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지상중계_ 한국춤비평가협회 새 정부 춤정책 포럼
김채현_춤비평가
■ 포럼 후 발제자 기고



춤 공공 정책 개입에 나서야


- 환골탈태 필요한 한국무용협회


 
 한국춤비평가협회가 11월 중순에 열은 ‘새 정부 춤 정책, 진단과 대안’ 포럼에서 필자는 ‘정부 문화정책은 왜 만족도가 낮았는가: 새 정부 문화정책과 춤계의 시각’을 발제하였다. 발제문에서 필자는 정부 문화정책에 대해 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던 저간의 사정을 나름대로 짚었다. 아무튼 문화정책의 낮은 만족도는 그간 우리가 겪은 적폐의 하나다.
 그러나, 설령 정부 문화정책이 우수하더라도 춤계에서 소화해내지 못한다면 그 정책의 만족도는 낮아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정부 문화정책의 낮은 만족도에 대해 정부 쪽의 책임만 묻는 것은 춤계의 책임을 회피하는 소치일 수 있다. 문화정책을 비롯해서 정부 정책 전반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정책 주체인 정부와 정책 수혜자인 민간의 노력이, 차이는 있겠지만, 동시에 기울여져야 옳다.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정부의 춤 정책은 여러 시책들로 펼쳐져왔었다. 춤 공연 현장을 중심으로 한 지원 프로그램처럼 정부의 춤 정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시책들이 더러 있다. 그런데, 가령 이런 시책들에 문제가 있을 경우 어떤 경로를 통해서 시정되어야 하는가?
 현장의 개개인들이 여론을 표명할지 몰라도 그 여론을 모아 정책과 시책에 반영하도록 앞장서는 공적 기구가 필요하다. 언론을 통해 여론들이 모아져 공론화되고 정책에 반영되는 경우는 흔하다. 하지만 일반인과는 거리가 있는 전문 분야일수록 그런 역할을 수행할 기구는 중요해진다. 이런 기구들은 한국에서나 해외에서나 대개는 00협회라는 이름들로 조직화되는 게 상례이고, 해당 분야의 공적 이익을 수호하며 여론을 모으고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공공성을 띤 00협회나 집단적 조직은 정책 수행 기관과 접촉이 잦을 수밖에 없고 대체로 (정부 및 지자체의) 공공 정책의 파트너로 용인된다.
 이번 포럼에는 한국무용협회(이하 협회) 이사장이 참관인으로 참석하였다. 춤 정책을 주제로 한 토론회는 협회와 밀접하므로 이사장의 참석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성격의 포럼에 협회 이사장이나 임원이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이전에 비해 이번 이사장의 참석은 조금은 이례적인 일로 비쳤을지 모른다. 지난 연초에 협회 이사장이 자체 선거로 교체되었다. 이를 계기로 협회가 이제는 협회로서의 위상에 적합한 역할을 해낼지 주목하는 시선들이 있다.
 정부가 모든 부문에서 적폐 청산을 공언하며 정책 변화를 예고하는 시기에 춤 정책 역시 쇄신되리라는 기대감이 강하다. 이에 부응해서 이번 포럼이 열렸으며, 춤 정책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춤계가 중론을 모아 대처해나갈 필요성이 높아가고 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협회 이사장의 참석은 주목을 끌기에 족하였다. 사회자의 요청에 따라 즉석 발언에 나선 이사장은 자신의 취임 이후 협회의 변화상을 자세히 소개하였다.
 협회 이사장은 먼저 협회가 주최·주관하는 사업들이 대부분 경연제로 진행되었지만 그간 참가자들의 불만이 누적되어왔던 점을 직시하여 이를 개선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무용제와 대한민국무용대상의 심사방식을 개선한 것을 대표적 개선 사항으로 예시하였다. 이어 협회 이사장은 병역 특례로 2년간 40명 정도가 혜택을 보므로 이 제도가 존치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와 관련한 대안으로 협회가 국군예술부대 창설 병무청에 꾸준히 건의하였으나, 병무청은 국군예술부대 유지에 많은 비용 소요될 것이라는 점과 병역 자원 확보의 필요성 때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하였다.
 협회 이사장의 이날 즉석 발언은 모두 춤 정책과 관련이 있었다. 이날 이사장이 거론한 전국무용제나 무용대상, 병역 특례 제도는 모두 정책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춤 예술의 현장 생태계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무용인의 복지 또한 상황이 유사한 사실은 춤계의 주요 현안으로 꼽힐 텐데, 이사장의 즉석 발언에서 그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런 주요 현안에 비해 전국무용제나 무용대상의 개선은 부차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춤 예술을 대중적으로 전파 확산하는 일이나 춤 교육으로 춤 애호층을 육성 개발하는 일 등 주요 현안으로 꼽을 것은 더러 있다. 이들 현안은 그날 발제에서도 더러 언급되었다.
