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지상중계_ 한국춤비평가협회 새 정부 춤정책 포럼
새 정부 춤정책, 진단과 대안
‘새 정부 춤정책, 진단과 대안’을 주제로 11월 16일 한국춤비평가협회가 주최한 포럼은 국내외적인 춤 사회의 흐름을 진단하고 한국 춤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 정부에서 수용해야 할 정책과 개혁과제를, 변화의 추이를 오래 동안 지켜보고 있는 춤 현장 전문가들과 함께 진단하고 제안하는 자리였다. 발제문(요약본)과 함께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 현장 스케치
11월 16일 오후 2시. 한국춤비평가협회의 포럼이 열린 곳은 예술가의 집 다목적홀이었다. 시작 시간이 임박하면서 포럼 장은 준비한 80개의 의자가 모자라 추가로 자리를 준비하는 모습도 목격되었다.
포럼은 ‘새 정부 춤정책, 진단과 대안’을 주제로 내걸며 행사를 개최하게 된 배경설명을 곁들인, 한국춤비평가협회 채희완 운영위원(전 부산대 교수)의 인사말로 시작되었다.
이어 이날 포럼의 사회를 맡은 이종호(유네스코국제무용협회 힌국본부 회장) 의 진행 방식에 의한 안내가 있었고 ‘정부 문화정책은 왜 만족도가 낮았는가? - 새 정부 문화정책과 춤계의 시각’을 제목으로 김채현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이론과)가, ‘한국 춤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10대 개혁과제’를 제목으로 장광열 소장(한국춤정책연구소)이, 그리고 ‘춤계 공동의 이익을 위한 한 목소리 내기’를 제목으로 한 이지현 (춤비평가)의 발제가 차례로 이어졌다.
포럼은 ‘새 정부 춤정책, 진단과 대안’을 주제로 내걸며 행사를 개최하게 된 배경설명을 곁들인, 한국춤비평가협회 채희완 운영위원(전 부산대 교수)의 인사말로 시작되었다.
이어 이날 포럼의 사회를 맡은 이종호(유네스코국제무용협회 힌국본부 회장) 의 진행 방식에 의한 안내가 있었고 ‘정부 문화정책은 왜 만족도가 낮았는가? - 새 정부 문화정책과 춤계의 시각’을 제목으로 김채현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이론과)가, ‘한국 춤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10대 개혁과제’를 제목으로 장광열 소장(한국춤정책연구소)이, 그리고 ‘춤계 공동의 이익을 위한 한 목소리 내기’를 제목으로 한 이지현 (춤비평가)의 발제가 차례로 이어졌다.
김채현 교수는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이유에는 2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라며 “문화정책이 일부 전문가들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민사회의 여론이 일부 주제에 국한해서 문화정책에 대해 반응을 보이는 현상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정책을 수행하는 주체와 새 정책을 수행하는 주체가 동일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부재했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이는 백서작업, 다시 말해 일부 조직화된 위원회로부터의 결과해석, 협동 연구나 설계 및 개발 성과를 보고하는 작업이 부재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과제로 “공론 수렴 작업의 강화와 백서작업의 법제화”를 지적했다. 또한 한국 춤계가 당면한 문제해결의 초점을 크게 아래의 세 가지로 묶어 언급했다.
‣ 정책 수행 기관(공공무용단) 운영방식
현재 공공무용단은 예술성 시대성의 사각 지대에 놓여있으며 예술감독의 자질이 낮아 더욱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예술감독의 춤에 대한 신념, 현상인식이 부족하여 춤 동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예술적 토론과 검토를 거치는 내부 운영 규정도 없어 무용단의 체계적인 성장이 지연되고 있다. 결국, 예술감독의 자의적인 운영과 단원의 독선적인 협조가 일어나 무용단에 큰 문제점들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점에서 운영 규정을 전면 개정해야하며 이에 대한 법 규정을 제대로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공공무용단은 재 창단 수준의 환골탈태가 시급하다.
‣ 문화지원 수행기관의 지원방식 혁신
문화지원 수행기관의 지원사업 선정과정과 심사위원 선정과정은 많이 훼손되었다. 기관의 독주관행으로 인해 어떠한 여론에 의해 지원 사업이 없어지고 부활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이다. 이는 지난 5~10년간 지속되었으며 이로 인해 지원방식에 큰 문제점들이 일어나고 있다. 문화지원 수행기관과 지원방식은 시급하게 개선해야한다.
