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지상중계_ 한국춤비평가협회 새 정부 춤정책 포럼
김채현_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 2017 한국춤비평가협회 포럼 발제 1
정부 문화정책은 왜 만족도가 낮았는가
- 새 정부 문화정책과 춤계의 시각
- 새 정부 문화정책과 춤계의 시각
1. 100대 국정과제와 문화정책 전략
새 정부 출범으로 새 문화정책이 수립될 것이다. 그 전부터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여론이 비등했던 상황처럼 새 문화정책은 적폐청산과 함께 추진되는 중이다. 이런 정황에서 이전과는 다르고 진일보한 문화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지난 7월 문화부는 ‘새 정부 예술정책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예술인 복지정책, 예술가 권익보장법안, 예술정책 거버넌스를 주제로 3번에 걸쳐 있은 이 토론회에서는 일테면 새 정부 문화(예술)정책의 지향점이 제시되었다.
이와는 별도로 새 정부는 지난 7월 100개의 국정과제를 발표하였다. 국가 정책의 향방을 결정짓는 주요 국정과제는 이번과 유사하게 역대 정부에서도 출범 초기에 선정되었다. 주요 국정과제의 선정은 어느 정부에서든 필수적이다.
‘국정 운영 5개년 계획’ 이름으로 발표된 새 정부의 국정과제는 다섯 범주(국민이 주인인 정부 / 더불어 잘사는 경제 /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로 나눠진다. 이들 범주는 제각기 몇 개의 소범주 즉 전략으로 분류되어 과제별로 정부 담당 부처가 명시되었다. 문화예술 분야 국정과제는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범주 속에서 다섯 번째 전략(‘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문화국가’) 속에 포함되어 모두 7개의 세부 전략으로 세분되었다. 7개 세부 전략과 담당 부처는 다음과 같다.[1]
지난 7월 문화부는 ‘새 정부 예술정책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예술인 복지정책, 예술가 권익보장법안, 예술정책 거버넌스를 주제로 3번에 걸쳐 있은 이 토론회에서는 일테면 새 정부 문화(예술)정책의 지향점이 제시되었다.
이와는 별도로 새 정부는 지난 7월 100개의 국정과제를 발표하였다. 국가 정책의 향방을 결정짓는 주요 국정과제는 이번과 유사하게 역대 정부에서도 출범 초기에 선정되었다. 주요 국정과제의 선정은 어느 정부에서든 필수적이다.
‘국정 운영 5개년 계획’ 이름으로 발표된 새 정부의 국정과제는 다섯 범주(국민이 주인인 정부 / 더불어 잘사는 경제 /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로 나눠진다. 이들 범주는 제각기 몇 개의 소범주 즉 전략으로 분류되어 과제별로 정부 담당 부처가 명시되었다. 문화예술 분야 국정과제는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범주 속에서 다섯 번째 전략(‘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문화국가’) 속에 포함되어 모두 7개의 세부 전략으로 세분되었다. 7개 세부 전략과 담당 부처는 다음과 같다.[1]
전략 5 :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문화국가
67.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 (문체부)
68. 창작 환경 개선과 복지 강화로 예술인의 창작권 보장 (문체부)
69. 공정한 문화산업 생태계 조성 및 세계 속 한류 확산 (문체부)
70. 미디어의 건강한 발전 (방통위)
71. 휴식 있는 삶을 위한 일ㆍ생활의 균형 실현 (고용부)
72. 모든 국민이 스포츠를 즐기는 활기찬 나라 (문체부)
73. 관광복지 확대와 관광산업 활성화 (문체부)
이번에 발표된 국정과제에 대해 동감하는 분위기가 대세이며 문화정책은 이 기조에 준해 수립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새 문화정책 방안에 대해 여론을 수렴하는 중이다. 문화부는 지난 8월부터 3개월간 인터넷을 통해서는 ‘국민 참여 문화정책 제안’을, 토론 행사를 통해서는 ‘모두가 함께하는 문화청책(聽策) 포럼’을 주제별, 권역별로 추진하고 있다.
원론적으로, 새 정부는 정부의 주체가 바뀌었음을 말한다. 정부가 바뀌면 기존 정책도 바뀔 여지가 크다. 이런 원론적 사실에 덧붙여, 이번에는 지향점이 아주 다른 새 정부가 탄생했기에 정권 교체라 명명되며, 정권의 교체는 필히 ‘정책의 교체’를 수반한다. 새 정부가 촛불 민주주의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특히 여느 정부와는 다르고, 이에 따라 정책의 대대적 수정과 전환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석 달 문화부가 추진한 제안과 포럼 행사는 정권 교체의 취지에 부응하는 행보로 주목된다.