 이사장의 즉석 발언은 전국무용제나 무용대상, 병역 특례 제도에 국한되어 춤 정책 측면에서 매우 미흡하였다. 다만 이사장의 즉석 발언 이외에 협회 집행부가 춤 정책에 대해 어떤 입장이나 구체적 복안을 갖고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렇더라도 이사장의 즉석 발언은 춤 정책에 관한 협회의 시각으로 보아 무방할 것이다. 즉, 협회가 정책에 따른 사업에 주력한다는 점과 춤 생태계와 복지 개선, 춤과 춤 교육의 확산 등 다수 무용인들의 공익을 위한 정책 제안(과 그 실현) 작업을 협회가 등한히 한다는 점이다.
 협회는 춤 정책 수행 기관과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다. 앞서 언급된 대로 협회는 공공 정책의 파트너일 수 있으므로 정책 수행 기관에 대해 공익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그 실현을 재촉해야 옳다. 이전에도 협회가 그 같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던 때문에 그런 역할을 협회와 무관한 것으로 여기는 인식이 고착되었는지 모른다. 협회의 새 이사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협회가 공익적 정책 제안과 실현을 활동의 축으로 삼을 만큼 면모를 일신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 아닐까 한다.
 협회 이사장의 발언이 있은 후 필자는 다음의 의견을 밝혔다. 협회는 그 명칭상 춤계의 대표성을 가질지 몰라도, 명칭에 값하는 활동상을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협회는 과거를 딛고 이제는 활동 방향을 크게 수정해야 하며, 말하자면 협회의 환골탈태가 요청된다. 협회의 환골탈태 방안으로서, 무엇보다 협회는 경연제 춤 행사 같은 사업에 치중하기보다 춤계 전반의 공익적 정책 활동에 주력해야 한다. 춤 정책을 펼칠 정부 및 공공 기관이 춤계 여론 수렴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풍토 속에서 협회가 나서야 하는 것은 일종의 책무이다.(그날 필자는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에게 이상의 의견을 다시 정리해서 이메일로 보낼 의사를 토론 중에 공언하였다. 이 글로써 이메일 전송을 대신하려고 한다.)
 또한 부작용이 심각한 병역 특례 제도의 대안으로 국군예술부대 창설을 협회가 병무청과 협의한 사실은 춤계에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지금이라도 춤계 서명 등 전체 역량을 모아 다시 국방부와 병무청에 국군예술부대 창설 압력을 가하는 등 강력 요구해야 한다. 다시 말해, 협회는 협회 위주의 시야를 벗어나 춤계 여론과 요구를 결집하고 대변하는 포용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한국무용협회는 공공 춤 정책의 파트너인가? 새 이사장 취임 후 협회가 내적으로 얼마나 쇄신되고 환골탈태되어 장래에 대비하는지 필자로선 아는 바 없다. 협회가 주관·주최하는 사업들에서 협회가 과연 적격인지 춤계에 의문이 많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환골탈태로써 협회는 협회 이름에 값하는 위상을 갖춰야 할 것이다.
 새 정부는 정책 개발과 수행에서 협치 방식을 도입할 것을 누누이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공공 정책에 참여할 채비를 갖추지 못하면 무엇보다도 정책 우선순위에서 낙오할 것이고 궁극엔 해당 분야가 도태할 가능성마저 커진다. 그러므로, 한국무용협회는 춤 정책을 개발하고 제안하며 실현시키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김채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철학과 미학을 전공했고 춤·예술 분야 비평 수백 편과 저서 『춤과 삶의 문화』, 『춤, 새로 말한다 새로 만든다』를 비롯 다수의 논문, 『춤』 등의 역서 20여권을 발간했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예술춤과 국내외 축제 현장을 작가주의 시각으로 직접 촬영한 비디오 기록물 수천 편을 소장하고 있다.
2017. 1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