‣ 협치를 통한 춤 정책 방안의 모색
정책수행기관은 로비 의존 정책 반영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여론과 정책에 대한 의견을 결집해야 한다. 춤계가 결집하기 위해선 낙하산 사업을 따르려하는 심리를 자제해야하며 춤 환경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김채현 교수는 "결론적으로 춤계 혁신을 위해서는 올바른 정책이 뿌리내려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책수행기관의 혁신이 필요하다. 무용예술인 또한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여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춤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혁과제’를 제목으로 한 장광열 한국춤정책연구소장의 발제가 있었다.
“한국의 춤 환경이 요동치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준비되지 않은, 검증되지 않은 제안들이 난무하고, 오래 동안 연구되고 진단 된 중요한 아젠다들은 방치되고 있다”고 서두를 꺼낸 그는 “한국의 춤 환경이 공연제작에서부터 국제교류, 교육, 작품유통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문에서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최근 국내외 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새로운 춤 환경의 흐름을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 무용가들과 그 주변인들의 활동영역 세분화
▸ 춤 작품 제작, 유통, 지원 채널의 다변화
▸ 무용예술의 영역 확장- 댄스필름, 장애인 무용, 장소특정형 공연 증가
▸ 무용예술의 아마튜어리즘 확산
▸ 무용예술의 사회와의 소통성 확대
▸ 독립 무용가 및 단체(안무가, 무용수, 프로젝트무용단 등) 증가
▸ 예술 창작자와 교육자의 구분 확연
▸ 공연장의 자제 춤 제작 증가
▸ 내다 팔 수 있는 춤상품(레퍼토리) 보유 증가
▸ 해외무대 진출 확산(무용수, 안무가, 작품 등)
▸ 지역에서 개최하는 국제무용축제 증가
▸ 특정 계층을 겨냥한 타킷형 춤공연 제작 증가
▸ 춤 국제교류 유형의 다양화
▸ 무용예술 교육 유형의 다양화
▸ 예술교육으로서 무용교육 중요성에 대한 인식 변화
▸ 무용전공 인력 감소 및 외국인 무용 유학생 증가
▸ 무용단체에 전문 인력(기획 행정 등) 정착 확대
발제자는 "이 같은 변화는 정부와 국민에게 예술장르로서 ‘춤’이 갖는 고유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시키고 있다. 춤이 사회와 소통을 확대하고 있고, 세계 춤 문화의 중심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의 춤계가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한 개혁과제를 다음과 같이 10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제시했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기능 및 지원정책 개편
▸ (사)한국무용협회 공적 지원금 운영
▸ 무용예술 교육정책
▸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 춤 국제교류
▸ 국공립 직업무용단 운영
▸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운용
▸ 비평과 저널리즘
▸ 무용공연기획 및 예술행정
▸ 우수 무용수 병역특례 제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기능 및 지원정책 개편과 관련해 발제자는 “공공예술지원기관에서 직접 공연장을 운영하는 것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아르코예술극장 등을 운영하면서 생겨난 파행사례를 지적했다. 또 수년전부터 논의 되어온 춤 전용극장의 기능을 포함한 국립무용센터인 댄스하우스 설립과 관련 “현 아르코예술극장을 선진 외국의 사례처럼 국립댄스하우스로 운용, 전문아티스트를 위한 창작, 교육, 춤 작품 유통의 플랫폼 기능 수용, 대중들을 위한 공공 무용교육 프로그램 운용, 국내외적인 춤 네트워킹의 전진기지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포함 한 우리나라의 공공 지원정책이 40년 동안 변화하지 않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용 부문의 40억이라는 돈을 세밀한 심사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아직도 소액 다건 식으로 수백 개의 단체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반복되는 것이다. 예전과는 달리 예술적인 작업에서나 단체 운영 등에서 검증된 단체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똑같이 나누어 주는 것을 지양하고,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인 지원이 병행되어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지역 문화재단의 지원제도와 병행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제도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사단법인 한국무용협회가 공적 지원금을 받아 행사하는 것과 관련, 발제자는 “대한민국무용대상의 경우 국호를 달고 대통령상이 수여되는 만큼 그 격에 맞는 새로운 운영방식이 모색되어야 한다”며 “기존과 같이 참가단체를 신청 받아 신청된 단체들끼리 야외에서 공연을 하고 일반인까지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대상 단체를 선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상의 기본 성격부터 재정립하고, 운영방식 개편, 그리고 운영 주체의 문제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용예술교육정책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선진 외국의 음악 미술처럼 무용 역시 예술교과목으로 편성되어야 하고, 대학 무용교육의 경우 교과목 개편을 통한 양질의 무용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무용 전공생들의 인문학 교육 비중을 늘리는 등 커리큘럼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사업 운용과 관련해 현재 전국에 있는 260여 개의 문화예회관 중 일 년에 무용 공연을 한 번도 하지 않는 곳이 적지 않다며 지역 주민들의 인기 장르 위주의 예술공연 감상 편식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춤 공연의 확대가 필요하다. 