2. 문화정책의 만족도: 협치·공론의 정신과 진단 백서의 역할
지난 7월 문화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설치에 관한 훈령을 제정하였다. 이 훈령을 제정해야 할 만큼 블랙리스트가 중차대한 긴급 사안인 것은 세상이 아는 대로다. 표현의 자유 수호가 문화부의 최우선 정책 과제로 꼽히는 현상황에서 새 정부의 다른 문화정책은 도리어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새 정부가 전례 없이 시도하는 문화정책 여론 수렴 작업에 대해 춤계 역시 결집력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1) 미흡한 문화정책 공론 수렴
대개 정책은 정책 내용, 정책 수행자 및 정책 수혜자의 3자로 구성된다. 정책의 만족도는 수혜자 입장에서 본 정책의 충실도를 의미한다. 공공 정책에서 수행자는 수행 기관를, 수혜자는 국민을 일컬을 것이며, 정책 내용은 정책 수행 수단까지 포함한다. 문화정책의 경우 정책 수혜자는 전문(문화예술)인과 일반인으로 구성되며, 정책 사업은 전문인을 위한 것, 일반인을 위한 것, 그리고 전문인과 일반인 모두를 위한 것으로 세분된다. 문화정책은 전문성과 특수성을 수반하기 때문에 공공성과 표현의 자유, 문화 복지 등과 결부된 일반 정책이라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문화정책에 대해 여론을 표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므로 문화정책에 대한 여론은 대부분 전문인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정책에 대한 사전사후 만족도 또한 그러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문화)예술은 개인의 개별 창작을 근본으로 하므로 (문화)예술인의 여론이 하나로 모여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표현의 자유 등 공통된 이슈를 공유해서 블랙리스트를 비판하는 범예술계의 움직임은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 정부 정책이 무엇인지 예술인이 알아야 하는 것은 권장 사항에 지나지 않으며, 설령 그 문제점을 알아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도 마땅치 않다.
산업화된 문화 분야의 경우는 여러 민간 협회나 조직이 여론을 모아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른바 순수예술에서는 그런 경우가 드물다. 그러므로 순수예술 분야의 정책은 수행 기관에의 의존도가 매우 크며, 문화정책 수행 기관의 역량과 양식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문화정책 수행 주체의 역량을 보충하기 위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블랙리스트가 단적으로 말해주듯이 순수예술 분야에서 정책 수행 기관의 독주와 왜곡이 일어날 가능성은 상존한다. 해당 분야의 여론과 중지를 모으는 작업을 문화정책 수행 기관 스스로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스럽겠지만, 문화부를 비롯 문화정책 수행 기관의 관행에서 그런 모습은 흔하지 않다.
2) 문화정책 백서 작업의 필요성
1990년 1월 문화부가 신설된 이래 역대 정부마다 초기에 문화정책에 대한 여론 수렴을 도모하였다. 각 정부의 지향점이 어떠하였건 간에, 그 같은 여론 수렴은 적어도 나의 경험에 비추어 일부 전문가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또는 형식적으로 진행되었다. 게다가 역대의 새 정부는 이전 정부의 문화정책을 대상으로 그 공과를 측정하는 작업을 간과하거나 생략한 상태에서 새 문화정책의 청사진을 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전임 정부 정책을 진단하는 작업을 새 정부가 선뜻 추진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렇더라도, 역대 정부의 새 문화정책은 그 수립 과정에서부터 부실한 면이 적지 않았다.
어느 정부든 선거를 통해 구성되는 새 정부는 전임 정부의 조직과 재정, 법제, 정책을 상당 부분 계승한 상태에서 시작한다. 새 정부의 정책은 이전 정책에 대한 진단을 전제로 정책을 지속·수정·폐지·신설하는 것이 삼척동자가 봐도 합리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역대의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청사진만 무성할 뿐, 과문의 탓인지 몰라도, 기존 문화정책의 공과를 묻는 백서가 전무한 줄로 안다. 다만 새 정부들은 이전 문화정책의 수정·폐지를 통해 그리고 새 문화정책의 수립을 통해 전임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한 의중을 간접적으로 표하는 것이 상례였다.
대개 장밋빛으로 채색되기 마련인 새 청사진은 여론의 호응을 유도하기 쉬운 면이 있다. 반면에 기존 문화정책의 공과를 묻는 백서는 일종의 성적표로서 부담스러운 데에다 부차적인 것으로, 심지어는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청사진은 무성한 반면 백서는 전무한 현실의 원인은 복합적일 것이다. 그 가운데 무엇보다도 백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문화부 내에서 근본 원인이 찾아질 것으로 본다. 단적으로, 문화정책의 실행 주체인 문화부 입장에서는 문화부의 기존 문화정책에 대해 공과를 묻는 백서가 부담스러울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부(또는 정권)가 바뀌어도 전임 정부의 조직과 인력이 거의 모두 계승된다는 사실에서 그 같은 부담을 능히 추정하게 된다.
무릇 정책의 목표는 공공 문제의 해결에 있지 백서가 아니다. 그렇지만, 정책은 있으되 백서가 부재하는 현상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 또한 일종의 적폐라 생각되며, 백서가 없는 관행은 이 정부부터 시정되어야 한다. 전임 정부에 대한 백서를 새 정부가 마련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오해를 사는 등 여타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여러 점을 고려해볼 때, 백서는 해당 정부의 임기 말 무렵에 작성되는 것이 순리로 보이며, 새 정부부터는 이 관행이 정착되어야 할 것을 제안하려고 한다. 임기 말에 백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대통령 선거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대통령 선출 직후 정부 인수 시기가 적절할 것이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작업은 전임 정부의 (감춰진) 정책을 새 정부가 도마에 올린 대표적 케이스이다. 이와 유사한 작업들이 상당수 적폐 청산의 차원에서 수행되고 있다. 블랙리스트의 경우 지난 연초 전임 정부의 문화부와 문화예술위에서 사과한 바 있어도 그 진상조사의 의지는커녕 백서마저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새 정부로 그 작업이 이월될 수밖에 없었던 특수한 사례이다. 그렇게 헌법에 어긋난다는 여론에 떠밀려 수행하는 백서 작업은 여기서 제안하는 통상적 백서 작업에 해당하지 않는다.
