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사례]
무용가인 A는 극단 B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기로 하였다. 해당 계약에는 무용가인 A가 극단 B에 소속되는 경우 가져지게 되는 권리 및 의무 조항, 극단 B의 권리 및 의무 조항들이 적절히 기재되어 있었고, 그 중에는 무용가인 A가 3회 이상 연습에 무단으로 불참하여서는 안 된다는 의무도 있었다. 그 밖에 계약서에는 당사자 일방이 계약상 의무를 위반함으로 인하여 계약이 해지될 경우 귀책 사유 있는 당사자가 상대방 당사자에게 계약금의 2배액을 위약벌로 지급하기로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A와 B는 해당 계약서에 서명을 하였다.
어느 날 A는 아무런 이유 없이 연습에 3회 이상 무단으로 불참하였고 극단 B는 서면으로 그 시정을 최고하였으나 A의 시정 노력이 없자 위약벌 및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해지 통보를 하였다.
A는 계약금의 2배액을 지급하기로 한다는 조항은 있었지만 손해배상까지 청구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며 계약금의 2배액은 부당히 과다하여 감액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B는 위약벌과 손해배상은 별개의 것이며 감액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누구의 주장이 타당할 것이며, A는 위약벌 외 B사에게 발생한 손해까지 배상하여야 할까? 그리고 위약벌은 감액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일까?
[해설]
○ 해약금, 위약금, 위약벌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계약 위반과 관련하여 위약금, 위약벌, 해약금이라는 용어를 발견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해당 용어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본 칼럼에서는 각 용어의 의미와 차이점에 대하여 설명해보고자 한다.
○ 해약금의 개념
우선 해약금(解約金)이란, 민법 제565조에 규정되어 있는 법적 약정이다.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 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경우, 해당 매매계약의 해제를 원할 때 이를 교부한 사람은 그것을 포기하고 이를 수령한 사람은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금전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계약이 성립한 후에는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마음대로 해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계약 당시에 해약금을 약정한 경우, 계약 당사자들이 계약을 자유롭게 해제할 수 있도록 당사자들의 계약해제권을 보장하는 조항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계약금은 해약금으로 추정된다.
○ 위약금의 개념
위약금(違約金)이란, 계약을 위반할 경우 상대방에게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하여 둔 것을 의미한다. 당사자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고(민법 제398조 제1항),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동조 제4항).
손해배상액을 미리 약정해두면, 채무자가 채무를 약정한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하였을 경우 채권자가 계약서에 명시된 위약금으로 명확하게 손해액을 주장할 수 있고,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을 경우에도 손해액에 관한 입증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민법 제398조 제2항). 따라서 위약금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이 감액할 수 있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단 대법원에 따르면, 여기서 '부당히 과다한 경우'라고 함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각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그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한편 위 규정의 적용에 따라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의 여부 내지 그에 대한 적당한 감액의 범위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는, 법원이 구체적으로 그 판단을 하는 때 즉, 사실심의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 그 사이에 발생한 위와 같은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12. 8. 선고 2000다35771 판결 참조).
○ 위약벌의 개념
위약금과 유사하지만 명확히 구별하여야 하는 개념으로 “위약벌”이 있다.
“위약금”이 손해배상에 대한 예정액을 의미한다면, “위약벌”은 손해배상에 대한 예정과 독립적으로,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에 대한 금전적 제재, 즉 벌금을 약정하는 것이다.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한 요건에 대하여 대법원은, 위약금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증명되어야 하며, 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약금과 관련하여 사용하고 있는 명칭이나 문구뿐만 아니라 계약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 체결의 경위와 내용, 위약금 약정을 하게 된 경위와 교섭과정,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위약금을 통해 이행을 담보하려는 의무의 성격,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 위약금 이외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위약금액의 규모나 전체 채무액에 대한 위약금액의 비율,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액의 크기, 당시의 거래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약금의 법적 성질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2다65973 판결 참조).
한편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위약벌을 감액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하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그 내용이 다르므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그 액을 감액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46905 판결,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다14511 판결,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39324 판결 등 참조).
다만 대법원은 의무의 강제로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과도하게 무거운 위약벌 약정의 효력과 관련하여 그 의무의 강제에 의하여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46905 판결 참조).
○ 사례의 해설
위 사례의 경우 당사자 일방이 계약상 의무를 위반함으로 인하여 계약이 해지될 경우 귀책 사유 있는 당사자가 상대방 당사자에게 계약금의 2배액을 위약벌로 지급하기로 한다는 조항이 있었고, 위약벌의 경우 채무자가 채무의 이행을 하지 아니할 때 채권자가 손해배상과 별도로 몰수하기로 약정한 금원에 해당하므로 극단 B가 계약금의 2배액을 손해배상과 별도로 청구하는 것은 가능하다.
또한 계약금의 2배액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감액할 수 없으며, 계약금의 2배액이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될 정도에 해당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볼 것이므로, 이를 전부 지급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이 계약 체결시 계약서에 위약벌 약정이 있을 경우에는 손해배상과 별도로 배상을 하여야 하며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가 되지 않는 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이 유추적용되지도 않아 감액될 여지가 없으므로, 채무자로서는 협의를 통하여 채무불이행시 벌칙 조항을 삭제하거나 위약벌을 위약금으로 수정하는 등 검토의 필요성이 필요하다.
이예희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한국춤비평가협회 고문 변호사.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각각 연극과 문학을 전공하고 변호사가 되었다. 현재 문화, 예술,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 IP와 관련된 분야에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