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새 정부에 바란다(2) 춤 정책에 대한 기대와 전망
공공 공연장 문턱 낮추고 정책운용 순도 높여라
장광열_<춤웹진> 편집장
 대한민국은 새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이 요동쳤다. 방대한 내용들이 담겨진 페이퍼와 신조어들이 등장했다. 문화예술 부문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장관의 취향과 관심도에 따라 새로운 부서들이 출범하기도 했다. 그러나 꼼꼼한 검토와 미래에 대한 진단이 생략된, 과시형의 생색내기 정책 운용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주범이나 다름없다.
 높아지고 있는 공공 공연장의 문턱을 낮추는 것 역시 이에 해당한다. 국가의 지원을 받는 공공 공연장이 재정 자립도를 명목으로, 객석 점유율을 명목으로 관객들의 문화 지출비, 예술가들의 공연 제작비에 대한 부담을 점점 더 가중시키고 있고 인기 장르 위주의 편향된 공연감상을 유도하고 있다.
 해가 바뀌면서 예외 없이 공공 공연장의 주차료와 대관료, 식비와 음료비 등이 잇따라 인상되었다. 서울특별시 도심에 위치한 구청 산하 문화예술회관은 아예 뮤지컬 전용극장을 표방하고 있다. 연극 전용, 오페라 전용, 클래식음악 전용 공공극장은 부지기수인데 무용 전용 공공극장은 없다. ‘공동기획’ ‘공동주최’란 용어로, 예술가들과 예술단체들의 대관공연을 통한 이속 챙기기 등 공공 공연장의 운용은 한마디로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예술가들은 “이제는 공공 공연장들마저 노골적으로 돈벌이에 나섰다”는 말로 불편한 심기를 토로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공연장의 부대비용 인상이 대학로의 소극장과 사설 공연장들은 물론이고 구민회관, 국립극장이나 예술의전당 등 공공 공연장까지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데다 이로 인해 작품을 올릴 공연장을 구하기가 어렵고, 여기에 스태프들의 인건비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아 공연 한번 하기가 더욱 버거워진, 제작경비 상승에 숨을 헐떡이는 예술가들의 하소연이 숨겨져 있다. 

 


 공공 공연장에 대한 불만은 관객들도 예외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주차 공간이 모자라는 데 따른 불편함은 차치하고라도 주차료는 티켓값과 더불어 그 자체가 관객들의 문화지출비에 대한 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기 때문이다. 예술의전당을 가리켜 ‘주차의전당’ ‘임대의 전당’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떠도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는 대표적인 공공 공연장인 예술의전당의 경우 관람객은 사전 정산을 하더라도 5천원의 주차비를 지출해야 한다. 지난해 보다 1천원이 인상되었다. 주말에는 1,5배를 지불해야 한다. 책임자가 바뀔 때마다 주차료와 대관료는 꾸준히 상승되었다. 예술의전당이 주차장을 통해 1년에 거두어들이는 수입은 수십억 원에 이른다. 예술의전당의 주차료 인상은 상대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불편한 관객들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순전히 공연장의 수입 증대를 위한 발상이다.
 한때 예술의전당은 재정자립도 77%를 달성했다. 공연, 대관, 강좌 사업 등에서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재정 자립도 77%는 사실 예술의전당이 얼마나 잘못된 경영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공공 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망각하고 있지 않는 한 나타날 수 없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케네디센터나 링컨센터, 영국의 바비칸센터 등 외국의 유명 공공 공연장의 경우 재정 자립도는 결코 30%를 넘지 않는다. 돈을 벌어들이는 것보다 공공성을 위한 경영과 프로그램 운영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 공공극장들은 어린이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 학생들을 위한 저렴한 티켓 운용, 전속 ‧ 상주 예술단체들을 통한 수준 높은 공연으로 국민들의 문화예술 생활화에 기여하고 있다. 그것이 곧 예술을 통한 국민들의 창의력 신장과 연계되고 이는 곧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고부가 가치의 정책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 산재한, 260개 넘는 공공 문화예술회관의 운영이 천차만별인 점도 시정되어야 한다. 가동률이 100% 가까이 이르는 곳도 있지만 20% 미만에 그치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뮤지컬과 연극에 지나치게 치중, 1년에 단 한 번도 무용공연을 하지 않는 문예회관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지역 주민들이 적어도 1년에 한 두차례 정도는 무용예술 공연을 접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순도 높은 공연장 운영으로 돌아서야 한다.
 해당 지역의 학생과 주민들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 공연장을 통해 공연예술을 감상하고 질 높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곧 공공 공연장의 문턱을 낮추고 문화정책 운용의 순도를 높일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새 정부는 과시형의 요란한 새로운 정책보다 기존 정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운용의 순도를 높이는 예술 실용주의를 구현해야 할 것이다. 

 

2017. 07.
*춤웹진