무용 공연을 일정 수 이상 의무적으로 배정하는 쿼터제 운용도 그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춤 국제교류와 관련 “이제는 국제교류에서도 양보다는 질이 중시되어야 한다. 무조건 해외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수준의 극장, 어느 수준의 관객들 앞에서 공연하느냐 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며 ”외국 국제무용축제의 경우 초청된 외국 단체들은 축제 개최 도시 이외의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공연하도록 하는 곳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로부터 공공 지원금을 받는 규모가 큰 무용축제의 경우 초청한 단체들을 서울에서 뿐만 아니라 지역의 공연장에서 공연하도록 의무화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 하루만 공연하면서 국제 무용축제라고 이름을 붙인 곳도 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지역에서 주최하는 국제 무용축제의 경우 그 차별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국공립 직업무용단 운영과 관련 “예산과 시설, 훈련된 무용수를 보유하고 있는 공공 무용단의 경우 예술성 높은 작품을 창작은 일종의 의무이다”며 “수준 낮은 작품을 연속 공연하는 무용단의 경우 도덕적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공 무용단 스스로 정신적인 재무장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발제자는 “국공립무용단이 자문위원을 들러리 혹은 방패막이로만 이용하는 관행, 공연 평가의뢰를 단체에 우호적인 사람들에게만 맡기는 관행, 공연 연습현장을 방문 후 쓰는 프리뷰를 비평가들에게 맡기는 관행도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의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운용방식과 관련 발제자는 “원형이 상실되는 위험성이 없어진 종목은 과감히 보유자 지정을 중단하고 보존회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비평가와 저널리즘과 관련 “인터넷 매체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춤 공연을 보고 글을 쓰는 사람 역시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이들 중에는 공연을 보는 안목을 갖추지 못한 채 수준 미달의 작품을 우수 작품으로 둔갑시키는 잘못된 행태를 반복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같은 흐름은 경계해야 한다. 주례사 비평과 대가를 바라는 잘못된 비평 관행 역시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도 “일부 젊은 무용 비평가들의 경우 심의위원, 자문위원, 평가위원의 역할을 맡으면서 시간에 쫓겨 공연을 보지 않거나 보고 난 후의 비평작업에도 소홀히 하는 등 현장 비평가 멀어지고 있는 점도 시급히 시정되어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춤 공연의 양상이 다양해지면서 비평가들에게는 그 만큼 더 전문적인 식견이 요구된다. 또한 해외 춤 단체들의 내한공연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한국 공연에 대한 기록을 한국의 춤 비평가들이 남겨주는 것은 비평을 통한 한국 춤계의 국제교류에 기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비평가들이 국내 안무가나 단체의 공연을 대상으로 비평하는 관행에서 이제는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무용공연기획 및 예술행정의 역할과 관련 “우리나라에 무용 기획자란 타이틀을 다는 사람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무용 기획사들도 점점 더 생겨나고 있지만, 대부분 무용가들이나 무용단체의 공연을 대행해주는 대행사 역할에 머물고 있다”며, “기획이란 용어에 맞게 극장이나 기업 등과 연계해 새로운 공연을 만들거나 제작하는 기획자의 본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획자들 스스로의 변신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지원기관의 예술행정 지침과 관련 “발제자가 속한 한국춤비평가협회의 경우 올해 비평 전문지인 <춤비평>지 발행 지원금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3백만원의 지원이 결정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교부신청을 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 운용하고 있는 e-나라 시스템 상에서 지원금 교부신청을 하려면 원고지 1,000매를 쓸 수 있는 시간을 들여야 하고 그 과정도 너무 힘들어 시도하다 중단한 상태이다”라며 일률적으로 어려운 시스템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일정액 이상의 공적 지원금을 받을 경우 정산 전문가들을 고용해 할 수 있도록 운용제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수 무용수 병역특례 제도와 관련 발제자는 “한국무용협회 등에서 주최하는 한정된 무용 콩쿠르와 외국의 일부 무용 콩쿠르 입상자에게만 병역특례를 주는 현 제도는 오래전부터 개선의 필요성이 지적되었다. 이스라엘이나 타이완처럼 우수한 기량을 가진 무용수에게는 국립 예술단체의 단원으로 복무하도록 하는 대체복무제도나 러시아의 붉은군대앙상블, 중국이 군인전용극장을 만들아 운용하는 등 예술인 전공 군인들로 구성된 예술단체를 만들어 운용하듯이, 또 현행 국방부에서 시행하는 스포츠 선수들로 이루어진 국군체육부대처럼 국군예술부대를 만들어 복무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라고 주장했다.
