유 중 일부 취지를 설명하기 위하여 유사 판결을 바탕으로 해당 판결의 사실관계를 각색한 것이다. 실제 판결 및 유사한 사례의 구체적인 쟁점 및 사실관계에 따라 본 칼럼과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 있음을 밝힌다.
이예희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한국춤비평가협회 고문 변호사.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각각 연극과 문학을 전공하고 변호사가 되었다. 현재 문화, 예술,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 IP와 관련된 분야에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