새 정부가 이번처럼 취임 초에 문화정책에 대해 공공의 여론을 대대적으로 모으는 일은 전례가 없었다. 이런 전향적 자세에 비추어, 새 정부가 임기 말에 가서 자신의 문화정책에 대한 외부 진단을 (일테면 백서 작업의 형태로) 물을지 관심사로 떠오른다. 정책에 대해 외부 진단을 자청하는 것은 그 만한 자신감과 책임 의식이 없다면 수행하기 어렵다.
요컨대, 문화정책에 대한 정부의 책임 의식과 공론화 작업이 문화정책에 대한 만족도를 규정짓는 첫 단추라 생각된다. 이 전제를 새 정부가 어느 정도 충족시킬지는 향후의 일이다. 문화부 역사 27년 동안 접할 수 없었던 공론화 작업을 바탕으로 문화정책을 모색하는 현단계에서는 협치 정신이 새 정부 문화정책의 기조로 해석되며, 이에 발맞춰 문화부의 책임 의식도 이전 관행을 벗어나 쇄신되어야 할 것이다. 지고지선의 완벽한 정부는 없고,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다. 공공 문제 해결에서 최선을 다 하려는 정부의 허심탄회한 의지가 관건이다.
1) 미흡한 문화정책 공론 수렴
대개 정책은 정책 내용, 정책 수행자 및 정책 수혜자의 3자로 구성된다. 정책의 만족도는 수혜자 입장에서 본 정책의 충실도를 의미한다. 공공 정책에서 수행자는 수행 기관를, 수혜자는 국민을 일컬을 것이며, 정책 내용은 정책 수행 수단까지 포함한다. 문화정책의 경우 정책 수혜자는 전문(문화예술)인과 일반인으로 구성되며, 정책 사업은 전문인을 위한 것, 일반인을 위한 것, 그리고 전문인과 일반인 모두를 위한 것으로 세분된다. 문화정책은 전문성과 특수성을 수반하기 때문에 공공성과 표현의 자유, 문화 복지 등과 결부된 일반 정책이라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문화정책에 대해 여론을 표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므로 문화정책에 대한 여론은 대부분 전문인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정책에 대한 사전사후 만족도 또한 그러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문화)예술은 개인의 개별 창작을 근본으로 하므로 (문화)예술인의 여론이 하나로 모여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표현의 자유 등 공통된 이슈를 공유해서 블랙리스트를 비판하는 범예술계의 움직임은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 정부 정책이 무엇인지 예술인이 알아야 하는 것은 권장 사항에 지나지 않으며, 설령 그 문제점을 알아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도 마땅치 않다.
산업화된 문화 분야의 경우는 여러 민간 협회나 조직이 여론을 모아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른바 순수예술에서는 그런 경우가 드물다. 그러므로 순수예술 분야의 정책은 수행 기관에의 의존도가 매우 크며, 문화정책 수행 기관의 역량과 양식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문화정책 수행 주체의 역량을 보충하기 위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블랙리스트가 단적으로 말해주듯이 순수예술 분야에서 정책 수행 기관의 독주와 왜곡이 일어날 가능성은 상존한다. 해당 분야의 여론과 중지를 모으는 작업을 문화정책 수행 기관 스스로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스럽겠지만, 문화부를 비롯 문화정책 수행 기관의 관행에서 그런 모습은 흔하지 않다.
2) 문화정책 백서 작업의 필요성
1990년 1월 문화부가 신설된 이래 역대 정부마다 초기에 문화정책에 대한 여론 수렴을 도모하였다. 각 정부의 지향점이 어떠하였건 간에, 그 같은 여론 수렴은 적어도 나의 경험에 비추어 일부 전문가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또는 형식적으로 진행되었다. 게다가 역대의 새 정부는 이전 정부의 문화정책을 대상으로 그 공과를 측정하는 작업을 간과하거나 생략한 상태에서 새 문화정책의 청사진을 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전임 정부 정책을 진단하는 작업을 새 정부가 선뜻 추진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렇더라도, 역대 정부의 새 문화정책은 그 수립 과정에서부터 부실한 면이 적지 않았다.
어느 정부든 선거를 통해 구성되는 새 정부는 전임 정부의 조직과 재정, 법제, 정책을 상당 부분 계승한 상태에서 시작한다. 새 정부의 정책은 이전 정책에 대한 진단을 전제로 정책을 지속·수정·폐지·신설하는 것이 삼척동자가 봐도 합리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역대의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청사진만 무성할 뿐, 과문의 탓인지 몰라도, 기존 문화정책의 공과를 묻는 백서가 전무한 줄로 안다. 다만 새 정부들은 이전 문화정책의 수정·폐지를 통해 그리고 새 문화정책의 수립을 통해 전임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한 의중을 간접적으로 표하는 것이 상례였다.
