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 현장스케치_ 제17회 서울국제즉흥춤축제
가장 순수한 춤과 만난다
17회를 맞이한 서울국제즉흥춤축제(Simpro)가 4월 18일부터 23일까지 아르코소극장에서 열렸다.
올해 축제는 전야제의 컨택즉흥을 시작으로 70분 릴레이 즉흥, 150분 즉흥 난장, 한국의 전톰음악과 전통춤이 융합되는 즉흥춤판과 즉흥 전문 아티스트들이 코디네이터로 참여한 다양한 콘셉트의 즉흥 공연들로 구성되었다. 6일에 걸쳐 쉼 없이 내달린 즉흥춤의 현장에서 세계적인 즉흥 전문 아티스트들과 다른 장르의 협업은 물론 우연성과 생명력이 느껴지는 몸짓의 교감, 관객과 한데 어우러지는 한판 놀이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프랑스, 미국, 홍콩, 일본 등에서 공모와 초청을 통해 선정된 국내외 아티스트 1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이번 축제에서는 참여자의 폭이 한층 넓어져 즉흥에 관심 있는 학생과 일반인들의 프로젝트 무대도 마련되었다. 전문 아티스트만이 전유하던 무대에 일반인들이 오르는 열린 공연은 즉흥춤축제의 또다른 묘미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전문가와 일반인들을 위한 5개의 즉흥 워크숍이 개설되어 즉흥 양식 가운데에서도 가장 어렵다고 하는 컨택즉흥을 중심으로 예술교육으로서 즉흥춤의 가치를 체득하는 시간을 가졌다.
4월 18일 전야제 행사는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즉흥 전문 아티스트 Sylvain Meret과 함께 컨택즉흥을 즐기는 무대였다. 컨택즉흥의 퍼포머들은 2-3인씩 그룹을 짓고 춤의 명확한 흐름을 사전에 약속하지 않는다는 상식적인 관행 이외엔 어떠한 규칙도 없이 예측 불가능한 신체 접촉과 분리를 전개시켰다. 상대와 균형을 맞춰가는 매 순간마다 창의적인 순발력이 요구되고 그 과정에서 즉흥 그 자체를 최상의 목적으로 둔 순수한 몸짓을 드러내며 움직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튿날 오프닝 즉흥에서는 즉흥춤개발집단 ‘몸으로’가 〈Just Body〉를 공연했다. 14명의 무용수가 공연 순서를 정하고, 무조건 한 번씩 솔로를 하는 것이 이 공연의 간단한 규칙이었다. 저마다의 재기발랄함으로 일상의 몸짓과 무대 위의 몸짓을 주고받으며 60분 동안 실시간 즉흥(real time composition)을 펼쳤다.
흥미롭게 공연을 지켜보았다는 최유진은 “규칙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한 시간이라는 즉흥 공연을 알차게 구성한 것 같다. 무용수들은 움직임에 다양한 안무방법을 집어넣었고, 무용수의 성격이 무대 위에 가볍게 나열되어 있어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는 관람평을 전했다.
20일에는 Lee. K. Dance, 오마이라이프무브먼트씨어터, 김성용댄스컴퍼니무이, 아트프로젝트그룹 나무꽃, 정다슬 & 임진호, 장혜진, Sylvain Maret 등 7개 팀이 각각 10분 남짓의 공연을 릴레이로 선보였다. 70분간 이어진 이날의 릴레이 공연은 국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무용가들의 다채롭고 개성 넘치는 움직임을 한 자리에서 포착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21일 무대에는 어린 아이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퍼포머가 출연했다. 이윤정 안무가와 남인우 연출가가 이끄는 댄스프로젝트 뽑기는 일반인 출연자를 모집하여 3주간의 워크숍을 갖고 〈너와나와너와나 2〉라는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균형”에 대한 안무가의 지속적인 탐구가 여러 개의 장면을 통해 남녀노소, 세대별 다양한 몸짓으로 나타났고, 일반인들의 순수한 몸짓을 지켜본 객석에서는 웃음과 감동 어린 호응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의 즉흥 프로젝트는 전문 무용수와 연주자, 일반인이 최소한의 합의로 이끌어낸 성공적인 무대였다.
댄서들의 전통춤 수련터 서울교방의 즉흥 춤판 ‘놀자’ 프로젝트는 전통춤이 지니는 솔로의 즉흥성과 군무의 축제성을 부각시켰다. 솔로와 군무, 전통과 창작, 사랑방 풍류와 마당에서의 군무릴레이의 융합은 맛깔스런 퓨전춤판으로 장식됐다.
마지막 날, 즉흥 난장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14개 팀의 즉흥 춤판으로 진행되었다. 어린이 청소년 직장인 주부 등 일반인들의 즉흥 공연과 함께 전문 아티스트들의 솔로, 2인무, 그룹 즉흥, 그리고 컨택즉흥에서부터 한국&프랑스 아티스트의 협업 즉흥까지 다채로운 콘셉트의 즉흥 공연이 2시간 30분 동안 식을 줄 모르는 열기로 펼쳐졌다.
한편, 서울국제즉흥춤축제는 부산국제즉흥춤축제(Bimpro)와 제주국제즉흥춤축제(Jimpro)와 연계해 개최되었다. 올해도 부산국제즉흥춤축제에 참가한 즉흥 아티스트가 서울국제즉흥춤축제와 제주국제즉흥춤축제에 참가했거나 참가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국제 무용축제들이 서울에 집중되어 열리고 있고, 거의 모두 서울에서만 공연이 이루어지는 데 반해 서울국제즉흥춤축제가 부산, 제주와 연계해 축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은 지역춤의 활성화와 지역 무용가들의 국제교류 네트워킹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한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태동한 제주국제즉흥춤축제는 오는 5월 25-27일 제주의 자연환경과 함께 하는 생태즉흥춤 공연으로 특화시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