장광열 발제자는 “한국의 춤계는 여러 부문에 걸쳐 양적 증가 외에도 질적인 발전을 병행하는 노력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이와 함께 양질의 춤 콘텐츠로 춤과 사회와의 소통성을 더욱 확장시켜야 한다. 정부의 춤 정책은 서울 중심이 아닌 전국 규모의, 국내뿐만이 아니라 세계를 향해 열려있어야 하고 그것을 담아내는 시야 역시 글로벌적인 선상에서 조율되고 집행되어야 한다”며 “결론적으로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춤계 각 분야에 있는 우리들 스스로가 진정으로 변화하는 것이며 정책수행을 하고 있는 기관들이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범 춤계를 생각하는 의지들을 건강하게 실천해나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춤계 공동이익을 위한 한목소리 내기’란 제목으로 발제를 시작한 춤비평가 이지현은 “새 세상이 왔고 정부가 들어서 정책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왔음에도 무용계는 사단법인 한국무용협회에만 의존을 하고 있다. 협회는 관변단체이기에 이에 의존해서는 앞으로의 문제를 풀어나가기 어렵다고 본다. 무용계의 체제개선을 위해서는 무용계 스스로 무용계 사례에 대해 자립해 하나의 목소리로 모아 나아가야 한다.
무용계가 한목소리를 모으지 못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근거 없는 뒷담화가 주류문화로 발달해 서로에 대한 오해와 착각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무용문화가 오랜 시간 대학 중심으로 흘러갔으나 대학은 적폐의 온상(입시 비리 등)이 되어, 중심이 되었다 한들 유명무실한 상태에 이르게 되었고 협회 중심의 단체들 또한 단체화되어있는 세션들이 협조적이기 보다 다툼을 조장하고 분열한다. 이러한 알력관계 분열을 조장하는 문화는 없어져야하며 네트워킹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명 발제자들의 발제가 끝난 후에는 잠시 휴식을 갖고 지정 토론자들과 청중들의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었으나 사회자는 “발제자들의 열정이 대단하다. 뜨거운 열기가 식기 전에 이 분위기를 살려 지정 토론자들의 토론이 이어지면 좋을 것 같다”라며 쉬지 않고 바로 패널리스트들을 단상으로 불렀다.
이어 지정 패널리스트로 선정된 댄스컴퍼니 고블린파티에서 활동하는 안무가이자 댄서인 임진호 이경구, 김화숙 한국무용교육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 공연기획자이자 재단법인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상임이사인 장승헌, 오래 동안 무용을 포함한 공연 담당 기자를 역임한 장지영 국민일보 기자의 발언이 이어졌다.