대개 장밋빛으로 채색되기 마련인 새 청사진은 여론의 호응을 유도하기 쉬운 면이 있다. 반면에 기존 문화정책의 공과를 묻는 백서는 일종의 성적표로서 부담스러운 데에다 부차적인 것으로, 심지어는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청사진은 무성한 반면 백서는 전무한 현실의 원인은 복합적일 것이다. 그 가운데 무엇보다도 백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문화부 내에서 근본 원인이 찾아질 것으로 본다. 단적으로, 문화정책의 실행 주체인 문화부 입장에서는 문화부의 기존 문화정책에 대해 공과를 묻는 백서가 부담스러울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부(또는 정권)가 바뀌어도 전임 정부의 조직과 인력이 거의 모두 계승된다는 사실에서 그 같은 부담을 능히 추정하게 된다.
무릇 정책의 목표는 공공 문제의 해결에 있지 백서가 아니다. 그렇지만, 정책은 있으되 백서가 부재하는 현상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 또한 일종의 적폐라 생각되며, 백서가 없는 관행은 이 정부부터 시정되어야 한다. 전임 정부에 대한 백서를 새 정부가 마련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오해를 사는 등 여타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여러 점을 고려해볼 때, 백서는 해당 정부의 임기 말 무렵에 작성되는 것이 순리로 보이며, 새 정부부터는 이 관행이 정착되어야 할 것을 제안하려고 한다. 임기 말에 백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대통령 선거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대통령 선출 직후 정부 인수 시기가 적절할 것이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작업은 전임 정부의 (감춰진) 정책을 새 정부가 도마에 올린 대표적 케이스이다. 이와 유사한 작업들이 상당수 적폐 청산의 차원에서 수행되고 있다. 블랙리스트의 경우 지난 연초 전임 정부의 문화부와 문화예술위에서 사과한 바 있어도 그 진상조사의 의지는커녕 백서마저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새 정부로 그 작업이 이월될 수밖에 없었던 특수한 사례이다. 그렇게 헌법에 어긋난다는 여론에 떠밀려 수행하는 백서 작업은 여기서 제안하는 통상적 백서 작업에 해당하지 않는다.
새 정부가 이번처럼 취임 초에 문화정책에 대해 공공의 여론을 대대적으로 모으는 일은 전례가 없었다. 이런 전향적 자세에 비추어, 새 정부가 임기 말에 가서 자신의 문화정책에 대한 외부 진단을 (일테면 백서 작업의 형태로) 물을지 관심사로 떠오른다. 정책에 대해 외부 진단을 자청하는 것은 그 만한 자신감과 책임 의식이 없다면 수행하기 어렵다.
요컨대, 문화정책에 대한 정부의 책임 의식과 공론화 작업이 문화정책에 대한 만족도를 규정짓는 첫 단추라 생각된다. 이 전제를 새 정부가 어느 정도 충족시킬지는 향후의 일이다. 문화부 역사 27년 동안 접할 수 없었던 공론화 작업을 바탕으로 문화정책을 모색하는 현단계에서는 협치 정신이 새 정부 문화정책의 기조로 해석되며, 이에 발맞춰 문화부의 책임 의식도 이전 관행을 벗어나 쇄신되어야 할 것이다. 지고지선의 완벽한 정부는 없고,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다. 공공 문제 해결에서 최선을 다 하려는 정부의 허심탄회한 의지가 관건이다.
3. 대전환기의 춤 정책: 초점과 방향
이제까지 정부의 춤 정책은 문화부와 소속 기관, 문화예술위원회, 지자체의 문화재단 같은 정책 기관을 통해 수행되어왔다. 이제는 문화부 차원의 새 문화정책이 준비되는 중이다. 그 외의 정책 수행 기관에서는 전임 정부 시기와 거의 동일한 시책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새 문화정책이 마련되면 시책들이 손질될 것은 물론이다.
1) 공론화 작업
적폐 청산, 정권 교체, 새 정부의 출범은 지금이 문화 일반에서나 춤에서나 정책의 대전환기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특히 정부의 춤 정책은, 시기를 놓치지 말고, 몇 가지 부분적 개선에 맴돌기보다는 여론을 적극 수렴하여 그 근본에서부터 새로 입안하는 수순을 밟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주지하듯이, 정책에 관한 여론 수렴은 정책 개발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다.
지난 10년 정도 춤 정책에 대한 공론화 작업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말하자면 그 같은 논의가 정지된 상태에 있었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춤 정책을 다시 공론의 장에 올리게 되었지만, 새 정부 출범이 아니더라도 공론화 작업은 필요하였다. 이전 정부에서 예술 생태계의 지속적인 악화를 비롯하여 공공 예술 활동 등 춤의 다변화, 첨단 테크놀로지의 급격한 등장, 예술의 산업화 등과 같은 추세에 대응하는 춤 정책이 구상되고 논의되었어야 하였으나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새 정부에서는 이 방면으로 공론화 작업의 복원이 시급하다.