고블린파티(임진호 이경구)
“먼저 발제자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느낀 점부터 말하고 싶다. 오늘 포럼을 통해 제기된 문제들은 그동안 쌓여져 왔던, 묵혀져 왔던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자리였다. 속 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해결해야할 일들이 가득하다는 사실에 한편으로는 무용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오기도 했다. 무용작품을 창작하고 유통시키는 독립 무용 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춤 현장에서 해결해나가야 하는 문제점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고블린파티는 단체 내에서도 무용수들의 협업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많이 싸우기도 하고 다른 의견들을 수용할 수 있는 아량들을 배우기도 한다. 또 그 과정에서 인격적으로 성숙해지기도 한다. 요즘 무용계에서는 협업,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협업도 하나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트레이닝이 되어 있어야 된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인 협업 작업을 해본 안무가나 무용수들이 그들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
무용계 현안에 대한 것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 무용계의 어른들도 서로 싸우고 대립하기 보다는 머리를 맞대고 해결점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김화숙 (무용교육혁신위원회 공동대표)
“무용예술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용인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제점 해결을 위해서는 무용을 생활화하며 삶속에서 향유할 수 있는 무용 인구를 늘려야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실현시켜야 할 것은 초, 중, 고등학교에 무용과목을 개설하는 등 무용교육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17년 3월에 무용예술혁신위원회에서 새 정부에 사업정책을 제안했었다. 특수 청소년을 위한 예술대안학교를 설립, 무용예술교육동아리 프로젝트 등 활성화를 위한 사업들이 그 내용이었다. 또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지원금을 받아 초, 중, 고등학교 무용교육 학습과정을 만들었으며 초등학교 무용교과서를 발간하였고 특수청소년을 위한 무용 아동복지시설을 위한 무용교육 등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무용예술인과의 소통이 부재했다는 것이다. 소통이 부재해 모두가 힘을 모으지 못했기에 정책으로 이어지는데 한계가 있었고, 무용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 무용관련 프로그램이 많지만 현장에서 활용되어지지 않고 있다. 무용예술인들 모두가 무용교육에 관련해서도 힘을 모야 정책을 실현시키며 무용교육을 활성화시켜야한다.”
장승헌 (공연기획가)
“국공립무용단체의 혁신이 가장 시급하다. 국립국악원무용단은 벌써 1년이 넘게 무용단의 책임자를 뽑지 못한 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무용단 예술감독도 공석이다. 국공립무용단의 지도자, 예술감독은 단체의 운영능력과 함께 변화하는 흐름에 빠르게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또한 무용인들은 무용계에 일어나는 현상들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무용계 현장의 문제들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낼 때 무용계는 투명하게 변화할 것이다.
무용기획자로서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 공연했던 작품 중 아비뇽축제에서 공연했던 작품을 바로 이번 시즌에 우리나라에서 공연한 것이다. 이는 무용전문 기획자가 관여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를 계속해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젊은 무용 기획자들이 공공기관에서 하는 축제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장지영 (국민일보 기자)
“우리나라의 경우 공연장에서 작품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공연장이 제대로 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속 단체를 갖고 있지 않는 큰 공공극장은 공연을 하지 않는 상황이고 작은 공공극장은 관객층 확보가 어려워 관객을 모으지 못해 관객에게 무용에 대한 거리감을 더욱 불러일으키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공공시장을 만들지 못한 문화체육관광부에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체부가 변화해야하고 그들뿐만 아니라 도지사와 시장들과도 함께 극장활성화를 위한 소통을 해야 한다. 또한 공공 공연장은 시즌 계약제를 도입하는 등 활성화 방안을 계속해서 모색해나가야 한다.
극장 활성화 이외에도 많은 문제들이 있다. 국제교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축제의 경우 이사회가 제대로 구성되어 있지도 않고 교육적인 부분에서도 문화부에만 의존하고 있다. 축제는 이사회를 제대로 구성하고 교육적인 부분에서는 행자부와 지자체들과 함께 현안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국제교류에 있어서는 전문성이 더욱 요구되며 이를 위해서는 무용계의 자체적인 노력 또한 많이 요구된다.
무용계의 경우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많기에 새로운 정책들을 펼치기보다 적폐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세우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한다고 본다.”
지정 패널리스트들의 토론이 끝나고 잠시 휴식 시간 동안 참가자들은 서로의 안무를 묻거나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이어진 종합 토론 성격의 시간에서는 주로 플로어의 청중들로부터 많은 발언이 있었다.
지난 1월 말 제22대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으로 당선됐다는 한국무용협회 조남규 이사장은 “대한민국무용대상의 경우 5천만원의 예산이 전부였다. 2억5천만원을 끌어들여서 간신히 행사를 진행할 정도로 지원금이 부족했다. 협회 사장으로서 예산을 많이 확보 무용가들이 자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그동안 문제가 많았던 서울무용제의 심사평가 시스템도 바꾸었다. 또한 병역특례와 관련하여 병무청에 병역특례 주는 부분을 국공립단체에서 관리하는 것, 비공개 단체에서 선발 후 시스템을 갖추는 것, 국군부대를 창설하는 것 등 많은 건의를 정부에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회자인 이종호 유네스코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회장은 “대통령상을 수여하는 대한민국무용대상의 경우 그것이 반드시 경연을 통한 공연에만 주어야 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성격규정부터 다시 할 필요가 있다. 공연이 아니라 사람이나 교육 등의 부문에도 줄 수 있을 것이다. 공연이라면 평가 방식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이 일 년 동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작이 무엇인가를 선정하는 방식은 여럿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발제자인 김채현 교수는 “한국무용협회는 국고 지원사업에 연연해 하지 말고 국가의 춤 정책에 개입해 무용인들의 전체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전체 이익을 내는 여론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는 한국무용협회 이사장뿐만 아니라 협회 임원들과 간부진들이 힘을 합쳐 나아가야한다. 협회가 병역특례에 대해 병무청이랑 협의를 했다고 했는데 그런 사실이 있다면 모두에게 공유했어야 했다. 협회중심으로 일했기에 무용예술인들의 이러한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 병무청과 협의가 안 되면 무용계전체서명을 나서서 국군예술부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모두가 함께 무용계 전체의 이익을 위해 달려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협회가 해야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장순향 민족춤협회 이사장은 “문제는 한국무용협회가 아니라 군사독재정권시대에 예술인들 줄 세우기 위해 만들었던 단체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문제다. 나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민주적인 예술단체를 만들어야한다는 신념으로 민예총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남북 춤 교류 사업으로 남북의 이질적인 춤이 통일 이후에 어떻게 그 충돌을 해결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핵심적으로 살펴볼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하정애 전 신라대학교 교수는 “정책적으로 무용대학의 무용교과는 혁신되어야 한다. 지금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서울과 지방에 있는 대학에 무용과가 생겨날 수 있고 무용 인구를 확장해낼 수 있다. 무용인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자기를 내려놓고 일해야 한다. 시기가 문제일 뿐이며 언젠가는 인정을 받으며 늦게 인정을 받더라도 그 사람은 후학들에게 큰 감동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이유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 지원부 과장은 “2018년도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예술가 여러분들의 창작활동에 지원군이 되기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지원금 정산하는데 있어 창작 현장에 있는 예술가들이 고충을 많이 받을 거라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의 해결을 위해 내부에서 노력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 중에는 포럼 관련해 주최측에 의견을 피력해준 무용가들이 여럿 있었다. 그중 김종덕 전 천안시립무용단 안무가가 핸드폰 메시지로 보내준 내용을 원문 그대로 소개한다.
“저는 정책수립과 집행에 대한 문제제기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정책수립에 관여하고 지원사업을 심의하는 전문가들의 자기성찰 즉 윤리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무 부서는 사업을 집행하는 기관이고 정책은 수정 보완이 가능하지만 올바른 심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좋은 정책도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전년도 평가가 낙제점인 기금 수혜 단체는 최소 3년간 지원사업에서 제외되어야 하며 심사위원이 비밀유지의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편파적이면, 공적 지원심사에서 영구적으로 제외시키는 등 강력한 제도가 수립되어야 정책의 올바른 집행이 가능하리라 믿습니다.”
이날 포럼은 많은 담론이 오가며 그동안 간과했던 수많은 문제점들을 반성하며 되돌아보는 자리였다. 이러한 자리를 발판으로 삼아 무용예술인들과 무용예술계는 더 큰 건강한 변화를 맞아야 할 것이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준비한 100권의 자료집이 모두 동이 났다. 한국춤비평가협회 관계자로부터 “자료집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추가로 제작해 발송해주겠다”는 멘트가 이어졌다. 이날 포럼은 어떤 곳으로부터도 지원금을 받지 않고 한국춤비평가협회 소속 회원들이 모은 경비로 치러졌다. (정리_ 방희망 <춤웹진> 편집위원. 변지선 자유기고가)
2017. 1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