새 정부 출범 직전에 한국춤비평가협회는 새 정부의 춤 정책과 관련하여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2] 그 요지는 1) 정책 환경 쇄신을 위한 공청회 등으로 춤계 현장의 여론을 수렴할 것, 2) 춤 지원 기관과 지원 방식의 혁신, 3) 대형 춤 행사들의 운영 방식 개선, 4) 대한민국무용대상의 폐지 또는 대체, 5) 병역특례 혜택의 폐지, 5) 국군예술부대 창설, 6) 공공 무용단 운영 규정 쇄신으로 정리된다. 이와 아울러, 춤 생태계의 위기 극복을 비롯하여 공공적 춤 활동의 진작, 춤 교육 방식의 쇄신, 춤과 IT 산업의 융합 등이 정책 과제로 제기된다.
위의 성명서에서 춤 정책 환경 쇄신 공청회를 가장 먼저 요구한 것은 대전환기에 무엇보다 정책의 입안·적용·관리에 있어 춤계의 중론을 모아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책 환경은 정책 수행 기관의 역할 내용 및 그에 따른 결과를 일컫는다. 이 시대에 국가 주도 문화정책은 한계에 이르렀고, 이런 때문에 정책 수행의 진일보한 방식으로서 거버넌스 즉 협치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문화부 및 문화예술위, 문화재단 등의 정책 기관들이 춤계의 중론을 얼마나 모으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2000년대 중반 이래 정책 기관들의 독주(獨走)가 일종의 관행처럼 정착되지 않았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정책 기관들에서 으레 행하는 자문 회의라는 것은 해당 분야의 중론을 모으는 데 훨씬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일례로서, 문화부와 그 소속 기관인 공공 무용단의 관계에서 문화부의 관리감독권이 합리적으로 발동되고 있는지도 짚어볼 문제이다. 공공 무용단의 자율성과 문화부의 관리감독권은 상충될 여지가 있으나, 그런 사안일수록 춤계의 중론을 통해 해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춤 생태계 위기 극복과 공공 무용단 혁신
춤 정책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춤 생태계의 위기 극복과 공공 무용단의 혁신이 꼽힌다.
먼저, 춤 생태계의 주축이 되는 공연 현장은 여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사정이 어렵다. 공연 현장은 무용인의 예술 활동이 중심이지만, 생태계 면에서는 생활과 연동된다. 무용인 가운데, 무용 활동 수입 3천만원 미만의 개인이 93%, 연수입 5천만원 미만의 가구가 55%이다.[3] 7월의 ‘새 정부 예술정책 토론회’에서도 예술인 복지정책이 맨 먼저 논의되었으며, 무용인의 수입과 복지 또한 같은 맥락에서 정책 과제로 논의되어야 할 것은 물론이다. 아무튼 빠듯한 생활은 예술 활동과 창의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서 춤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예술 생태계는 해당 분야의 활발성과 연령·장르·경향에서의 다양성이 높을수록 건강하다고 진단된다. 이 같은 다양성은 창의력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높이는 구실을 한다. 획기적 정책 대안이 나오기가 쉽지 않겠으나, 한편으로는 복지 대책이, 한편으로는 공연과 창작에 저비용으로 임할 수 있는 지원책 같은 대책이 요구된다.
공공 무용단(한국무용·발레 등 장르를 막론한 국·시·도립 무용단 전체)은 국내 춤계에서 물리적 여건과 제도적 안정성, 신분 보장 면에서 가장 우월해서 춤 생태계에서 중핵을 이룬다. 공공 무용단의 공연 활동은 정기 공연 이외에 2000년대 이후 일반인을 위한 외부 순회 공연 및 봉사 사업 등으로 상당히 활발한 편이어서 표면적으로는 공공성을 충족시키고 운영이 원활한 것으로 비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공공 무용단의 근간이 되는 작품(공연작) 산출 면에서 예술성과 시대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4] 춤계에서 공공 무용단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이처럼 무수하게 제시될 수 있다. 단적으로, 공공 무용단의 핵심 존재 근거는 공연작이지만, 낙후한 공연작들 때문에 춤 생태계에 기여하는 정도가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에서 공공 무용단의 혁신은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거론되어 왔고, 공공 무용단 내부에서조차 이와 유사한 의견들이 상존한다. 공공 무용단의 문제는 예술감독(단장)의 자질, 단원의 근무태도, 내부 운영 규정, 내부 관리 감독 측면에서 부실하다는 점으로 집약된다. 공공 무용단은 정책 수행 기관의 직할 관리를 받고 있으나, 사실상 그 관리마저 부실하다는 것이 춤계의 중론이다. 다시 말해 특히 예술감독의 선임 등에서 정책 수행 기관의 책임도 크다는 점을 기관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
복합적 원인들이 공공 무용단의 부실을 초래한 만큼 그 혁신을 위해서는 다면적 처방이 요구된다. 이런 의미에서 공공 무용단은 전반적으로 새로이 창단하는 수준의 혁신을 필요로 한다. 그 처방의 일환으로서, 그리고 혁신의 기본으로서 정책 수행 기관은 공공 무용단이 무엇보다 운영 규정을 전면 개정해서 환골탈태에 나서도록 재촉해야 한다.
3) 춤 지원 기관 및 지원 방식의 혁신
블랙리스트가 시사하는 바 가운데 하나는 예술 지원 정책과 활동이 심각하게 왜곡되었다는 점이다. 춤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난 블랙리스트의 사례는 드물지만, 타 분야와 마찬가지로 춤 지원 정책 및 활동에서 음성적으로 블랙리스트가 작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지원 사업의 제안과 선정 및 지원 심사위원의 선정 과정이 지원 기관에 의해 더욱 훼손되었을 가능성이 상정된다. 일례로 춤 소극장 지원 사업은 2016년부터 중단되었다가 2017년 가을에 급히 재개되었으나, 중단 이유와 재개 이유가 석연치 않다.
블랙리스트와는 별개로, 춤 지원 기관과 지원 방식의 혁신을 요구하는 여론이 춤계에 적지 않았다. 지원 사업의 제안과 선정 및 지원 심사위원의 선정 과정은 블랙리스트의 분위기로 인해 훼손되었을 가능성이 더 커졌을 뿐이지, 이전부터 문제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아울러, 춤 현장에서는 지원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지원금 정산 절차가 까탈스럽다는 하소연이 줄을 이었다. 여기서 일말의 개선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지원 기관 중심의 사고방식이 우선한 탓에 빚어지는 부작용이 아닌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지원 규모에 따라 정산 항목과 방식을 조정하는 방안, 일정액 지원 규모 이상의 중대형 사업에 대하여는 현장 평가를 강화하고 평가 결과를 차후 지원 결정에 강력히 반영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춤계를 비롯하여 예술계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대부분 사업으로 구현된다. 사업의 선정에서부터 수행 및 지원 단체(또는 개인)의 선정, 심사위원의 선정 등에서 정책 기관 중심의 사고방식은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책 기관은 협치를 표방하면서 현장의 자율성과 독립성, 전문성을 낮추어 보는 이율배반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4) 협치를 통한 춤 정책 방안 모색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 정책이 필요하기 마련이고, 그것이 새 정부의 존재 이유일지도 모른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에 문화예술 분야 새 정책에 대한 수요는 정책 수행 기관뿐만 아니라 정책 수혜자 사이에서도 그 정도가 높다. 이런 정황에서 공론을 통하지 않고 로비를 통하여 이른바 ‘낙하산 정책’ ‘낙하산 사업’이 등장할 여지가 있으나, 경계해야 할 일이다.
정책은 정책 기관과 정책 수혜자의 양방향 활동으로 진행된다. 정부가 일방적 정책 시행 태도를 지양해서 협치를 표방하는 시대에 정책의 만족도에 대해 정부뿐만 아니라 언젠가는 춤계도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놓일 것이다. 정책 기관은 춤계를 춤 정책의 동반자로서 재인식해야 할 것이고, 춤계 또한 춤 정책의 수혜자 이상으로 동반자라는 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정책 과제에 못지않게 서울무용제 등 대형 춤 행사들의 운영 방식 개선, 대한민국무용대상의 폐지 또는 대체, 병역특례 혜택의 폐지, 국군예술부대 창설, 공공적 춤 활동의 진작, 춤 교육의 회복과 교육 방식의 쇄신, 춤과 IT 산업의 융합 등이 정책 과제로 꼽아진다. 또한 국정과제 세부 전략과 결부해서 춤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발휘하는 정책 사업이 적극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과제들이 협치의 차원에서 향후에 있을지 모를 예술 분야별 특성에 맞춘 공청회 등에서 세부적으로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1) 공론화 작업
적폐 청산, 정권 교체, 새 정부의 출범은 지금이 문화 일반에서나 춤에서나 정책의 대전환기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특히 정부의 춤 정책은, 시기를 놓치지 말고, 몇 가지 부분적 개선에 맴돌기보다는 여론을 적극 수렴하여 그 근본에서부터 새로 입안하는 수순을 밟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주지하듯이, 정책에 관한 여론 수렴은 정책 개발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다.
지난 10년 정도 춤 정책에 대한 공론화 작업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말하자면 그 같은 논의가 정지된 상태에 있었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춤 정책을 다시 공론의 장에 올리게 되었지만, 새 정부 출범이 아니더라도 공론화 작업은 필요하였다. 이전 정부에서 예술 생태계의 지속적인 악화를 비롯하여 공공 예술 활동 등 춤의 다변화, 첨단 테크놀로지의 급격한 등장, 예술의 산업화 등과 같은 추세에 대응하는 춤 정책이 구상되고 논의되었어야 하였으나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새 정부에서는 이 방면으로 공론화 작업의 복원이 시급하다.
새 정부 출범 직전에 한국춤비평가협회는 새 정부의 춤 정책과 관련하여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2] 그 요지는 1) 정책 환경 쇄신을 위한 공청회 등으로 춤계 현장의 여론을 수렴할 것, 2) 춤 지원 기관과 지원 방식의 혁신, 3) 대형 춤 행사들의 운영 방식 개선, 4) 대한민국무용대상의 폐지 또는 대체, 5) 병역특례 혜택의 폐지, 5) 국군예술부대 창설, 6) 공공 무용단 운영 규정 쇄신으로 정리된다. 이와 아울러, 춤 생태계의 위기 극복을 비롯하여 공공적 춤 활동의 진작, 춤 교육 방식의 쇄신, 춤과 IT 산업의 융합 등이 정책 과제로 제기된다.
위의 성명서에서 춤 정책 환경 쇄신 공청회를 가장 먼저 요구한 것은 대전환기에 무엇보다 정책의 입안·적용·관리에 있어 춤계의 중론을 모아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책 환경은 정책 수행 기관의 역할 내용 및 그에 따른 결과를 일컫는다. 이 시대에 국가 주도 문화정책은 한계에 이르렀고, 이런 때문에 정책 수행의 진일보한 방식으로서 거버넌스 즉 협치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문화부 및 문화예술위, 문화재단 등의 정책 기관들이 춤계의 중론을 얼마나 모으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2000년대 중반 이래 정책 기관들의 독주(獨走)가 일종의 관행처럼 정착되지 않았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정책 기관들에서 으레 행하는 자문 회의라는 것은 해당 분야의 중론을 모으는 데 훨씬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일례로서, 문화부와 그 소속 기관인 공공 무용단의 관계에서 문화부의 관리감독권이 합리적으로 발동되고 있는지도 짚어볼 문제이다. 공공 무용단의 자율성과 문화부의 관리감독권은 상충될 여지가 있으나, 그런 사안일수록 춤계의 중론을 통해 해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춤 생태계 위기 극복과 공공 무용단 혁신
춤 정책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춤 생태계의 위기 극복과 공공 무용단의 혁신이 꼽힌다.
먼저, 춤 생태계의 주축이 되는 공연 현장은 여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사정이 어렵다. 공연 현장은 무용인의 예술 활동이 중심이지만, 생태계 면에서는 생활과 연동된다. 무용인 가운데, 무용 활동 수입 3천만원 미만의 개인이 93%, 연수입 5천만원 미만의 가구가 55%이다.[3] 7월의 ‘새 정부 예술정책 토론회’에서도 예술인 복지정책이 맨 먼저 논의되었으며, 무용인의 수입과 복지 또한 같은 맥락에서 정책 과제로 논의되어야 할 것은 물론이다. 아무튼 빠듯한 생활은 예술 활동과 창의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서 춤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예술 생태계는 해당 분야의 활발성과 연령·장르·경향에서의 다양성이 높을수록 건강하다고 진단된다. 이 같은 다양성은 창의력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높이는 구실을 한다. 획기적 정책 대안이 나오기가 쉽지 않겠으나, 한편으로는 복지 대책이, 한편으로는 공연과 창작에 저비용으로 임할 수 있는 지원책 같은 대책이 요구된다.
공공 무용단(한국무용·발레 등 장르를 막론한 국·시·도립 무용단 전체)은 국내 춤계에서 물리적 여건과 제도적 안정성, 신분 보장 면에서 가장 우월해서 춤 생태계에서 중핵을 이룬다. 공공 무용단의 공연 활동은 정기 공연 이외에 2000년대 이후 일반인을 위한 외부 순회 공연 및 봉사 사업 등으로 상당히 활발한 편이어서 표면적으로는 공공성을 충족시키고 운영이 원활한 것으로 비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공공 무용단의 근간이 되는 작품(공연작) 산출 면에서 예술성과 시대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4] 춤계에서 공공 무용단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이처럼 무수하게 제시될 수 있다. 단적으로, 공공 무용단의 핵심 존재 근거는 공연작이지만, 낙후한 공연작들 때문에 춤 생태계에 기여하는 정도가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에서 공공 무용단의 혁신은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거론되어 왔고, 공공 무용단 내부에서조차 이와 유사한 의견들이 상존한다. 공공 무용단의 문제는 예술감독(단장)의 자질, 단원의 근무태도, 내부 운영 규정, 내부 관리 감독 측면에서 부실하다는 점으로 집약된다. 공공 무용단은 정책 수행 기관의 직할 관리를 받고 있으나, 사실상 그 관리마저 부실하다는 것이 춤계의 중론이다. 다시 말해 특히 예술감독의 선임 등에서 정책 수행 기관의 책임도 크다는 점을 기관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
복합적 원인들이 공공 무용단의 부실을 초래한 만큼 그 혁신을 위해서는 다면적 처방이 요구된다. 이런 의미에서 공공 무용단은 전반적으로 새로이 창단하는 수준의 혁신을 필요로 한다. 그 처방의 일환으로서, 그리고 혁신의 기본으로서 정책 수행 기관은 공공 무용단이 무엇보다 운영 규정을 전면 개정해서 환골탈태에 나서도록 재촉해야 한다.
3) 춤 지원 기관 및 지원 방식의 혁신
블랙리스트가 시사하는 바 가운데 하나는 예술 지원 정책과 활동이 심각하게 왜곡되었다는 점이다. 춤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난 블랙리스트의 사례는 드물지만, 타 분야와 마찬가지로 춤 지원 정책 및 활동에서 음성적으로 블랙리스트가 작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지원 사업의 제안과 선정 및 지원 심사위원의 선정 과정이 지원 기관에 의해 더욱 훼손되었을 가능성이 상정된다. 일례로 춤 소극장 지원 사업은 2016년부터 중단되었다가 2017년 가을에 급히 재개되었으나, 중단 이유와 재개 이유가 석연치 않다.
블랙리스트와는 별개로, 춤 지원 기관과 지원 방식의 혁신을 요구하는 여론이 춤계에 적지 않았다. 지원 사업의 제안과 선정 및 지원 심사위원의 선정 과정은 블랙리스트의 분위기로 인해 훼손되었을 가능성이 더 커졌을 뿐이지, 이전부터 문제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아울러, 춤 현장에서는 지원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지원금 정산 절차가 까탈스럽다는 하소연이 줄을 이었다. 여기서 일말의 개선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지원 기관 중심의 사고방식이 우선한 탓에 빚어지는 부작용이 아닌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지원 규모에 따라 정산 항목과 방식을 조정하는 방안, 일정액 지원 규모 이상의 중대형 사업에 대하여는 현장 평가를 강화하고 평가 결과를 차후 지원 결정에 강력히 반영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춤계를 비롯하여 예술계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대부분 사업으로 구현된다. 사업의 선정에서부터 수행 및 지원 단체(또는 개인)의 선정, 심사위원의 선정 등에서 정책 기관 중심의 사고방식은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책 기관은 협치를 표방하면서 현장의 자율성과 독립성, 전문성을 낮추어 보는 이율배반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4) 협치를 통한 춤 정책 방안 모색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 정책이 필요하기 마련이고, 그것이 새 정부의 존재 이유일지도 모른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에 문화예술 분야 새 정책에 대한 수요는 정책 수행 기관뿐만 아니라 정책 수혜자 사이에서도 그 정도가 높다. 이런 정황에서 공론을 통하지 않고 로비를 통하여 이른바 ‘낙하산 정책’ ‘낙하산 사업’이 등장할 여지가 있으나, 경계해야 할 일이다.
정책은 정책 기관과 정책 수혜자의 양방향 활동으로 진행된다. 정부가 일방적 정책 시행 태도를 지양해서 협치를 표방하는 시대에 정책의 만족도에 대해 정부뿐만 아니라 언젠가는 춤계도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놓일 것이다. 정책 기관은 춤계를 춤 정책의 동반자로서 재인식해야 할 것이고, 춤계 또한 춤 정책의 수혜자 이상으로 동반자라는 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정책 과제에 못지않게 서울무용제 등 대형 춤 행사들의 운영 방식 개선, 대한민국무용대상의 폐지 또는 대체, 병역특례 혜택의 폐지, 국군예술부대 창설, 공공적 춤 활동의 진작, 춤 교육의 회복과 교육 방식의 쇄신, 춤과 IT 산업의 융합 등이 정책 과제로 꼽아진다. 또한 국정과제 세부 전략과 결부해서 춤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발휘하는 정책 사업이 적극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과제들이 협치의 차원에서 향후에 있을지 모를 예술 분야별 특성에 맞춘 공청회 등에서 세부적으로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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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정과제 바로가기 청와대 웹사이트: http://www1.president.go.kr/government-projects . 국정과제의 편제 요약: 국정과제 > 다섯 범주 > 전략(범주별 전략) > 세부 전략(구체적 국정과제). 다섯 범주 속의 세 번째 범주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는 다음의 5개 전략으로 나뉜다. 전략 1: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 전략 2: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과 교육, 전략 3: 국민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안심사회, 전략 4: 노동존중 · 성평등을 포함한 차별없는 공정사회, 전략 5: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문화. 국가문화 분야 세부 전략은 본 발제문의 참고자료 편에 수록.
[2] 이 성명서는 2017년 4월에 작성되었다. 대통령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작성되었으나, 그 내용은 지금도 유효하다.
[3] 2015 예술인 실태 조사, 문화체육관광부, 2016. 2.
[4] 공공 무용단의 현안들은 <춤웹진> 69~74호(2015년 5~10월)에 연재된 ‘공공 무용단 운영, 무엇이 문제인가?’ 기사에서 집중 논의된 바 있다.
[1] 국정과제 바로가기 청와대 웹사이트: http://www1.president.go.kr/government-projects . 국정과제의 편제 요약: 국정과제 > 다섯 범주 > 전략(범주별 전략) > 세부 전략(구체적 국정과제). 다섯 범주 속의 세 번째 범주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는 다음의 5개 전략으로 나뉜다. 전략 1: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 전략 2: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과 교육, 전략 3: 국민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안심사회, 전략 4: 노동존중 · 성평등을 포함한 차별없는 공정사회, 전략 5: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문화. 국가문화 분야 세부 전략은 본 발제문의 참고자료 편에 수록.
[2] 이 성명서는 2017년 4월에 작성되었다. 대통령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작성되었으나, 그 내용은 지금도 유효하다.
[3] 2015 예술인 실태 조사, 문화체육관광부, 2016. 2.
[4] 공공 무용단의 현안들은 <춤웹진> 69~74호(2015년 5~10월)에 연재된 ‘공공 무용단 운영, 무엇이 문제인가?’ 기사에서 집중 논의된 바 있다.
2017. 1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